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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타행자의 편지

미타행자의 편지(2)

 

 

그 옛날 유신 군대시절 편지는 보통 내무반 불침번 보면서 한 통 쓰고 봉()하지 않고 소대 내무반 우편함에 넣어두면 중대본부에서 걷어가 중대장이 다 읽어보고 확인, 봉하고 군사우편 도장 찍어 발송하는 것인데 편지내용에 금기사항이 많다보니 쓸 말이 없는 것입니다.

 

어느 날 중대장님이 소대 내무반에 들어오시어서 야 너희 2소대는 어떻게 편지가 다 똑같나.” 하며 그런데 편지 원본은 한 상병 같다.” 하며 나를 지목하고 크게 웃으시는데, 내가 편지 써서 내무반 우편함에 넣어두면 소대원들이 알게 모르게 불침번 서면서 꺼내 다 읽어보고 베껴 쓴 것을 중대장님은 아는 것입니다.

 

군대시절 펜팔, 연애편지의 소대 교본이 미타행자의 편지의 원조이며 당시 중대장님이 미타행자의 편지최초 구독자입니다. 하 하 남들은 정신없이 뒹구는, 일 빵빵 알 보병 시절, 별을 보고 쓰고 달을 보고 쓰고 바람을 보고 쓰는 편지가 그 때부터 남달랐고 가방끈도 짧고 전직이 블루칼라라 책과 글하고는 인연이 먼 것 같은데 글도 쓰고 책도 내는 것 보면 제가 보아도 타고난 안목(眼目)은 있는 것 같습니다.

 

그 시절 33개월의 세월을 두툼한 대학노트 6권에 기록한 일기는 어느 날 내무반 침상에 앉자 한 눈에 사병들의 마음이 읽어지고 대중 속에 관찰자가 되어서 치밀하게 기록한 것인데 제대하고 말 그대로 힘든 시절 망실한 것이 지금도 아쉽습니다.

 

미타행자의 편지는 나의 하루일과, 한 철, 일 년 더 나아가 사바세계에 돌아온 66년의 세월을 되새기면서 일어난 마음을 글로써 표현한 것입니다. 보릿고개시절, 최전방에서 노동현장에서 꽃 농장에서, 초심 걸망하나 매고 살던 시절, 먼 길을 돌고 돌아 이 자리에서 도량 가꾸며 정진하는 삶에 보통사람들은 흘리는 사연(事緣)을 재해석하고 분석하여 수채화 그리듯 그려낸 것이기에 공감대를 형성하는 것 같습니다.

 

전 시주하는 것보다 저로 인하여 법연(法緣)을 맺었다는 분이 제일 반갑습니다. 법연으로 삶을 바꿀 수 있기에 그보다 더 큰 보시는 없습니다. 저의 소박한 글, “미타행자의 편지를 읽고 사바세계의 이치를 깨달았다면, 법연이 맺었다면 저 또한 영광입니다.

 

 

나무아미타불 관세음보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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