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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타행자의 편지/미타행자의 편지

12월

 

 

해는 짧아 질대로 짧아지였고 겨울은 깊어갑니다.

제주도 날씨는 따뜻하다 해도 찬바람에 체감온도는 육지와 같습니다.

12월이면 그 옛날 영하 2~30도를 오르내리는 최전방, 흰 눈과 까마귀만 보이는 GOP에서 저녁 5시 좀 넘어 중무장하고 방카 투입하여 긴 긴 겨울밤을 새우고 어둠이 완전히 가신 7시 좀 넘어 숨죽이며 기다리던 대대장님의 무전 각 소대는 철수해라명령에 철수하는 힘든 고비를 넘긴 세월과 제대하여 화려한 꿈은 다 부서지고 12월 강바람 드센 서울 지하철 2호선 강변역 건설현장에서 일당 6천 원짜리 인생을 보낸 시절이 주마등 같이 흐르고 그 시절이 어제 같은데 4십년 전일이고 어제 일같이 기억도 또렷합니다.

 

긴 긴 밤에 영하(零下)의 날씨, 12월도 있고 화려한 꽃들이 만개하는 5월도 있듯이 인생에도 12월과 5월은 있는 것입니다. 무상(無常)은 부정(不定)만은 아닙니다. 무상하기에 시궁창에서 살아도 희망이 있는 것입니다. 2~30도 오르내리는 영하의 날씨 속에서 과연 봄이라는 것이 있을까? 의문은 해가 조금씩 길어지고 해의 길이에 따라 근무시간도 줄어들고 3월 어느 날 비 한 번에 거짓말 같이 날씨는 풀어지고 개나리꽃과 함께 GOP에서 철수하였습니다.

 

제대 후 꿈은 부셔지고 허름한 세멘부대 종이로 도배한 함바에서 먹고 자면서 일당 6천 원짜리 노가다 인생을 마음으로 많이 울었던 하는 시절도 겨울을 넘기고 세월이 가니 풀어지어 좀 더 나은 삶을 가꾸게 된 것입니다.

 

겨울, 어려운 시기를 넘기는 노하우는 하심(下心) 밖에 없습니다. 인생의 겨울을 만나면 대부분 본능적으로 하심하며 건방지게 산 세월을 후회, 참회하지만 고비를 넘겨 어려운 시절에 익힌 하심을 풀렸을 때 까지 잘 유지하는 것이 성공의 비결인데 어려운 시기를 잘 넘기고도 풀렸을 때 잊어버려 고통이 반복이 되는 것입니다. 절집 말로 역경계보다 순 경계를 조심하라는 말입니다.

 

자신을 낮추고 상대를 높이는 하심(下心)은 선업(善業)이자 수행의 요체입니다.

바람이 불면 부는 데로 비가 오면 비가 오는 데로 화장한 날은 화창한데로 묵묵히 하심(下心)을 익히는 것이 정진이며 수행입니다.

 

겨울, 하심(下心) 익히기 좋은 계절입니다.

 

                                                                                 나무아미타불 관세음보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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