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4. 청화 큰스님 법문집/12. 진리의 길

제 3편 게송음미(8)


 

교범바제(憍梵波提)의 수설게(水說偈)

 

 

* 교범바제, 이 분은 부처님 당시 사리불 존자의 제자입니다. 부처님 당시 부처님계시는 곳에서 살지 않고, 천상에 올라가서 사는 제자들이 있었는데, 한 분이 교범바제고, 또 한 분은 빈두로(賓頭盧) 존자입니다. 빈두로 존자는 우리가 독성님 또는 나반존자라고 하는 분입니다. 여러 가지 인연도 있습니다만, 교범바제는 과거세에 죄를 많이 짓고서, 오백세 동안 소[牛]의 과보를 받았습니다. 그래서 금생에 인간으로 태어나서는, 소처럼 한번 먹은 것을 다시 되씹는 버릇이 있었는데, 아라한을 성취한 뒤에도 반추하는 소의 습성을 못 떼니까, 사람들이 흉도 내고 빈정거리기도 하는 것이었습니다.

 

그러나 아라한을 비방하면 결국 구업죄를 짓지요, 그래서 부처님이 일반 중생들을 연민하는 마음으로 구업죄를 짓지 않게 하기 위해서, 교범바제에게 도리천에 가서 중생을 제도하라고 분부하셨던 것입니다.

 

그래서 교범바제가 도리천에 가서 지내는데, 부처님께서 열반에 드신 뒤 칠엽굴(七葉窟)에서 부처님 법문을 결집할 때 모든 아라한들을 다 소집하면서, 마하가섭이 도리천에 사자를 보내면서 교범바제한테도 참여하라고 했습니다. 교범바제는 사자로 온 비구에게, 부처님께서도 이미 열반 드셨고 은사 되는 사리불도 가셨다는 말을 듣고는, 아라한이지만 도저히 그 슬픔을 감당키 어려웠습니다. 상에 걸리지는 않았겠지만, 역시 마음으로 가까운 분을 이별하는 것은 슬픈 일이겠지요.

 

그래서 나는 도저히 슬픔 때문에 결집에 참여를 할 수 없다면서, 신통으로 허공에 솟아올라 화광삼매에 들어서 자기 몸을 태워가지고, 다시 수광삼매로 물이 되어, 흐르는 물로 마하가섭한테 이르러, 물 가운데서 마지막 하직하는 게송을 읊었기에 수설게라고 합니다. 역시 공부가 성취되고, 하나도 때 묻지 않은 분들의 게송들이라, 간단하지마는 우리의 심금을 울리고 마음을 정화하는 것입니다.

 

* 교범바제는 머리를 조아리고 절 올립니다.

성중 가운데 어른이신 대덕 존자이시여,

부처님의 열반 듣고 저도 또한 따르오리.

어른 코끼리 앞서면 어린새끼 뒤따르듯.

 

憍梵波提稽頭禮

妙衆第一大德僧

聞佛滅度我隨去

如大象去象子隨

-阿含經 ·智度論-

 

 

* 교범바제는 뜻으로 풀이하면 우작(牛爵)[또는 우적(牛蹟)우가(牛呵)] 비구라고 합니다. 교범바제는 머리를 조아려서 절을 합니다. 마하가섭은 성중 가운데 어른이므로, 마하가섭 대덕 스님한테 제가 머리를 조아려서 예배를 드립니다. 부처님께서 열반에 드셨으니, 저도 역시 따라가야 할 것이 아닙니까?

 

마치 어른 코끼리가 앞서 가면 어린 코끼리가 따라가듯이, 저도 역시 부처님과 은사님을 따라가야 하지 않겠습니까? 이렇게 애절하게 읊었습니다. 이 게송을 볼 때는 꼭 코끼리가 뚜벅뚜벅 걸어가면서 새끼들이 따라가는 것이 연상됨과 동시에, 그런 도인들도 역시 법의 은혜와 스승에 대한 생각을 하면 도저히 슬픔을 감당할 수 없었겠지요.

아함경(阿含經)이나 지도론(智度論)에 나와 있는 게송입니다.




'4. 청화 큰스님 법문집 > 12. 진리의 길' 카테고리의 다른 글

제 3편 게송음미(10)  (0) 2016.08.01
제 3편 게송음미(9)  (0) 2016.07.25
제 3편 게송음미(7)  (0) 2016.07.11
제 3편 게송음미(6)  (0) 2016.07.04
제 3편 게송음미(5)  (0) 2016.06.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