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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타행자의 편지/광전스님의 염불선 이야기

염불선이야기50-송구영신

염불선이야기50-송구영신


어느덧 한해가 다 저물어간다. 매일 지나가는 조계사 일주문 앞엔 크리스마스를 축하하는 예쁜 트리도 장식되어 있고 지난 한해를 보내는 것을 아쉬워하는 모임도 잦아지고 송구영신의 연하장도 책상에 차곡차곡 쌓여간다. 이 곳 교육원의 소임을 맡은 지도 어느덧 일 년이 지났다. 지난 일 년 동안 매주 수요일이 되면 어김없이 해야 할 일이 생겼다. 그것은 다름이 아닌 이 염불선이야기를 쓰는 일이었다. 처음엔 글을 쓰는 것이 익숙하지 않아 밀린 방학숙제를 하듯 억지로 해 오던 것이, 어느덧 매일 밥 먹고 자는 것처럼 내 생활의 일과가 되어 갔다. 염불선에 대한 세인들의 관심이 한편으론 부담스러웠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염불선의 바른 이해를 위해서 내 나름대로는 신중을 다해 글을 쓰려고 노력했다.

  

은사스님 생전에 세상 사람들은 스님께 염불선에 대해 많은 질문을 던졌다. 많은 질문 중 내 기억에 가장 남는 질문은 ‘염불선은 청화스님께서 만드신 수행법입니까?’라는 질문과 ‘염불이면 염불이고 선이면 선이지, 염불선은 무엇입니까?’라는 질문이다. 그때마다 은사스님께서는 염불선의 연원(淵源)이 선종(禪宗)의 사조(四祖)로 추앙되는 도신(道信)스님에게서 비롯되었으며, 염불과 선의 정의와 다른 수행법과의 관계에 이르기까지 친절하게 설명해주시곤 했다.


은사스님께서는 ‘참된 염불(實相念佛)은 선(禪)이다.’ ‘참선도 염불도 우리가 피안(彼岸)에 이르기 위한 뗏목과 같은 것이다.’ ‘자신의 개성과 근기에 맞는 수행법을 택해야 한다.’ ‘법(法)의 문제가 아니라 법을 잘못 이해하고 있는 사람의 문제이다.’등등 염불과 선에 대해 사람들이 잘못 이해하고 있는 편견과 오해를 풀어주고자 많은 노력을 하셨다.


오래전 은사스님을 모시고 이역만리 외국의 사막지역에서 3년을 보낸 시절이 있었다. 여름이면 법당의 초가 녹아내리고 저녁 9시가 넘어도 숨이 턱 막힐 정도의 더위에도 조석으로는 좌선하고 낮으로는 나무를 심고 가꾸며 묵언정진과 일종식으로 정진하시는 모습을 보며 나는 ‘은사스님의 공부의 경계는 내가 짐작할 수 있는 바가 아니니 차치하고라도 내가 본 사람 중에 스님만큼 진지하고 모범적인 수행자는 보지 못했으니 존경할 수 있는 분을 스승으로 모실 수 있는 나는 참 행복한 사람이다.’라는 생각을 했다.


젊은 시절 사람을 피해 깊은 산중에서 숨어 정진하실 때 몇 달 만에 저 멀리서 사람의 그림자만 보아도 그렇게 사람이 반가울 수가 없더라는 고백에서 ‘저 분도 사람이구나!’라는 인식을 새삼스레 하게 된다. 세상이 어지러운 것은 이 세상에 철학이 빈곤해서가 아니라 섣부른 사람들이 자신의 부족함을 모르고 자신의 주의주장을 지나치게 주장하기 때문이니 우리가 부처님이 될 때까지 자기의 부족을 아는 것이 공부의 시작이라는 은사스님의 말씀을 항상 염두에 두려고 노력한다.


일 년 동안 부족한 저에게 제 자신을 정리할 수 있는 좋은 기회를 주신 불교신문사에 감사드리고, 인내로 지켜봐 주신 독자여러분에게도 감사드린다.

부디 다가오는 새해에도 부처님의 자비가 항상 함께하시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