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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타행자의 편지/미타행자의 편지

수행한담

 

 

을사년(乙巳年) 시작한 지 십여 일이 되었습니다. 날마다 새해이지만 매듭을 짓고 새로 시작하는 것도 의미는 있다고 생각합니다. 올해도 기도 정진과 법공양 출판, 울력. 무주선원 일과는 변함은 없습니다.

 

끝없는 반복훈련이 정진입니다. 오래 했다 자랑할 것 없고 성취 못했다 퇴굴심(退屈心) 낼 것 없이 비가 오나 바람이 부나 목숨이 다할 때까지 하는 것이 본업(本業)이고 다음은 청화 큰스님 법공양 출판인데 올해도 계속 이어져 갑니다.

 

동안거 해제하면 다 소진(消盡)정통선의 향훈정토삼부경을 한 번 더 교정보아 출판계획이며 한 번 더 찍을 적마다 추가로 나온 오자(誤字)를 바로잡아 출판하기에 저로서는 법공양 책이 많이 나갈수록 좋습니다. 그동안 마음의 고향법공양 책이 낱권으로만 출판했는데 올해 다 소진된다면 다시 한번 더 교정보아 6권 한 질로 묶어서 출판하고자 하는 바람은 있습니다. 여담으로 처사 시절부터 아무리 어려워도 책 사볼 돈은 있더니 절집에 들어와서는 법공양 책 출판도 순조롭게 진행되는 것이 책하고 인연은 있다 하는 생각입니다.

 

올해도 마당 울력은 여전할 것이고 기본적으로 무주선원 땅이 진흙땅이라 가물면 돌덩이처럼 굳고 비가 오면 곤죽이 되는 땅인데 이런 땅에서는 꽃나무들이 잘 자라지를 못합니다. 결국은 주인장을 힘들게 하는데 이것도 인연으로 받아들이고 관리해나가는 것인데 여름 물주기에 진을 빼는 수국을 작년에 2십 여주 뽑아내었고 올봄에 추가로 더 뽑아내고 저먼 아이리스도 개체수를 줄여 울력 거리를 줄이려고 합니다. 어린 시절부터 노동에 익숙하여 그 많은 일을 혼자서 헤져 나갔지, 하는데 이제는 한계점에 도달한 것 같습니다.

 

마지막 - 이제는 종심(從心)에 들어섰는데 세속이나 절집이나 칠십이 넘으면 죽음을 생각하여야 합니다. 통계에서 칠십까지 살아남은 사람은 열 명 중 여덟인데 팔십에는 열 명 중 두 명 살아남는다고 합니다. 대부분 칠십 대에 간다는 것이 현실인데 주변 분들도 칠십 대에 많이 가시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팔십까지 살아남아 열 명 중 두 명에 들어가려는지는 부처님만이 알 수 있는 일이고 그나마 팔십에 살아남아야 겨우 숨만 쉬는 정도라고 하는데......

 

얼마 남지 않은 세월 어떻게 보낼 것인가 자문(自問)합니다. 옛날에 읽었던 성경, “나는 너희에게 이르노니 너희 원수를 사랑하며 너희를 박해하는 자를 위하여 기도하라.” 한 구절, 요즘에는 새롭게 새겨집니다. 목숨이 다할 때가 되었는데 거친 사바세계 와서 그동안의 억울함을 용서하고 건방짐을 참회하고 못난이를 자비심으로 감싸주며 살아가려고 노력 중입니다.

 

                                                                                                       나무아미타불 관세음보살

 

* 산청 단속사지(斷俗寺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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