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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청화 큰스님 법문집/10. 마음자리로 돌아가는 가르침

1. 영생불멸의 자리

1. 영생불멸의 자리

 

 아미타불에 내재되어 있는 영원한 생명 자체를 가리킬 때는 무량수불無量壽佛이라 이르고, 아미타불 가운데 자비나 지혜나 공덕이 헤아릴 수 없을 만큼 충만하다는 것을 의미할 때는 무량광불無量光佛이라 합니다.

 

 화룡점정(畵龍點睛)이라는 고사성어가 있습니다. 용을 그려 놓고서 마지막으로 용의 눈동자에 점을 찍는다는 말입니다. 중국의 한 화가가 실물과 똑같은 용의 그림을 그린 후 마지막으로 눈동자를 그려 넣자 갑작스레 번개와 천둥이 치면서 그 용이 승천해 버렸다는 이야기에서 비롯된 말로 가장 중요한 부분을 완성시킨다는 의미입니다.

 

불교에 있어서도 화룡점정에 해당하는 것이 있습니다. 바로 염불(念佛)과 극락세계(極樂世界)입니다. 물론 불교에는 우리 인생의 일체만사를 다 해결할 수 있을 정도로 깊고 오묘한 여러 가지 훌륭한 가르침이 많습니다. 그러나 불교의 수많은 가르침 중에서 부처님을 간절히 생각하고 또 부처님의 이름을 외운다는 것과, 우리의 이상향인 극락세계에 태어난다는 개념이 없다고 생각할 때는 불교가 참다운 종교의 역할을 할 수가 없습니다. 염불이나 극락세계라는 소중한 개념이 없으면 불교는 종교가 아닌 하나의 철학이 되고 마는 것입니다. 이와 같이 극락세계라는 개념은 불교 가르침의 화룡점정이라 할 정도로 아주 중요한 부처님의 가르침입니다.

 

부처님을 간절히 생각하고 부처님의 이름을 외우는 염불을 이해하기 위해 우선 『관무량수경(觀無量壽經)』을 살펴보겠습니다.

 

관무량수경은『정토삼부경(淨土三部經)』에 있는 삼부경 가운데 하나입니다. 관무량수경은 무량수(無量壽)에 불 관(觀)자를 쓴 것입니다 무량수란 한도 끝도 없는 헤아릴 수도 없는 영원한 생명을 뜻하는데, 무량수불(無量壽佛)은 바로 아미타불(阿彌陀佛)의 또 다른 이름이기도 합니다. 아미타불의 별칭(別稱)은 무량수불뿐만이 아닙니다. 아미타불에 내재되어 있는 영원한 생명 자체를 가리킬 때는 무량수불이라 이르고, 아미타불 가운데 자비나 지혜나 공덕이 헤아릴 수 없을 만큼 충만하다는 것을 의미할 때는 무량광불(無量光佛)이라 합니다. 빛 광(光)자를 넣음으로써 한도 끝도 없는 생명의 빛이라는 뜻을 강조한 이름입니다.

 

또 그런가 하면 무변광불(無邊光佛)이라고도 합니다. 변(邊)자는 가장자리를 뜻하는 것으로, 무변이란 끝도 가장자리도 없다, 즉 광대무변(廣大無邊)하다는 것입니다. 한도 끝도 없는 우주의 모두를 다 포괄한, 이른바 아미타불이 공간성을 초월한 생명이라는 것을 의미할 때는 무변광불이라고 부릅니다.

 

아미타불의 공덕은 하나의 이름만 가지고는 표현할 수가 없기 때문에 이와 같이 많은 이름을 가지고 있습니다. 여기에 더해 청정하다고해서 청정광불(淸淨光佛), 헤아릴 수 없다고 해서 난사광불(難思光佛)ㆍ부사의광불(不思議光佛), 한도 끝도 없는 행복이라 해서 감로왕불(甘露王佛)이라고도 합니다. 감로수(甘露水)라는 것은 참 영생의 생명수이므로 영생하는 생명 자체를 표현할 때는 또 감로왕여래(甘露王如來)라고도 합니다. 이와 같이 아미타불의 이름 자체는 불교의 무한한 공덕을 모조리 포괄하고 있으므로 그때그때 경우에 따라서 달리 부르는 것입니다.

 

 아미타불은 상대적인 존재가 아니라 절대적인 생명 자체, 우주 생명 자체, 또는 우리의 본래면목(本來面目) 자체이기 때문에 인간이 대상화시킬 수 있는 것이 아닙니다. 아미타불은 무한한 공덕을 그 이름에 포괄하고 있기 때문에 사람은 염불을 통해 즉, 아미타불의 이름을 간절히 생각하고 외우는 것만으로도 무한한 공덕을 얻을 수 있습니다.

 

염불과 함께 불교에서 아주 중요한 개념을 이루고 있는 극락세계는 불교인들의 이상세계일 뿐만 아니라 일체 존재의 마음의 고향입니다. 바꿔서 말하면 우리 인간 존재뿐만 아니라 모든 중생이 극락세계에서 와서 다시 극락세계로 간다고 볼 수가 있는 것입니다. 그리고 직접적으로 말하면 우리가 살고 있는 이 세계 자체가 바로 극락세계입니다. 그러나 이렇게 말하면 사람들은 여러 가지 제약도 많고 혼란스러운 이 사바세계(裟婆世界)가 어떻게 극락세계일 것인가 의문을 품게 됩니다. 그리고 불교를 이해하는 단초가 바로 여기에서 비롯됩니다. 지금 우리가 살고 있는 이 세계가 바로 극락세계라는 것을 이해하는 것이 불교를 알아가는 첫걸음이자 불교와 다른 종교와의 차이를 가장 쉽게 알 수 있는 길입니다.

 

부처님의 가르침에 대해 이야기하다 보면 어려운 개념들이 많습니다. 그러나 불교의 교리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어렵더라도 명석하게 생각하는 습관을 길러야 합니다. 염불을 하고 극락세계를 추구할 때는 이런 어려운 이야기를 다 떠나서 순수하게 감성으로 하면 되지만, 부처님의 교리를 따질 때만은 철학적으로 깊게 생각해야 합니다. 불교의 교리는 철학 중에서도 가장 높은 경지의 철학이기 때문입니다.

 

불교와 다른 종교와의 차이, 즉 일반 외도(外道)와 불교 정도(正道)의 차이는 바로 삼법인(三法印)입니다. 삼법인이 있으면 정도이고 삼법인이 없으면 외도라고 합니다. 불교의 삼법인은 제행무상(諸行無常), 제법무아(諸法無我), 열반적정(涅槃寂靜)의 세 가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