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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타행자의 편지/미타행자의 편지

떠날 적의 수행

 

 

요즘은 저녁기도를 끝내고도 해가 남아 있습니다. 기도 끝내고 도량 한 바퀴 돌면서 감상(感想)합니다. 무주선원 돌담에 기대어 방문객을 반기는 능소화 잎이 풍성해진 것이 올해도 꽃을 많이 피워 방문객의 찬탄을 받을 것이고. 먹구슬 나무는 자연으로 씨앗이 떨어져 자라는 것을 그대로 둔 것인데 이제는 거목이 되어서 하늘에서 보라색 꽃을 피우고 있습니다. 비파나무도 주인장도 모르게 노랑 열매를 달고 있고 구지뽕 나무도 열매를 수없이 달고 있습니다. 도량 구석구석에 자리를 잡은 수국은 곧 수백 송이의 수국꽃 파티를 준비하고 있습니다. 수목원 같은, 극락도량 무주선원 제가 보아도 대견합니다.

 

- - 그러나 혼자서 삽과 곡괭이 그리고 골갱이(호미)로 이룬 도량이지만 언제인가는 자의(自意)던 타의(他意)던 이별할 때가 있겠지요. 인연(因緣)이 있어서 이 자리에 있는 것이지만 인연도 무상(無常)을 넘을 수가 없는 것이라 세속이나 절집이나 무엇을 이루면서 항상 무상을 염두에 두면 마음을 다치지 않습니다.

 

어느 노스님을 뵌 적이 있는데 당신께서 여럿 절을 창건하시고 상좌, 손상좌들에게 맡기시고 현재는 당신 홀로 산중에서 열 평짜리 컨테이너에서 정진하시며 지내신다고 합니다. 전기 있고 물이 있어 불편함은 모르고 이런 삶의 이유는 늙어서 상좌들에게 추한 모습 보일까 봐 그러신다고 하시는데 이 말씀이 마음에 닿습니다. 사람 생각 나름이겠지만 홀로 사바세계 왔는데 갈 적에도 홀로 가는 것이 맞는 것 같습니다.

 

어느 날 자그마한 토굴에서 화창한 날씨 꽃은 만발하였고 관세음보살 모신 작은 법당에서 편안하게 사바세계 하직하는 모습이 관상(觀象)이 되었고 이미지를 사진 찍어 놓듯이 스캔하여 마음속에 저장해 놓고 가끔 꺼내어 관상(觀想)합니다. 생각이 깊어지고 관상이 깊어지면 관상 그대로 드러나는 것입니다. 죽음에 대한 마음 준비는 일찍부터 할수록 좋습니다. 인욕이 아니면 살 수 없는 고해(苦海)의 사바세계 마지막 아름답게 떠나는 것이 사바세계에 잘 왔다가 잘 가는 것입니다.

 

                                                                                     나무아미타불 나무아미타불 나무아미타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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