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2.청화 큰스님 서적/1. 정토삼부경

제 二장 정종분(正宗分)

제 二 장  정종분(正宗分)


제 一 절  극락정토를 세운 원인


1. 법장비구의 사십팔원(四十八願)


  부처님께서 아난존자에게 말씀하셨다.

  『일찌기, 헤아릴 수 없는 머언 옛날에 정광여래부처님이 세상에 나타나셨는데 무량한 중생을 교화하고 제도하시어 모두 바른 길을 얻게 하시고 열반에 들으셨느니라.

  그리고 그 다음을 이어서 여러 부처님들이 계셨는데 그 이름은 광원불(佛)․월광불․전단향불․선산왕불․수미천관불․수미등요불․월색불․정념불․이구불․무착불․용천불․야광불․안명정불․부동지불․유리묘화불․유리금색불․금장불.염광불․염근불․지동불․월상불․일음불․해탈화불․장엄광명불․ 해각신통불․수광불․대향불․이진구불․사염의불․보염불.묘정불․용립불․공덕지혜불․폐일월광불․일월유리광불․무상유리광불․최상수불․보리화불․월명불․일광불․화색왕불․수월광불․제치명불․도개행불․정신불․선숙불․위신불․법혜불․난음불․사자음불․용음불․처세불 등의 여러 부처님들이 나타나셨느니라.


   

  그리고 다음에 세자재왕불이란 부처님이 계셨는데 부처님의 공덕에 따른 이름을 또한 여래․응공․등정각․명행복․선서․세간해․일체무상사․조어장부․천인사․불(佛)․세존(世尊)이라고 하느니라.

  그 무렵 국왕이 있었는데 부처님의 설법을 듣고는 깊은 환희심을 품고 바로 위없는 바른 길을 구하는 뜻을 내었느니라. 그래서 나라와 왕위를 버리고 출가하여 법장(法藏)이라고 이름하였는데, 그의 재주와 용맹은 세상에 뛰어났었느니라.

  그는 세자재왕부처님의 처소에 나아가서 부처님의 발에 머리를 조아리고 부처님의 오른편으로 세 번 돌고 나서, 무릎을 꿇고 합장하며 노래로써 부처님의 공덕을 찬양하였느니라.』


「빛나신 얼굴은 우뚝하시고

  위엄과 신통은 그지없으니

  이처럼 빛나고 밝은 광명을

  뉘라서 감히 닮으리이까.

  

  햇빛 달빛과 마니보주(摩尼寶珠)의

  광명이 빛나고 찬란하여도

  모두 가리워져 숨어버리고

  검은 먹덩어리 되고 맙니다.

  

  부처님의 얼굴 뛰어나시어

  이 세상에 다시 견줄 이 없고

  바르게 깨달은 크신 음성은

  시방세계에 두루 넘치네.


  청정한 계율과 지식과 정신

  그윽한 삼매와 밝은 지혜와

  거룩한 위덕은 짝할 이 없어

  한없이 수승하고 희유(希有)합니다.


  모든 부처님의 광대한 법을

  자세히 생각하고 깊이 살피어

  끝까지 밝히고 속에 사무쳐

  끝과 바닥에 두루 미쳤네.


  어두운 무명과 탐욕과 성냄을

  부처님은 영원히 여의시나니

  사자와 같은 위대한 이의

  신묘한 공덕을 헤아릴 수 없네.


  위없는 도덕과 넓은 공적

  밝으신 지혜는 깊고 묘하며

  광명에 빛나는 거룩한 상호는

  대천세계에 두루 떨치네.


  원하옵건대 나도 부처님 되어

  거룩한 공덕 저 법왕처럼

  생사(生死)하는 중생을 모두 건지고

  빠짐없이 고해에서 벗어지이다.


  보시를 베풀어 뜻을 고르고

  계율을 지니며 분한 일 참고

  끊임없는 정진을 거듭하면서

  삼매와 지혜로 으뜸삼으리.


  나도 맹세코 부처님 되어

  이러한 서원을 모두 행하고

  두려워 시달리는 중생 위하여

  편안한 의지가 되어보리라.


  가사, 많은 부처님 계시어

  그 수효는 백천억만이 되고

  헤아릴 수 없는 큰 성인들

  항하의 모래보다 많을지라도,


  이렇듯 많은 부처님들을

  받들어 섬겨 공양을 한들

  올바른 대도(大道)를 한 껏 구하여

  물러나지 않는 것만 같지 못하리.

 

  항하의 모래 수효와 같은

  많고 많은 모든 부처님 세계

  수가 너무 많아서 셀 수도 없는

  그처럼 많은 세계국토를


  부처님의 광명이 널리 비치어

  모든 국토를 두루하거늘

  이러한 정진과 위신력을

  무슨 재주로 헤아려보리요.


  만약에 내가 부처님 되면

  국토의 장엄은 으뜸이 되고

  중생들 한결같이 훌륭히 되며

  도량은 가장 수승하오리.


  그 나라는 영원히 행복하여서

  세상에서 견줄만한 짝이 없거늘

  온갖 중생을 가엾이 여겨

  내가 마땅히 제도하리라.


  시방세계에서 오는 중생들

  마음이 즐겁고 청정하리니

  그 나라에 와서 살게 되면

  상쾌하고 즐거워 안온하리라.


  원컨대 부처님 굽어 살피사

  저의 참 뜻을 증명하소서

  저 국토에서 원력을 세워

  하려는 일들을 애써 하리라.


  시방세계의 모든 부처님

  밝으신 지혜는 걸림없으니

  저의 마음과 저의 수행을

  부처님들께서 살펴주소서.


  만일 이 몸이 어찌하다가

  모든 고난에 빠진다 한들

  제가 수행하는 바른 정진을

  참아내지 못하고 후회하리까.」


  부처님께서 아난에게 말씀하셨다.

  『아난아, 법장비구는 저 세자재왕부처님 앞에서 이와 같은 게송(偈頌)으로 부처님을 찬탄한 다음 이렇게 여쭈었느니라.

 「세존이시여, 저는 위없는 바른 진리를 깨닫고자 결심하였습니다. 원하옵건대 부처님께서는 저에게 거룩하신 교법을 자세히 말씀하여 주옵소서. 저는 마땅히 가르침대로 수행하여 불국토를 이룩하고 청정미묘한 국토로 장엄하겠사오니, 저로 하여금 금생에 빨리 바른 깨달음을 성취하고 모든 생사(生死) 고난의 근원을 없애게 하여 주옵소서.」

  그 때 세자재왕부처님이 법장비구에게 말씀하셨느니라.

 「그대가 수행하고자 하는 바와, 훌륭한 불국토를 장엄하는 일은 그대 스스로 마땅히 알고 있을 것이 아닌가?」

  법장비구가 부처님께 사뢰기를,

 「부처님이시여, 그와 같은 뜻은 너무나 크고 깊어서 제가 알 수 있는 경계가 아니옵니다. 원하옵건대 모든 부처님들께서 불국토를 이룩하신 수행법을 자세히 말씀하여 주십시오. 저는 부처님의 가르침대로 수행하여 소원을 원만히 성취하겠나이다.」

  그래서 세자재왕부처님은 법장비구의 그 뜻과 소원이 고결하며 깊고 넓음을 살피시고, 바로 법장비구에게 법을 가르쳐 주시기로 여기시어 말씀하시기를,

 「비유하건대 비록 큰 바닷물이라도 억겁의 오랜 세월을 두고 쉬지 않고 품어 내면 마침내 그 바닥을 다하여 그 가운데 있는 진귀한 보배를 얻을 수 있듯이, 만약 사람이 지성으로 정진하여 도(道)를 구하면 마땅히 원하는 결과를 얻고 마는 것이니, 어떠한 소원인들 성취 안 될 리가 없느니라.」하시고

   세자재왕부처님은 곧 법장비구를 위하여 이백 십억의 여러 불국토와 그 천상 사람들의 선악(善惡)과 국토의 거칠고 묘함을 널리 말씀하시고, 법장비구의 소원대로 이를 낱낱이 나타내 보여 주셨느니라.

  이에 법장비구는 부처님이 말씀하신 장엄하고 청정한 나라들을 모조리 보고 나서, 위없이 갸륵하고 가장 뛰어난 서원을 세웠느니라. 그 때 그의 마음은 맑고 고요하여 집착하는 바가 없었으니, 일체 세간의 어느 누구도 따르지 못하였느니라. 그리하여 오겁(五劫)의 오랜 세월을 두고 깊은 선정(禪定)에 들어, 불국토를 건설하고 장엄하기 위한 청정한 수행에 온 마음을 다하였느니라.』

  아난이 부처님께 여쭈었다.

 『세자재왕부처님의 수명은 얼마나 되나이까?』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그 부처님의 수명은 사십이겁(四十二劫)이니라.

  그 때 법장비구는 이백 십억 불국토의 청정한 수행법을 선택하여 그와 같이 수행하고 나서 다시 세자재왕부처님 처소에 나아가 부처님의 발 아래 머리를 조아리고 부처님을 세 번 돌고 합장하며 부처님께 사뢰었느니라.

  「세존이시여, 저는 이미 불국토를 장엄할 청정한 수행을 갖추어 지녔습니다.」

  세자재왕부처님이 법장비구에게 이르시기를,

  「법장비구여, 이제 그대가 대중들에게 그대의 서원과 수행을 널리 알려서 그들로 하여금 보리심을 일으키게 하고 그들의 마음을 기쁘게 할 좋은 기회이니라. 그래서 보살들은 이를 듣고 불국토를 이룩할 무량한 큰 원행(願行)을 성취하게 될 것이니라.」

  법장비구는 다시 부처님께 사뢰기를,

  「세존이시여, 들어 주십시오. 제가 세운 바 四十八의 서원을 자세히 아뢰어 말씀하겠습니다.

  一, 제가 부처가 될 적에, 그 나라에 지옥과 아귀와 축생의 삼악도(三惡道)가 있다면 저는 차라리 부처가 되지 않겠나이다.

  二, 제가 부처가 될 적에, 그 나라의 중생들이 수명이 다한 뒤에 다시 삼악도에 떨어지는 일이 있다면, 저는 차라리 부처가 되지 않겠나이다.

  三, 제가 부처가 될 적에, 그 나라 중생들의 몸에서, 찬란한 금색 광명이 빛나지 않는다면, 저는 차라리 부처가 되지 않겠나이다.

  四, 제가 부처가 될 적에, 그 나라 중생들의 모양이 한결같이 훌륭하지 않고, 잘나고 못난 이가 따로 있다면, 저는 차라리 부처가 되지 않겠나이다.

  五, 제가 부처가 될 적에, 그 나라 중생들이 숙명통(宿命通)을 얻어 백천억 나유타겁(劫)의 옛 일들을 알지 못 한다면, 저는 차라리 부처가 되지 않겠나이다.

  六, 제가 부처가 될 적에, 그 나라 중생들이 천안통(天眼通)을 얻어 백천억 나유타의 모든 세계를 볼 수 없다면, 저는 차라리 부처가 되지 않겠나이다.

  七, 제가 부처가 될 적에, 그 나라 중생들이 천이통(天耳通)을 얻어 백천억 나유타의 많은 부처님들의 설법을 듣고, 그 모두를 간직할 수 없다면, 저는 차라리 부처가 되지 않겠나이다.

  八, 제가 부처가 될 적에, 그 나라 중생들이 타심통(他心通)을 얻어 백천억 나유타의 모든 국토에 있는 중생들의 마음을 알지 못한다면, 저는 차라리 부처가 되지 않겠나이다.

  九, 제가 부처가 될 적에, 그 나라 중생들이 신족통(神足通)을 얻어 순식간에 백천억 나유타의 모든 나라들을 지나가지 못한다면, 저는 차라리 부처가 되지 않겠나이다.

  一○, 제가 부처가 될 적에, 그 나라 중생들이 모든 번뇌를 여의는 누진통(漏盡通)을 얻지 못하고 망상을 일으켜 자신에 집착하는 분별이 있다면, 저는 차라리 부처가 되지 않겠나이다.

  一一, 제가 부처가 될 적에, 그 나라 중생들이 만약, 성불하는 정정취(正定聚)에 머물지 못하고, 필경에 열반(涅槃)을 얻지 못한다면, 저는 차라리 부처가 되지 않겠나이다.

  一二, 제가 부처가 될 적에, 저의 광명이 한량이 있어서 백천억 나유타의 모든 불국토를 비출 수가 없다면, 저는 차라리 부처가 되지 않겠나이다.

  一三, 제가 부처가 될 적에, 저의 수명이 한정이 있어서 백천억 나유타겁동안만 살 수 있다면 저는 차라리 부처가 되지 않겠나이다.

  一四, 제가 부처가 될 적에, 그 나라 성문(聲聞)들의 수효가 한량이 있어서, 삼천대천세계의 성문과 연각(緣覺)들이 백천겁 동안 세어서 그 수를 알 수 있는 정도라면, 저는 차라리 부처가 되지 않겠나이다.

  一五, 제가 부처가 될 적에, 그 나라 중생들의 수명은 한량이 없으오리니, 다만 그들이 중생 제도의 서원에 따라 수명의 길고 짧음을 자재로 할 수는 있을지언정, 만약 그 수명에 한량이 있다면 저는 차라리 부처가 되지 않겠나이다.

  一六, 제가 부처가 될 적에, 그 나라의 중생들이 좋지 않은 일은 물론이요, 나쁜 이름이라도 있다면, 저는 차라리 부처가 되지 않겠나이다.

  一七, 제가 부처가 될 적에, 시방세계의 헤아릴 수 없는 모든 부처님들이 저의 이름(아미타불)을 찬양하지 않는다면, 저는 차라리 부처가 되지 않겠나이다.

  一八, 제가 부처가 될 적에, 시방세계의 중생들이 저의 나라에 태어나고자 신심과 환희심을 내어 제 이름(아미타불)을 다만 열 번만 불러도 제 나라에 태어날 수 없다면, 저는 차라리 부처가 되지 않겠나이다.

  一九, 제가 부처가 될 적에, 시방세계의 중생들이 보리심(菩提心)을 일으켜 모든 공덕을 쌓고, 지성으로 저의 불국토에 태어나고자 원을 세울 제, 그들의 임종시에 제가 대중들과 함께 가서 그들을 마중할 수 없다면, 저는 차라리 부처가 되지 않겠나이다.

  二○, 제가 부처가 될 적에, 시방세계의 중생들이 제 이름(아미타불)을 듣고 저의 불국토(극락세계)를 흠모하여 많은 선근공덕을 쌓고, 지성으로 저의 나라에 태어나고자 마음을 회향(回向)할 제, 그 목적을 이루지 못한다면, 저는 차라리 부처가 되지 않겠나이다.

  二一, 제가 부처가 될 적에, 그 나라의 중생들이 모두 삼십이대인상(大人相)의 훌륭한 상호(相好 : 몸매)를 갖추지 못한다면, 저는 차라리 부처가 되지 않겠나이다.

  二二, 제가 부처가 될 적에, 다른 불국토의 보살들이 제 나라에 와서 태어난다면, 필경에 그들은 한 생(一生)만 지나면 반드시 부처가 되는 일생보처(一生補處)의 자리에 이르게 되오리다. 다만 그들의 소원에 따라, 중생을 위하여 큰 서원을 세우고 선근공덕을 쌓아 일체중생을 제도하고, 또는 모든 불국토에 다니며 보살의 행을 닦아 시방세계의 여러 부처님을 공양하고, 또한 한량없는 중생을 교화하여 위없이 바르고 참다운 가르침을 세우고자 예사로운 순탄한 수행을 초월하여 짐짓, 보현보살의 공덕을 닦으려 하는 이들은 자재로 그 원행(願行)에 따를 것이오나, 다른 보살들이 일생보처에 이르지 못한다면, 저는 차라리 부처가 되지 않겠나이다.

  二三, 제가 부처가 될 적에, 그 나라의 보살들이 부처님의 신통력을 입고, 모든 부처님을 공양하기 위하여 한참 동안에 헤아릴 수 없는 모든 불국토에 두루 이를 수가 없다면, 저는 차라리 부처가 되지 않겠나이다.

  二四, 제가 부처가 될 적에, 그 나라의 보살들이 모든 부처님에게 공양 드리는 공덕을 세우려 할 제, 그들이 바라는 모든 공양하는 물건들을 마음대로 얻을 수 없다면, 저는 차라리 부처가 되지 않겠나이다.

  二五, 제가 부처가 될 적에, 그 나라의 보살들이 부처님의 일체지혜를 연설할 수 없다면, 저는 차라리 부처가 되지 않겠나이다.

  二六, 제가 부처가 될 적에, 그 나라의 보살들이 천상의 금강역사(金剛力士)인 나라연(那羅延)과 같은 견고한 몸을 얻지 못한다면, 저는 차라리 부처가 되지 않겠나이다.

  二七, 제가 부처가 될 적에, 그 나라의 중생들과 일체 만물은 정결하고 찬란하게 빛나며, 그 모양이 빼어나고 지극히 미묘함을 능히 칭량할 수 없으오리니, 만약 천안통을 얻은 이가 그 이름과 수효를 헤아릴 수 있다면, 저는 차라리 부처가 되지 않겠나이다.

  二八, 제가 부처가 될 적에, 그 나라의 보살들을 비롯하여 공덕이 적은 이들까지도, 그 나라의 보리수나무가 한없이 빛나고 그 높이가 사백만리나 되는 것을 알아보지 못한다면, 저는 차라리 부처가 되지 않겠나이다.

  二九, 제가 부처가 될 적에, 그 나라의 보살들이 스스로 경을 읽고 외우며 또한 남에게 설법하는 변재와 지혜를 얻을 수 없다면, 저는 차라리 부처가 되지 않겠나이다.

  三○, 제가 부처가 될 적에, 그 나라 보살들의 지혜와 변재가 한량이 있다면 저는 차라리 부처가 되지 않겠나이다.

  三一, 제가 부처가 될 적에, 그 불국토가 한없이 청정하여, 시방 일체의 무량무수한 모든 부처가 세계를 모두 낱낱이 비쳐봄이 마치 맑은 거울로 얼굴을 비쳐보는 것과 같지 않다면, 저는 차라리 부처가 되지 않겠나이다.

  三二, 제가 부처가 될 적에, 지상이나 허공에 있는 모든 궁전이나 누각이나 흐르는 물이나 꽃과 나무나, 나라 안에 있는 일체 만물은 모두 헤아릴 수 없는 보배와 백천가지의 향으로 이루어지고, 그 장엄하고 기묘함이 인간계나 천상계에서는 비교할 수 없으며, 그 미묘한 향기가 시방세계에 두루 풍기면, 보살들은 그 향기를 맡고 모두 부처님의 행을 닦게 되리니, 만약 그러지 않는다면, 저는 차라리 부처가 되지 않겠나이다.

  三三, 제가 부처가 될 적에, 시방세계의 한량없고 불가사의한 모든 불국토의 중생들로서, 저의 광명이 그들의 몸에 비치어 접촉한 이는 그 몸과 마음이 부드럽고 상냥하여 인간과 천상을 초월하오리니, 만약 그러지 않는다면, 저는 차라리 부처가 되지 않겠나이다.

  三四, 제가 부처가 될 적에, 시방세계의 헤아릴 수 없고 불가사의한 모든 부처님 세계의 중생들이 제 이름(아미타불)을 듣고, 보살의 무생법인(無生法忍)과 깊은 지혜 공덕인 다라니 법문을 얻을 수 없다면, 저는 차라리 부처가 되지 않겠나이다.

  三五, 제가 부처가 될 적에, 시방세계의 헤아릴 수 없고 불가사의한 부처님 세계의 여인들이 제 이름(아미타불)을 듣고 환희심을 내어 보리심을 일으키고 여자의 몸을 싫어한 이가 목숨을 마친 후에 다시금 여인이 된다면, 저는 차라리 부처가 되지 않겠나이다.

  三六, 제가 부처가 될 적에, 시방세계의 헤아릴 수 없고 불가사의한 모든 부처님 세계의 보살들이 제 이름(아미타불)을 듣고 수명이 다한 후에도 만약 청정한 수행을 할 수 없고, 필경에 성불하지 못한다면, 저는 차라리 부처가 되지 않겠나이다.

  三七, 제가 부처가 될 적에, 시방세계의 헤아릴 수 없고 불가사의한 모든 부처님 세계의 중생들이 제 이름(아미타불)을 듣고 땅에 엎드려 부처님을 예배하며 환희심과 신심을 내어 보살행을 닦을 제, 모든 천신(天神)과 인간들이 그들을 공경하지 않는다면, 저는 차라리 부처가 되지 않겠나이다.

  三八, 제가 부처가 될 적에, 그 나라의 중생들이 의복을 얻고자 하면 생각하는 대로 바로 훌륭한 옷이 저절로 입혀지게 되는 것이, 마치 부처님이 찬탄하시는 가사가 자연히 비구들의 몸에 입혀지는 것과 같으오리니, 만약 그러지 않고 바느질이나 다듬이질이나 물들이거나 빨래할 필요가 있다면, 저는 차라리 부처가 되지 않겠나이다.

  三九, 제가 부처가 될 적에, 그 나라의 중생들이 누리는 상쾌한 즐거움이 일체 번뇌를 모두 여읜 비구와 같지 않다면, 저는 차라리 부처가 되지 않겠나이다.

  四○, 제가 부처가 될 적에, 그 나라의 보살들이 시방세계의 헤아릴 수 없는 청정한 불국토를 보고자 하면, 그 소원대로 보배나무에서 모두 낱낱이 비쳐 보는 것이 마치, 맑은 거울에 그 얼굴을 비쳐 보는 것과 같으오리니 만일 그러지 않다면, 저는 차라리 부처가 되지 않겠나이다.

  四一, 제가 부처가 될 적에, 다른 세계의 여러 보살들이 제 이름(아미타불)을 듣고 부처님이 될 때까지 육근(六根)이 원만하여 불구자가 되는 일이 없으오리니 만약 그러지 않다면, 저는 차라리 부처가 되지 않겠나이다.

  四二, 제가 부처가 될 적에, 다른 세계의 보살들이 제 이름(아미타불)을 들은 이는 모두 청정한 해탈삼매를 얻을 것이며, 매양 이 삼매에 머물러 한 생각 동안에 헤아릴 수 없고 불가사의한 모든 부처님을 공양하고도 오히려 삼매를 잃지 않으리니, 만일 그러지 않다면, 저는 차라리 부처가 되지 않겠나이다.

  四三, 제가 부처가 될 적에, 다른 세계의 보살들이 제 이름(아미타불)을 듣고도 수명이 다한 후에 존귀한 집에 태어나지 않는다면, 저는 차라리 부처가 되지 않겠나이다.

  四四, 제가 부처가 될 적에, 다른 세계의 보살들이 제 이름(아미타불)을 듣고 한없이 기뻐하며 보살행을 닦아서 모든 공덕을 갖추오리니, 만일 그러지 않다면 저는 차라리 부처가 되지 않겠나이다.

  四五, 제가 부처가 될 적에, 다른 세계의 보살들이 제 이름(아미타불)을 들으면, 그들은 모든 부처님을 두루 뵈올 수 있는 삼매를 얻을 것이며, 매양 이 삼매에 머물러 성불하기까지 언제나 불가사의한 일체 모든 부처님을 뵈올 수 있으오리니, 만일 그러지 않다면 저는 차라리 부처가 되지 않겠나이다.

  四六, 제가 부처가 될 적에, 그 나라의 보살들은 듣고자 하는 법문을 소원대로 자연히 들을 수 있으오리니, 만약 그러지 않다면 저는 차라리 부처가 되지 않겠나이다.

  四七, 제가 부처가 될 적에, 다른 세계의 보살들이 제 이름(아미타불)을 듣고나서 일체 공덕이 물러나지 않는 불퇴전의 자리에 이를 수 없다면, 저는 차라리 부처가 되지 않겠나이다.

  四八, 제가 부처가 될 적에, 다른 세계의 보살들이 제 이름(아미타불)만 듣고도 바로, 설법을 듣고 깨닫는 음향인(音響忍)과 진리에 수순하는 유순인(柔順忍)과 나지도 죽지도 않는 도리를 깨닫는 무생법인(無生法忍)을 성취하지 못하고, 모든 불법에서 물러나지 않는 불퇴전의 자리를 얻을 수 없다면, 저는 차라리 부처가 되지 않겠나이다.

  

  아난아, 법장비구는 세자재왕부처님 앞에서 이와 같이 사십팔의 서원을 낱낱이 아뢰고 나서, 다시 게송으로써 거듭 서원을 밝혔느니라.

 

  「내가 세운 서원은 세상에 없는 일

  위없는 바른 길 가고야 말리

  이 원을 원만히 성취 못하면

  맹세코 부처는 되지 않으리.


  한량없는 오랜 겁(劫)의 세월을 두고

  내가 만일 큰 시주가 되지 못하여

  가난한 고해 중생 제도 못하면

  맹세코 부처는 되지 않으리.


  내가 만일 위없는 부처가 되어

  그 이름 온 누리에 떨쳐 넘칠 때

  못 들은 누구라도 있을 적에는

  맹세코 부처는 되지 않으리.


  욕심 여읜 바른 길 깊이 지니고

  청정한 지혜로 도를 닦아서

  위없는 진리를 모두 갖추어

  천상과 인간의 스승이 되리.


  신통력과 빛나는 광명 나투고

  끝없는 모든 세계 두루 비추어

  탐진치(貪嗔痴)의 검은 때를 녹여 버리고

  중생의 온갖 재난 구제하리라.


  그네들의 지혜 눈 밝게 열어서

  이 세상 어두운 이 눈뜨게 하며

  여러 가지 나쁜 길 막아 버리고

  좋은 세상 가는 길 활짝 열리라.

  

  지혜와 공덕을 두루 갖추고

  거룩한 광명은 시방에 넘쳐

  해와 달이 밝은 빛 내지 못하고

  천상의 광명도 숨어 버리네.

  

  중생을 위하여 진리 밝히고

  공덕의 보배를 널리 베풀며

  언제나 많은 대중 모인 가운데

  사자의 외침으로 법을 설하네.


  온세계 부처님께 공양 올리며

  한량없는 공덕을 두루 갖추고

  서원과 지혜를 모두 이루어

  삼계의 영웅인 부처 되리라.


  부처님의 걸림없는 지혜와 같이

  모든 것 통달하여 두루 비치니

  바라건대 내 공덕 밝은 지혜가

  세자재왕부처님과 같을지이다.


  정녕 이 서원이 이루어지면

  삼천대천세계가 감동을 하고

  허공 중에 가득한 하늘 사람들

  신묘한 꽃비를 뿌려 주리라.」


  법장비구가 이 게송을 읊고 나자 바로 대지는 여섯 가지로 진동하고 하늘에서는 신묘한 꽃이 비오듯이 흩날리며, 난데없이 천연한 음악이 은은하게 울리는데 허공 중에서,

 「법장비구여, 그대는 결정코 반드시 위없는 대도를 성취하여 부처가 되리라.」고 찬탄하는 소리가 들려 왔느니라.

  이 때 법장비구는 이와 같은 큰 서원을 원만히 성취하려는 진실한 마음이 추호도 흩어지지 않고 모든 세상일을 초월하여 간절히 열반(영생)의 경계를 흠모하여 마지 않았느니라.


2. 영겁(永劫)의 수행


  아난아, 이렇듯 법장비구는 세자재왕부처님 앞에서 범천과 마왕과 용신등의 팔부대중과 그밖에 많은 대중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이러한 사십팔의 큰 서원을 세우고 한결같이 뜻을 오로지 하여 불국정토를 건설하고자 굳은 결심을 하였느니라.

  그런데 그가 세우려는 불국토는 한없이 넓고 청정미묘하여 비할 데가 없으며, 또한 그 나라는 영원불멸하여 모든 것이 변하지 않고 쇠미하지 않는 극락의 정토이니, 법장비구는 이러한 청정하고 장엄한 정토를 세우기 위하여 불가사의한 오래고 오랜 영겁의 세월을 두고 보살의 헤아릴 수 없는 수행공덕을 쌓았느니라.

  그는 탐욕과 성냄과 남을 해치는 생각은 아예 나지도 않고 일으키지도 않았으며, 또는 감관(感官)의 대상인 모든 형상이나 소리나 향기나 맛이나 촉감이나 분별하는 생각에 대해서도 집착하지 않았고, 어려움을 참아내는 인욕(忍辱)의 행을 닦아서 어떠한 고통에도 마음이 움직이지 않았으며, 매양 만족함을 알아서 탐욕과 성냄과 어리석음의 삼독(三毒) 번뇌에 물들지 않고, 항시 삼매에 잠겨서 밝은 지혜는 어디에도 걸림이 없었느니라.

  그리고 남을 대할 때는 거짓과 아첨하는 마음이 없이 언제나 온화한 얼굴과 인자한 말로써 미리 중생의 뜻을 보살펴 그들을 기쁘게 하였으며, 또한 애써 용맹정진하여 그 뜻을 호리도 굽히지 않고, 청정 결백한 진리를 구하여 모든 중생에게 은혜를 베풀었느니라.

  그리고 그는 불(佛)ㆍ법(法)ㆍ승(僧) 삼보(三寶)를 공경하고 스승과 어른을 받들어 섬겼으며, 온갖 수행을 쌓고 복과 지혜의 큰 장엄을 갖추어 모든 중생들로 하여금 공덕을 성취하게 하였느니라.

  그는 또, 일체 모든 현상의 실상은 본래 비어 있으니, 변하지 않는 모양(相)이 없고 바랄 것(願)도 없다는 삼매에 머물러 아예 차별심을 일으키지 않았으며, 모든 것은 다만 인연이 화합하여 이루어졌으니, 허깨비와 같고 뜬 구름과 같이 허망함을 관조(觀照)하였느니라.

  그리고 그는 자기를 그르치고 남을 해치는 부질없는 말을 멀리 여의고, 자기와 남에게 한결같이 유익하고 공덕이 되는 청정한 수행을 닦았느니라. 그래서 그는 나라와 왕위와 재물과 보배와 처자의 인연까지도 끊어 버리고, 몸소 보시와 계율과 인욕과 정진과 선정과 지혜등 육바라밀의 보살행을 수행하였으며, 또한 남에게도 이를 가르쳐 수행하도록 하였으니, 이렇듯 그는 이루 헤아릴 수 없는 오랜 세월을 두고 무수한 공덕을 쌓았느니라.

  그래서 법장비구가 태어나는 처소는 마음대로 자유자재하였으며 한량없는 법문이 저절로 우러나와 수없이 많은 중생을 교화하여 안온하게 하고 위없는 바른 진리를 깨닫게 하였느니라.

  그는 때로는 부귀하고 덕있는 장자로 태어나기도 하고, 혹은 거사로, 혹은 높은 벼슬아치로, 혹은 국왕, 혹은 전륜성왕, 혹은 육욕천으로부터 범천왕에 이르기까지 소원대로 태어나서, 매양 음식과 의복과 침구와 약품 등으로써 모든 부처님을 공양하고 공경하였나니, 이러한 공덕은 이루 헤아릴 수 없었느니라.

  그래서 법장비구의 입에서는 청결한 향기가 마치 우담발라화 꽃 향기와 같았고, 몸의 모든 털구멍에서는 전단향의 그윽한 향기를 내어 그 향훈이 두루 한량없는 세계에 풍겼느니라. 그 모습은 단정하고 상호(相好)는 원만하며, 손에서는 항시 무량한 보배가 소원대로 나왔는데 그 의복과 음식과 진귀하고 미묘한 꽃과 향이며, 갖가지의 비단일산과 깃대 등 아름다운 장식물들이 모두가 천상보다도 한결 뛰어나게 훌륭하였으니, 이와같이 그는 일체 모든 것을 자유자재로 할 수 있었느니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