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미타행자의 편지/미타행자의 편지

옛날 옛날에

 


예전에 걸망 하나 메고 이 절 저절 다니면서 기도하면서 산 시절이 있었습니다. ㅁ 절에 기도하러 갔는데 걸망 메고 절 마당에 들어서니 공양주보살님 표정이 마치 강아지가 주인이 외출하고 돌아오면 반가워 길길 뛰듯이 공양주보살님 얼굴이 확 펴지면서 반가워하는 것입니다 그러나 절은 불사한다고 산만하고 북풍을 바로 받는 곳이라 황량한 느낌이 드는 것입니다.


주지스님과 인사도 하기 전에 다시 나오려고 하는데 처사님 한분이 제가 머무는 객방에 들어오시어 사정하는 것입니다 여기서 살아달라고 공양주보살님과 부부지간인데 처사님은 절 허드렛일 해 주고 보살은 공양 간에서 지내고 사는 것입니다 처사님이 하도 진지하게 사정하기에 다시 걸망을 다시 풀어서 살기로 했습니다. 절은 큰 절인데 인걸(人傑)은 간 곳이 없고 주지스님 혼자서 복원 불사한다고 바삐 다니시니 절은 늘 공양주부부가 지키고 있다가 제가 살면서 법당에서 목탁 소리 내는 것입니다.


ㅁ 절에 온지 3-4일 되었나? 잠을 자다 눈을 뜨니 밤 12시 반입니다 보통 10시 넘어서 잠자고 잠자기 전에 화장실 갔다 오는데 그날따라 12시 반에 눈을 뜨고 화장실에 가고 싶은 것입니다 일어나서 후라쉬를 들고 나와서 화장실을 가는데 요사채에서 법당 쪽으로 가면 멀고 반대로 가면 가까운데 그  날따라 법당 쪽으로 후라쉬를 들고 가는데 법당 앞에 고라니가 있는 것입니다 그래서 고라니 보느라 서있는데, 법당에서 딸가닥 하는 소리가 나기에 무심코 쥐가 장난하나 하고 후라쉬를 법당 문에다 비취고 잠간 서있는데 잠시 후 사람이 하나 튀여 나오는데 아 도독입니다


기지바지에 잠바 걸치고 면장갑을 낀 문화재 절도범, 문득 처자식이 있는 사람이 밤이슬 맞아가면서 절에 들어와 도둑질이나 하니 참 불쌍한 인생이다 생각이 드는데 “도독이야” 한 소리에 참 쏜살같이 없어지는 것입니다 잠시 후 주지스님이 뛰어나오고 공양주부부도 나오고 경찰에 신고 경찰도 오고 법당에 들어가 보니 다행히 부처님 옆에 있는 동자상만 바닥에 내려놓은 상태입니다


한번 난리를 치고 생각하니 한 밤중에 법당 앞에서 부처님을 도독 질하려는 중생을 만난 것이 우연(偶然)치고는 우연의 일치가 너무 많습니다.

 “아 신장님이 그 시간에 날 깨우어주고 만나게 한 것이다” 하는 생각이 드는 것입니다

주지스님은 오는 사람마다 붙잡고 불사한다고 호법 신장 기도스님을 보냈다고 찬탄하는 것입니다

ㅁ절에 살면서 보니 호법 신장은 내가 아니라 공양주 보살님입니다 제가 절에 오는 날 저를 붙잡은 것도 절 마당에서 척 날 알아보고는 공양주보살은  처사를 시키어 저 스님 꼭 잡으라고 해서 처사가 저한테 간절히 부탁한 것입니다 공양주보살님은 하는 짓이 꼭 신장 짓인데 법당에 들어오면 부처님한테 공들이는 시간보다 신중단에 공들이는 시간이 더 길고 천수경보다 반야심경을 주력삼아 합니다. 절에서 신중단에 반야심경을 하는 것은 신중님들이 반야경을 좋아한다 해서 신중단에 반야심경을 독송해준다는 것입니다 또 오신채 먹는 스님들은 노골적으로 학대해서 결국은 쫓아내는데 신중님들이 오신채를 싫어한다고 합니다. 저는 공부하는 스님이라고 깍듯이 받드는데 사뭇 진지합니다. 


기도를 끝내고 나오면서 주지스님에게 인사하니 고맙다고 하면서 불사는 나도 했지만 스님도 한 것이라고 밖에 나가서 일보는데 그렇게 마음이 편하고 절에 들어오면 제가 법당에서 목탁소리가 나면 그렇게 좋았다고 합니다.

언제인가 한번 들렀더니 큰돈을 객비를 주는데 미안해서…….


우리가 보이는 세계가 전부인줄 알지만 보이지 않는 세계는 더욱 무진 무궁한 것입니다 또 진실한 마음으로 기도나 수행하면 다 보이지 않는 세계에서 도와주는 것이고요

                                                나무아미타불


* 차나무 꽃 

           

  

   

 

'미타행자의 편지 > 미타행자의 편지' 카테고리의 다른 글

나무아미타불  (0) 2009.11.13
자성원  (0) 2009.10.30
노스님  (0) 2009.10.22
복(福)과 인연(因緣)  (0) 2009.10.08
관세음보살  (0) 2009.10.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