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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타행자의 편지

수행한담

수행한담

 

청화 큰스님께서 미국에서 귀국하실 적에는 기력이 많이 쇠() 하시였습니다.

서귀포에 계신 신도분 인연으로 2000년 겨울 서귀포 공천포라는 곳에서 시자스님 한 분과 동안거를 보내시고 해제하시고 가까이 계신 분들께 7일 동안 당시 육조단경번역을 구상하고 계시어서 육조단경 이야기, 월인 노스님 이야기, 금강심론 이야기 등 편한 마음으로 법문하신 것을 정리하여 이번 출판한 마음의 고향1권에 포함하였습니다.

 

그 후 2001년 서귀포 성산읍 신풍리라는 곳에 자성원을 개원하였는데 육조단경에 자성(自性)이라는 말이 백 군데도 넘게 나온다고 자성원이라 이름 지었습니다. 서귀포의 겨울 날씨는 환상적입니다. 그러나 여름에는 높은 습도, 곰팡이에 집마다 제습기를 돌리고 사는데 당신께서 여름 장마와 습도에 견디지를 못하시고 서울 광륜사로 올라 가시였습니다. 2003년 동안거 끝나고 큰스님께 인사드리러 갔더니 큰스님께서 자성원 주지 소임 볼 사람이 없다고 걱정하시는 것을 보고 큰스님 은혜 갚는 마음으로 제가 가서 4년 살겠습니다.” 하고 2003년 봄 제주에 발 들여놓은 것이 어느덧 20년이 된 것입니다.

 

자성원 시절에는 기도 정진하면서 버려진 밭 정리하여 천여 평 차밭 조성한 것이 보람이 있었습니다. 후임으로 들어오신 주지 스님께서 잘 관리하여 자성원 차밭이 한때 제주도에서 꽤 유명했습니다. 또 소임자가 바뀌고 지금은 차밭이 엉망이라고 하는데 아무튼 차나무 심어놓고 십여 년 넘게 제주도에서 녹차밭 성지(聖地)로 이름났으면 본전은 뽑은 것이며, 자성원 4천 평 도량을 혼자서 기도 정진하면서 어떻게 다 관리하고 살았는지 지금 생각하면 아득합니다.

 

이번 10월이 무주선원 개원(開苑) 십 년입니다. 원래의 서원(誓願)대로 염불 행자로 법당은 못 채웠지만, 문중의 보물 금강심론과 청화 큰스님의 법어집을 정리하여 법공양 출판하는 것이 보람입니다. 처음부터 출판에 상식이 있는 것은 아니고 아직까지 살아온 방식대로 일단 부디 치면서 고민하고 배우고, 여러분의 도움으로 이제는 법공양 책은 어디 내놓아도 손색은 없습니다. 어느 분이 어떻게 그 많은 일을 해나가냐고 하는데 원력만 있으면 못 이루는 것은 없다고 하였습니다. 또한 출가 사문은 원력이 생명이고 원력 없는 수행, 삶은 아무런 가치 없는, 의미 없는 삶입니다.

 

이제는 세월 탓인지 망상은 많이 사그라지었습니다. 얼마나 있을지 모르지만, 목숨이 다할 때까지 소박하게 부처님 공부나 하다 가지 생각합니다. 다음 달에 6천일 기도 회향. 제주도 척박한 곳에서 기도의 힘 하나로 헤쳐나왔고 사바세계 와서 부처님 법 만나 공부할 수 있는 인연에 감사드립니다. 마지막으로 제가 할 수 있는 것은 미력하나마 나의 수행이 모든 이들의 행복으로 회향 되기를 기원합니다.

 

나무아미타불 나무아미타불 나무아미타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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