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4월 28일이 5천 8백일 기도 회향 일입니다. 하다 보니 어느덧 여섯 번째 천일기도도 가을에는 회향하게 됩니다. 적게는 5천 8백일 기도 회향이고 행자 첫날부터 “나무아미타불” 염불한 세월이 적은 것 아니다 하는 생각과 문득 건강이 받쳐주지 않았으면 할 수 없는 일인데 사바세계에 가장 큰 복이 건강이라는 것이 새삼스럽습니다.
“구구순숙(久久純熟)”이라는 옛글이 있습니다. 염불하던 진언을 하던 간경을 하던 좌선을 하던 한가지 법을 오래오래 익히고 지어나가면 모서리, 망상이 떨어져 나가고 마음이 확장하며 몸과 마음이 타성일편(打成一片), 화두 하나만 남는다는 것입니다. 타성일편에서 한 단계 더 나아가야 삼매에 드는 것입니다. 청화 큰스님 법문에 삼매에 들어야 다겁생의 업을 녹일 수 있고 그 공덕으로 중생을 제도할 수 있다고 합니다.
제 자신이 아직까지 염불 공덕으로 삼매는 현현하는 것은 아니지만 마음과 행(行)은 조촐합니다. 부질없는 시비(是非)나 밖으로 나다닐 일은 없습니다. 혼자서 법당에서 기도 정진하고 도량에서 꽃나무 손보고 교정보아 법공양 출판하고 하는 하루가 짧고 가장 행복합니다. 가끔 신도님의 공양 청보다 집에서 간단히 누룽지나 라면 하나로 해결하는 것이 편하고 차(茶) 공양보다는 마당에서 검질 매는 것이 더 편합니다.
다만 알고 속는 것이 결정신심(決定信心)으로 밀어 붙쳐야 하는데, 그 정도까지의 신심과 원력이 부족한 것이 한스러울 뿐입니다. 삼매에 드는 것은 “금생(今生) 일이 아니다” 하는 생각도 들지만, 거짓이라도 포기하지 않고 하루하루 “나무아미타불”과 보리심을 지어간다면 어느 날, 그 어느 날이 언제인지는 모르지만 결정신심이 일어난 날이 있을 것입니다.
- 아 - 사바세계에 가장 큰 복은 건강이고 가장 큰 지혜는 보리심입니다.
나무아미타불 관세음보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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