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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타행자의 편지/미타행자의 편지

무상無常(2)


 

올 해 들어 치과를 자주 갔습니다. 2월 찬물을 마시면 이가 시려 갔더니 충치라고 신경치료 받으라고 해서 다녔고 얼마 전에는 잇몸에 물집이 잡혀 갔더니 물집이 아니고 고름이라고 역시 신경치료 받으라고 해서 다녔습니다. 오른쪽 어금니 하나는 인플란트를 해야 하는데 연세가 내년부터는 건강보험으로 할 수 있으니 버티다 내년에 오시어서 하라고 합니다.

 

젊은 시절 척박한 야전에서 딩굴러도 병원이라고는 모르고 살았는데, 늙어감의 경고는 치아부터 시작하는 것입니다. 짐승들도 그렇다고 합니다. 밀림의 왕이라는 수사자도 세월이 가면 젊은 수사자에 밀려 무리에서 떠나 홀로 다니며 더 나아가 치아도 약해지어 사냥도 못하고 죽은 짐승고기를 먹고 살다가 그나마도 먹을 수 없게 되어 뼈만 남아 다니다가 하이에나에 먹히거나 아사(餓死)하는 과정을 유튜브로 본적이 있습니다.

 

인간의 지혜로 의료는 발달하여 생명이 연장 되였다고 하나 근본적인 늙고 죽는 큰 틀은 벗어나지 못하는 것이며, 대부분이 중생들이 사바세계에서 떡고물 주워 먹는 재미에 정신 줄을 놓고 지네다가 저승사자 방문에 놀라 못가겠다고 발버둥 치는 것 아닙니까? 저도 이제는 남 걱정 할 시간도 없고 갈 준비할 때가 왔습니다. 마치 최전방에서 상시 전투 배낭을 꾸려놓고 유사시 방카를 폭파, 자취도 없이 떠나듯이 서서히 한 생각 한 생각 접어나가며 정진 한 가지 붙잡고 있다가 떠날 때 뒷정리 깔끔하게 하고 가는 것입니다.

 

삶은 모든 것을 홀로서기 할 때 가치가 있고 산다는 것이지 병고에 시달리며 이웃에게 민폐가 된다면 삶에 의미는 없습니다. 좀 독특한 고집으로 한평생을 거의 손수 공양지어 먹으며 살았는데 손수 공양 지을 근력이 떨어지면 선정력(禪定力)으로는 못가더라도 단식이라도 해서 정리할 생각입니다.

 

홀로 왔다가 홀로 가는 길 죽음이 고()만은 아닙니다. 생명의 속성이 방랑자인데 미지의 세계로 여행하는 즐거움도 있습니다. 그 곳이 다시는 돌아오지 않는 세계가 될지 극락세계가 될지 지옥이 될지 모르지만 아무튼 즐거울 것 같습니다. 현 사바세계에서도 즐겁게 살았는데 어디 간들 즐겁지 않겠습니까?


                                                     나무아미타불 나무아미타불 나무아미타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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