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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타행자의 편지

말년 행복

말년 행복

 

그 옛날 처사 시절(20?) 용인을 갔는데 대문도 없는 시골집에 흰 깃발이 꽂혀있어 무슨 집이지? 하고 기웃거리는데 안에 있던 한복을 곱게 차려입은 한 6십 대 되었을까 하는 보살님이 아저씨 점보고 가서요하는데 점이라는 소리에 잠시 머리 멍한 데 이어 남자가 어디 가서 점 보겠어요합니다. 하긴 별 관심이 없는 일인데, 머뭇거리다 나도 모르게 들어가게 되고 얼마에요하니 ”5천 원입니다하며 선금입니다하는데 이 보살님이 고수라 이미 기웃거릴 적에 이미 내 살림살이를 다 읽고 하는 말인데 당시 건설 현장 하루 일당이 6천 원 시절이라 5천이면 요즘 물가로 십만 원은 넘는 금액입니다. 아무튼 5천 원을 내니 생년월일 물어볼 것도 없이 입에서 술술 나오는데,

 

부모 있다 부모 자랑할 것 없고 형제 있다 형제 자랑할 것 없고 젊어서 고생은 사서 한다고 하지만 고생 많이 하겠습니다.’ 그러나 말년 운이 좋으니 좋은 것입니다. 하면서 결론짓고 마지막 덕담으로 마음은 돌부처님 가운데 토막이라고 하는데 지금 보아도 내 인생을 3, 한 줄로 요약한 것입니다. 야생에서 짐승도 어릴 적에 어미를 잃어버리면 죽는다고 하는데 사람도 마찬가지로 조실부모(早失父母)하면 일가친척, 형제가 다 흩어지는 것이고 남다른 고생을 하는 것입니다.

 

말년 운이 좋다고 한 것이나 말년에 행복하다는 것이나 같은 말인데 지금이 말년인데 행복한가 자문합니다. 첫 번째가 이 나이 먹도록 병원 가서 누워본 적이 없으니 행복합니다. 지금 돌아보아도 젊은 시절 야전에서 그렇게 뒹굴며 라면을 반 주식으로 삼고 강도 높은 노동으로 살았는데 아직도 건재한 것이 신()이 다른 것은 다 안 주었어도 건강 하나는 주었다고 생각합니다.

 

두 번째는 말년에 마음과 몸으로 나눔을 할 수 있어 행복합니다. 무주선원 일과, 기도와 자비관 수행이 마음을 나누는 것입니다. 기도 의식 자체가 일체중생을 위한 발원이며 자비관 수행 역시 일체중생을 위한 마음입니다. 기도를 마치고 법당에 나올 적이나 자비관을 마쳤을 때 행복감이 밀려옵니다. 이 행복감으로 하루 일과를 보내는 것이며 때 묻은 마음이라도 거짓으로 서원을 세우고 자비심을 일으키면 그만큼 행위로 드러나는 것입니다. 도량에서 꽃나무 가꾸면 부수적으로 나오는 꽃모종들 오가시는 분들께 나눔 하여서 좋고 무주선원 재 공양금은 아껴 쓰고 남은 것은 모두 법공양으로 회향할 수 있어 행복합니다.

 

결국 운명은 자신이 만드는 것입니다. 건강도 마음의 그림자이기에 마음을 순()하게 사용하면 오래가는 것이고 움켜쥐는 것보다 놓은 것이 몸과 마음이 더 행복합니다. 말년 노후대책은 재물보다 마음 비우는 것으로 정리하고 중생의 두터운 업장이라도 마음으로 나눔을 연습하고 행한다면 말년 운이 좋은 것이고 행복한 것입니다.

 

나무아미타불 관세음보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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