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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독!초기경전/2. 잡아함경

590. 상인경(商人經) 592. 급고독경(給孤獨經)

잡아함경 590. 상인경(商人經)

 

이와 같이 나는 들었다.

어느 때 부처님께서는 사위국 기수급고독원에 계셨다.

 

그 때 세존께서 비구들에게 말씀하셨다.

과거 세상 어느 때 구살라국(拘薩羅國)에 많은 상인들이 살고 있었다. 그들은 5백 대의 수레에 나누어 타고 장사하러 함께 가다가 넓은 벌판에 이르렀다. 그 벌판에는 5백 명의 도둑 떼가 그들의 뒤를 쫓아 따라가면서, 틈을 보아 도둑질을 하려 하였다. 그 때 그 벌판에 어떤 천신 하나가 길가에 서 있었는데 그 천신은 이렇게 생각하였다.

'내가 당장 저 구살라국의 모든 상인들이 있는 곳으로 가서 이치를 물어보리라. 만일 저 상인들이 내 물음을 기뻐하고 또 그것을 해설해주면 나는 마땅히 방편으로 그들을 도둑들의 곤경에서 벗어나 안온하게 해줄 것이요, 만일 내 물음을 반가워하지 않으면, 마땅히 다른 천신들처럼 그들을 내버려두리라.'

그 천신은 이렇게 생각한 뒤에, 곧 몸에서 광명을 놓아 상인들의 수레가 모여있는 곳을 두루 비추면서 게송으로 말했다.

 

누가 깨어 있는 이와 비교하면 잠자는 이이며

누가 잠자는 이와 비교하면 깨어 있는 이인가?

누가 이 이치를 알 수 있으며

누가 나를 위해 설명할 수 있는가?

 

때 그 상인들 가운데 어떤 우바새(優婆塞)가 있었다. 그는 부처님을 믿고 법을 믿고 비구 스님을 믿어, 일심으로 부처님·법·승가 대중을 향했고, 부처님·법·승가 대중에 귀의하는 자였다. 그래서 부처님에 대해 의심이 없고, 법과 승가 대중에 대해 의심이 없으며, 괴로움[苦]·괴로움의 발생[集]·괴로움의 소멸[滅]·괴로움의 소멸에 이르는 길[道]에 대한 의심을 여의어 네 가지 성스러운 진리를 알고 제일가는 무간등(無間等)의 과위를 얻은 자였다. 그런 그가 여러 상인들과 함께 길동무가 되어 상인들 속에 머물고 있었다. 그 우바새는 새벽에 단정히 앉아 깊이 사색하면서 생각을 매어 앞에 두고 12인연을 거꾸로 관찰하고 순차적으로 관찰하곤 하였다.

 

'이른바 이 일이 있기 때문에 이 일이 있는 것이고, 이 일이 일어나기 때문에 이 일이 일어나는 것이니, 즉 무명(無明)으로 말미암아 행(行)이 있고, 행으로 말미암아 식(識)이 있고, 식으로 말미암아 명색(名色)이 있고, 명색으로 말미암아 6입처(入處)가 있고, 6입처로 말미암아 접촉[觸]이 있고, 접촉으로 말미암아 느낌[受]이 있고, 느낌으로 말미암아 애욕[愛]이 있고, 애욕으로 말미암아 취함[取]이 있고, 취함으로 말미암아 존재[有]가 있고, 존재로 말미암아 태어남[生]이 있고, 태어남으로 말미암아 늙음[老]·죽음[死]·걱정[優]·슬픔[悲]·번민[惱]·괴로움[苦]이 있으니, 이리하여 순수한 큰 고통의 무더기가 발생하는[集] 것이다. 이와 같아서 무명이 멸하면 행이 멸하고, 행이 멸하면 식이 멸하며, 식이 멸하면 명색이 멸하고 명색이 멸하면 6입처가 멸하며, 6입처가 멸하면 접촉이 멸하고, 접촉이 멸하면 느낌이 멸하며, 느낌이 멸하면 애욕이 멸하고, 애욕이 멸하면 취함이 멸하며, 취함이 멸하면 존재가 멸하고, 존재가 멸하면 태어남이 멸하며, 태어남이 멸하면 늙음·죽음·걱정·슬픔·번민·괴로움이 멸한다. 이리하여 순수한 큰 고통의 무더기가 소멸하는[滅] 것이다.'

그 때 그 우바새는 이렇게 생각한 뒤에 곧 게송으로 말했다.

 

나는 깨어 있는 이와 비교하면 잠자는 이이고

나는 잠자는 이와 비교하면 깨어 있는 이라네.

나는 이 이치를 잘 알고 있고

능히 남을 위해 설명할 수 있다네.

 

그 때 그 천신이 우바새에게 물었다.

왜, 깨어 있는 이와 비교하면 잠자는 이라 하고

왜, 잠자는 이와 비교하면 깨어있는 이라 하는가?

어떻게 그것을 알 수 있고

어떻게 그것을 설명할 수 있는가?

 

그 때 우바새가 게송으로 대답하였다.

탐욕과 성냄과

어리석음의 욕심을 여의고

번뇌가 다한 아라한은

바른 지혜로 마음이 해탈하였으니

그가 곧 깨어 있는 사람이고

나는 그와 비교하면 잠자는 사람이다.

고통이 생기는 원인과

고통을 발생시키는 인연과

이 일체의 고통을

남김없이 다 없앤 것에 대해 알지 못한다면

또 고통 없는 곳으로 평등하게 나아가는

바른 도를 알지 못한다면

이들이 바로 항상 잠자는 사람이니

나는 그들과 비교하면 깨어있는 사람이다.

이와 같이 깨어 있는 이와 비교해 잠자는 이라 하고

이와 같이 잠자는 이와 비교해 깨어있는 이라 하나니

이와 같이 그 이치 나는 잘 알아

이와 같이 그것을 설명할 수 있노라.

 

그 때 그 천신이 다시 게송으로 말했다.

훌륭하다. 깨어 있는 이와 비교해 잔다고 함이여,

훌륭하다. 잠자는 이와 비교해 깨어있다고 함이여,

훌륭하다. 그 이치 잘 앎이여,

훌륭하다. 그것을 능히 설명함이여,

먼 옛날부터 지금에 이르기까지

여러 형제로서 함께 온 것 깨달았네.

그대의 은혜로운 힘으로 말미암아

저 여러 상인들이

도둑들의 환난을 모면하고

길을 따라 안락하게 갈 수 있게 하리라.

 

이와 같다. 여러 비구들아, 그리하여 저 구살라국의 여러 상인들은 다 안전하게 넓은 벌판을 벗어나게 되었느니라.

부처님께서 이 경을 말씀하시자, 모든 비구들은 부처님의 말씀을 듣고 기뻐하며 받들어 행하였다.

 

 

 

잡아함경 592. 급고독경(給孤獨經)

 

이와 같이 나는 들었다.

어느 때 부처님께서는 왕사성에 있는 한림(寒林)21)의 묘지 사이에 머물고 계셨다.

그 때 급고독(給孤獨) 장자는 조금 볼 일이 있어 왕사성(王舍城)으로 가서 어느 장자의 집에 머물고 있었다. 밤에 그 장자는 그 처자와 종과 머슴들에게 말했다.

너희들은 다들 일어나 장작을 쪼개 불을 지펴 밥을 짓고 떡을 만들고, 여러 가지 요리를 만들고 온 집안을 장엄하도록 하라.

 

급고독 장자는 그것을 보고 이렇게 생각하였다.

'지금 이 장자에게 무슨 일이 생겼는가? 딸을 시집보내던가 며느리를 맞기라도 하는 건가? 아니면 손님이나 왕이나 대신을 초청하기라도 한 건가?'

이렇게 생각하고 나서 곧 그 장자에게 물었다.

당신에게 무슨 일이라도 있습니까? 딸을 시집보내던가 며느리를 맞기라도 하는 겁니까? 아니면 손님이나 왕이나 대신을 초청하기라도 한 겁니까?

장자가 급고독 장자에게 대답했다.

나는 딸을 시집보내거나 며느리를 맞는 것도 아니며, 또한 왕이나 대신을 초청하지도 않았습니다. 다만 부처님과 비구스님을 초청하여 공양을 올리려고 할 뿐입니다.

때 급고독 장자는 일찍이 들어본 적이 없는 부처님이라는 이름을 듣고는, 마음이 너무 기뻐 온몸의 털구멍이 다 느긋해져 그 장자에게 물었다.

어떤 이를 부처라고 합니까?

장자가 대답하였다.

사문 구담이라는 분이 계시는데, 그 분은 석가 종족의 아들로서 수염과 머리를 깎고 가사를 입고, 바른 믿음으로 집 없는 데로 출가하여 도를 배워 아뇩다라삼먁삼보리(阿耨多羅三藐三菩提)를 얻으셨습니다. 그 분을 부처라고 합니다.

급고독 장자가 물었다.

 

어떤 이를 스님이라고 합니까?

그 장자가 말했다.

만일 바라문의 종족이 수염과 머리를 깎고 가사를 입고, 집에서 집 없는 곳으로 부처님을 따라 출가하거나, 혹은 찰리종(刹利種)·비사종(毘舍種)·수다라종(首陀羅種)의 선남자들이 수염과 머리를 깎고 가사를 입고, 바른 믿음으로 집 없는 데로 부처님께서 출가하셨듯이 그를 따라 출가하면, 그들을 스님이라고 합니다. 그래서 오늘 부처님과 현재 그곳에 있는 스님들을 초청하여 모든 공양들을 베풀려고 하는 것입니다.

급고독 장자가 그 장자에게 물었다.

 

제가 지금 세존을 찾아뵈어도 괜찮겠습니까?

그 장자가 대답하였다.

당신은 일단 여기에 계십시오. 제가 세존을 청해 우리 집으로 오시면 여기서 뵐 수 있을 것입니다.

급고독 장자는 그 날 밤에 지극한 마음으로 부처님을 생각하다가 이내 잠이 들었다. 아직 날이 밝기도 전인데 갑자기 환하게 밝은 형상이 보여 그는 날이 밝았다고 생각하고, 그 집을 나와 성문으로 달려가서 성문 아래 이르렀는데, 밤의 2경(更)이 시작될 무렵이었으므로 아직 성문은 열리지 않을 시간이었다. 왕가의 일상적인 법도에서는 멀리서 오고 가는 사신들을 기다리기 위하여 초저녁〔初夜)이 지나야 비로소 성문을 닫고, 한밤중이 지나면 곧 다시 문을 열어 행인들로 하여금 일찍 오가게 하고 있었다.

 

그러나 그 때 급고독 장자는 성문이 열린 것을 보고 이렇게 생각하였다.

'이것은 틀림없이 밤이 지나고 새벽이 되어 문이 열린 것이다.'

그래서 밝은 형상을 따라 성문을 나왔는데 성문을 나오자, 그렇게 밝던 형상은 온데 간데 없고 도로 깜깜한 밤으로 되돌아갔다.

급고독 장자는 마음에 문득 두려움이 생겨 온몸의 털이 곤두서 이렇게 생각하였다.

'무위(無爲)를 증득한 사람이나 귀신 혹은 간교한 사람이 나를 놀라게 하려는 것이 아닌가?'

그래서 그는 곧 돌아가려고 하였다. 그 때 성문 옆에 어떤 천신이 서 있었다. 그 천신은 몸에서 광명을 발하여 그 성문에서부터 한림의 묘지까지 광명을 두루 비추었다. 그는 급고독 장자에게 말했다.

그대는 우선 앞으로 나아가라. 그러면 뛰어난 이익을 얻을 수 있을 것이다. 부디 물러나 되돌아가지는 말라.

 

그 때 그 천신이 곧 게송으로 말했다.

백 필의 좋은 말에

백 근의 황금을 가득 실은

노새가 끄는 수레와 말이 끄는 수레

각각 백 대가 있네.

거기다가 갖가지 진기하고

값진 보물들을 실어다 주리니

과거에 착한 종자 심은 사람은

이런 복된 과보 얻으리라.

그러나 어떤 사람이 존경하는 마음으로

부처님 향해 한 걸음 나아간다면

앞에 말한 사람의 복은

그의 16분의 1도 되지 않으리라.

그러므로 장자여, 그대는 마땅히 앞으로 나아가고, 부디 물러나 되돌아가지 말라.

 

그리고 그는 다시 게송으로 말했다.

설산(雪山)의 큰 용상(龍象)

순금으로 장식되고

거대한 몸집에 크고 긴 어금니 지녔는데

이런 코끼리를 보시한 사람도

부처님을 향한 복에 비하면

16분의 1에도 미치지 못하리라.

그러므로 장자여, 그대는 어서 앞으로 나아가 저와 같이 큰 이익을 얻어야 한다. 다시 되돌아갈 일이 아니다.

 

그는 다시 게송으로 말했다.

금보사국(金菩?國)에 있는

수백 명의 여자들은

갖가지 묘한 보배와

영락으로 잘 꾸몄네.

비록 그들을 남에게 준다 해도

부처님을 향해 한 걸음 나아가는

그 공덕에 비하면

16분의 1에도 미치지 못하느니라.

그러므로 장자여, 어서 앞으로 나아가 저와 같이 뛰어난 이익을 얻어야 한다. 다시 되돌아갈 일이 아니다.

 

그 때 급고독 장자가 천신에게 물었다.

현자여, 당신은 누구십니까?

천신이 대답하였다.

나는 마두식건(摩頭息?)이라는 큰 마나바(摩那婆)로서 옛날에 장자의 좋은 벗이었는데, 존자 사리불(舍利弗)과 대목건련(大目?連)에게 믿고 존경하는 마음을 내어, 그 공덕의 인연으로 하늘에 태어나게 되었고 지금은 이 성문을 맡고 있다. 그래서 장자에게 '다만 앞으로 나아가고 부디 물러나 되돌아가지 말라. 앞으로 나아가면 이익을 얻을 것이니 다시 되돌아갈 일이 아니다'라고 말했던 것이다.

 

그러자 급고독 장자가 이런 생각을 하였다.

'부처님께서 이 세상에 출현하심은 작은 일이 아니다. 그리고 바른 법을 들을 수 있는 것도 또한 작은 일이 아니다. 그래서 천신은 내게 앞으로 나아가라고 권한 것이다. 나는 어서 가서 세존을 뵈어야겠다.'

그리고 급고독 장자는 곧 그 광명을 따라 한림의 묘지로 갔다.

 

그 때 세존께서는 방에서 나와 한데를 거닐고 계셨다. 급고독 장자는 멀리 부처님이 보이자, 곧 그 앞으로 나아가 속인의 예법대로 공손히 안부를 여쭈었다.

세존이시여, 어떠십니까? 기거하심이 편안하십니까?

 

그 때 세존께서는 게송으로 대답하셨다.

바라문이여, 열반은

언제나 안락하나니

애욕에 물들지 않고

해탈해 영원히 남음이 없다.

일체의 희망을 끊고

마음의 불길을 억눌렀으니

마음은 이제 고요히 쉬게 되어

편안하고 아늑하게 잘 수 있노라.

 

그 때 세존께서는 급고독 장자를 데리고 방으로 들어가 자리에 앉아, 몸을 단정히 하고 생각을 모은 뒤에 그를 위해 설법하여, 가르쳐 보이고 기뻐하게 하셨다. 그리고 세존께서는 모든 법은 무상한 것이라는 것과, 보시라는 복된 일과, 계를 잘 지키는 복된 일과, 하늘에 태어나게 하는 복된 일에 대한 것과, 탐욕의 맛·탐욕의 근심·탐욕에서 벗어남과 멀리 여읨이라는 복된 일에 대해 말씀해 주셨다. 급고독 장자는 법을 듣고 법을 보고 법을 얻고 법에 들어가고 법을 알아 모든 의혹에서 벗어났고, 남의 믿음을 의지하지 않고 남의 제도에 힘입지 않고 바른 법과 계에 들어가, 마음에 두려움이 없게 되었다. 그는 곧 자리에서 일어나 옷을 단정하게 하고 부처님께 예를 올린 다음 오른 무릎을 땅에 대고 합장하고 부처님께 아뢰었다.

 

세존이시여, 저는 이미 구제되었습니다. 세존이시여, 저는 이미 구제되었습니다. 선서시여, 저는 오늘부터 목숨이 다하는 날까지 부처님께 귀의하고 법에 귀의하며 승가에 귀의하여 우바새가 되겠습니다. 부디 저를 증명하소서.

그 때 세존께서 급고독 장자에게 물으셨다.

그대 이름이 무엇인가?

장자가 부처님께 아뢰었다.

제 이름은 수달다(須達多)이며, 늘 고독하고 빈곤하고 고통받는 사람들을 구제해 준다고 하여, 요새 사람들은 저를 급고독(給孤獨)이라 부릅니다.

 

세존께서는 다시 물으셨다.

그대의 집은 어디에 있는가?

장자가 부처님께 아뢰었다.

세존이시여, 저는 구살라국 사람인데, 그 성의 이름은 사위성(舍衛城)이라고 합니다. 원하옵건대 부디 세존께서는 사위성으로 오십시오. 그러면 저는 마땅히 목숨이 다하도록 의복·음식·방·침구와 병에 따른 탕약을 모두 공급하겠습니다.

부처님께서 장자에게 물으셨다.

사위성에 정사(精舍)가 있는가?

장자가 부처님께 아뢰었다.

세존이시여, 없습니다.

부처님께서 장자에게 말씀하셨다.

그대가 거기에 정사를 세워 여러 비구들이 오고 가면서 머물게 하라.

 

장자가 부처님께 아뢰었다.

오직 세존께서 사위성에 오시기만 한다면 저는 마땅히 정사와 승방(僧房)을 지어, 여러 비구들이 오고 가면서 머물게 하겠습니다.

그 때 세존께서는 잠자코 그 청을 들어주셨다.

장자는 불세존께서 잠자코 청을 들어주신 줄 알고 나서, 자리에서 일어나 부처님의 발에 머리를 조아리고서 떠나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