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과(因果)는 원인(原因)과 결과(結果)를 말한다. 온갖 만유로서 이루어지고 머무르고 무너지고 없어지는 미오(迷悟)의 세계의 모양들은 인과 관계로 이루어지지 않은 것이 없다 착한 원인이 있으면 착한 결과가 있고, 악한 원인이 있으면 악한 결과가 있다. 콩을 심으면 콩이 나고, 팥을 심으면 팥이 난다. 착한 원인이 없는데 착한 결과가 있을 수 없고, 악한 원인이 없는데 악한 결과가 있을 수 없다. 콩을 심었는데 팥이 날 이유가 없고, 팥을 심었는데 콩이 날 이유가 없다. 착한 원인에는 착한 결과가, 악한 원인에는 악한 결과가 상응하게 나타나 조금도 착오가 없는 것을 인과응보(因果應報)라고 한다.
그리고 현세에 지은 원인을 당장 금생에 그 과보를 받는 것[順現報]도 있고, 현세에 지은 원인을 그 다음 생에, 즉 바로 그 뒤에 오는 세상에 과보를 받는 것[順生報]도 있으며, 현세에 지은 원인을 제3생(生)이후에 과보를 받는 것[順後報]도 있어서 반드시 원인이 있으면 반드시 그 결과가 잇다는 것이 철칙이다. 이것이 인과법칙이다. 이 인과는 부정 할 수 없는 것이어서 꼭 믿어야 한다.
신라시대의 일이다. 강원도 철원 땅 보개산 기슭에 먹음직스런 배가 가지가 휘도록 주렁주렁 열린 큰 배나무 한 그루가 있었다.
나무에 앉아 있던 까마귀 한 마리가 막 날려고 하면서 나래를 쭉 펴며 바람을 일으키는 통에 배 한 개가 떨어져 그 밑에서 낮잠을 즐기고 있던 한 독사의 머리로 툭 떨어졌다. 느닷없이 날벼락을 맞은 뱀은 화가 날대로 나서 머리를 하늘로 쑥 뽑아 까마귀를 향해 마구 독기를 뿜어댔다. 까마귀는 더 이상 날지 못하고 땅에 떨어지면서 죽었고, 뱀도 너무 세게 맞은 데다 독을 다 뿜어 버려서 죽고 말았다.
뱀은 죽어서 우직한 멧돼지가 되었고, 까마귀는 암꿩으로 변했다. 그들은 다시 나서까지도 원한이 풀리지 않아 원수가 되었다.
멧돼지는 먹이를 찾아 이 산 저 산을 헤매고 다니다가 마침 알을 품고 있는 암꿩의 모습이 눈에 들어왔으므로 ‘음, 저 놈을 죽여야겠구나,’하고, 살며시 산등성이로 올라가 발밑에 있는 큰 돌을 힘껏 굴렸다. 암꿩은 미처 피할 겨를도 없이 그 자리에서 그만 죽었다.
이때 사냥꾼이 그 곳을 지나다 곧 죽은 꿩을 발견하고 기뻐하면서 주워 집으로 돌아가 그날 저녁에 내외는 꿩을 잡아 실컷 먹었다. 그런데 이상한 일이 새겼다. 이제까지 태기가 없던 사냥꾼의 아내에게 태기가 있어 그로부터 열 달 후에 아들을 낳았다. 부부는 정성을 다하여 키웠고 아들은 씩씩한 소년이 되어 아버지를 따라 다니며 활쏘기를 익혔다. 사냥꾼은 아들이 훌륭한 사냥꾼이 되기를 바랐다. 그런데 왠지 모르게 꿩을 만나면 통 쏘려하지 않으면서 멧돼지만 잡고 싶어 하였다.
“너는 왜 멧돼지를 원수처럼 여기는 줄 모르겠구나. 아직 멧돼지 잡기엔 어리다.”
사냥꾼은 아들의 기개가 신통하다고 여기면서도 넌지시 일렀다. 그러나 아들은 장성할수록 더욱 멧돼지를 증오했다.
세월이 흘러 사냥꾼은 사냥도구를 아들에게 물려주고 세상을 떠났다. 청년기를 지나 중년에 이른 아들은 아버지의 뒤를 이어 여전히 사냥을 계속했다. 어느 날 보개산으로 사냥을 나간 아들은 그날따라 일찍이 볼 수 없었던 멧돼지를 발견했다. 우람할 뿐 아니라 온몸에서 금빛이 환히 빛나고 있었다.
‘이상한 놈이구나. 저 놈을 당장 잡아야지.’
그는 힘껏 시위를 당겼다. 화살은 적중했다. 그러나 그 금빛 멧돼지는 피를 흘리면서도 환희봉을 향해 달려가는 것이었다. 그는 멧돼지가 숨어있을 만한 곳까지 단숨에 쫓아갔다. 그러나 금빛 멧돼지는 간 곳이 없고, 멧돼지가 숨어있을 만한 자리에서 지장보살 석상이 샘 속에 몸을 담그고 머리만을 밖으로 내밀고 있었다. 그런데 자기가 쏜 화살이 지장보살의 어깨에 꽂혀있었다. 그 묘한 광경에 머리만 갸우뚱하며 이상하게 여길 뿐이었다.
까마귀와 뱀의 인과가 반복되는 것을 막기 위해 부처님께서 멧돼지로 화신하시어 화살을 맞은 까닭을 알리가 없었다. 그가 물속에 잠긴 석상을 아무리 꺼내려 해도 움직이지도 않았다. 날이 어두워지자 그는 집으로 돌아왔다. 다음날 그 자리를 다시 찾아갔다. ‘이것이 어찌된 일인가?’ 샘 속에 잠겼던 석상이 어느 새 물 밖으로 나와 미소를 짓고 있었다. 그는 그제야 무릎을 치면서 석불 앞에 합장했다.
“부처님이시여, 어리석은 중생을 제도하기 위해 보이신 뜻을 받들어 곧 출가하여 도(道)를 닦겠나이다.”
그는 곧 출가하여 3백여 명을 동원하여 절을 짓고 석불을 모셨으며, 그는 숲속에 돌을 쌓고 그 위에 앉아 정진 수행하여 높은 도력을 얻었다.
지금도 강원도 철원 보개산에 신라시대 성덕왕19년(720) 사냥꾼 이순석(李順碩)이 지었다는 절 석대암(石臺庵)이 있다. 이 절의 주불 지장보살은 석 자쯤의 키에 왼손에는 구슬을 들고 있으며 왼쪽 어깨에는 사냥꾼의 화살이 박혔던 자리라고 하는 한 치 가량의 금이 뚜렷이 남아있다.
중국의 천태지자 대사도 사냥꾼을 제도한 일이 있는데, 그 내용도 이와 비슷하다. 스님이 그때 지었던 게송이다.
까마귀 날자 배가 떨어져 뱀의 머리를 박살내 버렸다.
뱀은 죽어서 돼지가 되어 뒤에서 돌을 굴러 꿩을 치었다.
꿩은 죽어서 포수가 되어 돼지를 쏘아 죽이려 할 적에
대사가 그 인연을 말해주어 맺힌 원한을 풀어주었네.
烏飛梨落破蛇頭 蛇變猪爲轉石雉
雉作獵人慾射猪 大師爲彼解怨結
'염불수행자료 > 남호 송성수님의 100일 염불수행' 카테고리의 다른 글
38일 마명보살 (0) | 2013.10.17 |
---|---|
37일 임종(臨終) (0) | 2013.10.10 |
35일 윤회(輪廻) (0) | 2013.09.26 |
34일 인생은 꿈과 같다. (0) | 2013.09.18 |
33일 업(業) (0) | 2013.09.12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