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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사를 넘어 함께 듣는 영가천도법어
청화 큰스님
영가천도(靈駕薦度)에 관해 다소 이해가 부족한 분들이 우리 불자님 가운데에는 있습니다. 특히 젊은 세대는 그러한 경향이 많이 있습니다.
불교를 믿는 분들 가운데 “불교라는 것이 계정혜(戒定慧)의 삼학(三學)이라, 계를 충실히 지키고, 참선염불(參禪念佛)해서 마음을 통일하고, 지혜를 닦아 성불(成佛)하면 되는 것이지 무슨 필요에서 눈에 보이지도 않는 영가(靈駕)를 천도(薦度)하는 것인가?” 이렇게 생각하는 이들도 더러 계십니다.
그러나 사실 ‘마음’이라고 하는 것이 우리 눈에 보이는 것이 아니지 않습니까? 우리 마음은 눈에 안 보이지만 분명히 존재하는 ‘생명(生命)의 실재(實在)’입니다.
마음의 실재에 관해 대체로 아시는 바와 같이 유사이래(有史以來)로 두 가지의 사상적(思想的)인 흐름이 있습니다. 첫째, 모든 것은 물질(物質)뿐이라고 하는 유물론(唯物論)이고 둘째, 물질이라는 것도 사람이 물질이라고 판단하고 규정하는 것이므로 우리 마음이 먼저 존재하지 않는가. 모든 것은 우리 마음이 유추함으로 인해 있는 것이며 유추하지 않으면 없는 것으로 보는 유심론(唯心論)이 그것입니다. 유물론(唯物論)과 유심론(唯心論)은 유사이래로 우리 인간세상에서 두 갈래로 유포된 사상의 큰 흐름입니다. 유물(唯物)인가? 유심(唯心)인가? 이것 때문에 여러 가지로 투쟁도 많이 하고 전쟁도 많이 일어나기도 했습니다.
그래서 어떤 이들은 유심(唯心)도 반, 유물(唯物)도 반, 마음도 반, 몸도 반, 이렇게 절충적으로 생각하는 사상을 내기도 했던 것입니다. 만약 모든 것이 물질적인 것이라고 하는 유물론적인 견해에서 생각한다면 영가천도는 할 필요가 전혀 없습니다.
그러나 우리 부처님의 사상이나 기독교의 예수님 사상이나, 또는 유가(儒家)나 도가(道家)나 어떠한 가르침이건 간에 적어도 종교라 하면 모두가 다 유심(唯心)쪽에 속해 있으며, 마음이 우주의 실상(實相)이라는 쪽에 사상의 근거를 두고 있습니다. 따라서 ‘영가천도가 필요없다’는 분들은 결국은 ‘마음이 없다’는 사상과 거의 일치합니다.
우리가 금생(今生)에 살 때에 마음가지고 살지 않습니까? 몸은 단지 마음에 따라서 움직이는 도구에 불과합니다. 몸은 한 번 죽어지면 응당 썩어지고 마는 것입니다.
화장하면 그냥 재가 되고 파묻으면 썩어지고 분해해서 풍화작용되고 그렇게 흩어지고 마는 것인데 이때에 우리 마음이 정말로 없어지는 것인가? 정말로 없어진다고 생각한다면 얼마나 허무하겠습니까? 누구도 자기가 죽은 다음에 자기의 마음이 모두 없어진다고 생각하는 분은 안 계실 것입니다. 그렇다면 꼭 어떤 형태로든지 살아 있을 것이 아닌가?
과거나 현재나 미래를 부정하는 것은 부처님의 가르침에 합당하지 못합니다. 삼세인과(三世因果)라, 과거전생(過去前生)에도 살았고 금생(今生)에도 살고 내세(來世)에도 살 것이라는 것과 과거 전생에서 더 올라가서 전전생(前前生), 또 전전생생(前前生生)이라, 과거에 소급하여 올라가서 끝도 갓도 없는, 처음이 없는 그런 영겁(永劫)의 과거로부터 해서 무시이래(無始以來)로부터 우리의 생명이 흘러나오는 것입니다.
마찬가지로 우리가 죽은 뒤에도 우리 생명이 한 생만 존재하는 것이 아니므로 내생(來生)도 미래에 영원히 존재하는 것입니다. 이렇게 믿지 않으면 그것은 부처님의 가르침이 못됩니다. 그러므로 우리 인간의 심리(心理)만을 본다고 하더라도 금생만이 아니라 분명히 과거 전생에도 있었을 것이고 또한 미래생(未來生)에도 있을 것임을 생각한다면 영가(靈駕)라 하는 것은 분명히 존재할 수 밖에는 없습니다.
‘영가(靈駕)’라 하는 것은 우리가 죽어서, 인간존재가 죽어서 몸뚱이는 버리고 간다고 하더라도 심령자체(心靈自體), 즉 우리의 의식자체(意識自體)는 남아 있습니다. 눈에 보이는 세계만을 긍정하고 눈에 안보이는 세계를 믿지 않으려는 분들도 이런 점에 대해 생각을 다시 해 보시기 바랍니다.
그러나 또한 주의할 것이 무엇인가 하면 눈에 안보이는 그런 영혼들에만 치중해서 현실생활을 무시해 버리려는 이들도 있단 말입니다. 그러면 그것도 또한 부처님의 가르침에 합당한 것이 못됩니다. 부처님의 가르침은 현실(現實)도 중요하고 내생(來生)도 중요하고 따라서 영혼도 중요한 것이고 이처럼 모든 문제에 있어서 중도(中道)의 입장입니다.
우리 인간의 현상적인 현실생활도 역시 바르게 수행하여 닦아 나아가는 것이고, 또한 동시에 이미 돌아가신 분들의 영혼도 역시 헤매고 있는 것을 생각할 때에는 헤매는 이들을 모두 정화시켜서 참다운 인생과 모든 존재의 근본 고향인 극락세계(極樂世界)로 인도하는 것은 부처님의 가르침인 동시에 우주만유(宇宙萬有)의 큰 법칙인 것입니다. 오늘은 인연 따라서 모이신 우리 불자님들이 모두 합심동체(合心同體)가 되셔서 영가천도를 모시는 아주 뜻 깊은 법회입니다.
그러기 때문에 거부감 같은 것은 조금도 느끼지 마시고, 또한 주최하시는 분들도 너무나 지나치게 영가(靈駕) 쪽에 관심을 두시지 마시고, 현실과 영가의 양편에 치우침이 없는 중도(中道)적 입장에서 생각하시고 오늘 천도를 마치도록 합니다.
영가(靈駕)나 우리 인간이나 똑같이 갈 곳은 한 곳입니다. 극락세계라고 하는 해탈된 영생불멸(永生不滅)한 경계에 간다는 것은 영가도 그렇고 우리 살아있는 사람들도 마찬가지입니다. 우리 사람들도 금생에 성불을 하기는 어렵지 않겠습니까? 그와 똑같은 영가들도 몸뚱이를 버렸다고는 하더라도 몸뚱이에 대한 애착은 못 떠나는 것입니다.
오늘 천도받는 영가들이시여, 자세히 듣고 깊이 생각하세요.
비록 인연이 다하여 몸은 떠났다 하더라도 영혼은, 범부(凡夫)의 영혼(靈魂)은 아직 우리 주변에 머물러 있는 것입니다. 이것을 불교의 전문적인 용어로 땅 지(地)자, 묶을 박(縛)자, ‘지박(地縛)의 영(靈)’이라 합니다. 땅 지(地)자, 땅이라는 뜻은 불교적인 의미에 있어서는 하나의 질료(質料)인 물질을 의미합니다. 따라서 물질에 얽매여 있는, 물질에 구속되어서 헤어나지 못하는 영혼이 ‘지박(地縛)의 영(靈)’입니다. 성자(聖者)의 영혼이 미처 못 될 때에는 모두가 다 ‘지박(地縛)의 영(靈)’입니다.
우리 사람도 몸뚱이라는 물질에 얽매여 있지 않습니까? 그리고 의식(意識) 자체가 다 물질 생활에 얽매여 있습니다. 그러므로 역시 똑같은 ‘지박(地縛)의 영(靈)’입니다.
영가들이시여!
영가들도 부처님의 가르침을 잘 닦아서 수승(秀勝)하시어 홀홀히 극락세계로 가신 영혼들 또는 극락세계에는 미처 못 가셨다고 하더라도 천상(天上)에 머무는 영혼들, 이런 영혼들 이외에는 모두가 다 물질에 묶여있는, 땅 기운에 묶여 있는 것입니다. 우리가 사는 공간도 실은 물질입니다. 산소, 수소, 탄소, 질소 이런 각 원소가 차 있는 공간도 사실은 물질입니다. 공간도 저 위로 올라가서 성층권(成層圈), 저기권(低氣圈), 자기권(磁氣圈) 위로 올라가서 공기가 아무것도 없는 그런 세계는 바로 천상(天上)의 세계입니다.
그러나 이 땅 기운데 묶여 있는, 물질에 묶여있는 영가들이시여, 자세히 듣고 깊이 생각하십시오.
몸뚱이라 하는 것은 잠시간 우리가 과거에 지은 바 우리의 행위에 따라서, 과거에 어떻게 생각을 했던가? 어떻게 말을 했던가? 어떻게 행위를 했던가? 그런 삼업(三業)이 때가 되어서 마음을 어둡게 만듭니다. 본래 마음이라 하는 것은 내 마음, 네 마음이 따로 있는 것이 아니고 바로 우주의 근본성품입니다.
불자님들이시여, 영가님들이시여, 깊이 생각하십시오.
마음이라 하는 것은 몸에 갇혀 있는 그 무엇이 아니라 바로 우주의 근본(根本), 순수한 성품(性品)입니다. 우리의 마음이라 하는 것은 물질이 아닙니다. 물질이 아니기 때문에 형상도 없고 어느 한계가 없습니다. 마음이 물질 같으면 여기 있고 저기 있고 하겠습니다만 마음은 물질이 아닌지라 그 마음이 내 몸뚱이에만 있고 다른 몸뚱이에는 없는 것이 아닙니다. 어떠한 공간(空間)에도 마음은 그대로 충만해 있습니다. 어느 세상에나 어느 처소(處所)에나 마음이라는 것은 충만해 있으며 마음의 본성품은 낳지 않고, 죽지 않고, 더하지 않고, 덜하지도 않습니다.
그러한 마음이 과거전생(過去前生)의 업(業)을 따라서 이와 같은 몸뚱이가 생기면 그 마음이 본래 마음을 훤히 잘 보지 못하기 때문에 ‘이 몸뚱이 이것이 나다’라고 생각하는 것입니다. 부처님의 가르침은 가짜 ‘나’를 떠나서 참다운 ‘나’를 깨닫는 것입니다. 우리 중생들은 어쩌다가 전생에 지은 자기 업을 따라서 이렇게 몸을 받으면 ‘몸뚱이 그것이 나다’그럽니다. 우리 번뇌의 시초는 거기에서 옵니다. 남을 좋아도 하고 물질에 욕망을 내고 이런 것도 모두가 다 이 몸뚱이 때문에 이 몸뚱이더러 ‘나’라고 하는 관념이 생겨서 그런 것입니다.
그러나 성자의 눈, 바로 깨달은 이의 눈에서 본다고 생각할 때에 사실 몸뚱이는 과거전생의 업장(業障) 따라서 금생에 산소나 수소나 탄소나 각 원소를 긁어모아서 이렇게 세포를 구성한 것뿐이지 참다운 ‘나’가 못됩니다. 참다운 ‘나’는 우리 마음이란 말입니다. 우리 마음은 여기 있고, 저기 있고 그렇게 있는 것이 아니란 말입니다. 우리 중생이 잘못 봐서 “내 마음은 내 몸뚱이 속에 갇혀 있다, 그대 마음은 그대 몸뚱이와 똑같다.” 이렇게 생각하지만 본래 마음은 그렇지 않습니다. 옆의 사람 마음이나 자기 마음이나 또 하나의 풀포기 마음이나 또는 다른 동물의 마음이나 모두 다 같은 물질이 아닌 하나의 우주의 순수한 생명(生命)인 것입니다.
대승(大乘)과 소승(小乘)도 그런 점에서 관계가 있습니다. 소승이라 하는 것은 대체로 이러한 현상적(現象的)인 문제에 걸려있단 말입니다. 따라서 소승이라 하는 것은 현상적인 문제에 걸려있기 때문에 참다운 성불(成佛)을 못합니다. 참다운 해탈(解脫)을 못합니다. 그러나 대승(大乘)이라 하는 것은 ‘내 생명의 근본은 무엇인가?’ ‘우주의 근본성품(根本性品)은 무엇인가’하는 이 자리를 훤히 밝히고 있습니다.
우리 불자님들, 영가들이시여!
우리가 불행한 것은 이유가 다른 곳에 있지 않습니다. 우리가 근본적으로 ‘내가 무엇인가?’를 확실히 모르기 때문입니다. 그런 무지(無知)와 무명(無明) 때문에 업(業)을 짓습니다. 그래서 자기도 불행하고 사회도 마찬가지이고 우리 가정이 불화스러운 것은 모두가 다 그 때문입니다.
영가들이시여, 깊이 생각하세요.
지금 헤매고 있는, 물질에 묶여 있는 지박(地縛)의 영(靈)인 당신들이 가야 할 곳은 그 물질적인 구속을 다 풀어버리고 한도 끝도 없는 영생불멸(永生不滅)한 극락세계(極樂世界)로 가시는 것입니다. 극락세계는 우리가 안가고 버틸 수가 없습니다. 무명심(無明心)을 떠나지 못해서 사람들은 금생에 쓰고 있는 이 몸뚱이를 보고 자기라고 하는 것이고, 영혼들은 과거의 자기 몸뚱이, 지금은 어디엔가 묻혀 있거나 혹은 화장해서 재가 되어 버렸는데도 그것에 대한 미련 때문에 그것을 내 몸뚱이라고 그럽니다. 그러나 그런 것은 실존적(實存的)으로는 절대로 있지 않습니다.
영가들이시여, 깊이 생각하세요.
인연(因緣) 따라서 잠시간 각 원소를 긁어모아서 이루어진 세포들로 이 몸뚱이가 되었습니다. 범부(凡夫)라 하는 것은 이 몸뚱이보고 자기라고 하고, 또는 망상(妄想)하는 자기의 마음보고 자기라고 합니다. 그러나 우리 중생심(衆生心)이라 하는 것은 참다운 마음의 근본성품이 못됩니다. 우리 중생심이라 하는 것은 이 몸뚱이보고 이것이 내 몸뚱이다. 자기 아내 몸뚱이보고 이것이 아내다. 아내는 내 소유다. 남편도 내 소유다 하는 관념들을 갖지만 이런 관념들이 모두가 다 중생심인 것입니다. 중생의 관념을 못 버리면 인생고해(人生苦海)를 떠나지 못합니다. 부처님 가르침의 근본적인 대요(大要)는 모두가 다 인생고(人生苦)를 떠나서 참다운 해탈로 가는 것입니다. 그런데 인생고의 근본원인이 무엇인가 하면 무명심(無明心)때문입니다. 자기 몸더러 참다운 자기라고 하고 일체물질(一切物質)도 사실로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영가들이시여, 불자님들이시여!
반야바라밀(般若波羅蜜), 반야(般若)의 용선(傭船), 반야의 배를 못 타면 해탈(解脫)의 경계(境界)에는 못가는 것입니다.
영가천도하는 법문은 모두가 다 반야바라밀(般若波羅蜜), 반야(般若)의 지혜(智慧)로 해서 더 이상 헤매지 말고 극락세계로 가라는 것입니다. 인생고해(人生苦海)를 건너가기 위해서는 반야용선, 반야바라밀의 배를 타야 하는 것입니다. 그러면 반야바라밀(般若波羅蜜)은 무엇인가? 반야바라밀은 마음이 우리의 주인공이고, 태양이나 달이나 별이나 사바세계(裟婆世界)의 삼라만상(森羅萬象), 두두물물(頭頭物物)이 모두가 다 그 근본성품은 바로 마음인 것입니다.
그러므로 심즉시불(心卽是佛)이라, 마음이 바로 부처라, 그 마음은 물질이 아니기 때문에 공간성(空間性)이 없으며, 공간성이 없기 때문에 시간성(時間性)도 없습니다. 우주에 끝도 갓도 없이 무량무변(無量無邊)하게 가득찬 생명자체 이것이 바로 마음인 동시에 바로 부처입니다.
영가들이시여!
그 자리가 바로 우리의 참다운 생명입니다. 우리 중생은 그 자리를 잘 모르기 때문에 현상에 가려서 무거운 죄를 범하게 되면 지옥도 가는 것이고, 욕심이 많으면 아귀도 되는 것이고, 어리석고 무명심에 가리면 그때는 개나, 소나 돼지도 되는 것입니다. 싸움 좋아하는 사람들, 투쟁 좋아하는 사람들 이런 사람들은 틀림없이 아수라 귀신이 되는 것입니다.
생각해 보십시오.
그 생명의 본체인 마음은 내 마음, 네 마음의 둘이 아닙니다. 우주가 오직 하나의 마음인데 그 마음 위에서 인연 따라서, 바다 위에 일어나는 거품모양으로 내가 있고 네가 있고 산이 있고 물이 있고 하는 것입니다. 이렇게 꼭 생각을 하시기 바랍니다. 우주가 하나의 생명인데, 부처님의 성품이라 하는, 마음이라 하는 하나의 생명인데, 그 자리에서 인연법(因緣法) 따라서 이렇게 바꾸어지고 저렇게 바꾸어지고 하는 것일 뿐입니다. 따라서 그 근본자리는 다 하나의 생명입니다. 이 자리를 아는 것, 이것이 대승법문(大乘法門)입니다.
참다운 진리, 석가가 말하고 예수가 말하고 공자가 말한 바, 참다운 진리에서는 천지우주가 오직 하나의 생명입니다. 이렇게 이해하고 생각할 때에는 자기의 행동도 모두가 다 거기에 따라서 남하고 화해하고 남의 마음에 불을 안놓고 부모님의 마음을 아프게 하지 않을 수가 있는 것인데, 만일 거기에 바른 가치관, 바른 철학이 없다면 그때그때 자기의 충동대로 행동하게 된다는 말입니다.
영가들이시여, 깊이 생각하십시오.
극락세계라 하는 것은 모든 존재가 마음뿐 입니다. 우리 마음이 그때그때 물질에 가리어서 물질에 구속되어서 잘못 생각하고 있지만, 잘못된 생각만 벗어나면 그때는 모두가 바로 부처입니다. 이렇게 되면 극락세계가 저 십만억국토(十萬億國土) 멀리에 있는 것이 아니라, 지금 우리가 학교에 있으나, 직장에 있으나 또는 가정에 있으니 항상 극락세계는 바로 우리 눈앞에 나타나 보이는 것입니다.
왜 그런가 하면 이것은 좀 어려우시더라도 대승적으로 생각해 보시기 바랍니다. ‘마음뿐이다’하는 것은 마음은 바로 청정무구(淸淨無垢)한 광명(光明)이라는 뜻입니다. 마음은 물질이 아닌 하나의 청정한 빛입니다. 빛도 태양광선 같은 눈부신 광명이 아니라, 그런 광명보다도 가장 기본적인 생명자체(生命自體)의 빛이 바로 마음인 동시에 부처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어느 것이나, 내 몸뚱이나 무엇이나 모두가 다 근본은 마음에서 비롯되는 것입니다. 마음에서 안나오는 것은 아무것도 없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부처님 가르침의 핵심이 일체유심조(一切唯心造)라, 모두가 다 마음으로 되었다는 것입니다. 공산주의가 실패한 것도 이유가 다른데 있지 않습니다. 마음이라 하는 것은 우리 몸뚱이의 일부인 뇌의 활동에 불과하다는 유물론적(唯物論的)인 사고를 가지고 있다고 생각할 때에는 필연적으로 사람의 생명을 함부로 하기 쉽습니다. 그렇기에 조금 마음에 안들면 숙청하고 탄압하고 한 것이 이른바 소비에트 사회의 형태 아니겠습니까? 이것은 기본적인 철학에서 벗어나 있는 것입니다.
앞에서 말씀드린 바와 같이 석가, 공자, 예수 그분들의 가르침은 다 하나의 진리인데 그 핵심은 천지우주가 오직 순수생명(純粹生命)인 마음뿐이란 말입니다. 부처뿐이란 말입니다. 그런 자리에서 인과의 법칙 따라서 천차만별로 구분되어 있지만 모두가 마음에서 된 것이기 때문에 사람 같은 모양을 하거나 산 같은 모양을 하거나 무엇 같은 모양을 하거나 이들을 근본바탕에서 본다고 할 때에는 사실은 똑같이 다 마음입니다. 그래서 ‘일체유심조(一切唯心造)’입니다. ‘모두가 다 마음으로 되었다’는 말입니다. 이렇게 알아야 대승적인 생각인 것이고 이렇게 알아야 비로소 무명심(無明心)을 떠나서 참다운 반야(般若)의 지혜(智慧)가 생기는 것입니다.
여러분들이 항상 외우시는 반야심경(般若心經)도 다 그 뜻입니다. 극락에 가는 것도 지옥에 떨어지는 것도 모두가 다 마음을 깨닫고 깨닫지 못한데 차이가 있는 것이지 마음이란 자리에는 조금도 변함이 없습니다.
마음은 생명의 빛입니다. 그런 빛으로 내 몸이 되어 있어서 우리가 깨달아서 자기의 몸을 본다고 생각하면 자기 몸은 부처님 몸같이 환하게 빛나는 것이고, 또한 나쁜 사람의 몸이라도 다 그런 것입니다. 그러나 그런 마음이 주인공(主人公)인 것을 미처 모르는 사람들은 ‘물질만 많이 있으면 된다, 감투만 높으면 된다, 내 몸을 잘 꾸며서 빛나게 만들면 된다.’ 이런 모양에만 치우쳐서 모양 때문에 헛된 노력들을 많이 합니다. 그러나 모양 이것은 어차피 없어지는 것이기 때문에 우리 몸뚱이를 아무리 아껴봐도 없어지고 말듯이 금이나 은이나 그런 것도, 다 물질이라 하는 것은 결국 없어지고 맙니다.
인생은 본래 고향이 마음이기 때문에 극락세계가 바로 고향입니다. 극락세계를 떠나서 우리가 그때그때 잘못 보고서 지옥도 가고 축생(畜生)도 되고 사람으로도 태어나고 하는 것입니다. 그러나 마음이 고향이기 때문에 다시 본래의 마음자리로, 다시 부처자리로 돌아갈 수밖에는 없는 것입니다. 돌아가지 못하면 항상 불만스럽고 불안스러운 것입니다. 우리 인생은 불안스럽지 않습니까? 모두가 불확실하고, 우리가 꼭 믿을만한 것은 사실 아무 것도 없습니다. 남편을 믿고, 아내를 믿고, 스승을 믿고 다 믿어야 하겠습니다만 더러는 또 배신을 할 수가 있지 않습니까? 따라서 물질적인 눈에 보이는 세계라는 것은 어느 것이나 상대적으로만 믿음이 있는 것이며 절대적으로 믿을 수 있는 것은 없는 것입니다. 모두가 다 변화무쌍하여 그렇습니다.
그렇기에 ‘제행무상(諸行無常)’이라, ‘제법무아(諸法無我)’라 합니다.
영가들이시여, 자세히 듣고 깊이 생각하십시오.
영가들이 과거전생(過去前生)에 살았던 사람의 세상에서 잘 살았건 못 살았건 그런 것은 모두가 다 꿈에 불과합니다. 어디에도 그 흔적이 없습니다. 아내나 남편이나 자식이나 그러한 자기의 권속도 모두가 어쩌다가 인연이 좀 같아서 한세상 만난 것이지 또다시 어디가서 만난다고 보장할 수 없습니다. 따라서 그런 것에 대한 애착도 둘 필요가 없습니다. 다만 우리 인간존재(人間存在)나 천상존재(天上存在)나 지옥존재(地獄存在)나 아귀존재(餓鬼存在)나 축생(畜生)이나 모두가 할 일은 부처님의 법 믿고서, 성자(聖者)의 가르침 믿고서 허망한 것은 허망하다고 보고, 꿈은 꿈이라고 보고서 우리 고향 · 극락세계로 돌아가는 것입니다.
동참하신 불자님들이시여!
지금은 우리가 각성할 때입니다. 세간적인 그렁저렁한 가르침으로 해서 우리 인생을 낭비할 때가 아닙니다. 만일 각성하지 못한다면 우리는 다시 또 우리의 개인적인 불안과 온갖 번뇌 그런 것 때문에 평생 동안 고생해야 합니다.
또는 가정도 마찬가지입니다. 진리에 비추어서 아버지 도리, 어머니 도리, 자식 도리를 다 해야지 그렇지 않고서 세간적(世間的)인 애착만으로 산다고 할 때에는 끊임없이 불안스럽고 부자지간(父子之間), 모자지간(母子之間), 모녀지간(母女之間)에 끊임없이 싸울 수밖에는 없습니다.
눈에 보이는 몸뚱이는 허무한 것입니다. 자기 집도, 자기 아파트나 단독주택이나 모두가 다 허망한 것입니다. 어차피 나그네길인데 어디서 머물다가 어차피 곧 가고 마는 것, 우리가 할 일 가운데 가장 중요한 것은 성자의 길 따라서 바르게 사는 것입니다. 집착(執着)하지 않고서 보는 바른 견해, 정견(正見) 이것은 인생을 사는 등불입니다. 이러한 바른 견해가 앞에 말씀드린 바, 반야바라밀(般若波羅蜜)입니다. 바른 견해인 이 등불이 없으면 어두컴컴한 사바세계에서 바로 비춰 나아갈 수가 없습니다.
그러면 바른 견해란 무엇인가? 앞에서 말씀드린 바와 같이 일체존재(一切存在)가 사실은 바른 눈으로 본다고 생각할 때에는 물질은 허망한 것이고 마음만 존재하는 것입니다. 생명자체만 존재하는 것입니다. 우리가 전자현미경을 놓고 대상을 본다고 생각할 때에 우리 눈에 보이는 것 같은 금이나 은이나 다이아몬드나 우리 몸뚱이나 이런 것들은 보이지 않습니다.
인간이라고 하는, 인간 존재에 맞추어진 인간의 업장(業障)의 안목에서 비추어 보니까 사람으로 보이고, 예쁘게도 보이고, 밉게도 보이는 것이지 정말로 더 깊은 눈으로, 더 밝은 부처의 눈으로 본다고 생각하면 우리 인간이 반드시 예쁘고 밉고 그렇게 보일 수가 없는 것입니다. 우리 인간에게 보이는 것만이 전부가 아닙니다. 성자가 보는 눈만이 바로 보는 것이고 우리 인간은 모두가 다 가상(假相)만 보는 것입니다. 망상(妄想)만 보는 것입니다.
영가들이시여!
극락세계(極樂世界)가 우리의 고향입니다. 어차피 몇 만생을 윤회(輪廻)하다 가더라도 극락세계에 꼭 가야 하는 것입니다. 기왕이면 윤회하고 갈 것이 아니라, 금생에 가까스로 백천만겁 난조우(百千萬劫 難遭遇)라, 부처님의 가르침을 만났으니 이 귀중한 가르침 붙들고서 다른 쪽에 한눈팔지 마시고 수행정진(修行精進)하여 극락세계에 왕생(往生)하시기 바랍니다.
나무 석가모니불(南無釋迦牟尼佛)
나무 마하반야바라밀(南無摩訶般若波羅蜜)
-1993. 11. 12 금륜회 영가천도법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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