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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독!초기경전/2. 잡아함경

56. 누무루법경(漏無漏法經) 57. 질루진경(疾漏盡經)

잡아함경 56. 누무루법경(漏無漏法經)

 

이와 같이 나는 들었다.

어느 때 부처님께서 바라내국의 선인이 살던 녹야원에 계셨다.

그 때 세존께서 모든 비구들에게 말씀하셨다.

"내가 이제 유루법(有漏法)과 무루법(無漏法)을 설명하리라. 만일 색에 대해 번뇌[漏]가 있어 그것을 취한다면, 그 색은 능히 사랑하고 성내는 마음을 일으킨다. 수·상·행도 마찬가지이며, 그 식에 대해 번뇌가 있어 그것을 취한다면, 그 식은 능히 사랑하고 성내는 마음을 일으키나니, 이것을 유루법(有漏法)이라 하느니라.

어떤 것을 무루법(無漏法)이라 하는가? 존재하는 모든 색에 대해 번뇌[漏]가 없어서 그것을 받아들이지 않는다면, 그 색은 과거에 속한 것이건 미래에 속한 것이건 현재에 속한 것이건, 그 색은 사랑하고 성내는 마음을 일으키지 못한다. 수·상·행도 마찬가지이며, 식에 대해 번뇌가 없어서 그것을 받아들이지 않는다면, 그 식은 과거에 속한 것이건 미래에 속한 것이건 현재에 속한 것이건, 사랑하거나 성내는 마음을 일으키지 못하니, 이것을 무루법(無漏法)이라 하느니라."

부처님께서 이 경을 말씀하시자, 모든 비구들은 부처님의 말씀을 듣고 기뻐하며 받들어 행하였다.

 

신(信)에 두 가지, 아난(阿難)에 두 가지와

괴법(壞法)과 울저가(鬱低迦)와

바라문(婆羅門)과 세간(世間)과

제(除)9)와 누무루법(漏無漏法)에 대해 설하셨다.

 

잡아함경 57. 질루진경(疾漏盡經)

 

이와 같이 나는 들었다.

어느 때 부처님께서 사위국 기수급고독원에 계셨다.

그 때 세존께서는 가사를 입고 발우를 가지고 사위성으로 들어가 걸식하셨다. 걸식을 마치고 돌아오셔서는 가사와 발우를 지니고 대중에게 말하지 않고 시자에게도 알리지 않으신 채, 동행도 없이 홀로 서쪽 나라로 가 인간 세상을 유행하셨다.

이 때 안타(安陀)라는 숲에 있던 어떤 비구가, 대중에게 말하지도 않고 시자에게도 알리지 않으신 채 동행도 없이 혼자서 가시는 세존을 멀리서 보았다. 그는 그것을 보고 존자 아난에게 가서 아뢰었다.

"존자여, 아셔야합니다. 세존께서는 대중에게 말하지 않고 시자에게도 알리지 않으신 채, 동행도 없이 혼자서 유행을 나서셨습니다."

 

그러자 아난이 그 비구에게 말하였다.

"만일 세존께서 대중에게 말하지 않고 시자에게도 알리지 않으신 채, 동행도 없이 혼자서 나가 노니신다면 아무도 따라가지 말아야 합니다. 왜냐 하면 오늘 세존께서는 적멸(寂滅) 속에서 지내며 몇 가지 문제를 해결하려 하시기 때문입니다."

그 때 세존께서는 북쪽으로 유행하시며 반사국(半?國)의 파타(波陀)라는 마을로 가, 동산지기가 있는 숲 속의 한 발타살라(跋陀薩羅)나무 밑에 머무셨다.

그 때 많은 비구들이 아난에게 찾아가 물었다.

"세존께서 지금 어디 계십니까?"

아난이 대답했다.

"제가 듣기로, 세존께서는 북쪽 반사국 파타라는 마을로 가셔서 동산지기가 있는 숲 속의 발타살라나무 밑에 계신다고 합니다."

"존자께서는 아셔야 합니다. 저희들은 세존(世尊)을 뵙지 못한 지 오래되었습니다. 만일 수고를 꺼리지 않으신다면 저희들을 가엾이 여겨 세존께 같이 가주실 수 없겠습니까?"

그 때 존자 아난은 형편을 이해하여 잠자코 허락한 뒤에 많은 비구들과 함께 밤을 지내고, 이른 아침에 가사를 입고 발우를 가지고 사위성으로 들어가 걸식하였다. 걸식을 마친 뒤 절에 돌아와 침구를 챙기고, 가사와 발우를 지니고는 서쪽으로 나서 인간 세상을 유행하였다.

 

거기서 다시 북으로 반사국 파타촌의 동산지기가 있는 숲 속으로 들어갔다. 존자 아난은 많은 비구들과 함께 가사와 발우를 놓고 발을 씻은 뒤, 세존께 나아가 그 발에 머리 숙여 예배하고 한쪽에 앉았다.

그 때 세존께서는 많은 비구들을 위하여 설법해 가르치고, 이롭게 하고, 기쁘게 하셨다. 그 때 그 자리에 있던 어떤 비구가 이렇게 생각하였다.

'어떻게 알고, 어떻게 보아야 빨리 번뇌[漏]가 다하게 될까?'

그 때 세존께서는 그 비구의 마음 속 생각을 아시고 모든 비구들에게 말씀하셨다.

"만일 어떤 비구가 이 자리에서 '어떻게 알고 어떻게 보아야 빨리 번뇌가 다하게 될까' 하고 생각한다면, 나는 이미 그것에 대해 설법하였느니라. 곧 모든 음(陰)을 잘 관찰하여야 하나니, 그것은 이른바 4념처(念處)·4정근(精勤)·4여의족(如意足)·5근(根)·5력(力)·7각분(覺分)·8정도(正道)이니라. 나는 모든 음을 관찰하는 이러한 법을 이미 설명하였느니라.

 

그런데도 지금, 부지런히 하고자 하지 않고 부지런히 즐거워하지 않으며, 부지런히 기억하지 않고 부지런히 믿지 않으면서, 스스로 게을러 더욱 나가지 못해 모든 번뇌[漏]를 다하지 못하는 선남자가 아직도 있다. 만일 선남자가 내가 설명한 법에서 모든 음을 잘 관찰하여 부지런히 하고자 하고, 부지런히 즐거워하며, 부지런히 기억하고, 부지런히 믿는다면 그는 능히 모든 번뇌를 재빨리 다할 수 있을 것이다.

어리석고 무식한 범부들은 색(色)을 나라고 보나니, 만일 그것을 나라고 보면 이것을 행(行)이라 하느니라.

그 행은 무엇이 원인[因]이고, 무엇이 발생[集]시키며, 무엇이 생기게[生] 하고, 무엇이 변한[轉] 것인가? 무명(無明)이 부딪쳐 애욕[愛]이 생기나니, 애욕을 인연하여 그 행을 일으키느니라.

그 애욕은 무엇이 원인이고, 무엇이 발생시키며, 무엇이 생기게 하고, 무엇이 변한 것인가? 그 애욕은 느낌[受]이 원인이고, 느낌이 발생시키며, 느낌이 생기게 하고, 느낌이 변한 것이다.

 

그 느낌은 무엇이 원인이고, 무엇이 발생시키며, 무엇이 생기게 하고, 무엇이 변한 것인가? 그 느낌은 접촉[觸]이 원인이고, 접촉이 발생시키며, 접촉이 생기게 하고, 접촉이 변한 것이다.

그 접촉은 무엇이 원인이고, 무엇이 발생시키며, 무엇이 생기게 하고, 무엇이 변한 것인가? 이른바 그 접촉은 6입처(六入處)가 원인이고, 6입처가 발생시키며, 6입처가 생기게 하고, 6입처가 변한 것이다.

 

그 6입처는 무상하고[無常], 함이 있으며[有爲], 마음이 인연하여 일어나는 법[心緣起法]이요, 그 접촉의 느낌과 행의 느낌도 또한 무상하고, 함이 있으며, 마음이 인연하여 일어나는 법이니라.

설사 이렇게 관찰한다 하더라도 그는 색(色)을 나[我]라고 본다. 색을 나라고 보지 않더라도 색을 내 것[我所]이라고 보며, 색을 내 것이라고 보지 않더라도 '색은 나 안에 있다'고 보며, '색은 나 안에 있다'고 보지 않더라도 '나는 색 안에 있다'고 본다.

'나는 색 안에 있다'고 보지 않더라도 수(受)를 나라고 보며, 수를 나라고 보지 않더라도 수를 내 것이라고 보며, 수를 내 것이라고 보지 않더라도 '수는 나 안에 있다'고 보며, '수는 나 안에 있다'고 보지 않더라도 '나는 수 안에 있다'고 본다.

'나는 수 안에 있다'고 보지 않더라도 상(想)을 나라고 보며, 상을 나라고 보지 않더라도 상을 내 것이라고 보며, 상을 내 것이라고 보지 않더라도 '상은 나 안에 있다'고 보며, '상은 나 안에 있다'고 보지 않더라도 '나는 상 안에 있다'고 본다.

'나는 상 안에 있다'고 보지 않더라도 행(行)을 나라고 보며, 행을 나라고 보지 않더라도 행을 내 것이라고 보며, 행을 내 것이라고 보지 않더라도 '행은 나 안에 있다'고 보며, '행은 나 안에 있다'고 보지 않더라도 '나는 행 안에 있다'고 본다.

'나는 행 안에 있다'고 보지 않더라도 식(識)을 나라고 보며, 식을 나라고 보지 않더라도 식을 내 것이라고 보며, 식을 내 것이라고 보지 않더라도 '식은 나 안에 있다'고 보며 '식은 나 안에 있다'고 보지 않더라도 '나는 식 안에 있다'고 보느니라.

'나는 식 안에 있다'고 보지 않더라도 다시 단견(斷見)을 지어 유견(有見)을 부수고, 단견을 지어 유견을 부수지 않더라도 아만(我慢)을 떠나지 못한다. 아만을 떠나지 못하면 다시 나[我]를 보나니, 나를 보는 것, 그것이 곧 행(行)이니라.

 

그 행은 무엇이 원인이고, 무엇이 발생시키며, 무엇이 생기게 하고, 무엇이 변한 것인가? 앞에서 말한 바와 같고 나아가 아만 또한 그러하나니, 이렇게 알고 이렇게 보면 번뇌가 빨리 다하게 되느니라."

부처님께서 이 경을 말씀하시자, 모든 비구들은 부처님의 말씀을 듣고 기뻐하며 받들어 행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