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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독!초기경전/2. 잡아함경

54. 세간경(世間經) 55. 음경(陰經)

잡아함경 54. 세간경(世間經)

 

이와 같이 나는 들었다.

어느 때 부처님께서 바라내국(波羅國)의 선인이 살던 녹야원(綠野苑)에 계셨다.

그 때 비가다로가(毘迦多魯迦)마을에 사는 어떤 바라문이 부처님께 찾아와 공손히 문안드린 뒤 물러나 한쪽에 앉아 부처님께 아뢰었다.

"구담(瞿曇)이시여, 제게는 젊은 제자가 있습니다. 그는 천문(天文)과 족성(族姓)을 알아 대중을 위해 길흉(吉凶)을 점치는데, 있다고 말하면 반드시 있고, 없다고 하면 반드시 없으며, 이루어진다고 하면 반드시 이루어지고, 무너진다고 하면 반드시 무너집니다. 구담이시여, 당신은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부처님께서는 바라문에게 말씀하셨다.

"당신의 젊은 제자가 천문과 족성을 안다는 것은 우선 그만 두고, 내가 이제 당신에게 묻겠으니, 당신 생각대로 대답하십시오.

바라문이여, 당신은 어떻게 생각합니까? 색은 본래 종자가 없습니까?"

"그렇습니다. 세존이시여."

"수·상·행·식은 본래 종자가 없습니까?"

"그렇습니다. 세존이시여."

부처님께서 바라문에게 말씀하셨다.

"당신은 '나의 젊은 제자는 천문과 족성을 알아 대중을 위해 이렇게 말한다. 곧 있다고 하면 반드시 있고, 없다고 하면 반드시 없다'고 말하지만, 그 알고 본 것은 진실한 것이 아니지 않습니까?"

"그렇습니다. 세존이시여."

부처님께서는 바라문에게 말씀하셨다.

"당신은 어떻게 생각합니까? 혹 색으로서 백년 동안 늘 머무르는 것이 있습니까? 아니면 다른 것이 생겨나고 달라져 소멸합니까? 수·상·행·식으로서 백년 동안 늘 머무르는 것이 있습니까? 아니면 다른 것이 생겨나고 달라져 소멸합니까?"

대답하였다.

"다른 것이 생겨나고 달라져 소멸합니다."

부처님께서 바라문에게 말씀하셨다.

"당신 생각에는 어떻습니까? 당신의 젊은 제자가 천문과 족성을 알아 대중을 위해 말한 것은 '이루어진 것은 무너지지 않는다'는 지견(知見)과 다르지 않질 않습니까?"

"그렇습니다. 세존이시여."

부처님께서 바라문에게 말씀하셨다.

"당신 생각에는 어떻습니까? 이 법과 저 법, 이 말과 저 말에 중에 어느 것이 낫습니까?"

"세존이시여, 이 법다운 말씀은 부처님 말씀과 같아서 진리를 나타내고, 마음을 열어 줍니다. 마치 어떤 사람이 물에 빠졌을 때 그를 구해 주고, 길을 잃고 헤맬 때 길을 보여 구해주며, 어둠 속에서 등불을 주는 것과 같습니다. 세존께서 오늘 잘 설명하신 훌륭한 법도 또한 그와 같아서 진리를 나타내고 마음을 열어 주십니다."

부처님께서 이 경을 말씀하시자, 비가다로가 바라문은 부처님의 말씀을 듣고 대중과 함께 기뻐하면서 곧 자리에서 일어나 부처님 발에 예배하고 물러갔다.

 

 

잡아함경 55. 음경(陰經)

 

이와 같이 나는 들었다.

어느 때 부처님께서 바라내국(波羅國)의 선인이 살던 녹야원에 계셨다.

그 때 세존께서 모든 비구들에게 말씀하셨다.

"내가 이제 음(陰)과 수음(受陰)을 설명하리라. 어떤 것을 음이라 하는가? 존재하는 모든 색(色)은 과거에 속한 것이건 미래에 속한 것이건 현재에 속한 것이건, 안에 있는 것이건 밖에 있는 것이건, 거칠건 미세하건, 아름답건 추하건, 멀리 있는 것이건 가까이 있는 것이건, 그 일체를 통틀어 색음(色陰)이라 한다. 따라서 존재하는 모든 수·상·행·식도 또한 그와 같이 그 일체를 통틀어 수음(受陰)·상음(想陰)·행음(行陰)·식음(識陰)이라 하나니, 이것들을 음(陰)이라 하느니라.

어떤 것을 수음(受陰)이라 하는가? 만일 색에 대해 번뇌[漏]가 있어 그것을 취한다면, 그 색은 과거에 속한 것이건 미래에 속한 것이건 현재에 속한 것이건, 탐욕과 성냄과 어리석음 및 그 밖의 여러 가지 큰 번뇌의 마음을 일으키며, 수·상·행·식도 마찬가지니, 이것을 수음(受陰)이라 하느니라."

부처님께서 이 경을 말씀하시자, 모든 비구들은 부처님의 말씀을 듣고 기뻐하며 받들어 행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