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2.청화 큰스님 서적/1. 정토삼부경

제二절 미타성불과 극락정토의 장엄

제 二 절  미타성불과 극락정토의 장엄


  아난이 부처님께 여쭈었다.

  『법장보살은 이미 성불하시어 영원히 안온한 열반의 경계에 드셨습니까? 그렇지 않으면 아직 성불하지 못하셨습니까? 혹은 성불하시어 현재 계시옵니까?』

  부처님께서 아난에게 말씀하셨다.

  『법장보살은 이미 성불하여 서쪽 나라에 계시는데, 그 부처님의 이름을 〈아미타불〉혹은〈무량수불〉이라하며, 그 나라는 십만억의 나라를 지난 머언 나라로서 극락세계라 하느니라.』

  아난이 또 여쭈어 묻기를,

  『세존이시여, 그러면 그 부처님께서 성불하신 지는 얼마나 되옵니까?』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그 부처님이 성불하신 이래 벌써 십겁(十劫)이 지났느니라. 그런데 그 불국토는 금․은․유리․산호․호박․자거․마노 등 칠보로 땅이 이루어지고, 그 넓이는 광대하여 끝이 없으며, 그 곳 온갖 보배들은 서로 빛나서 한량없이 찬란하고 미묘 청정하게 장엄되어, 시방세계의 어느 세계보다도 뛰어나게 훌륭하니, 그것들은 모든 보배 중의 으뜸으로서, 마치 타화자재천(他化自在天)의 보배와도 같으니라.

  또한 그 국토에는 수미산과 금강철위산 등 일체 산이 없고, 바다나 강이나 시내나 골짜기 우물 등도 없으나, 보고싶어 할 때는 부처님의 신통력으로 바로 나타나니라. 그리고 지옥과 아귀와 축생 등의 괴로운 경계도 없고, 봄 여름 가을 겨울의 사계절도 없으니, 춥지도 더웁지도 않아서 항시 온화하고 상쾌하느니라.』

  그 때 아난이 부처님께 여쭈었다.

  『세존이시여, 만약 그 불국토에 수미산이 없다면 그 산에 있을 사천왕과 도리천은 어디에 의지하여 살 수 있나이까?』

  부처님께서 말씀하시기를,

  『아난아, 그러면 그대는 야마천(夜摩天)으로부터 색구경천(色究竟天)까지의 모든 천상들은 모두 어디에 의지하여 머무를 수 있다고 생각하느냐?』

  아난이 사뢰었다.

  『세존이시여, 그들은 각기 지은 바 업력의 불가사의한 과보의 힘에 의하여 자기에게 합당한 천계(天界)에 머물고 있나이다.』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업력의 과보가 불가사의하여 그러한 천상계가 있을 수 있다면, 모든 부처님의 세계도 또한 불가사의하여, 그 불국토에 사는 모든 중생들도 그들이 이미 지은 바 공덕과 선업의 힘에 의하여 나타난 땅에 머물러 살 뿐이니라. 그러니 수미산이 없더라도 아무런 불편이 없느니라.』

  아난이 부처님께 사뢰었다.

  『저는 그러한 법을 의심하지 않사오나 다만 미래의 중생들을 위하여 그들의 의혹을 풀어 주고자 하옵기에, 짐짓 이러한 뜻을 여쭈어 보았나이다.』

  부처님께서 다시 아난에게 이르시기를,

  『아난아, 이 무량수불(아미타불)의 위신력과 밝은 광명은 가장 높고 뛰어나서 모든 부처님의 광명이 능히 미치지 못하며, 백천만의 불국토 뿐만 아니라 항하 모래 수와 같은 헤아릴 수 없는 시방세계의 모든 불국토를 두루 비추느니라.

  그리고 때에 따라, 부처님의 광명은 일곱자를 비추기도 하고, 혹은 사십리를, 혹은 팔십리를, 혹은 일백이십리를 자유자재로 비추는데, 점점 더하여 드디어는 일체 부처님 세계를 모조리 비추기도 하느니라. 그러므로 무량수불(아미타불)을 달리 십이광불(十二光佛)이라 이름하여 무량광불(無量光佛)․무변광불(無邊光佛)․무애광불(無碍光佛)․무대광불(無對光佛)․염왕광불(燄王光佛)․청정광불(淸淨光佛)․환희광불(歡喜光佛)․지혜광불(智慧光佛)․부단광불(不斷光佛)․난사광불(難思光佛)․무칭광불(無稱光佛)․초일월광불(超日月光佛)이라 찬탄하느니라.

  그런데 중생들이 이러한 광명을 만나게 되면, 탐욕과 성냄과 어리석음이 자연히 소멸하고 몸과 마음이 부드럽고 상냥하여 기쁨이 가슴에 넘치며, 진리를 구하는 착한 마음이 솟음쳐 일어나느니라. 그리고 지옥과 아귀와 축생 등의 괴로운 삼악도에서도 그 광명을 만나게 되면, 모두 평온한 휴식을 얻어 다시는 고뇌가 없으며, 수명이 다한 뒤에는 해탈을 얻게 되느니라.

  이와 같이 무량수불(아미타불)의 광명은 너무도 찬란하게 빛나서, 시방세계의 모든 불국토를 비추어 미치지 않은 데가 없고, 그 명성이 떨치지 않은 곳이 없나니, 그래서 나만이 그 광명을 찬탄하는 것이 아니고, 모든 부처님과 성문, 연각, 보살들도 또한 다 한결같이 찬탄하느니라.

  그리고 만약 중생들이 그 광명의 위신력과 공덕을 듣고 밤낮으로 찬탄하는 지성한 마음이 끊이지 않는다면 그는 소원대로 그 부처님 나라에 태어나게 되어 모든 보살과 성문들이 그 공덕을 찬양할 것이며, 또한 장차 불도를 성취했을 때에는 시방세계의 모든 부처님과 보살들이 지금 무량수불(아미타불)을 공경함과 같이 그의 광명을 찬탄하게 될 것이니라.

  아난아, 진실로 무량수불(아미타불)의 광명과 위신력이 그지없이 위대하고 미묘함은 내가 일겁(一劫)동안을 두고 밤낮을 가리지 않고 말한다 하여도 오히려 다할 수가 없을 것이니라.』

  부처님께서 다시 말씀을 계속하시어,

  『아난아, 무량수불(아미타불)의 수명은 한량없이 길어서 이루 헤아릴 수 없나니, 어찌 그대가 알 수 있을까보냐. 가사 시방세계의 모든 중생이 다 성문이나 연각의 성인이 되어 다같이 한 자리에 모여서, 생각을 고요히 하고 오로지 한마음으로 그들의 지혜를 다하여 백천만겁 동안 세어본다 하더라도 능히 다 할 수가 없고, 그 한계를 알 수가 없느니라.

  그리고 극락세계의 성문과 보살과 천인(天人)들의 수명도 또한 이와 같아서 산수와 비유로 능히 헤아릴 수 없고, 그들 성문과 보살들의 수 또한 한량없이 많은데, 그들은 모두 지혜와 신통이 통달하여 그 위력이 자재하고 능히 손바닥 위에 일체 세계를 올려 놓을 수도 있느니라.』

  부처님께서 아난에게 다시 말씀하셨다.

  『아난아, 무량수불(아미타불)이 성불하시고 나서 처음 설법하신 법회에 모인 성문과 보살들의 수도 또한 헤아릴 수 없이 무수하나니, 지금 신통제일의 목건련같은 이가 백천만 명이 모여서 한없는 겁(劫)동안 그들의 수명이 다할 때까지 헤아린다 하더라도 그 수를 알 수는 없느니라.

  비유하건데, 가령 어떤 사람이 가는 터럭 하나를 백으로 나누어 그 하나의 털끝으로 광대한 바닷물을 한번 적신다면 얼마나 되겠느냐? 그리고 그 털끝에 적신 물과 큰 바다의 물과는 어느 것이 더 많겠느냐?』

  아난이 부처님께 대답하여 사뢰었다.

  『저 털끝에 적신 물과 큰 바닷물을 비교한다면 그 많고 적음을 어찌 산수나 말로써 능히 헤아릴 수 있겠나이까.』

  부처님께서 아난에게 말씀하셨다.

  『아난아, 그와 같이 목건련같은 이들이 수없이 모여 백천 만 억 나유타의 오랜 세월을 두고 헤아릴 수 있는 수는 오히려 털끝에 묻은 한방울의 물과 같고, 무량수불(아미타불)의 처음 법회에 모인 성문과 보살들의 수는 큰 바닷물과 같아서 헤아릴 수 없이 많으니라.

  또한 무량수불(아미타불)의 불국토인 극락세계에는 칠보로 된 갖가지의 나무가 온 세계에 충만하여 금으로 된 나무, 은으로 된 나무, 유리나무․파려나무․산호나무․마노나무․자거나무들이 있는데, 혹은 두 가지 보배로 되고 혹은 세 가지 보배에서 일곱 가지 보배가 합하여 이루어졌느니라.

  그리고 금나무에는 은으로 된 잎과 꽃과 열매가 열리기도 하고, 은 나무에는 금의 잎과 꽃과 열매가 달리고, 혹은 유리나무에 파려의 잎과 꽃과 열매가, 수정나무에 유리의 잎과 꽃과 열매가, 산호나무에 마노의 잎과 꽃과 열매가, 마노나무에 유리의 잎과 꽃과 열매가 달리기도 하고, 혹은 자거나무에 잎과 꽃과 열매는 다른 여러 보배가 합하여 이루어지기도 하였느니라.

  그리고 어느 보배나무는 자마금(紫磨金)의 뿌리에 백은의 줄기, 유리의 가지, 수정의 줄거리에 산호의 잎, 마노의 꽃, 자거의 열매가 열리고, 어느 보배나무는 백은을 뿌리로 하고 유리의 줄기, 수정의 가지, 산호의 줄거리에 마노의 잎, 자거의 꽃과 자마금의 열매가 달리고, 어느 보배나무는 유리를 뿌리로 하고 수정의 줄기, 산호의 가지, 마노의 줄거리에 자거의 잎, 자마금의 꽃과 백은의 열매로 되고, 어느 보배나무는 수정의 뿌리에 산호의 줄기, 마노의 가지, 자거의 줄거리에 자마금의 잎, 백은의 꽃과 유리의 열매로 되고, 어느 보배나무는 산호의 뿌리에 마노의 줄기 자거의 가지 자마금의 줄거리에 백은의 잎 유리의 꽃과 수정의 열매로 되고, 어느 보배나무는 마노의 뿌리에 자거의 줄기 자마금의 가지 백은의 줄거리에 유리의 잎, 수정의 꽃과 산호의 열매로 되고 혹은 어느 보배나무는 자거를 뿌리로 하고 자마금의 줄기와 백은의 가지와 유리의 줄거리에 수정의 잎과 산호의 꽃과 마노의 열매로 되었나니, 이와 같이 칠보가 서로 번갈아 뿌리가 되고 줄기가 되고 가지와 잎과 꽃과 열매가 된 보배나무들이 극락세계에 가득하느니라.

  그리고 이러한 보배나무들은 가지런히 줄지어 있는데, 줄기는 줄기끼리 마주보고, 가지는 가지끼리, 잎과 잎, 꽃과 꽃, 열매와 열매가 서로 바라고 서로 따르고 하여 그 찬란한 광채는 눈이 부시어 바라볼 수 없으며, 맑은 바람이 보배나무에 살랑거리면 다섯가지 소리가 미묘하게 울리며 자연히 아름다운 조화를 이루느니라.

  또한 무량수불(아미타불)이 계시는 극락세계에 있는 보리수는 그 높이가 사백만리이고 그 밑둥의 둘레는 五十유순이며 그 가지와 잎은 사방으로 이십만리나 퍼졌는데, 이 보리수는 온갖 보배로 이루어지고, 더욱 모든 보배의 으뜸인 월광마니(月光摩尼)와 지해윤보(持海輪寶)로 자연스럽게 꾸며져 있느니라.

  그리고 이 보리수의 가지와 가지 사이에는 보배로 된 영락을 드리웠는데, 그 빛깔은 백천가지로 변화하여 그 광명은 한없이 비치어 다함이 없고, 나무 위에는 그지없이 귀하고 묘한 보배로 된 그물이 덮였나니, 이와 같이 일체의 아름다운 장엄들이 바라는 대로 저절로 나타나느니라. 가벼운 산들바람이 보배나무 가지에 살랑거리면, 한량없는 묘법(妙法)의 음악을 아뢰고, 그 소리가 울려퍼져 모든 부처님 나라에 두루하느니라.

  그래서 그 아름다운 소리를 듣거나, 그 향기를 맡거나, 맛을 보거나, 그 광명이 몸에 비치거나, 마음으로 그러한 장엄들을 생각하는 중생들은 모두 생사(生死)를 깨닫는 무생법인(無生法忍)을 얻고 다시 물러나지 않는 불퇴전(不退轉)의 자리에 머물러, 성불할 때까지 육근(六根)이 청정하여 아예 번뇌와 시름이 있을 수 없느니라.

  아난아, 극락세계에 있는 인간이나 천신들이 이 보리수나무를 보면 삼법인(三法印)을 얻게 되는데, 첫째는 가르침을 듣고 깨달아 마음이 안온한 음향인(音響忍)이요, 둘째는 진리에 순종하여 법대로 행하는 유순인(柔順忍)이며, 셋째는 모든 법의 실상을 깨닫는 무생법인(無生法忍)이니라.

  그런데, 이러한 모든 장엄과 공덕들은 무량수불(아미타불)의 위신력에 의한 것이며, 법장비구 때 세운 본원력 때문이며, 또한 원만하고 분명하고 견고한 원력 때문이며, 끝까지 성취하고자 하는 구경의 서원력 때문이니라.』

  부처님께서 아난에게 다시 말씀하셨다.

  『아난아, 극락세계에 있는 보배나무에서 흘러나오는 아름다운 음악은 이 세상 제왕들의 백천 가지의 음악보다도 또는 전륜성왕(轉輪聖王)의 음악보다도, 더 나아가서 육욕천상의 모든 재주를 다한 음악보다도 천억만배나 더 훌륭하니라.

  또한 보배나무의 음악 외에도 자연히 울리는 천만가지의 음악이 있는데, 그 음향은 모두가 진리를 아뢰는 신묘한 소리로서, 한량없이 맑고 애절하며 미묘하고 아늑하여 시방세계의 모든 음악 가운데 가장 으뜸이니라.

  아난아, 저 극락세계의 강당과 절과 궁전과 누각들은 모두 칠보로 되어 있는데, 그것들은 저절로 변화하여 이루어졌으며, 진주와 명월마니주로 엮은 보배 그물로 그 위를 덮었느니라.

  그리고 그 안팎과 좌우 양편에는 여기저기에 목욕하는 맑은 호수가 있는데, 그 크기는 십유순에서 혹은 이십유순․혹은 삼십유순․나아가서는 백천유순도 되며, 그 호수들은 각기 그 가로와 세로와 깊이가 다 같고 여덟 가지 공덕이 있는 팔공덕수가 충만한데, 청정하고 향기로운 맛은 마치 감로수와 같으니라.

  그리고 황금의 못에는 백은의 모래가 깔리고, 백은의 못에는 황금의 모래가 깔리고, 수정의 못에는 유리의 모래가, 유리의 못에는 수정의 모래가, 산호의 못에는 호박의 모래가, 호박의 못에는 산호의 모래가, 자거의 못에는 마노의 모래가, 마노의 못에는 자거의 모래가, 백옥의 못에는 자마금의 모래가, 자마금의 못에는 백옥의 모래가 깔려 있나니, 이렇듯 혹은 두 가지 보배로 혹은 세 가지 보배로 더러는 칠보가 합성하여 이루어졌느니라.

  또한 못가 언덕에는 전단향나무의 꽃과 잎이 무성하게 드리웠는데 그 향기는 두루 천지에 풍기며, 물 위에는 아름다운 청련화, 홍련화, 황련화․백련화 꽃들이 서로 어울려 찬란하게 빛나며 가득히 물 위를 덮었느니라.

  극락세계의 보살과 성문들이 보배 못에 들어가면 그들이 바라는 대로 물이 발까지 잠기기를 원하면 물은 바로 발을 적시고, 만약 물이 무릎까지 이르기를 원하면 곧 무릎까지 적시며, 허리까지 적시기를 원하면 물은 바로 허리까지 이르고, 목까지 적시기를 원하면 이내 물은 목까지 차오르며, 온 몸을 적시고자 하면 자연히 온몸을 적셔주는데, 물은 도로 물리고자 원하면 물은 바로 본자리로 물러가나니, 그 물은 또한 차고 더웁기가 마음에 바라는대로 자연히 조절되느니라.

  그리고 그 연못에 목욕을 하면 정신이 열리고 몸이 상쾌하여 마음의 때가 말끔히 씻겨지느니라. 또한 그 물은 너무나 맑고 투명하여 물이 있는지 없는지 모를 정도로서, 못 바닥의 보배 모래가 환히 드러나 아무리 깊은 데라도 비치지 않은 데가 없으며, 잔잔한 물결은 빠르지 않고 더디지 않고 그지없이 아늑하게 출렁거리고 있느니라.

  이와 같이 청정하게 굽이치는 잔물결은 한량이 없으며, 미묘하고 은은한 파도 소리는 자연히 울려나와 진리를 아뢰나니, 그래서 듣고자 하는 것은 그 무엇이나 다 들을 수 있느니라.

  그 소리 가운데, 부처님의 음성을 들을 수도 있고, 혹은 법문의 소리를 들을 수도 있고, 스님네의 음성을 들을 수도 있으며, 또한 고요한 영생 열반의 소리나, 일체만법이 본래 공(空)하여 내가 없다는 소리나, 대자대비의 소리나, 해탈의 피안에 건너가는 육바라밀의 소리며, 혹은 열 가지 뛰어난 지혜인 십력(十力)과 네 가지 두려움 없는 사무소외(四無所畏)와 부처님만이 지니는 십팔 불공법(十八不共法)의 소리나, 모든 신통지혜의 소리, 조작이 없는 평등한 이치의 소리며, 나고(生) 멸함이 없는 진리에 안주하는 무생법인(無生法忍)의 소리며, 또한 보살이 그 수행을 마칠 때 부처님이 그 정수리에 감로수를 뿌리는 감로관정(甘露灌頂)의 소리 등 가지가지의 미묘한 진리의 소리가 마음에 바라는 대로 들려와서 기쁘고 즐거운 마음은 한량이 없느니라.

  그래서 이러한 소리를 듣는 이는 마음이 청정하여 모든 탐욕을 여의고, 생사를 초월한 참다운 영생의 진리에 따르게 되며, 불ㆍ법ㆍ승 삼보와 사무소외와 십팔불공법을 따르게 되고, 모든 신통지혜를 통달하여 보살과 성문들이 수행하는 진리의 대도(大道)를 따르게 되느니라.

  그리고 그 불국토에는 지옥과 아귀와 축생 등 삼악도의 이름마저도 들을 수 없으며, 다만 상쾌하고 즐거운 음악만이 자연히 들리나니, 그러므로 그 나라의 이름을 극락세계(안락세계)라 부르느니라.

  아난아, 극락세계에 태어나는 이는 누구나 그와 같은 청정한 몸과 아름다운 미묘한 음성과 모든 신통력과 공덕을 갖추게 되며, 그들이 거처하는 궁전을 비롯하여 의복과 음식과 여러 가지의 묘한 꽃과 향이며 장식물들이 마치 제육천(타화자재천)에 자연히 갖추어 있는 것들과 같으니라.

  만약 음식이 먹고 싶을 때에는 바로, 금․은․유리․자거․마노․산호․호박 등 칠보나 명월주나 진주로 된 그릇들이 원하는 대로 나타나는데, 거기에는 가지가지의 백미(百味)음식이 자연히 가득 담겨 저절로 앞에 와서 놓이게 되느니라.

  그러나 이와 같은 풍족한 음식이 있더라도 실지로 먹는 것이 아니며, 다만 그 색깔을 보고 향기만을 맡으면 먹었다는 생각이 들어 자연히 배부르게 되느니라. 그리고 몸도 마음도 부드럽고 상쾌하여 음식의 맛에 집착하지 않으며, 이러한 식사를 마치면 그릇과 음식은 자연히 사라지고, 바라는 때가 되면 다시금 나타나느니라.

  또한 극락세계는 청정하고 안온하며 미묘하고 상쾌하여 영생안온한 열반의 경계와 같으니라. 그리고 그 곳에 있는 성문과 보살과 인간과 천신들은 지혜가 한량없이 밝고 신통이 자재하여 모두 한결같은 모양으로서 달리 생긴 형상이 없으나, 다만 다른 세계의 인연에 수순(隨順)하여 인간과 천상의 이름이 있을 뿐이며, 그 얼굴과 모습은 단정하고 미묘하여 세상에서 뛰어난 천상과 인간에 비교할 수 없나니, 그들은 모두 허공과 같이 형상이 없는 몸이며, 그지없이 즐거운 영생불멸의 몸을 가지고 있느니라.』

  부처님께서 아난에게 비유를 들어 말씀하시기를,

  『아난아, 가령 이 세상의 지극히 가난한 거지가 임금의 곁에 앉는다면 그 형상이 어떠하겠느냐?』

  아난이 부처님께 대답하여 사뢰었다.

  『세존이시여, 그 거지의 모양은 파리하고 추악하여 도저히 비교할 수 없나이다. 그 빈궁한 거지는 지극히 천하여 그 의복은 몸을 제대로 가리지 못하고 음식은 겨우 목숨을 부지할 정도로 매양 굶주리며 춥고 괴로워서 인정과 의리도 거의 끊어질 지경이오나, 이는 모두가 과거 전생에 공덕은 짓지 않고 재물을 모으기만 하여 베풀지 않았으며, 있으면 있을수록 더욱 탐내고 구하여 조금도 선을 닦지 않고, 태산같이 악만 범한 데서 오는 과보이옵니다.

  이와 같이 탐욕만 부리다가 수명이 다하면, 애써 고생하고 모아논 재물은 도리어 근심과 괴로움의 근본이 되고, 자기에게는 아무런 도움이 되지 못하고, 필경 남의 것이 되어 흩어지고 마옵니다. 그래서 자기가 믿고 의지할 만한 선도 닦지 않고 덕도 쌓지 않았으므로 죽은 뒤에는 지옥이나 아귀나 축생 등의 악도에 떨어져 오랜 동안 괴로움을 받으며, 지은 바 죄의 과보를 겨우 마치고 빠져나와서는 다시 천하고 어리석고 추악한 인간의 모습으로 태어나게 되나이다.

  그러나 세상의 임금이 인간 중에서 존귀한 까닭도 또한 모두가 과거 숙세(宿世)에 많은 공덕을 쌓은 데서 오는 과보이옵니다. 그들은 자비한 마음이 깊어서 남에게 널리 베풀고, 어진 마음으로 많은 사람들을 구제하며, 매양 신용을 지키고 선을 닦아서 남과 다투고 싸우는 일이 없었나이다.

  그러하옵기에 목숨을 마치면 닦은 바 공덕의 과보로 바로 천상에 태어나서 많은 복과 안락을 누리기도 하고, 인간이 되면 왕가에 태어나서 자연히 존엄하고 용모와 거동이 단정하여 많은 사람들의 공경을 받으며, 좋은 의복과 귀한 음식을 마음대로 받아 쓸 수 있사오니, 그것은 모두 과거 숙세에 지은 복덕의 인연으로 능히 그럴 수 있나이다.』

  부처님께서 아난에게 말씀하셨다.

  『아난아, 그대의 말이 옳으니라. 그러나 아무리 인간 중에서 가장 존귀하고 용모가 단정한 임금이라 하더라도, 이를 전륜성왕에 비한다면 그 천하고 볼품이 없음이, 마치 저 빈궁한 거지를 임금의 곁에 앉혀 놓은 것과 같으며, 비록 전륜성왕의 그 위엄이 늠름하고 빼어나서 천하에 제일이라 하지마는, 이를 도리천왕에 비교한다면 또한 천하고 추하기가 만억 배나 차이가 지며, 나아가서 도리천왕을 제육천의 타화자재천왕에 비한다면 또한 그 차이가 백천억배도 지나는데, 그 타화자재천왕을 저 무량수불(아미타불)의 극락세계에 있는 보살이나 성문들에게 견준다면, 그 빛나는 얼굴과 단정한 용모의 차이는 백천만 배나 되어 이루 헤아릴 수도 없느니라.』

  부처님께서 다시 아난에게 말씀하셨다.

  『아난아, 극락세계의 모든 천신과 인간들의 의복과 음식과 꽃과 향과 영락과 비단일산과 깃대와 미묘한 음악과 거처하는 저택․궁전․누각에 이르기까지 그 모든 것은 천신과 인간들의 모양과 처지에 따라서 그 높고 낮고 크고 작음이 잘 어울리도록 되어 있는데, 그것들은 한가지 보배로 되기도 하고 혹은 두 가지 보배로, 혹은 헤아릴 수 없는 여러 보배로 이루어져 그들이 바라는 대로 나타나느니라.

  또한 가지각색의 보배로 수놓은 아름다운 비단이 두루 땅에 깔려 있는데, 천신과 인간들이 사뿐히 밟고 거닐며, 한량없는 보배그물은 널리 온 불국토를 덮었는데, 그것은 금실과 진주와 백천가지의 기묘하고 진귀한 보배로 장엄하게 꾸며졌으며, 사방에는 보배방울이 드리워 미묘하게 울리나니, 그 찬란하고 청정한 풍경은 이루 말할 수 없느니라.

  그리고 자연히 덕스러운 온화한 미풍이 일고 있는데, 그 바람은 잘 조화되어 춥지 않고 더웁지 않고 서늘하고 따스하며 세지도 약하지도 않느니라. 이러한 아늑한 바람이 보배그물과 보배나무에 살랑거리면 한량없이 미묘한 진리의 소리가 유량하게 울리고, 천만가지의 상냥한 덕의 향기가 그윽히 풍기는데, 이러한 소리를 듣고 향기를 맡으면, 모든 번뇌와 때묻은 버릇들이 자연히 일어나지 않으며, 또한 그 바람이 몸에 닿으면 그지없이 상쾌함이 마치 수행자가 일체 번뇌와 모든 분별 시비를 모조리 끊어버리는 멸진삼매(滅盡三昧)를 얻어서 안온한 고요를 즐기는 것과 같으니라.

  또한 맑은 바람은 미묘한 꽃잎을 불어와서 두루 불국토에 뿌리는데, 꽃잎은 가지각색으로 어울리게 아롱져 보드랍고 찬란하게 빛나고 그윽한 향기를 풍기며, 꽃잎을 밟으면 네치나 들어가고 발을 들면 다시 전과 같이 올라오며, 꽃잎의 쓸모가 다하면 문득 땅이 저절로 갈라져 땅 속으로 쓸은 듯이 사라지고 한송이의 흔적도 없으며 꽃이 필요하게 되면 바람은 다시금 꽃잎을 불어오는데, 이와 같이 밤낮 여섯 차례를 되풀이하느니라.

  아난아, 또한 극락세계에는 여러 가지 보배로 된 아름다운 연꽃이 온 불국토에 가득 피었는데, 보배 꽃송이마다 백천 억의 꽃잎이 있고 꽃에서 발하는 광명은 한량없는 빛깔로 이루어졌느니라. 그리고 그 푸른 빛깔에는 푸른 광명이 빛나고, 하얀 빛깔에는 하얀 광명이 빛나는데, 이와 같이 검은 빛․노란 빛․붉은 빛․자주 빛 등이 각기 광명을 발하여 그 찬란함은 해와 달보다도 한결 빛나고 밝으니라.

  그리고 그 꽃송이마다 삼십육백천 억의 헤아릴 수 없는 광명을 발하고, 그 하나하나의 광명 속에서는 또한 삼십육백천 억의 부처님이 나투시는데, 몸은 자마금색(紫磨金色)으로 빛나고 그 상호는 뛰어나게 훌륭하시니라.

  이 부처님들은 각기 헤아릴 수 없는 백천의 광명을 비추시고, 두루 시방세계의 중생을 위하사 미묘한 법문을 설하시어, 이루 헤아릴 수 없는 무량한 중생들을 부처님의 바른 도리에 안온히 머물게 하시느니라.』


무량수경 상권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