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10월 3일)이 6백일 기도 회향 7백일 기도 입제일입니다. 어느덧 6백 고지를 넘어 7백 고지를 향하여 나아가고 있는 것입니다. 정식으로 천일기도를 다섯 번 회향(回向)하고 6백일 회향입니다.
경험상 천일기도 한 번 회향 할 적마다 생각이 바뀌고 주변 환경이 바뀌는 것을 느낄 수가 있습니다. 이론상 세포는 매일 태어나고 죽고 하면서 몸이 바뀌는 것인데 가장 오래 걸리는 뇌세포가 온전히 다 바뀌는 데 3년이 걸린다고 합니다. 그래서 “천일기도 한 번 하고 나면 운명이 바뀐다”라고 합니다. 그러나 세속에 있으나 절집에 있으나 마음을 열고 보면 도처(到處)에 스승이 있고 다 수행터입니다.
처사 시절에도 어려운 일 한 번 극복하고 나면 생각이 바뀌고 세상이 다시 보이고 몇 번을 반복하면서 허황된 꿈에서 벗어나 겸손해지는 것을 느낄 수가 있습니다. 그렇게 안이나 밖이나 한 평생을 모(角)를 다듬고 망상을 털어가는 것인데, 제 자신이 수많은 어려운 고비를 넘기고 이 자리에 서 있는 것이 복이라면 복이고 운명이라면 운명입니다.
우리가 참선을 하나 염불을 하나 경전을 독송하나 다 망상을 털려는 방편, 수단입니다. 어디 가서 물어볼 것도 없고 인가(認可)받을 것도 없이 스스로가 망상을 반추(反芻)해 보면 아는 것입니다. 그리고 망상이 털어지면 털어진 만큼 행복하고 마음에 여유가 생깁니다. 망상을 털어서 얻는 행복, 이 행복은 그늘이 없는 청정한 행복이며, 나의 행복 바이러스가 중생과 더불어 행복합니다.
나이 탓인지 수행 공덕인지 모르지만, 생각은 많이 정리되었습니다. 세속이 궁금하여 나다닐 일 없고 절 키울 일 없고 법(法) 물으러 다닐 일 없고, 자리 하나 얻겠다고 인사 다닐 일 없고 딱 두 가지 남았는데, 하나는 마음을 증명하는 일, 망상을 말끔히 털어 마음을 증명하는 일인데 이 길이 멀고 먼 다겁생이 걸리는 길이지만 포기는 하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목숨이 다할 때까지 놓치지 않고 정진하는 일이고 또 하나는 위대한 스승 청화 큰스님의 법문을 정리하여 법공양으로 회향하여 스승의 은혜도 갚고 부처님 밥값도 하는 일입니다.
아 - 이 두 가지는 물러섬 없이 나아갈 것 같습니다.
나무아미타불 나무아미타불 나무아미타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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