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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청화 큰스님 법문집/2. 금륜

월간 『金輪』지 창간법어

 영원히 굴러가는 금강륜



벌써 향수鄕愁의 계절입니다. 누구나 젊은 날에는 낭만과 희망이 활발발活潑潑하게 날개 치는 생명이 약동하지만, 어느새 노년이 들면 속절없이 떠나버린 가물가물한 추억들이 적막한 삶을 달래주는 황혼의 선물이기도 합니다.

회상하면 성륜사의 연륜年輪도 어느덧 10여년을 헤아리게 되었고 그동안 여러 유연법우有緣法友들의 정진공덕精進功德은 아늑하게 피어오르는 꽃구름같이 갸륵하고 다소곳하게 성숙을 거듭하였습니다.

지난 몇 년 동안 산승山僧을 떠나간 소중한 인연들이 올 가을 따라 유난히도 인생의 무상을 묵시黙示하고 있습니다. 20여년을 정진도반精進道伴으로 서로 아끼고 살피던 정조스님, 무능한 산승을 스승으로 여기고 지성껏 따르던 몇몇 스님들은 이제 어디에도 그들의 다정한 자취는 없습니다.

그리고 산승에는 아직도 죽음 저편을 통찰하는 천안통天眼通이 없습니다. 지난 세월을 밝히는 숙명통宿命通과 모든 번뇌를 모조리 없애고 진여불성眞如佛性을 온전히 깨닫는 누진통漏盡通 등 삼명통三明通은 정통 성자正統聖者가 갖추는 기본적인 불성佛性 공덕입니다.

그러한 원만 공덕은 한껏 부처님을 따르는 바른 소견(正見)과 사뭇 청정하게 윤리도덕을 지키는 계율과 생명의 근원을 훤히 꿰뚫어보는 깊은 선정禪定을 닦아야만 얻어지는 생명의 보장寶藏입니다.

후기 산업사회의 기계문명은 감내하기 어려운 환경공해와 인간존재의 존엄성마저 처참하게 짓밟히는 이른바 질풍노도疾風怒濤가 사납게 파도치고 있습니다.

그러나 오늘날 모든 인습적因襲的인 종교들은 하나의 진리로 돌아가는 역사적 사명을 망설이고 투명하고 확고한 대안이 없습니다.

우리 생명자체(佛性自性眞如)는 원래 청정하고 영생불멸하여 과거에도 미래에도 죽음이 없는 우주의 생명에너지며, 바로 부처님이요, 하느님입니다.

그러기에 우리들이 진리를 깨닫고 깨닫지 못하는 차이는 있을지라도, 본래로는 부처와 중생이 둘이 아니며, 사바세계(현실세계) 그대로 극락세계(광명정토)입니다.

그래서 부처님은 영원한 우주생명이기에 무량수불無量壽佛이요, 자비와 지혜가 충만한 공덕생명이기에 무량광불無量光佛이며, 유정무정有情無情 일체 모두 그대로 아미타불阿彌陀佛입니다.

저 우주 법계法界의 금륜성왕金輪聖王은 영겁의 세월을 두고 금강륜金剛輪을 굴려서 우주의 모든 미망迷妄과 사마邪魔를 물리치고 진여연기眞如緣起의 우주 대도大道인 불법佛法을 수호하고 있습니다.

바야흐로 통합적인 새 문화 창조의 여명黎明이 밝아오고 있습니다.

정통불법正統佛法을 염원하는 우리 법우法友들과 성불해탈의 사무친 ‘금륜목소리’의 장도壯途는, 제불보살의 호념護念과 축복 가운데 환희 충만한 가행정진加行精進을 세차게 거듭하게 될 것입니다. 그리고 법우들의 가슴마다 불성광명이 더욱 찬란하게 빛나게 될 것입니다.


[2000년 10월, 월간 『金輪』지 창간법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