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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청화 큰스님 법문집/12. 진리의 길

진리의길. 15(1)

 

아미타불 화두를

 

* 사천왕四天王을 조성해서 회향 법회를 원만히 마쳤습니다. 조성한 목아木芽 선생의 솜씨가 아주 훌륭합니다. 그래서 비록 성륜사가 절은 작아도, 사천왕만큼은 한국 어느 큰 절에 비해 손색이 없을 정도로 훌륭한 걸작이 되었습니다. 잘 모르는 분들은 모두 다 일합상一合相으로 관찰해서 “나무아미타불”하면 됐지, 사천왕을 모실 필요가 있을까? 이렇게 생각하실 분도 계실 것입니다. 이런 점에 대해서 우리가 회의심을 가지면 공부에 도움이 안되기 때문에, 제가 풀어서 말씀드리겠습니다.

 

* 우리 중생들이 보는 시각이라는 것은 제한되어 있습니다. 우리가 볼 수 있는 현상계, 즉 형이하학적인 세계, 물질세계는 볼 수도 있고 말할 수도 있지마는, 형이상학적인, 물질을 초월한 세계는 알 수가 없습니다. 가령 원자 구조 이론原子構造理論은 원자핵을 중심으로 전자가 빙빙 돌고 있는 것이지만, 우리 눈에 안 보이니까 전자 현미경으로 가까스로 감별하는 것이지, 보이지 않습니다.

 

* 우리 중생 시야에 들어오는 대상은, 극히 우리 중생의 업장에 제한된, 업에 여과되어서 나오는 정도를 보기 때문에, 있는 사실대로 보는 것이 아닙니다. 그래서 사천왕도 역시 얼핏 생각할 때는 그렇게 생각이 될 것입니다. 무슨 필요가 있겠느냐 하실 분도 있으실 것입니다.

 

* 사천왕은 어떠한 존재인가? 사천왕은 우리 주변의 동ㆍ서ㆍ남ㆍ북을 지키는 하나의 천상적인 존재입니다. 그러기에 불교가 눈에 보이는 세계만 가지고 얘기하면 아주 간단하겠습니다마는, 눈에 안 보이는 세계가 너무 많습니다.

 

* 부처님의 청정 불안淸淨佛眼으로 본다면, 우주를 모두 다 빠짐없이 볼 수 있습니다. 또 부처님 차원까지 미처 못 가고 천상적인 존재만 되어도, 훨씬 우리 인간보다 더 잘 보입니다. 또 보살 지위만 되어도 더 잘 볼 수 있습니다. 하여튼 조금도 흠절 없고 부족 없이 우주의 모든 것을 명확히 볼 수 있는 것은, 청정 불안에 한해서만 볼 수가 있습니다.

 

* 우리 중생이 생사 내왕하는 세계가 욕계 색계 무색계입니다. 욕심을 주로 하는 욕계가 있고, 욕심을 떠나 버린 색계가 있고, 또는 욕심도 모든 물질적 용망도 떠나 버린, 이른바 정신만 있는 무색계가 있습니다. 이 삼계를 우리 중생들은 자기 업장 따라서 윤회합니다. 그런데 욕계 내에도 천상이 여러 가지 있습니다. 육욕천六欲天이라는 그 천상만 해도 여섯 층계의 하늘이 있습니다. 맨 처음의 낮은 단계가 오늘 우리가 모시는 사천왕입니다.

 

* 사천왕은 동쪽에 지국천持國天, 남쪽에 증장천增長天, 서쪽에 광목천廣目天, 북쪽에 다문천多聞天, 이렇게 네 개의 천상이 있습니다. 그래서 사왕천은 동ㆍ서ㆍ남ㆍ북 사방을 지키는 천상입니다.

 

* 수미산의 사방을 지키는 세계인 사주四洲가 있습니다. 사주는 천상이 아니라, 우리 지구같이 지성적地性的인 땅, 지성을 못 떠나는 세계가 사주입니다. 우리가 사는 지구나 이런 데는 남섬부주南贍部洲이고, 그리고 동쪽 승신주勝身洲, 여기는 우리 지구보다 업장이 가벼운 중생이 사는 세계입니다. 서쪽은 우화주牛貨洲인데, 지구보다 훨씬 맑은 존재가 있습니다. 그리고 북쪽은 구로주瞿盧洲라는 곳이 있습니다. 이 지구 가운데서 한국은 그야말로 조그마한 존재 밖에 안됩니다.

 

* 사대주 중에서도 우리 지구 덩어리가 제일 작습니다. 업장도 제일 무거운 곳입니다. 그러니까 우리가 조심 조심하면서 살아야 됩니다. 그렇지 않으면 죽어서도 다시 지구에 인도 환생합니다.

 

* 우리 생명은 죽을래야 죽을 수가 없습니다. 불생 불멸이라, 무시 이래로 우리 생명은 절대로 죽음이 없습니다. 생명 자체는 물질이 아니기 때문에, 형이상학적인 존재이기 때문에, 죽음이 없습니다. 그러기에 금생에 생을 그만두면, 태어나기 싫어도 할 수가 없습니다. 자기가 지은 대로, 잘못 살면 지옥도 갈 수밖에 없는 존재입니다. 그래서 그런 도리를 안다면, 사실 함부로 살 수가 없습니다. 우리가 사는 대로 가니까 말입니다. 우리가 욕 한 마디 하면 욕 한 마디 한 것, 남 미워하면 미워한 그대로 업으로 남습니다.

 

* 업業이란 따지고 보면 굉장히 지겹습니다마는, 한편으로 생각하면 고마운 존재입니다. 왜냐하면, 우리가 나쁜 업을 지으면 그것에 상응 되어서 나쁜 곳에 태어나지마는, 좋은 업을 지으면 또 좋게 태어납니다. 지금까지는 가난하고 불행하더라도, 당장 마음을 바로 먹고 바르게 행동한다면, 우리 업이 그냥 바뀌어집니다. 얼마나 좋은 일입니까? 도인도 될 수 있는 것이지요.

 

* 인간 존재라는 것은 항시 비약할 수 있습니다. 초월할 수 있는 가능성이 있습니다. 우리가 잘못 살았다고 생각할 때는, 그때 그때 잘못 산 우리 마음을 혁신시켜야 합니다. 마음을 혁신시키는 가장 훌륭한 작업이 신앙 아니겠습니까? 가령 나무아미타불 관세음보살 염불을 하고, 또 화두를 의심할 때는 화두하고, 이런 것은 모두 우리 정신을 비약시키는 가장 좋은 지름길입니다.

 

* 욕계도 여섯 천상이 있어서, 사왕천 그 다음에는 도리천忉利天이 있습니다. 부처님을 낳으신 어머니 마야부인도 맨 처음 돌아가시고는 바로 극락세계에 못 갔습니다. 인간으로 해서 지은 바가 그렇게 많기 때문에, 극락세계에 비약을 못했습니다. 왜냐하면, 부처님인 아들한테 대한 간절한 애착 때문이었습니다. 설사 업장이 가볍다 하더라도, 애착을 많이 품으면 분명히 못 갑니다. 자기 재산에 대해서나 자기 처에 대해서나, 누구를 그리워한다든가 또는 미워한다면, 분명히 못 갑니다.

 

* 영혼 천도도 그 내용은 집착을 다 풀어 버리라는 것입니다. 미움이나 사랑이나 모든 것을 풀어 버리고, 아무런 미련 없이 빨리 벗어나고 도약해서 영생의 극락세계로 가라는 그런 법문입니다. 그래서 부처님 어머니 같은 대성자를 낳으신 분도 아들에 대한 애착, 아들을 미처 키워 보지도 못하고 이렛 만에 돌아가시는 간절한 그 마음으로 인하여, 도리천 밖에 못 가셨습니다.

 

* 부처님께서 공부하시고 교화하실 때, 한 여름 동안에는 삼개월 동안 오로지 도리천에 올라가셔서, 어머니를 비롯해서 도리천 천상 교화를 시키셨습니다. 부처님도 그렇게 효성이 지극한 분입니다. 부처님이 열반에 드실 때에도, 도리천 어머니께서 염려가 되어서 천상 사람들을 거느리고 부처님 곽槨 주변에 와서 눈물을 흘리고 계셨습니다. 그래서 부처님께서 그 관 가운데서 벌떡 일어나셔서, “어머니시여, 모두는 다 무상한 것입니다. 생이 있는 것은 반드시 죽어야 되고, 만나면 반드시 헤어져야 하는 것이니, 마음을 거두셔서 평정한 마음으로 극락세계에 왕생하소서” 하고 간절히 말씀드리니까, 도리천에 다시 올라가셨습니다.

 

* 도리천 다음에 야마천夜摩天입니다. 야마천은 염라대왕이 있는 세계가 야마천입니다. 사왕천, 도리천, 야마천은 같은 천상이지만, 지구같은 오염된 영역을 미처 못 벗어났습니다. 그래서 지거천地居天이라 합니다. 그리고 같은 욕계 천상도 도솔천兜率天 또는 화락천化樂天 또는 타화자재천他化自在天은 땅덩어리의 오염된 기운을 벗어나서, 지금 말로 하면 성층권 밖이 되겠지요. 즉 성층권成層圈 밖의 공기가 오염이 안된 그런 천상이 공거천空居天입니다. 아까 말한 지거천하고 합해서 육욕천六欲天입니다. 여섯 하늘입니다.

 

* 여섯 하늘은 어떻게 해서 욕계천이라고 하는가? 이것은 남녀 이성간의 음탕한 욕심, 음식에 대한 욕심, 또는 잠 욕심, 이런 욕심을 온전히 다 뿌리뽑지 못했기 때문에 그렇습니다. 우리가 상당히 공부했다고 하더라도, 뿌리를 못 뽑으면 욕계의 영역을 벗어날 수가 없습니다.

 

* 우리가 정진을 통해 인간의 기본적인 욕심을 떠나면, 비로소 욕계를 벗어나서 색계에 태어납니다. 색계라는 것은 비록 물질세계를 못 떠났지만, 보통 물질세계가 아니라 이른바 광명으로 빛나고 있습니다. 물론 이 광명은 순수 광명은 못됩니다. 광명으로 빛나고 있지마는, 물질적인 욕망은 완전히 못 떠난 것이 색계이기 때문입니다.

 

* 순수한 정신만 가지고 느끼는, 색계를 벗어난 무색계가 있습니다. 무색계는 아예 물질적인 것은 없습니다. 욕심도 없고 진심嗔心도 떠나고, 순수한 정신만 존재합니다. 그러나 정신만 존재하지, 무명심無明心의 범위는 못 떠나 있습니다.

 

* 무명심은 무엇인가 하면, 내가 있고 네가 있단 말입니다. 이것이다 저것이다 하는 존재에 대한 분별심을 내는 것입니다. 그런 것을 못 떠나기 때문에, 미처 무색계도 못 떠납니다. 그래서 욕계 색계 무색계를 온전히 떠나야, 이른바 윤회를 벗어납니다.

 

* 우리 중생은 업을 지으면 지은 대로, 이른바 업의, 카르마의 굴레를 벗어나지 못합니다. 공부를 좀 했다고 하더라도, 아는 것은 많이 있다고 하더라도, 아는 것 그것으로는 윤회를 벗어날 수가 없습니다. 우리가 실험적 증명을 해야 업을 벗어납니다.

 

* 우리 중생이 생사 내왕하는 욕계 색계 무색계를 나누어 보면, 이십팔천二十八天이 됩니다. 그래서 우리가 이십팔천을 다 뛰어넘어야 할 것인데, 하나씩 하나씩 사천왕에 있다가 가까스로 한자리씩 도리천에 올라가고, 또 올라가고 그러다가는 한도 끝도 없습니다. 여기에서 부처님이나 성인들의 가르침이 한없이 고마운 것입니다. 부처님의 가르침이나 성인들의 가르침은 우리를 초월케 하고 도약을 시킵니다.

 

* 우리 중생들이 생사 내왕하는 열 가지 경계가 있습니다. 열 가지 경계 가운데 제일 밑인 지옥ㆍ아귀, 아귀는 죽어서 가는 나쁜 귀신들이란 뜻입니다. 아귀 다음에 축생ㆍ수라, 수라는 업장이 무거워서 싸움만 좋아합니다. 그러니까 우리 인간만도 못하지요. 다섯 번째가 우리 인간 세계입니다. 열 가지 경계 가운데서 우리 중생이 다섯 번째입니다. 지옥ㆍ아귀ㆍ축생ㆍ수라ㆍ인간이니까, 우리도 무던히 좋은 일을 많이 해서 인간이 되었습니다. 이렇게 오계를 지키고 하품십선下品十善을 지키면 인간으로 태어납니다.

 

* 중품中品의 십선을 지키고 선정禪定을 닦아서 마음을 가지런하게, 마음을 고요하게 닦는 공부를 하면, 욕계 천상에 태어납니다. 그래서 중품ㆍ상품까지 올라가서 우리가 착한 일을 많이 하면, 깊은 선정에 듭니다.

 

* 삼매는 선정이라고도 하는데, 우리 마음이 바른 정심正心에 입각해서 흐트러지지 않는 상태를 의미합니다. 우리들은 참선을 하고 염불을 해도 금방 산란스럽게 되지마는, 참답게 삼매를 성취할 때는 마음에 동요가 없습니다. 삼매에 들어 마음에 동요가 없어야 마음을 비로소 깨닫는 것입니다. 따라서 삼매에 못 들면 절대로 깨달을 수가 없습니다. 어떤 경로를 밟든지 간에 삼매에 들어가셔야 합니다. 그래서 우리 마음이 고요해서 심일경성心一境性이 명경지수明鏡止水가 되어야 합니다. 마음이 밝은 거울이나 고요한 바닷물 같이 되어야 삼매에 들어가는 것입니다.

 

* 삼매에 들어야 우리 마음의 바탕이 보입니다. 항시 말씀드리지마는, 우리 마음은 본래로 자성이고 불성이고 본래면목입니다. 그러나 지금 현재의 우리 마음은 완전한 마음이 못 됩니다. 참마음이 못 되어 있고, 지금 이 마음은 겉에 뜬 마음입니다.

 

* 우리 마음의 그 근본자리, 본래 근원적인 마음은 바로 부처입니다. 불성입니다. 자성이란 말입니다. 우리 마음의 본래면목은 바로 자성이요, 불성이요, 생명입니다. 따라서 우리가 불성이나 자성 자리에 못 가면 윤회를 거듭합니다. 그러기에 지옥이나 축생이나 아수라나 인간이나 이런 존재가 되는 것은, 우리 마음이 본래 마음 그 바닥까지 사무치지 못하고, 다 못 들어간 것을 의미합니다. 불성이란 것은 한계가 있는 것이 아닙니다. 광대무변하여 끝도 가도 없는 것이 마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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