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2.청화 큰스님 서적/5. 원통불법의 요체

원통불법의 요체(30)

 

 

3장 수증修證과 공덕功德

 

1절 참선參禪

 

불교에서는 문자를 많이 배우고 학문적으로 공부하는 것을 산사업算沙業이라고 폄하해서 말하기도 합니다. 모래사장에서 모래알을 헤아리는 것이 한도 끝도 없듯이 학문세계라는 것은 끝도 갓도 없이 분별 시비를 할 수밖에 없습니다. 그래서 비록 불교의 경이라 하더라도 석가모니 부처님께서 다 말씀하시지 않은 위경僞經도 많아서 그런 것을 볼 때에는 우리 마음이 망연해져서 어떻게 할 것인가, 도리어 혼란을 느낄 때가 있습니다.

 

특히 밀교 가운데 의궤儀軌같은 것은 더욱 그렇습니다. 이상야릇하게 우리의 소중한 삼학도三學道인 계율도 무시하고 방만한 대문이 다분히 있는데 후래인들은 그런 것을 무슨 도인들이 한 것처럼 생각하여 마음에 혼란을 느낍니다. 물론 그런 것 가운데는 머리 좋은 사람들이 경전의 명구문도 인용을 해 놓았기에 방편으로는 필요한 것이구나하고 느낄 수도 있는 것입니다. 따라서 그런 때는 준엄한 자성불 도리로 해서 간별을 해야 하는 것입니다.

 

우리가 지금 이와 같이 하는 것은 모래알을 헤아리는 것과 같은 산사업처럼 그런 번쇄한 것을 하기 위해서 하는 것은 아닙니다. 다만 마음을 쉬어야 할 것인데, 마음을 쉬려고 할 때는 우리 마음이 하나의 도리로 통일이 되어야 합니다. 이른바 타성일편打成一片이라, 모두를 하나의 통일 원리로써 마음의 섣부른 의단을 풀어 버려야지 그러지 않고서는 마음을 쉴 수가 없습니다.

 

벽암록碧巖錄에 휴거헐거休去歇去라는 말이 있습니다. 쉬고 또 쉬어라, 상대 유한적相對有限的인 분별 시비를 하지 말라는 것입니다. 이 말씀은 누구와 아무런 얘기도 하지 말라는 것이 아니라 말 한마디에나 어느 순간에도 부처님의 가르침인 진여법성眞如法性 자리에서 비추어서 하라는 것입니다.

 

저는 가끔 스피노자(Spinoza, Bartach 16321677)에 대한 말을 인용합니다. 그는 비록 가난한 철인으로 이층 하숙방에서 생명을 마쳤습니다만, ‘영원의 상에서 현실을 관찰하라, 그러면 그대 마음은 영원에 참여한다고 말하였습니다. 그의 철학에는 부처님 사상이 많이 스며 있는 것을 느낄 수가 있습니다. 우리 중생들의 소견을 산에 비유하면 산기슭에서나 중턱에서의 전망 같은 그런 하찮은 중생 경계에서 보니까 십인십색으로 가지가지의 번뇌에 묻어서 나오기 때문에 때 묻은 행위가 될 수밖에 없습니다. 그러나 영원의 상, 영원의 이미지image에서 보라는 말은 법의 정상에서, 본질에서 보라는 것입니다. 제법공諸法空의 자리, 진공묘유眞空妙有의 자리에서 보아야 바로 보이는 것이지 그렇지 않으면 바로 보일 수가 없습니다. 본질적인 관조觀照는 바로 우리 마음을 본질적으로 성숙케 하는 것입니다.

 

우리가 화두를 드는 것이나 염불하는 것이나 근본 의도가 어디에 있는가? 그것은 우리의 상대적인 개념지식, 헤아림을 떠나버린 본체를 여의지 않기 위해서 하는 것입니다. 따라서 말이나 행동 하나하나는 우주의 근본 도리, 법성 도리에 입각해서 하라는 말이나 같은 뜻입니다.

 

마땅히 우리는 상대적이고 개념적이며 유한적인 지식은 휴거헐거라, 쉬고 또 쉬어버려야 합니다. 지금 우리에게 진여법성眞如法性이 발현發現되지 못하는 것은 마음을 쉬지 못하기 때문입니다. 휴거헐거休去歇去, 그러면 철수개화鐵樹開花, 쇠로 된 나무에서 꽃이 핀다는 말입니다.

 

우리는 신비로운 것이나 부사의不思議한 소식을 보통은 눈에 안 보이는 것이라 무시 합니다마는 천지 우주 자체가 부사의 덩어리요 신비의 창고입니다. 따라서 우리가 정말로 마음을 쉬고 또 쉴 때는 자기도 모르게 자기한테 있는 초인적인 힘을 발휘하게 되는 것입니다. 우리는 지금 분별심으로 해서 초인적인 부처의 힘을 막고 있는 것입니다.

 

쉬고 쉬어라. 그러면은 쇠로 만든 나무에서 꽃이 피어난다.’ 마음 쉬는 지름길이 참선參禪입니다. 우리가 제 아무리 이것저것 많이 하더라도 결국은 마음을 쉬기 위해서 하는 것입니다 우리 출가사문은 모두가 선을 생명으로 하고 있습니다. 우리는 가부좌 위에서 생명을 바칠 사람들입니다.

 

'2.청화 큰스님 서적 > 5. 원통불법의 요체' 카테고리의 다른 글

원통불교의 요체(34)  (0) 2021.08.11
원통불법의 요체(31)  (0) 2021.07.21
원통불법의 요체(29)  (0) 2021.07.07
원통불법의 요체(28)  (0) 2021.06.30
원통불법의 요체(27)  (0) 2021.06.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