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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타행자의 편지/자유게시판

[스크랩] 무엇을 먹느냐가 지구에 미치는 영향

이 글을 인터넷 웹사이트에 게재하도록 허락해주신 <미주현대불교> 잡지사에 감사드립니다.

 

채식 그리고 지속가능한 성장

 

셋째 마당: 무얼 먹느냐가 지구에 미치는 영향

 

이 연재의 첫째 마당을 통해 우리는 자기 건강을 위해 채식이 좋음을 살펴보았다. 두 번째 연재를 통해서는, 붓다와 피타고라스로부터 레오나르도 다빈치와 리처드 기어에 이르기까지 채식을 주창하고 실천해왔던 채식인들 가운데 초점이 되는 분들의 채식에 대한 사상과 관점을 살펴보았다. 이번 셋째 마당에서는 우리가 무엇을 먹느냐가 지구 생태계, 곧 지구 전체 환경에 어떠한 영향을 미치는지를 살펴본다. 인간과 자연에 유익하고 건강한 영향을 미치는 식사법을 택하는 것이, 합리적이고 윤리적 삶을 살려는 불자들의 바른 자세일 것이다. 바야흐로 일국적 차원을 넘어 전세계적 차원에서 지속가능한 성장을 추구하고 노력하는 시대에 접어들었다. 바른 식사법으로 전지구적 차원의 지속가능한 성장을 위해 함께 힘을 보태야 할 때다.

 

1. 대규모 축산업으로 인한 물부족과 수질오염

 

광범위한 육식을 가능케 하는 조건은 대규모 축산업이다. 가뭄과 과잉경작 말고도 과잉목축도 오늘날 지구상 담수 보존을 위협하고 있다. 미국인들은 서부의 물부족을 인식하고 있기는 하지만, 소와 다른 가축들이 지하 수면을 줄이는 요인임을 제대로 모른다. 현재 미국에서 소비되는 용수의 절반가량은 소와 그밖의 가축을 위한 사료 재배에 사용된다. 식품 경제학자 프랜시스 무어 라페(Frances Moor Lappe)“10파운드 스테이크 생산에 드는 용수는 한 가족이 1년 내내 사용하는 물과 맞먹는다고 말한다. <뉴스위크>“1000파운드(450킬로그램)짜리 황소에 들어가는 물이면 구축함을 띄울 수 있다고 밝혔다. 오늘날 북아메리카에서 활용 가능한 상당량의 담수가 소 사육을 위한 사료 재배에 사용된다. 결과적으로 중서부와 대평원에 위치한 주들의 지하 수면이 급격히 낮아지고 있다. 서부 도시들과 교외에서 잔디 물주기와 세차금지 조치가 소를 비롯한 가축들의 사료 재배를 위한 용수 공급 때문임을 아는 소비자는 거의 없다.

미국에서는 거대한 자연 저수지 하나(사우스다코다 주에서 8개 주를 가로질러 텍사스 주까지 뻗은 오갈랄라 대수층)가 전체 관개 수로망의 물을 65%정도나 공급한다. 그런데 이 오갈랄라 대수층 수면이 최근 들어 급격히 내려가고 있다. 텍사스 북부 지역에서는 1990년대 초반까지 대수층의 4분의 1가량이 완전히 고갈되고 말았다. 사실, 육우 축산이란 미국의 일부와 몇몇 나라들에서 제한적이고 귀중한 수자원을 낭비하는 일이다. 소고기를 생산하는 과정에서 환경에 주어지는 부담으로, 특히 소중하고 회복 불가능한 물이 소진된다면 우리는 주의를 기울이지 않을 수 없다. 대수층의 물이 고이는 속도보다 빠르게 퍼올려지고 있다면 이는 특히 심각한 문제가 아닐 수 없다. 강물에서 인위적으로 퍼올려져 관개 시스템을 통해 축산 용수로 쓰이는 경우도 마찬가지다. 그 물이 사람이 먹을 곡식을 기르는 데 쓰였더라면? 도시의 식수로 쓰였더라면? 그냥 강물로 남아 습지를 풍요롭게 만들고 야생동물과 새들의 보금자리를 꾸미는 데 쓰였더라면? 그렇게 사용되는 게 훨씬 더 좋았을 것이다.

축산업은 수자원 고갈뿐 아니라 수질오염의 근원이기도 하다. 2000년을 기준으로 한국에서 사육되는 소의 수는 210만 마리다. 이 소들의 배설물은 남한 인구 전체의 배설물에 해당한다고 한다. 어디 소뿐인가. 12백만 마리 닭이 만들어내는 배설물은 1주일에 15천 톤, 1년이면 787만톤이나 된다. 800만 마리 돼지는 매주 36만톤, 매년 1300만톤의 똥오줌을 배출한다. 한국의 500대 공장에서 1년간 유출되는 유해물질이 3만톤임을 감안할 때 축산 폐수의 심각성은 혀를 내두를 일임에 분명하다. 게다가 가축 배설물과 축산 폐수의 완전한 처리는 거의 불가능하다는 점까지 고려하면 문제는 더욱 심각해진다. 또한 구제역으로 인해 올해 초 한국에 대량으로 매장되었던 돼지 등 가축으로 인한 수질오염 문제가 이미 심심찮게 한국의 뉴스란에 오르내리고 있음을 우리는 이미 목격하고 있다.

미국의 경우, 소만 놓고 보아도 해마다 10억톤의 유기 노폐물을 배출한다. 이 노폐물은 대부분 지하수와 지표수로 스며들어 전국 곳곳의 우물, , 개울, 호수들을 오염시킨다. 식품 지리학자 조지 보그스트롬(George Borgstrom)에 따르면, 소와 그밖의 가축들이 미국에서 배출되는 모든 산업폐기물의 두 배에 달하는 양의 배설물을 쏟아낸다고 추산한다. 미국에서 평균적으로 비육장 소 한 마리는 하루에 21.3킬로그램의 분뇨를 배출한다. 따라서, 1만 마리 비육장에서 배출되는 유기 노폐물은 11만 인구의 도시에서 발생하는 쓰레기 양과 맞먹는다. 한편, 소의 노폐물에 포함된 질소는 암모니아와 질산염으로 변화된 다음 지하수와 지표수로 스며들어 우물, , 개울을 더럽히고 식수를 오염시키며 수중 생물을 죽음으로 내몬다. 또한, 미국에서 식육 돼지 생산량이 2위인 노스캐롤라이나 주의 뉴 강 강물이 갈색으로 물들면서 물고기가 떼죽음을 당했고 강에서 표준보다 3만 배 이상 많은 대장균류 박테리아가 검출되었으니, 축산으로 인한 수질오염의 적나라한 현실을 보여주는 사례라 하겠다.

 

2. 나 한사람의 채식만으로도 1200평 숲이 보호된다.

 

1960년대 이후 중앙 아메리카 삼림의 25%가 육우 사육을 위한 목초지로 개간되었다. 1970년대 말 중앙 아메리카의 육우와 그밖의 가축들이 농경지의 3분의 2를 자치했는데 대부분 북아메리카로 수출되었다. 미국 소비자들은 이곳에서 수입한 쇠고기로 만든 햄버거를 먹으면 한 개당 5센트를 절약할 수 있었지만, 훼손된 자연을 복원하는 데 드는 환경비용은 엄청나며 이미 돌이킬 수 없게 되어버렸다. 조지프 토시(joseph Tosi)쇠고기용 육우에 대한 순진한 시각이 중앙 아메리카의 숨통을 조이는 생태계 파괴의 핵심이라 주장했던 까닭이 여기에 있다.

소를 기르기 위한 방목지와 사료는 울창한 숲을 필요로 한다. 이로 인해 매년 전세계에서 남한 크기의 다우림이 파괴되어 방목장으로 변해간다. 1981년도 추산에 따르면 열대 다우림이 1초에 1ha의 속도로 사라진다고 한다. 2년마다 프랑스 크기의 삼림이, 1년마다 미국 콜로라도주 면적의 삼림이 파괴되는 것과 같다고 한다. 이뿐 아니라 몇 년 후면 다시 새로운 숲이 베어져 그 숲을 보금자리로 삼았던 수많은 생물이 쫓겨나 멸종을 맞이하게 된다. 세계적 수준에서의 방목으로 인해 파괴된 숲에서 무려 1만 종의 생물이 멸종되었다는 보고가 있으니 사태의 심각성은 우리의 인식을 훨씬 뛰어넘는다.

온두라스에서 육우용 목초지로 사용된 경작지가 195240%에서 1974년에는 60%로 증가했다. 이곳에서는 1960년과 1980년 사이 쇠고기 생산이 3배나 껑충 뛰어 연간 62000톤에 이르렀는데, 1990년 온두라스에서 생산된 쇠고기의 30% 이상이 미국으로 수출되었다. 이와 같이 미국처럼 소고기 대량 소비국가에 소고기를 공급하기 위해 남아메리카에서는 삼림 개간, 토지 집중, 농업 인구의 강제 이주가 반복적으로 발생했다. 부유한 남미인, 미국인, 유럽인, 일본인들에게 기름진 쇠고기 식사를 제공하기 위해 전 국토를 목초지로 탈바꿈시키려는 체계적인 노력이 이어진 결과였다. 그래서 멕시코 생태학자 가브리엘 쿠아드리(Gabriel Quadri)우리는 소수의 힘있는 축산업자들의 이익을 위해 멕시코의 미래를 수출하고 있다라는 말로 대다수 시골 농민들의 감정을 한마디로 간추려 경고 메시지를 보냈던 것이다.

육우 사육이 대지와 인간에게 심각한 영향을 미친 지역 중 첫손 꼽히는 곳은 브라질일 것이다. 세계에서 마지막으로 남은 광대한 열대우림이 상업적 용도의 토지로 전환된 결과, 대규모 목초지 개발로 인해 열대 우림의 38%19661983년 사이에 훼손된 걸로 추산된다. 지구의 허파 노릇을 하던 너무도 소중한 삼림이 무차별로 베어져버린 곳에 수백만 마리의 육우들이 개간된 목초지에서 풀을 뜯고 있다. 그런데 비극은 여기서 끝나지 않는다. 열대 생태계에서는 밑바닥에서 꼭대기까지 순식간에 에너지 재순환이 이루어지는 절정의 상태에서 토양 기반이 유지된다. 그런데 이곳에 육우를 사육하면 삼림 바닥에는 거의 남겨지는 게 없어져, 불과 35년 목축을 하고 나면 토양은 고갈된다. 그래서 목축업자들이 새로운 천연 열대림을 개간하는 악순환은 되풀이 될 수밖에 없다.

이 모든 점을 고려할 때, “채식인 한 사람이 매년 1200평의 숲을 보호할 수 있다는 말은 빈 말이 아니다. 햄버거 하나만 먹지 않아도 1.5평의 숲을 살릴 수 있으니, 인간의 평균 수명을 짧게 잡아 50년으로 계산해도 채식을 통해 숲 6만 평을 살릴 수 있다. 여기에 2011년 현재 5000만 명인 남한 인구수를 곱하면 남한 국민 전체가 채식을 하면 3000억 평의 숲을 보존할 수 있다는 결론이 나온다. 개인의 사소한 선택처럼 보이는 채식이 자신의 건강을 챙길 뿐 아니라, 지구의 생태환경을 살리는 데 이렇듯 큰 기여를 한다는 점을 깊이 새겨보아야 하지 않을까?

 

3. 축산으로 인한 사막화

 

사막화는 전지구적 문제다. 지구 지표면 중 3분의 1이상이 가축 방목으로 크게 사막화되었다. 유엔 전문가들에 따르면, 사막은 전세계적으로 매년 7만 제곱킬로미터씩 확장되고 있으며, 그 영향권에 들어간 나라들에서는 매년 420억 달러의 비용이 든다고 한다. 세계 인구의 절반 이상이 사는 아프리카와 아시아가 가장 심각하지만, 실제로 지구 모든 지역에서 사막화 위협이 존재한다.

아프리카는 과잉 목축 문제가 가장 심각하게 나타나는 지역이다. 아프리카에서는 해마다 수백만 에이커의 방목지가 훼손되고 있다. 동아프리카 지표면의 50%2300만 마리에 달하는 소들의 방목지로 이용되고 있다. 전에는 아프리카에서 먹고 살 만큼만 키워지던 소들이 수출로 인해 생태가 감당할 수 없을 정도로 급증했다. 1975년에서 1984년 사이 아프리카 21개 국에서 사육 소가 25% 증가 했으니, 이 과정에서 사막화가 가속화되어 사하라 사막의 경우 5600킬로미터의 경계선을 따라 매년 48킬로미터의 놀라운 속도로 비옥한 목초지가 사막화되고 있다.

눈을 아시아로 돌려보아도 마찬가지다. 타르 사막은 파키스탄 동부와 인도 서북부의 인더스 유역에 자리잡은 미국의 오리건 주 정도 되는 황무지다. 2000년 전에는 초목이 무성한 곳이었으나, 가축 방목이 시작된 이래로 오늘날 이곳은 공기가 습한 지역임에도 불모의 땅이다. 학자들은 방목으로 인한 먼지가 대기 중의 비구름 형성을 방해하는 것으로 추정한다.

축우는 천연 사막에도 해를 입힌다. 천연 사막의 초목은 빈약해 보이지만, 선인장과 다육 식물, 풀과 관목이 사막에 적절히 섞여 산다. 1년 동안 소 한 마리를 먹여 살리기 위해서는 수백 에이커의 사막이 필요한데, 미국 서부의 사막들은 소한테 아주 심하게 뜯어먹힌다. 캘리포니아 모하비 사막만 보아도 축우를 방목하는 농장이 100개 이상이다. 그런데 사막에 방목을 허가받은 사람들이 내는 사용료는 1년에 에이커당 약 1페니에 불과하다. 그럼에도 축우 때문에 입는 손상을 부분적으로라도 상쇄하기 위해 납세자들은 해마다 그 축우의 가치보다 더 많은 돈을 내야 한다. 물 수송관로와 대지를 구획하는 울타리, , 기타 자본 확보를 위해서다.

우주비행사들은 가끔 브라질 다우지역에서 수많은 불빛을 본다고 한다. 숲이 불타오르면서 내뿜는 불빛이다. 축산업자들이 가장 빠르고 편리하게 땅을 개간하기 위해 숲을 태우기 시작하면서, 아마존에서는 하루에 7000건씩 숲을 태우는 것이 확인된 적도 있다. 브라질은 지금 그 어느 때보다 많은 지역이 불길에 휩싸여 있다. 앞서도 살펴보았지만 브라질의 열대우림이 매년 미국의 메인 주 정도 크기로 훼손된다. 대부분의 미국인들은 다우림 파괴를 걱정하지만, 그런 파괴의 두드러진 이유가 축우의 방목임을 아는 사람은 별로 없다. 다우림 지역의 표토는 척박하고 푸석거리기로 악명 높다. 그곳 표토의 광물질은 불과 몇 년만 풀이 자라나도 고갈되어 버리며, 풍부한 정글은 몇십 년 안에 사막으로 변해버린다.

우리가 고기 먹기를 중단한다면, 울창한 지구의 허파인 중남미는 다시 건강을 되찾으리라. 또한 아프리카 대륙을 삼키는 사막화도 중지될 것이다. 미국 서부의 사막 지대도 좀더 건강해질 것임은 물론이다. 무심코 손에 든 햄버거나 핫도그 하나에도 성찰의 눈을 뜬다면, 그 시기는 더욱 빨라질 것이다.

 

4. 소와 지구 온난화

 

바로 몇 주 전 한국을 방문한 세계적인 민간환경연구기관 월드워치연구소 설립자이자 환경학자인 레스터 브라운 미국 지구정책연구소장은, 1011일 한국기후변화센터 창립 3주년 기념 국제심포지엄에 앞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기후변화의 심각성에 대해 다음과 같이 말했다. "온실가스 배출이 심한 현 에너지경제 체제를 바꾸지 않으면 우리에게 미래는 없습니다."

현재 지구 평균온도는 15. 그런데 산업화가 본격적으로 진행되면서 지난 100년 동안 0.6가 증가했다. 빙하기와 현재 온도차가 단지 4임을 염두에 둘 때, 이는 지구 전체에 미치는 영향이 결코 작지 않은 온도임을 알아야 한다. 이런 지구 온난화가 대기 성분의 변화 때문이라는 사실은 이제 상식이 되다시피 했으니, 대기 성분이 지나치게 많아지면서 온실효과가 발생한 것이다. 온실효과를 일으키는 기체 중 지구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것이 이산화탄소와 메탄이다. 이산화탄소는 주로 석유나 석탄과 같은 화석 연료의 연소에 의해 발생한다. 메탄은 음식물 쓰레기가 부패할 때와 소나 닭과 같은 가축 배설물에서도 발생한다. 천연가스(LNG)의 주성분인 메탄의 발생량은 이산화탄소에 비해서 아주 작은 양이지만, 메탄 1분자가 일으키는 온실효과는 이산화탄소의 약 20배 이상으로, 지구 전체 온실효과의 1520% 이상을 차지한다.

그리하여 축산의 부적합성에 대한 또 하나의 이유는, 배설물뿐 아니라 소같은 동물의 되새김위가 메탄 증가에 적잖은 역할을 하고 있음이다. 소나 양, 염소, 낙타 등의 반추동물은 되새김을 하는 복잡한 위를 갖고 있어서 무려 4개나 되는 위를 통해 섬유질을 소화시킨다. 소는 하루에 400쿼트(쿼트는 약 1리터로 보면 된다)의 메탄가스를 방출한다. 전세계에서 키우는 13억 두의 소가 방출하는 메탄가스 양은 150조 쿼트 정도로 추산된다. 그런데, 이렇게 많은 가스를 내뿜는 동물을 키우기 위해 삼림을 벌채하는 일 또한 메탄 오염에 간접적으로 가담하는 셈이다. 나무를 베기만 하고 태우지 않으면 급격히 증식하는 흰개미에게 훌륭한 먹거리를 제공하는데, 바로 이 흰개미가 나무를 소화하고 그 부산물로 메탄을 만들어내기 때문이다. 흰 개미는 년간 수백만 톤의 메탄을 방출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학자들은 대기의 메탄 함량이 지난 200년 동안 두 배로 높아졌다고 추정한다.

이뿐이 아니다. 가축을 키우기 위한 초지를 만들기 위해 수많은 숲이 베어지고 불태워지는 과정에서도 막대한 양의 이산화탄소가 공기 속으로 방출된다. 방목이 아닌 공장식 축산 역시 지구 온난화에 영향을 미치기는 마찬가지다. 축산의 악영향은 여기서 멈추지 않는다. 전세계에서 생산되는 총 곡물의 38%, 미국에서 생산되는 총 곡물의 70% 이상이 가축 사료로 이용되는데, 이를 위해 고도의 기계화가 진행되고 있다. 그런데, 이 과정에서 상당량의 화석연료가 소모되며, 필연적으로 방대한 양의 이산화탄소가 발생한다. 600그램 한 근의 소고기를 생산하기 위해서는 5리터의 가솔린이 있어야 한다. 4인 가족의 연간 소고기 수요로 계산하면, 육식하는 한 가족이 먹는 고기를 위해 984리터 이상의 화석연료가 연소되어야 한다.

앞서 언급했던 레스터 소장은 이산화탄소 배출량 감축에 드는 지나친 비용 부담과 짧은 기간을 두고 터져나오는 반대 의견에 접하자, 일본의 진주만 공격으로 인한 미국 군수품 확충을 예로 들어 설명했다. “1941년 일본의 진주만 공격으로 피해를 입은 루스벨트 대통령은 몇 개월만에 자동차 생산지역을 탱크·비행기 등 군수품 제조공장으로 바꿨습니다. BAU(Business As Usual: 지금 같은 추세가 이어질 경우의 온실가스 배출전망치)로는 인류의 문명을 지속시킬 수 없어요. 짧은 기간에 현 에너지경제 체제를 바꿀 수 있고, 이미 전세계 주요 도시들이 화석연료를 줄이기 위한 행동에 들어갔습니다. 미국은 화력발전소 492개 중 71개를 수년 내에 폐쇄해 석탄 사용을 11% 정도 줄일 계획이에요.” 지구 온난화에 따른 기후 변화로 최근 몇 년 동안 쯔나미, 폭우와 폭설, 이상 홍수가 발생하고 가뭄, 천재지변이 속출하고 있다. 가장 최근 태국에서는 아예 수도 전체가 물에 잠기는 초유의 사태가 발생했음을 우리는 알고 있다. 많은 이들이 지구 온난화로 인해 고통받고 생명에 위협을 느끼는 현실이다. 더욱 많은 사람이 채식으로 전환한다면, 세계적으로 비극을 발생시키는 지구 온난화로 인한 기후 불안정을 크게 줄일 수 있음을 가볍게 여겨서는 안되겠다.

 

5. 채식은 세상에서 기아와 영양실조를 없앤다

 

세계은행은 전세계적으로 7억에서 10억의 사람들이 절대 빈곤 속에서 살아간다고 추산한다. 아프리카 대륙에서는 4명 중 1명이 영양실조에 시달리고, 남미에서는 8명 중 1명이 매일 밤 굶주린 채 잠자리에 들며, 아시아와 태평양 연안에서는 28%의 사람들이 잦은 굶주림의 고통에 시달리고, 근동에서는 10명 중 1명이 충분한 음식을 섭취하지 못한다. 생산되는 전체 곡식의 3분의 1을 육우 및 다른 가축들이 먹어치우는 세상에서, 오늘날 만성적 기아에 시달리는 사람이 13억 명을 상회한다니 놀라지 않을 수 없다. 해마다 40006000만의 사람들이 기아와 관련된 질병으로 목숨을 잃고 있는데, 가장 큰 희생자는 아이들이다. 수백만의 미국 10대들은 비만으로 고민하며 날씬해지려고 시간과 돈과 정력을 쏟아붓는데, 다른 세계의 아이들은 돌이킬 수 없는 성장 장애, 신체를 괴롭히는 기생충과 병원체 질병, 부족한 영양으로 인한 뇌 기능 저하 등으로 고통 받는다.

현재 지구상에서 사육되는 소의 식량은 87억 명의 사람이 먹을 수 있는 양에 맞먹는다. 사람들은 소의 식량에다 곡물 사료라 이름붙여 놓았지만, 이는 원래 사람이 먹을 수 있는 곡물이다. 1224평의 땅에서 18톤의 감자를 생산할 수 있지만, 소고기의 경우는 0.1톤이 생산될 뿐이다. 많은 사람이 채식으로 전환하면 굶주림에 허덕이는 사람을 구할 수 있다. 동물을 사육하지 않게 됨으로써 남아도는 곡물을 사람을 위해 쓸 수 있기 때문이다.

오리건 주립대학 축산학과 교수인 피터 R. 치키 박사는 다음과 같이 말한다.

 

세상 사람들이 대부분 전염병과 기아로 고통받는 와중에서 소고기는 사치스런 생활을 위해 세계

환경을 파괴하는 미국인의 낭비적이고 자원 고갈적인 행태의 상징으로 자리를 굳혀왔다 ...

과학적인 자료들은 옥수수와 콩을 돼지고기와 닭고기, 달걀을 생산하기 위해 돼지나 조류의 먹이로

사용하는 것보다는 직접 인간의 식품으로 사용하는 것이 더 효율적일 뿐만 아니라 더 많은 사람이

배를 불릴 수 있다는 사실을 확실하게 보여준다.

 

목축업계가 부자들을 위한 육류 생산에 곡물을 쏟아붓는 바람에 대부분의 제 3세계 국가들은 곡물을 수입해야 하는 처지로 내몰리고 있다. 식량을 세계시장에 의존하는 국가가 많아지는 현실은 세계적으로 빈곤층의 식량난이 그만큼 더 심각해지고 있음을 의미한다. 미국은 세계 곡물 수출량의 절반을 담당하면서 100여개 국이 넘는 나라에 곡물을 수출한다. 그런데도 세상에 잘 알려져 있듯이 미국의 곡물 수확은 가뭄을 비롯한 기후 조건에 아주 취약하다. 지구 온난화와 기후 불안정이 지속되는 상황에서 날씨 때문에 미국의 곡물 수확량이 감소할 가능성은 매우 현실적이다. 전문가들은 오갈랄라 대수층 수자원 고갈로 인해 머지않은 장래에 미국의 잉여농산물이 대부분 소진되리라 예측한다. 세계 경제가 육류 생산을 위한 곡물 생산 증산에 초점을 맞추는 상황에서, 그 결과가 빈곤층에 미치는 영향이 참담한 것으로 드러날 수도 있다.

식물성 음식을 섭취하는 사람이 많아지고 동물성 식품을 섭취하는 사람이 적어질 때에만 기아 문제에 대한 환경적으로 영구적인 해결책이 가능하리라는 점이 차츰 분명해지고 있다. 기아 확산의 흐름을 되돌리기란, 인간 영혼의 협조와 확산을 통해 세상을 재창조하는 길을 터득함을 뜻한다. 이는 모든 사람에게 자연과 조화를 이룬, 건강하고 생산적인 삶의 기회를 보장해 주는 방법으로 우리 사회를 체계화함을 뜻한다.

 

6. 채식과 지속가능한 사회

 

지금은 어떤지 몰라도, 몇 년 전까지 한국의 서울대학교를 비롯한 여러 대학에서 환경윤리강좌의 주요 교재로 밀브레스(Lester W. Milbrath)가 쓴 지속가능한 사회가 사용되었다. 이 책에는, 지속가능한 사회를 위한 가치 구조가 제시된다. 가장 중요한 가치로 제시되는 것은, “활기 넘치는 생태계에서의 삶이다. 또 이 가치를 실현하기 위한 4가지 핵심 가치가 제시되는데, 높은 수준의 삶(자아실현), 온정, 안전, 정의, 이렇게 넷이다. 이 연재의 첫째 마당부터 지금까지 살펴본 바에 따르면, 채식이야말로 인간이 활기넘치는 생태계에서 살 수 있게 해주는중요한 삶의 선택이지 않을까? 무엇보다 채식을 통해 자신의 건강을 챙겨 자아실현의 결정적 조건을 확보할 수 있고, 다른 인간뿐 아니라 동물들과의 관계에서 제대로 온정을 나눌 수 있으며, 환경파괴로부터 인간의 안전을 도모할 수 있고, 기아를 근절하고 인류의 정의와 중생계의 정의를 실현할 수 있겠기 때문이다.

지속가능한 사회를 위한 가장 현명한 선택은, 생태계의 활력을 보존할 수 있는 인구증가율과 생활방식을 선택하여, 우리 자신은 물론 다른 생명체들과 우리 후손들이 질 높은 삶을 영위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이 중 생활방식의 중요한 부분을 차지하는 것이 음식문화이고, 이 음식문화가 채식으로 바뀔 때 지속가능한 사회로의 발걸음이 더욱 힘차게 내딛어질 수 있다.

모름지기 지속가능한 사회는 확률적이고 개연적 사고를 장려해야 한다고 말한다. 엄밀하게 측정되어 인과관계가 분명한 구체적사실의 탐구를 강조하는 기계론적 사고만을 중시한다면, 공공정책이나 행동에 제대로 된 토대가 마련될 길은 요원할 것이다. 사실 과학적 지식은 확률에 근거하고 있다. 이러한 주장은 가장 엄밀한 과학인 물리학에서도 통용된다. 원자에 대해 더욱 깊이 연구해 들어감에 따라, 물리학자들은 엄밀한 기계적 연관관계에 대한 자기네의 초기 입장을 포기해야만 했고, 자신들이 다루는 주제를 확률적으로 다루게 되었다. 인간은 높은 확률과 낮은 확률을 구별하고, 이에 따라 행동 지침을 마련하는 법을 배워야만 한다. 그간의 연재를 통해 육식이나 채식이 인간의 건강과 자연 환경에 확률적으로 해를 끼칠지, 중립적일지, 유익할지를 판단할 수 있는 기초 자료 정도는 제시되었지 않나 싶다.

다음 연재부터는 채식과도 연관되고 또한 지속가능한 성장과도 연관되는 농업 관련사항을 다룰 예정이다. 전통적 농업을 다루기보다는 도시농업을 중심으로 다룰 텐데, 이는 이 글을 읽는 독자분들이 주로 도시에 살거나 도시적 문화 속에서 살기 때문이기도 하거니와, 또한 지속가능한 성장을 위한 농업분야 혁신 가운데 도시농업이 중요한 돌파구가 되고 있지 않나 해서다. 다음 연재와 어쩌면 그 다음 연재까지 쿠바의 도시농업 사례를 다룰 예정이다. 이어 필자의 자료수집 능력과 영어 독해 속도가 따라줄지 좀 걱정이 되긴 해도, 샌프란시스코나 디트로이트를 비롯한 미국이나 유럽의 도시농업 사례를 정리해보고자 한다.

 

참고도서

* 마이크 폴란 잡식동물의 딜레마, <잡식동물의 분투기>

* 밀브레스 지속가능한 사회

* 에릭 마르쿠스 자연을 닮은 식사

* 이광조 채식이야기

* 존 로빈스 음식혁명〉 〈육식, 건강을 망치고 세상을 망친다

* 제레미 리프킨 육식의 종말

* 쯔루다 시즈카(鶴田 靜) 베지테리안, 세상을 들다

* 피터 싱어 죽음의 밥상

* 하워드 F. 리먼 나는 왜 채식주의자가 되었는가

 

 

출처 : 아미타불과 함께하는 마음의 고향 무주선원
글쓴이 : 도안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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