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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타행자의 편지

개원 십 년

개원 십 년

 

도량에 수국꽃 파티는 절정에 이르고 돌담에 기대어 심었던 능소화는 만발하였습니다. 작년보다 수국이 덩치가 커지면서 꽃이 피니 장관이고 다른 꽃나무들도 훌쩍 자라 도량이 제법 우거지었습니다.

 

올해 시월이 무주선원 개원 10년이고 11월이 6천일 기도 회향입니다. 처음 개원 해는 흙먼지 날리는 건물만 덩그러니 있었고 여력이 없다 보니 다 묘목 수준의 나무들을 혼자서 곡괭이 하나로 심고 괭이 하나로 잔디 심고, 10년이라는 세월 속에 도량이 풍성해지었습니다. 여담으로 무주선원보다 먼저 불사한 도량을 나중에 가보니 불사 당시 그대로 도량이 초라한데 도량은 꽃나무와 어우러지어야 풍성해 보입니다. 속으로 어린나무라 심어 놓으면 다 세월 속에 연륜이 붙는데 주인장이 게으르고 무지하면 할 수 없다.’ 생각합니다.

 

개원 십 년의 세월 속에 처음에 세운 원력, 각종 꽃나무와 연못이 어우러지는 극락도량 만든다는 원은 이루었지만 두 번째 법당에 염불 행자로 채운다는 원은 이루어지지 못했습니다. 결론적으로 인연 없는 사람들 인연 지어 줄 법력이 부족하다는 것이지요. 또한 한자리에 모여서 나무아미타불 염불하는 인연을 짓는 것이 보통 어려운 것이 아니다.” 하는 생각도 듭니다. 제주도 말로 보통 육지에서는 열심히 기도하며 정진하고 살면 신도님들이 모이고 염불 법회도 형성되는데 여기서는 사실 꿈같은 이야기로 생각 접은 지는 오래되었고 혼자서 손수 마지 지어 올리며 기도, 정진하고 울력해가며 큰스님 법어집 정리하여 법공양 출판하는 것입니다.

 

그러나 무주선원 법공양 출판은 만만치 않은 숫자입니다. 법공양 출판은 회향을 잘하여야 가치가 있는 것인데 또 한 거의 회향합니다. ‘아미타불이 여러분의 참 이름입니다.’5, 6천 권 만들어서 창고에 4백여 권 남았고 올해 출판한 정토삼부경도 4천 부 인쇄하여 4백여 부 남았고 금강심론도 두 번째 출판하였으며, 원통불법의 요체는 두 번째 출판이 7월 출판 예정입니다.

 

배부른 말세에 대부분 입으로 살려고 하지 몸으로 살려는 사람은 드문 것이 현실입니다. 타고난 부지런함과 성실로 부질없는 것에 말 섞거나 쳐다볼 것 없고 손수 마지 지어 부처님 전에 올리며 기도 정진하고 한 낮에도 마당에 나가 물주고 검질 매며 법공양 신청 들어오면 손수 주소 써서 포장하여 우체국, 택배 집까지 다녀오며 십 년이란 세월 속에 안팎이 모두 풍성해지었습니다. 그러나 이 모든 것의 밑바탕은 아직 까지는 건강이 받쳐주니 헤쳐나갔는데 주변 형님 세대들은 한둘 떠나기 시작하고(연관스님, 지묵스님) 다음은 우리 차례라는 것은 자명(自明)한 일 아닙니까.? 농사꾼이 해가 기울어가면 뒷정리하고 다음 날을 준비하듯이 늙음에는 당할 자가 없고 이제는 주변 정리하고 소박하게 정진이나 하다 부처님 부름을 받아 떠나면 사바세계 잘 왔다가 잘 가는 것인데.

 

- - 그럴 인연이 있으려나 저도 모르고 부처님만이 알겠지요.

 

 

나무아미타불 관세음보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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