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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타행자의 편지/미타행자의 편지

제사

 

 

애월 고내봉 토굴에서 정진하며 보내던 시절입니다. 한 날 저녁에 속가 형님에게 전화가 왔습니다. 내용은 당신께서 수술을 하게 되었는데 어머니 제삿날하고 겹치게 되어 이번 한 번만 어머니 제사를 지네 달라고 해서 날짜를 보니 내일 모레입니다.

 

대답을 하고 다음날 아침 노보살님(전 자성원 공양주보살님)에게 전화를 걸어 보살님 내일 간단한 기제사를 모셔야 하는데 좀 도와주세요.” “사시기도 끝나고 모시러 가겠습니다.” 하고 오후 차()를 가지고 당신 사시는 아파트에 갔는데 차 문을 열고 타시자마자 하시는 말씀이 스님 어머니 제사입니까?”

 

어떻게 아세요하니 하시는 말씀이 당신께서 새벽꿈에 머리에 수건 쓰고 허름한 한복을 입은 노인이 오시여서 함께 시장에 가는데 가는 도중에 작은 절이 있었다고 합니다. 노보살님은 꿈에서도 절을 보고 참배하려 들어가는데 머리에 수건 쓴 노인이 하시는 말씀이 우리 아들도 스님이에요하더랍니다.

 

그 소리에 놀라 깨어서 시계를 보니 3시 그 시간 이후부터는 잠이 깨어서 뒤척거리며 내가 아는 노인 가운데 수건 쓰고 다니는 노인이 없는데내 주변에 아들이 스님인 할머니가 없는데 생각 생각하다가 아침 제 전화를 받고 감이 잡혀 제가 가니 바로 물어보시는 것입니다.

 

전 어머니 생각만 해도 눈물이 납니다. 생존해 계신다면 백수(白壽)가 넘었지만 우리 어머니세대는 일제시대와 6.25 전쟁을 겪고 온 나라가 풀뿌리로 연명하던 시절 아닙니까. 어머니와 인연은 13년뿐이지만 늘 허름한 한복에 머리에는 수건을 쓰시고 자식들 배 채우기 위해서 다라장사 보따리장사 하시며 고생하시다 가시였는데 당신의 현몽하는 모습도 그대로입니다.

 

세계에서 조상 제사 지네는 나라는 우리나라 밖에 없다고 합니다. 우리 옛 조상님들이 영혼이 맑고 지혜가 밝아 형성된 문화입니다. 절집도 그렇고 우리의 전통문화를 잘 지키고 전해야 하는데 제사문화도 우리세대까지만 같습니다.

 

나무아미타불 관세음보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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