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량에 칸나꽃이 예쁘게 피였습니다. 무주선원 칸나꽃은 키가 작고 색이 짙은 프랑스 칸나라는 것인데, 처사 시절 꽃 농장에 심었던 종자를 2년 동안이나 찾아서 심은 것입니다. 꽃도 수요가 있으면 종자가 계속 이어지는데 찾는 사람이 없으면 슬그머니 없어집니다. 도량에 꽃들은 주인장과 사연이 다 있는 것인데 칸나꽃 역시 사연이 있습니다.
아주 어린 시절 마당이 꽤 넓은 집에서 살았는데 가세가 기울기 시작하여 몇 번을 이사 끝에 부모님은 마지막으로 단칸방 집에서 생을 마감하였습니다. 그 어린 시절 마당에 기억나는 것은 칸나꽃 하나입니다. 그 후 꽃과 인연 맺고 꽃 농장을 하면서 꼭 한편에 칸나를 심었습니다. 칸나는 거름을 좋아하는 아이라 퇴비를 듬뿍 넣고 심어놓으면 꽃 피울 적에 지나는 사람들이 다 찬탄하고. 그 당시 종자를 구해서 고내봉 토굴 시절에도 심었고 여기서도 한 무더기 심어놓고 감상하는데 아련히 큰 마당 어린 시절, 부모님을 생각합니다.
미국에 계신 큰 누님이 언제인가 무주선원에 와서 꽃을 보고 감탄하며 어릴 적 우리 큰 집에 꽃이 많았다고 특히 과꽃이 많아 별명이 과꽃 많은 집이었다고 합니다. 그 큰집에서 산 세월은 얼마 안 되는 것 같은데 꽃을 좋아하시는 부모님과 어린 시절을 보내서 그런지 저도 꽃을 하게 되었고 속가 형님도 인천에서 태어나신 분이 정년퇴직하고는 충남 시골로 가서 텃밭 일구며 꽃 가꾸고 삽니다.
무심(無心)한 칸나꽃을 바라보면서 형제들은 덕담으로 스님이 기도 많이 하시어서 집안이 편안하다고 하는데, 큰집에서 살다가 고생, 고생 마지막은 초라한 집에서 생을 마감한 부모님을 생각하면 지금도 눈물이 나고 제 기도 보다는 부모님이 자식의 업까지 다 짊어지고 가시어서 지금까지 자식들이 건재하다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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