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토기신문 淨土起信文
부처님과 보살은 중생이 고해에서 깊이 빠져 나올 길이 없는 것을 안타깝게 여기시고 스스로 서원하기를 ‘위력으로 사람들에게 정토에 나기를 권하리라’ 하였으나, 다만 사람들이 믿지 않을까 걱정하여, 만약 믿는 마음으로 기꺼이 왕생하려 한다면 비록 죄악이 있더라도 왕생하지 못하는 이가 없게 하였다.
대개 자비롭지 않으면 부처가 될 수 없고, 중생을 제도 하지 못하면 부처가 될 수 없으며, 큰 위력이 없으면 부처가 될 수 없다. 자비를 행하기 때문에 중생이 괴로움에 빠진 것을 보고 제도할 생각을 하며, 위력이 있기 때문에 제도 하려는 마음을 이룰 수 있고 제도하는 공을 완성할 수 있나니, 이것이 바로 부처가 되는 까닭이다.
무릇 믿음은 일념一念이다. 사람이 살아갈 때, 마음이 가고자 하면 몸이 따라가고, 마음이 머물고자 하면 몸도 따라 머무나니, 몸은 항상 생각을 따르기 때문이다. 몸이 죽을 때에도 오직 일념一念일 따름이다. 일념一念이 정토에 있으면 반드시 정토에 태어날 것이기 때문이다. 하물며 불보살이 사람들을 왕생하도록 이끌어 줌에 있어서랴.
『화엄경』에 말하였다.
믿음은 손이다. 사람이 손이 있으면 보배 있는 곳에 이르러 마음대로 집어 가질 것이나, 손이 없으면 얻는 것이 없다. 이와 마찬가지로 불법에 입문하는 자는 신심信心의 손으로 마음껏 불법(佛法)의 보배를 집어 가지지만, 만약에 신심이 없으면 얻는 바가 없을 것이다.
비유하건대, 어떤 사람이 큰 성城에 들어가면 반드시 먼저 편히 쉴 곳을 찾은 다음 나가서 일을 보고, 저물녘에 어둠이 밀려오면 투숙할 곳으로 돌아오는 것과 같다. 쉴 곳을 찾는다는 것은 정토를 닦는 것을 말한다. 저물어 어둠이 밀려온다는 것은 큰 어려움이 다가오고 있음을 말한다. 투숙할 곳이 있다는 것은 연꽃 가운데 태어나 악취惡趣에 떨어지지 않는 것을 말한다.
또 비유하건대, 봄에 먼 길을 갈 때 미리 비옷을 준비하는 것은 소나기가 갑자기 내릴 때 흠뻑 적셔 낭패 당하는 근심을 겪지 않으려 하는 것과 같다. 미리 비옷을 준비하는 것은 정토를 닦는 것을 말한다. 소나기가 갑자기 내리는 것은 대명大命이 장차 다할 것을 말한다. 흠뻑 젖는 낭패의 근심이 없다는 것은 악취에 흠뻑 빠져 괴로움을 받지 않는 다는 것을 말한다. 또한 먼저 편히 쉴 곳을 찾는다면 맡은 일을 방해받지 않고 갈 수 있을 것이니, 정토업을 닦는 사람은 반드시 먼저 믿음의 원(信願)을 일으켜야 한다.
옛날에 명침明琛은 뱀을 잘 그린 사람으로 상산의 뱀 형세(常山蛇勢) <주>를 그렸다. 사론蛇論을 하기에 이르러서는, 결국 자신이 살아 있는 몸으로 뱀이 되었다. 이백시李伯時는 말을 잘 그린 사람으로, 채찍질하여 달려가는 말의 형세(打輥馬勢)를 그리자 말의 형상이 살아 움직이는 것처럼 나타났다.
이 두 가지 일을 통해 염불하면 결정코 성불하며 일심으로 정토를 믿으면 반드시 정토에 왕생한다는 것을 분명하게 알 수 있다.
<주> 상산사(常山蛇)---머리와 꼬리가 서로 응하여 구원한다는 전설상의 뱀.
이 뱀의 머리를 치면 꼬리가, 꼬리를 치면 머리가 덤비고, 허리를 치면 머 리와 꼬리가 함께 응하여 서로 돕는다는 전설에서 유래하여 수미가 상응하는 진세陣勢를 비유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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