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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타행자의 편지

커피 이야기

커피 이야기

 

제주도에서는 유일 산업이 귤 농사라 공무원들도 귤에 관해 연구도 하고 지원(支援)도 합니다. 귤 관련 공무원 한 분이 말하기를 상품 가치가 떨어지는 B급 귤이 소비자 손에 들어가 먹고 나서 아 귤 맛이 없네하는 한 생각이 꽂히면 귤 소비가 줄게 되는데 귤은 맛이 없다.”라는 한 생각이 머릿속에 7년이나 저장된다고 합니다.

 

나름으로 연구 결과이고 또 많은 분이 귤의 상품 높이기 위해서 노력도 많이 합니다. 한 생각이 7년 저장된다고 하는데 제 경험으로는 최소한 한 생은 저장된다고 생각합니다. 그 옛날 유신(維新)군대 시절 고생 안 한 사람이 있겠냐.” 만은 전방 전곡 시절도 만만치 않았지만, GOP에서 대형 사고로 부대가 양평으로 쫓겨 내려와서도 용맹정진은 이어갔습니다.

 

부대 일과 다반사가 비상과 훈련, 보통 새벽에 비상이 걸리고 완전군장 출동 준비, 군장 검사받고 나서 아침 공양하고 훈련 나가는데 어쩌다 중대장 보살님이 일찍 나와서 훈련 나가기 전에 7십여 명의 전 중대원에게 커피 한 잔씩 돌리는데 당시 그 커피 한 잔이 그렇게 좋을 수가 없습니다. 요즘같이 좋은 세상이야 별거 아니지만, 그 시절 새벽에 일어나 가마솥에 불 때서 물 끓여 귀한 커피, 설탕, 프림 넣어 큰 보온 통이 지고 올라와 중대원들에게 한 잔씩 돌리는데 당시 일회용 종이컵이 있습니까? 커피잔을 총동원해서 한쪽에서는 마시고 한쪽에서는 다시 씻어 돌리는 것인데 그렇게 귀하고 어려운 커피 한 잔 얻어 마시면 기분이 업그레이드되고 힘든 훈련 마치는 것입니다.

 

커피에 대한 즐거움은 계속 이어졌습니다. 블루칼라 출신이라 늘 강도 높은 노동을 하는 데 힘든 노동에 유일한 낙이 커피 한 잔입니다. 역시 입맛에 맞게 커피와 설탕 그리고 프림을 조절하여 넣고 마시는 커피는 늘 즐겁습니다. 커피에 대한 즐거움은 현재 진행 중입니다. 새벽기도 끝내고 원두커피 한 잔 갈아 마시는데 커피 한 잔 속에 그 어렵던 시절의 즐거움과 새벽기도의 환희심으로 마시는데 새벽이라는 시간, 빈속이라는 것도 카페인이 좋은지 나쁜지는 의미는 없습니다. 다만 즐겁게 마시면 다 보약입니다.

 

절집에서는 한 생각이 7, 또는 평생 가는 것이 아니라 일념즉시무량겁(一念卽是無量劫), 글자 그대로 해석한다면 (사무친)한 생각이 무량겁, 수없는 윤회 속에서도 잊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우리가 수행하는 것이 좋은 마음(보리심)은 증장(增長) 시키고 거친 마음(삼독심)은 뽑아내는 것인데 좋은 마음이든 거친 마음이든 다겁생의 윤회 속에서도 함께 돌아가는 것입니다. 제 속으로 생각이 전생에 비구승의 원력이 있기에 세속에서 39년을 살면서도 독신으로 버티며 출가하였지, 생각합니다. 거친 한 생각, 말 새해는 생각은 좀 더 정제(精製)하고 말은 덕담을 즐겨이 하기로 다짐합니다.

 

                                                                                                 나무아미타불 관세음보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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