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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타행자의 편지

수행한담

 

 

우리가 사바세계 올 적에 노트 한 권씩 가지고 옵니다.

노트에 일정표가 낱낱이 기록돼 있지만, 문제는 지나온 페이지는 다 아는데 앞으로의 페이지는 어떻게 쓰인 줄 모른다는 것입니다. 지나고 보면 운명론(運命論)인데 앞으로 일어날 일은 개척론(開拓論)입니다.

 

세월에 따라 생각하는 것도 변하는데 젊은 시절에는 산중에 고고한 낙락장송이 가슴에 와닿다가 세월이 흘러서는 아무렇게나 잘 자라는 칡넝쿨이 가슴에 와닿고 돈오점수(頓悟漸修)보다는 지금은 돈오돈수(頓悟頓修)가 가슴에 와닿습니다. 낙락장송이나 칡넝쿨이나 다 같은 자연의 논리고 돈오점수나 돈오돈수나 다 부처님 말씀이지만 각자의 시절에 따라 인연에 따라 받아들이는 것에 차별이 있는 것입니다.

 

사회학자들이 말하기를 대한민국 사회가 돈오적으로 발전했다고 평가하는데 저 역시 돈오적으로 삶의 변화를 가져왔고 결국에는 이 자리에 있는 것입니다. 처사 시절 어느 날 서울 강남 세곡동 사거리에서 마음이 뒤집어짐을 체험하고 천 평이 넘는 꽃 농장을 정리하고 출가하였고 하동 칠불사에 하안거 방부를 들어 놓고 은사 스님의 자성원 주지 갈 사람이 없다는 한마디 듣고 마음을 바꾸어 제주도에 인연 맺고 자의던 타의던 이십여 년을 버티고 있는 것입니다.

 

돌아보면 다 인연이 있어서 이 자리에 있는 것이지 하는 운명론이지만 내일을 모르기에 개척정신으로 나아가는 것입니다. 신이 레몬을 주면 난 레몬주스를 만들어 먹겠다는 개척정신입니다. 레몬은 그냥은 못 먹는 과일이고 척박한 환경이 이야기하는 것입니다. 어떠한 주스를 만들어 먹느냐는 본인의 의지와 노력에 따라 달라지는 것입니다.

 

돈오(頓悟)도 개척정신이 있어야 가능한 것입니다. 망상을 쥐고라도 법당에서 염불하고 망상을 쥐고라도 정진하는 것이 - - 어느 날 망상이 다 털어지어 삼매가 현현하는 시절 인연이 도래하겠지 하는 마음입니다.

 

나무아미타불 나무아미타불 나무아미타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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