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필독!경전,법문자료/2. 경전자료

백유경(百喩經)(2)

46. 소를 훔친 사람


어떤 마을 사람들이 남의 소를 훔쳐서 잡은 뒤 모두 나누어 먹었다.

소를 잃은 사람이 그 흔적을 따라 이 마을까지 찾아와 마을 사람들을 불러 놓고 사정을 말하면서 물었다.

“너는 이 마을에 있지 않느냐, 너는 소를 훔치지 않았는가?”

그는 대답하였다.

“내게는 마을이 없습니다.”

“너희들 마을 복판에 못이 있는데 그 못 가에서 소를 나누어 먹지 않았는가?”

“못이 없습니다.”

“못 곁에 나무가 있지 않는가?”

“나무가 없습니다.”

“소를 훔칠 때 이 마을 동쪽에 있지 않았는가?”

“동쪽이 없습니다.”

“소를 훔친 때는 한낮이 아니었는가?”

“한낮이 없습니다.”

“비록 마을은 없고 나무는 없다 하더라도, 어떻게 천하에 동쪽이 없고 한낮이 없겠는가, 네가 거짓말하는 것을 알겠고 너의 말은 모두 믿을 수가 없다. 너는 소를 훔쳐먹지 않았는가?”

“사실은 먹었습니다.”


계율을 깨뜨린 사람도 그와 같다.

자기의 죄를 덮어두고 드러내려 하지 않지만 죽어서 지옥에 들어가면 여러 하늘의 선신(善神)들이 하늘눈[天眼]으로 보기 때문에 다시는 덮어 둘 수 없는 것이다.

그것은 마치 소를 잡아먹은 사람이 끝내 속이며 버틸 수 없는 것과 같다.


47. 말하는 원앙새


옛날 어느 나라에는 명절이나 경삿날에는 부녀자들이 모두 꽃으로 머리를 장식하는 풍습이 있었다.

어떤 가난한 사람의 아내가 남편에게 말하였다.

“당신이 만일 우트팔라꽃을 얻어 내게 주면 나는 당신의 아내로 있겠지만 얻어 오지 못하면 나는 당신을 버리고 가겠습니다.

그 남편은 이전부터 원앙새 우는소리 흉내를 잘 내었다.

그래서 곧 궁궐 못에 들어가 원앙새 우는소리를 내면서 우트팔라꽃을 훔치고 있었다.

그때 못을 지키는 사람이 물었다.

“못 가운데 그 누구냐?”

그는 그만 실수하여 이렇게 대답하였다.

“나는 원앙새입니다.”

못 지기는 그를 붙잡아 데리고 왕에게 갔다. 도중에 그는 다시 부드러운 소리로 원앙새 우는소리를 내었다.

연못 지기는 말하였다.

“너는 아까는 내지 않고 지금 원앙새 우는소리를 내어 무엇 하느냐.”


세상의 어리석은 사람도 이와 같다.

죽을 때까지 살생하면서 온갖 악업을 짓고, 착한 일을 하지 않다가 임종 때가 가까워서야 비로소 말한다.

“나도 지금부터 착한 일을 하고 싶다.”

그러나 옥졸이 그를 데리고 가서 염라왕에게 넘기면 아무리 착한 일을 하고자 하나 이미 때는 늦어 그럴 수가 없다.

그것은 마치 저 어리석은 사람이 왕에게 가서 원앙새 우는소리를 내려고 하는 것과 같다.


48. 부러진 나뭇가지에 얻어맞은 여우


어떤 여우가 나무 밑에 앉아 있었다. 바람이 불어 가지가 부러져 그만 여우의 등에 떨어졌다.

여우는 곧 눈을 감고 다시 나무를 쳐다보지도 않고 그곳을 떠나 딴 곳으로 달아났다.

날이 저물어도 그는 돌아오려 하지 않았다.

여우는 멀리서 바람이 불어 큰 나뭇가지가 아래위로 흔들리는 것을 보고 말하였다.

“나를 다시 나무 밑으로 오라고 부르는 것이다.”


어리석은 제자들도 그와 같다.

집을 떠나 스승에게 배우다가, 조금 꾸지람을 들으면 곧 달아난다.

그 뒤에 나쁜 벗을 만나 끝없이 번민하다가는 비로소 본래 스승에게로 돌아온다. 이와 같이 오가는 것을 어리석고 미혹한 것이라 한다.


49. 털 한 줌을 놓고 다툰 어린 아이


옛날 어떤 두 아이가 강에 들어가 놀다가 물밑에서 털 한 줌을 얻었다.

한 아이가 말했다.

“이것은 선인(仙人)의 수염이다.”

그러자 다른 아이가 말했다.

“이것은 큰곰의 털이다.”

그때 그 강가에 어떤 선인(仙人)이 살고 있었다.

이 두 아이는 서로 다투다가 할 수 없이 그 선인에게 가서 의심나는 것을 판결해 달라고 하였다.

선인은 곧 쌀과 깨를 입에 넣고 씹다가 손바닥에 뱉어 놓고 아이들에게 말하였다.

“내 손바닥에 있는 것은 공작의 똥과 같다.”

이처럼 남의 물음에 대답하지 않은 선인을 사람들은 모두 비웃었다.


세상의 어리석은 사람들도 이와 같다.

설법할 때에도 쓸데없는 것은 모두 설명하면서 바른 이치는 대답하지 않는다.

그것은 저 선인이 묻는 것에는 대답하지 않고 깨를 씹어 뱉는 것과 같다.

근거 없는 빈말도 또한 그와 같다.


50. 두 눈알이 튀어나온 의사


어떤 사람이 곱추 병을 앓아 의사를 청해 치료하였다.

의사는 거기에 타락웃물을 바른 뒤에 아래위로 널판을 대고 힘을 다해 눌렀다.

너무 힘을 쓴 나머지 두 눈알이 튀어나왔다. 그러나 의사는 자기의 두 눈알이 튀어나오는 것을 깨닫지 못하였다.


세상의 어리석은 사람들도 그와 같다.

복을 닦기 위하여 살림 살고 장사하면서 온갖 법답지 않은 일을 하니 일은 비록 성취하지만 그 이익은 손해를 보충하지 못한다.

그리하여 미래의 세상에 지옥에 들어가게 되는 것이 마치 두 눈알이 빠지는 것과 같다.


51. 매맞는 계집종


다섯 사람이 계집종 하나를 샀다. 그 중의 한 사람이 종에게 말하였다.

“내 옷을 빨아라.”

다음에 또 한사람도 말했다.

“내 옷도 빨아라.”

그 종은 다음 사람에게 말하였다.

“저 분의 옷을 먼저 빨게 되어 있습니다.”

뒤 사람이 이 말을 듣고 화를 내었다.

“나도 저 사람과 함께 다같이 너를 샀는데 왜 저 사람의 것만 빨려 하는가?”

그리고 매 열 대를 때렷다. 그러자 다른 네 사람도 모두 각기 열 대씩 때렸다.


다섯 가지 쌓임도 또한 그와 같다.

다섯 가지 번뇌의 인연이 모여 이 몸을 이루었는데, 그 다섯 가지 쌓임이 항상 생, 노, 병, 사의 한량없는 고뇌로 중생을 매질하는 것이다.


52. 왕의 거짓말


어떤 아이가 왕 앞에서 음악을 연주하였다. 왕은 돈을 천 냥을 주기로 약속하였다.

아이가 왕에게 돈을 요구하였다. 왕은 주지 않고 말하였다.

“네가 아까 음악을 연주하였지만 그것은 한 낱 내 귀만 즐겁게 하였을 뿐이다. 내가 너에게 돈을 주겠다고 한 것도 다만 네 귀를 즐겁게 한 것뿐이다.”


세상의 바보도 그와 같다. 인간이나 천상에서 조그만 즐거움을 받지만 그것은 실(實)이 없어, 덧없고 멸하는 것이다. 또한 오래 머무르지 못하나니 마치 저 빈 음악 소리와 같다.

      

53. 스승의 두 다리를 부러뜨린 제자


어떤 스승이 두 제자를 두었다. 그 스승은 아픈 다리를 두 제자에게 내밀면서 하나씩 주무르라고 하였다.

두 제자는 늘 서로 미워하고 질투하였다. 한 제자가 다른 제자에게 가서 그가 주무르는 스승의 다리를 붙잡고 돌로 때려 부러뜨렸다.

다른 제자가 이것을 보고 몹시 분하게 여겨, 또 그가 주무르는 다리를 때려 부러뜨렸다.


부처님 법을 배우는 사람들도 그와 같다.

대승(大乘)을 배우는 사람은 소승(小乘)을 그르다 배척하고, 소승을 배우는 사람은 또 대승을 그르다 하기 때문에 큰 성인의 가르침의 두 길을 모두 잃게 한다.


54. 뱀의 머리와 꼬리가 서로 다툰 이야기


어느 날 뱀의 꼬리가 그 머리에게 말하였다.

“내가 앞에서 가야 하겠다.”

머리가 말하기를,

“내가 언제나 앞에서 갔는데 갑자기 왜 그러느냐?”

머리와 꼬리는 서로 싸웠다. 끝내 머리가 앞에서 가려고 하자, 꼬리는 나무를 감고 버텼다. 하는 수 없이 머리가 양보했다. 그리하여 결국 꼬리가 앞에서 가다가 곧 불구덩이에 덜어져 타 죽었다.


스승과 제자도 그와 같다. 제자들은,

“스승은 나이가 많다고 하여 늘 앞에 있기를 좋아하지만, 제자인 우리들은 젊으므로 우리가 길잡이가 되어야 한다”고 한다.

그리하여 계율에 익숙치 못한 젊은이는 항상 계율을 범하다가 곧 서로 끌고 지옥에 들어간다.


55. 왕의 수염 깎기를 택한 사람


옛날 어떤 왕이 믿을 만한 신하를 두었다. 그는 전장에서 목숨을 돌아보지 않고 왕을 구하여 안전하게 하였다.

왕은 매우 기뻐하여 그의 소원을 들어주려고 그에게 물었다.

“너는 무엇을 구하는가? 네가 하고 싶은 대로 하라.”

신하는 대답하였다.

“왕께서 수염을 깎으실 때 나를 시켜 깎도록 해 주소서.”

왕은 말했다.

“그 일이 네 마음에 맞는다면 원대로 들어주리라.”

이 어리석은 사람을 세상 사람들은 모두 비웃으면서 말했다.

“나라의 반을 다스리는 대신이나 재상 자리도 얻을 수 있었는데, 구태여 천한 업을 구하였다.”


어리석은 사람들도 그와 같다.

모든 부처님께서 한량없는 겁 동안 어려운 행과 괴로움 행을 겪은 뒤 스스로 부처가 되신 것이다. 그러므로 혹 부처님을 만나거나 부처님이 남긴 법을 만날 수 있더라도 사람의 몸을 얻기는 어렵다.

그것은 마치 눈 먼 거북이가 떠도는 나무 구멍을 만나는 것과 같다.

이 만나기 어려운 두 가지를 이제 우리가 만났지만 그 뜻이 용렬하여 조그만 계율을 받들어 가지고는 곧 족하다 생각하고, 열반의 훌륭하고 묘한 법을 구하지 않는다. 그리하여 더 나아가 구할 마음이 없이 스스로 삿된 일을 행하면서 곧 만족하다고 생각하는 것과 같다.

56. 없는 물건을 청한 사람


옛날 두 사람이 함께 길을 가다가 어떤 사람이 깨를 실은 수레를 끌고 험한 길을 통과하지 못하는 것을 보았다.

그때 그 수레꾼은 이들에게 말하였다.

“나를 도와 수레를 밀어 험한 길을 벗어나게 해 주시오.”

그들은 대답하였다.

“우리에게 무엇을 주겠는가”

수레꾼은 말하였다.

“없는 물건을 그대들에게 주리라.”

두 사람은 그를 도와 수레를 밀고 평지에 나와 수레군에게 말하였다.

“우리에게 줄 물건을 가져 오라.”

수레꾼은 대답하였다.

“물건이 없다.”

두 사람 중의 한 사람이 다시 말하였다.

“그 없는 물건을 가져 오라.”

다른 한 사람이 웃음을 머금고 말하였다.

“저 사람은 우리에게 아무것도 주려 하지 않는다. 그러나 아무 걱정할 것이 없다.”

그러나 또 한 사람은 수레꾼에게 말하였다.

“우리에게 없는 물건을 가져 오라. 반드시 없는 물건이 있을 것이다.”

한 사람은 말하였다.

“없는 물건[無物]이라는 이 두 글자를 한 데 모으면 그것을 거짓 이름[假名]이라 한다. 세속의 범부들은 만일 ‘없는 물건’이라 하면 곧 ‘아무것도 없는 경례[無所有處]’라고 안다.”

또 한 사람은 말하였다.

“없는 물건이란 바로 없는 모양[無相], 없는 원[無願], 없는 지음[無作]이니라.”


57. 발로 장자의 입을 친 하인


옛날 큰 재물을 갖고 있는 장자가 있었다.

좌우의 사람들은 모두 그의 마음을 얻으려고 온갖 공경을 다하였다. 장자가 가래침을 뱉을 때에는 좌우의 모시는 사람들이 재빨리 발로 그것을 밟아 문질러 버렸다.

어떤 어리석은 사람은 그것을 보고 이렇게 생각하였다.

‘가래침이 땅에 떨어지면 다른 사람들이 먼저 재빨리 밟아 문질러 버린다. 그렇다면 나는 그가 뱉으려 할 때에 먼저 밟으리라.’

그때에 장자가 막 가래침을 뱉으려 하였다. 어리석은 사람은 곧 다리를 들어 장자의 입을 쳐서 입술이 터지고 이가 부러져 버렸다.

장자는 그에게 말하였다.

“너는 왜 내 입을 쳤느냐?”

그는 말했다.

“장자의 침이 입에서 나와 땅에 덜어지기만 하면 좌우의 아첨하는 사람들이 어느새 밟아 버립니다. 나는 아무리 밟으려 하여도 늘 따르지 못합니다. 그래서 침이 막 입에서 나오려 할 때 다리를 들고 먼저 밟아 장자님의 마음을 얻으려고 한 것입니다.”


무릇 어떤 일이나 때가 있는 것이니, 때가 아직 이르기도 전에 억지로 애를 쓰면 도리어 괴로움을 당하는 것이다. 그러므로 세상 사람은 마땅히 ‘때’와 ‘때가 아님’을 알아야 한다.


58. 동전을 둘로 나눈 형제


옛날 마라국에 어떤 부자가 있었다. 그는 병이 매우 위중하여 반드시 죽을 것이라 생각하고 두 아들에게 분부하였다.

“내가 죽은 뒤에는 재산을 잘 나누어 가져라.”

두 아들이 분부에 따라 아버지가 죽은 뒤 두 몫으로 재산을 나눌 때, 형이 아우에게 말하였다.

“나누는 것이 공평하지 못하다.”

그때 어떤 어리석은 노인이 그들에게 말했다.

“너희들에게 물건 나누는 법을 가르쳐 공평하게 가지게 하리라. 지금 있는 모든 물건을 부수어 두 몫으로 만들어라.”

“어떻게 부숩니까?”

“옷은 반을 찢어 두 몫으로 만들고, 밥상이나 병도 부수어 두 몫으로 만들고, 동이나 항아리도 부수어 두 몫으로 만들고 돈도 부수어 두 몫으로 만들어라.”

이리하여 모든 재산을 두 몫으로 만들었다. 그래서 사람들은 그것을 보고 비웃었다.


그것은 마치 저 외도들이 분별하여 닦는 것과 같다.

모든 외도들은 어리석으면서도 스스로 지혜가 있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그것은 마치 어리석은 사람이 돈을 부수어 두 조각을 내는 것과 같다.


59. 오지 병을 구경하다가 보물을 놓친 사람


두 사람이 옹기 공장에 가서 바퀴를 밟아 오지 병을 만드는 것을 구경하였다. 그들은 그것을 아무리 보아도 싫증이 나지 않았다.

그런데 한 사람은 그곳을 떠나 큰 모임에 가서 맛난 음식을 배불리 먹고 또 보물까지 얻었다.

그러나 한 사람은 오지 병 만드는 것을 구경하면서 이렇게 말하였다.

“내가 구경을 다할 때까지 기다리시오.”

그리하여 머뭇거리며 해가 지도록 그것을 구경하다가 옷과 밥을 놓치고 말았다.


어리석은 사람들도 그와 같다.

살림살이를 돌보느라고 죽음이 오는 것은 깨닫지 못한다.


오늘은 이 일을 경영하고

내일은 저 업을 짓는다.


모든 부처님이 나타나서

우레 같은 소리가 세상에 가득 차고

바른 가르침이 걸림 없이 내리건만

세상일에 얽히어 듣지 않으며

죽음이 갑자기 닥치는 것도 모른다.


부처님의 법회를 놓치고

법의 보배를 얻지 못하여

언제나 곤궁한 나쁜 길에 살면서

바른 법을 배반해 버리는구나.


그는 오지 병만 바라보며 섬겼기 때문에

마침내 구경하기를 그치지 않았으니

그러므로 그는 법의 이익을 잃고

영원히 해탈할 기약이 없다.


60. 물 속의 그림자


옛날 어떤 어리석은 사람이 큰못에 가서, 물 속에 있는 순금의 그림자를 보고는 금이 있다고 외쳤다. 그리고 곧 물에 들어가 진흙을 헤치면서 금을 찾았다. 그러나 찾지 못하고 몹시 피로한 채 도로 나와 앉아 있었다.

조금 있다가 물이 맑아지자 금빛이 다시 나타났다. 그는 다시 들어가 진흙을 헤치고 찾았으나 또 찾지 못하고 지쳐 버렸다.

아버지가 아들을 찾으러 왔다가 거기서 아들을 보고 물었다.

“너는 무슨 일을 하였기에 그처럼 지쳐 있느냐?”

아들이 말하였다.

“물 속에 순금이 있기에 물에 들어가 진흙을 헤치고 찾았습니다. 그러나 금은 얻지 못하고 이처럼 지쳤습니다.”

그 아버지는 물 속의 그림자를 보고, 그 금은 나무 위에 있는 금인데 그 그림자가 물 속에 나타난 것임을 아들에게 알려 주었다.

“이것은 반드시 새가 금을 물고 가다가 나무 위에 둔 것일 게다.”

그는 아버지 말을 따라 나무 위에 올라가서 그 금을 얻었다.


어리석은 저 범부들도

무지하기 그와 같다.

‘나’가 없는 다섯 가지 쌓임 가운데

제멋대로 ‘나’가 있다 생각하나니


저 순금 그림자를 본 사람이

부지런히 애써 그것을 찾았으나

한갓 수고하고 소득이 없음과 같아라.


61. 누가 만물을 만들었나


브라만들은 모두 말하였다.

“대범천왕은 이 세상의 아버지다. 그는 능히 만물을 만든다.”

만물을 만든 주인의 제자가 있었다. 그도 말하였다.

“나도 능히 만물을 만든다.”

그러나 그는 실제로 어리석으면서 자신이 지혜가 있다고 생각하였다. 그래서 범천에게 말하였다.

“나는 만물을 만들고 싶습니다.”

범천왕은 말하였다.

“그런 생각을 말라. 너는 만들 수 없다.”

그러나 그는 범천왕의 말을 듣지 않고 만물을 만들려고 하였다. 범천은 그 제자가 만든 물건을 보고 그에게 말하였다.

“네가 만든 것은 머리가 너무 크고 목은 너무 가늘다. 손은 너무 크고 팔은 너무 작다. 다리는 너무 작고 발꿈치는 너무 크다. 그래서 마치 귀신과 같구나.”

모든 것은 각기 업대로 만들어진 것이요, 범천이 만든 것도 그 누구가 만든 것도 아니다. 그리하여 모든 부처님은 이렇게 설법하셨다.

“두 극단에 집착하지 말아야 한다. 즉 단견(斷見)에도 집착하지 않고 상견(常見)에도 집착하지 않아야 한다. 그것은 여덟 가지 바른 도의 설법[八正道]과 같은 것이다.”

그런데 여러 외도들은 ‘이것은 단(斷)이다. 이것은 상(常)이다’고 보아, 곧 거기에 집착하여 세상을 속여 그것이 법인 양 꾸미지만 그것은 진실로 바른 법이 아니다.


62. 꿩 한 마리만 먹은 환자


옛날 어떤 사람이 병으로 위독하였다. 훌륭한 의사는 점을 치고 말하였다.

“항상 꿩고기 한 종류만 먹으면 병을 고칠 수 있다.”

그는 시장에 가서 꿩 한 마리를 샀다. 그러나 그것을 먹고는 더 먹지 않았다.

그 뒤에 의사가 그를 보고 물었다.

“그대 병은 고쳤는가?”

그는 대답하였다.

“의사님은 전에 내게 늘 꿩고기를 먹으라고 하셨습니다. 그래서 지금 한 마리를 먹고 감히 다시 먹지 않습니다.”

의사는 다시 말했다.

“꿩 한 마리를 다 먹었으면 왜 또 먹지 않느냐? 너는 지금 꿩 한 마리만 먹고 어떻게 병이 낫기를 바라느냐?”


모든 외도들도 그와 같다.

그들이 의사와 같은 부처님이나 보살의 훌륭한 말씀을 들었으면, 벌써 마음의 근본을 알았어야 할 것이다. 그런데 그들은 시간은 무한하다[常見]고 하여 ‘과거와 미래와 현재가 오직 하나로서 옮아가는 일이 없다’고 생각하니 그것은 마치 꿩 한 마리를 먹는 것과 같다. 그러므로 그들은 유혹과 번뇌의 병을 고치지 못하는 것이다.

큰 지혜를 가진 여러 부처님은 그들을 가르쳐 상견을 없애기 위하여 이렇게 말씀하셨다.

“모든 것은 찰나에 나고 사라진다. 어떻게 변하지 않겠느냐?”

마치 저 의사가 ‘다시 꿩을 먹어야 병을 고칠 수 있다’고 가르친 것처럼, 부처님도 중생들을 가르쳐 모든 법을 알게 하셨다.

“무너지기 때문에 항상 이루어지지 않고, 이어가기 때문에 끊어지지 않는다.”

이렇게 말씀하시며 그들의 상견의 병을 잘라 없앴다.


63. 가짜 귀신에 놀란 사람들


옛날 간다르바국에 여러 사람들이 마침 흉년을 만나 음식 있는 곳을 따라 다른 나라로 가게 되었다. 도중에 바라신산(山)을 지나게 되었다.

그 산에는 본래부터 사람을 잡아먹는 나쁜 귀신 락사사가 많았다.

그들은 산중에 모여 잠을 잤다. 산중에는 바람이 몹시 찼기 때문에 불을 피우고 누워 있었다. 그들 중에 추위를 몹시 타는 사람이 있었다. 그는 장난으로 귀신 락사사의 옷을 입고 불을 쪼이며 앉아 있었다.

그때 옆에 있던 어떤 이가 잠이 깨어 보니 불 옆에 귀신 락사사가 앉아 있는 것을 보고는 놀라 그만 그 곳에서 달아나 버렸다. 그 바람에 잠자던 사람들도 놀라 엉겁결에 모두 내달았다. 그래서 그 락사사의 옷을 입은 이도 놀라 그들을 쫓아 죽어라 뛰었다.

그들은 뒤에 락사사가 쫓아오는 것을 보고 해치러 오는 줄로만 생각하고는 더욱 더 놀라고 두려운 나머지 산을 넘고 물을 건너 구렁에 몸을 던졌다. 그리하여 몸도 다치고 극도로 피로하여 모두 쓰러졌다가 날이 밝아서야 비로소 귀신이 아님을 알았다.


모든 범부들도 그와 같다.

번뇌 속에 살면서 선한 법에 굶주려, 위없는 법을 구하다가, 다섯 가지 쌓임[五蘊] 속에 ‘나’라는 소견 때문에 생사에 흘러 다니면서 번뇌에 쫓기어 자유를 얻지 못하고 세 갈래 나쁜 길[三惡道]의 구렁에 떨어진다.

날이 밝았다는 것은 생사의 밤이 다하고 지혜의 밝은 새벽이 되어 비로소 다섯 가지 쌓임 속에는 ‘참 나’가 없다는 것에 비유한 것이다.


64. 문을 밀고 당긴 두 사람


옛날 오래된 집이 있었다. 사람들은 모두 그 집에는 항상 나쁜 귀신이 있다고 생각하여 모두 두려워하며 감히 거기서 자거나 쉬지 못하였다.

그때 자기가 대담하다고 생각하는 한 사람이 이렇게 말하였다.

“나는 이 방에 들어가 하룻밤을 지내리라.”

그는 곧 들어가 잤다.

뒤에 또 한 사람이 앞의 사람보다 더 대담하고 용맹스럽다고 생각하였다.

그때 곁에 있던 다른 사람이 말했다.

“이 방안에는 항상 나쁜 귀신이 있다.”

이 말을 들은 그는 문을 밀고 들어가려 하였다. 그러자 앞의 사람은 그것을 귀신이라 생각하고 곧 안에서 문을 막고 서서 들어오지 못하게 하였다. 뒤의 사람도 또 그것을 귀신이라 생각하고 밀고 들어가고자 하였다. 그렇게 다투다가 날이 밝아 서로 보고서야 비로소 귀신이 아닌 것을 알았다.


세상 사람들도 그와 같다.

인연이 잠깐 모였을 뿐 아무것도 주인이 없는데 낱낱이 분석해 본들 그 무엇이 ‘나’인가.

그런데 중생들이 제멋대로 옳고 그름을 헤아려 굳이 다투는 것은 저 두 사람과 다툼이 없다.


65. 독이 든 약


옛날 어떤 여자가 음탕하여 법도가 없었다.

그는 욕정이 왕성해지자 그 남편을 미워한 나머지 늘 죽일 기회를 엿보았다. 그러나 갖가지 계책을 다 써 보았지만 기회를 얻을 수 없었다.

마침 남편이 이웃 나라에 사신으로 가게 되었다. 부인은 가만히 계획을 세우고 독이 든 환약을 만들어 남편을 해치려고 거짓으로 남편에게 말하였다.

“당신이 지금 멀리 사신으로 가시는데, 혹 배고플 때가 있을 까 걱정입니다. 나는 지금 이 횐희환 오백 개를 만들어 당신에게 드립니다. 당신이 이 나라를 떠나 다른 나라로 가시어 배가 고프실 때에는 이것을 드십시오.”

남편은 그 말대로 그것을 받고 다른 나라로 갔으나 아직 그것을 먹지 않았다. 밤중이 되어 숲 속에서 자다가 모진 짐승들이 무서워 나무에 올라가 피해 있었다. 그러면서 환희환은 잊어버리고 나무 밑에 두었다.

마침 그 날 밤에 오백 명의 도적이 그 나라 왕의 말 오백 마리와 여러 가지 보물을 훔쳐 가지고 오다가 그 나무 밑에서 쉬었다. 너무 빨리 달려 왔기 때문에 그들은 모두 배가 고프고 목이 말랐다. 마침 나무 밑에 있는 환희환을 보고 그들은 제각기 한 알씩 먹고는 독약의 기운이 거세어 오백 명이 한꺼번에 죽고 말았다.

날이 밝아, 그는 도적 떼들이 모두 나무 밑에 죽어 있는 것을 보고, 거짓으로 칼과 화살로 그 시체들을 베기도 하고 찌르기도 하였다. 그리고 그 말들과 보물을 거두어 가지고 그 나라를 향해 달려갔다.

그때 왕은 많은 군사를 거느리고 도적들을 뒤쫓아 왔다. 왕은 도중에서 그를 만났다.

왕은 물었다.

“너는 어떤 사람인가? 그 말은 어디서 얻었는가?”

그는 대답하였다.

“나는 아무 나라 사람입니다. 길에서 도적 떼를 만나 서로 싸우다가 칼로 베고 활로 쏘아 지금 오백 명의 도적 떼가 모두 저 나무 밑에 죽어 있습니다. 그래서 나는 이 말과 보물을 얻어 왕의 나라로 가져가는 중입니다. 만일 믿지 못하시겠다면 사람을 보내서 확인해 보십시오.”

왕이 신하를 보내어 확인해 보았더니 과연 그 말과 같았다. 왕은 매우 기뻐하면서 처음 보는 일이라 찬탄하였다. 그리고 나라에 돌아가서는 곧 많은 보물을 주고 또 마을을 봉(封)해 주었다.

왕의 대신들은 모두 그를 시기하여 왕에게 아뢰었다.

“저 사람은 멀리서 온 사람으로서 아직 믿을 수 없사온데, 왜 갑자기 그처럼 심히 사랑하고 우대하십니까? 그리고 벼슬이나 상은 저희들보다 더 많군요.”

그는 그 말을 듣고 이렇게 말하였다.

“누가 용맹스럽고 힘이 세어 나와 시합하려는가? 저 넓은 벌판에 가서 기능을 겨루어 보자.”

그 뒤에 그 나라에는 사나운 사자가 있어서 길을 막고 사람을 죽이므로 왕성으로 가는 길까지 끊어졌다.

그 때에 대신들은 서로 의논하였다.

“멀리서 온 사람은 스스로 용맹스럽고 힘이 세어 아무도 대적할 이가 없다고 한다. 지금 만일 저 사자를 죽여 나라의 화를 없앤다면 그것은 참으로 장하고 놀라운 일이다.”

이렇게 의논하고 왕에게 아뢰었다. 왕은 이 말을 듣고 칼과 몽둥이를 그에게 주어 곧 보내었다.

그 때 그는 이미 왕의 명령을 받은 지라. 뜻을 굳게 하여 사자에게로 향해 갔다. 사자는 그를 보고 분격하여 고함을 치면서 뛰어나왔다. 그는 당황하여 곧 나무 위로 올라갔다. 사자는 입을 벌리고 머리를 치켜들어 나무를 올려다보고 있었다. 그는 무섭고 급한 나머지 잡았던 칼을 떨어뜨렸다. 마침 그 칼은 사자 목을 찔러 사자는 이내 죽었다.

그는 기뻐하며 왕에게 가서 아뢰었다. 왕은 더욱 사랑하고 우대하였다.

그리고 그 나라 사람들도 그를 인정하고 공경하며 모두 그를 찬탄하였다.


그 부인의 환희환은 더러운 보시에 비유한 것이요, 왕이 사신으로 보낸 것은 선지식에 비유한 것이며, 다른 나라로 가는 것은 여러 하늘에 비유한 것이요, 도적 떼를 죽인 것은 다섯 가지 탐욕과 온갖 번뇌를 굳게 끊는 데 비유한 것이며, 다른 나라의 왕을 만나는 것은 성현을 만나는 데 비유한 것이다. 그 나라의 신하들이 시기한 것은, 외도들이 지혜 있는 사람이 번뇌와 다섯 가지 탐욕을 끊는 것을 보고 그럴 수가 없다고 비방하는 데 비유한 것이다.

또 그가 ‘그들 대신으로는 아무도 나와 대적할 이가 없다’고 말한 것은 외도들이 감히 저항하거나 다투지 못하는 데 비유한 것이며, 사자를 죽이는 것은 악마를 부수어 번뇌를 끊고 집착이 없게 된 데에 비유한 것이다.


66. 말로만 배를 잘 운전하는 사람


옛날 어떤 장자의 아들이 여러 장사꾼들과 함께 보물을 캐러 바다로 갔다.

만일 바다에 들어가 물이 돌거나 굽이치거나 거센 곳에서는 어떻게 배를 잡고 어떻게 바로 하며 어떻게 머물러야 하는지 등에 대해 자신 있는 장자의 아들은 여러 사람들에게 말하였다.

“바다에 들어가는 방법을 나는 다 안다.”

사람들은 그 말을 듣고 깊이 믿었다.

바다 가운데 들어간 지 얼마 되지 않아 선장이 병으로 갑자기 죽었다. 그래서 장자의 아들이 그를 대신해서 일을 맡게 되었다.

물이 굽이쳐 돌며 급히 흐르는 곳에 배가 이르렀을 때 그는 외쳤다.

“배를 이렇게 잡고 이렇게 바로 잡아야 한다.”

그러나 배는 빙빙 돌기만 하고 앞으로 나아가지는 않았다.

그래서 보물이 있는 곳에 이르기도 전에 배 안의 모든 사람들이 물에 빠져 죽었다.


범부들도 그와 같다.

참선하는 법이나 숨길을 세는 법이나 또는 부정관(不淨觀)을 조금 익혀 비록 그 문자는 외우지만 이치나 갖가지 방법을 알지 못하면서도 스스로 잘 안다고 말한다.

그리하여 망령되이 선정의 법을 가르치니 앞의 사람을 미혹케 하고 어지럽혀 마음을 잃게 한다. 또한 법에 대한 해석이 뒤섞여 일생 동안 아무 소득도 없게 하니, 그것은 저 어리석은 사람이 남들을 바다에 빠져 죽게 하는 것과 같다.


67. 떡 하나 때문에 도둑맞은 부부


옛날 어떤 부부가 떡 세 개를 가지고 서로 나누어 먹고 있었다. 각기 한 개씩 먹고 하나가 남았다. 그래서 서로 약속하였다.

“누구든지 말을 하면 이 떡을 먹을 수 없다.”

이렇게 약속하고는 그 떡 하나 때문에 아무도 감히 말을 하지 못하였다.

조금 있다가 도적이 그 집에 들어왔다. 도적은 그들의 재물을 모두 훔쳤다. 그러나 그들은 약속한 것이 있어 눈으로 보고도 말을 하지 않았다.

도적은 그들이 말하지 않는 것을 보고 남편 앞에서 그 부인을 겁탈하려 했다. 그러나 남편은 그것을 보고도 말하지 않았다. 아내는 곧 ‘도적이야’ 하고 외치면서 남편에게 말하였다.

“이 어리석은 사람아, 어쩌면 떡 한 개 때문에 도적을 보고도 외치지 않습니까.”

그 남편은 손뼉을 치고 웃으면서 말하였다.

“야, 이제 이 떡은 내 것이다.”

세상 사람들은 이 말을 듣고 모두 그들을 비웃었다.


범부들도 그와 같다.

조그만 이름이나 이익을 위하여 거짓으로 잠자코 고요히 있지만 헛된 번뇌와 갖가지 악한 도적의 침략을 받아 선법을 잃고 세 갈래 나쁜 길에 떨어지게 되면서도 조금도 두려워하지 않고 출세할 길만 구한다.

그래서 바로 다섯 가지 쾌락에 빠져 놀면서 아무리 큰 괴로움을 당하더라도 환란이라 생각하지 않는다. 그것은 저 어리석은 남편과 다름이 없다.


68. 남을 해치려다 손해 본 사람


옛날 어떤 사람이 남을 미워하여 늘 시름에 잠겨 있었다. 한 사람이 그에게 물었다.

“너는 왜 늘 근심에 잠겨 있는가?”

그는 대답하였다.

“어떤 사람이 나를 몹시 헐뜯는데 힘으로는 그에게 보복할 수 없다. 어떻게 하면 보복할 수 있을지 그 방법을 모르겠다. 그래서 근심하는 것이다.”

그 사람은 말하였다.

“비타라 주문(呪文)이라면 그를 해칠 수 있다. 그러나 다만 한 가지 걱정이 있다. 만일 그를 해치지 못하게 될 때 도리어 자기를 해치게 되는 것이다.”

그는 이 말을 듣고 매우 기뻐하면서 말하였다.

“내게 가르쳐 주기만 하시오. 비록 나 자신을 해치는 일이 있더라도 반드시 그를 해치고야 말 것입니다.”


세상 사람들도 그와 같다.

남을 해치기 위해 비타라 주문을 구하지만 끝내 해치지 못한다. 그것은 먼저 남을 미워하였기 때문에 도리어 자기를 해쳐, 지옥이나 아귀나 축생에 떨어지리니 저 어리석은 사람과 다를 것이 없다.


69. 음식을 급히 먹는 남편


옛날 어떤 사람이 북인도에서 남인도로 가서 거기서 오래 사는 동안에 그곳의 여자를 맞이하여 부부가 되었다.

어느 때 그 아내가 남편을 위해 음식을 차렸다. 남편은 급히 먹느라고 뜨거운 것도 생각지 않았다. 아내는 이상히 여겨 그 남편에게 말하였다.

“여기는 사람을 겁탈할 도적도 없는데 무슨 급한 일이 있어 그처럼 바쁘게 드십니까?”

남편은 대답하였다.

“비밀한 좋은 일이 있는데 당신에게는 말할 수 없소.”

아내는 그 말을 듣고 이상한 일이 있으리라 생각하고는 간절히 물었다.

남편은 한참 만에야 대답하였다.

“우리 조부 때부터 항상 음식을 발리 먹는 법을 지켜 왔소. 나도 지금 그것을 본받기 위해 빨리 먹는 것이오”


세상의 범부들도 그와 같다.

바른 이치를 통달하지 못하여 선과 악을 알지 못하고 온갖 그릇된 일을 행하면서 부끄럽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그래서 ‘우리는 조부 때부터 이런 법을 행했다’고 하면서 죽을 때까지 끝내 그것을 버리지 않는다.

그것은 어리석은 사람이 빨리 먹는 습관을 좋은 법이라 생각하는 것과 같다.


70. 과일을 일일이 맛보고 사는 사람


옛날 어떤 장자가 하인에게 돈을 주어 남의 농장에 있는 암바라 열매를 사 먹으려고 그에게 분부하였다.

“달고 맛난 것을 사 오너라.”

그 사람은 돈을 가지고 가서 과일을 사려고 하였다.

주인은 말하였다.

“우리 집의 과일은 모두 맛나고 좋아 하나도 나쁜 것이 없다. 네가 하나 맛보면 알 것이다.”

그는 맛본 뒤에 사기로 생각했다.

“나는 지금 하나하나 맛본 뒤에야 사겠소. 하나만을 맛보고 어떻게 알겠소.”

그리고는 그는 곧 과일을 가져다 하나하나 맛본 뒤에 그것을 가지고 집으로 돌아왔다.

장자는 그것을 보고 나쁘다 하며 먹지 않고 전부 버렸다.


세상 사람들도 그와 같다.

“계율을 가지고 보시를 행하면 큰 부자가 되고, 몸은 항상 안락하여 어떤 병도 없다‘는 말을 듣고도, 그것을 믿으려 하지 않고 말하기를, ”보시로 복을 얻는다 하지만 내가 얻은 뒤에 라야 믿을 수 있다“고 한다.

그러나 제 눈으로 ‘현세의 귀천과 빈궁이 모두 전에 지은 업의 결과임’을 보고도 그 하나를 미루어 인과를 구할 줄을 모른다.

따라서 그것을 믿지 않고 스스로 겪어 보아야 한다고 하다가, 하루아침에 목숨을 마치면 재물을 모두 잃고마니, 그것은 저 하나씩 맛보고 산 과일을 모두 버리게 되는 것과 같다.


71. 두 아내 때문에 실명한 남자


옛날 어떤 사람에게 두 명의 부인이 있었다. 그런데 한 부인을 가까이 하면 다른 한 부인이 화를 내기 때문에 어떻게 할 수가 없었다.

하는 수 없이 그 사람은 두 아내 중간에 몸을 누이고 자기로 약속하였다.

마침 큰비가 내렸다. 집이 새어 물과 흙이 한꺼번에 내려와 그의 눈에 떨어졌다.

그러나 이미 한 약속이 있었기 때문에 감히 일어나 피하지 못하고 마침내 실명하고 말았다.


세상의 범부들도 그와 같다.

삿된 벗을 가까이하여 법이 아닌 것을 익히고 번뇌의 업을 짓다가, 세 갈래 나쁜 길에 떨어져 항상 생사에 살면서 지혜의 눈을 잃어버리고 만다. 그것은 마치 어리석은 남편이 두 아내 때문에 두 눈을 잃는 것과 같다.


72. 입이 찢어진 사람


옛날 어떤 사람이 처가에 갔다가 쌀 찧는 것을 보고 쌀을 훔쳐 한 입 넣었다. 그 때 아내가 와서 그에게 말을 하였다. 그러나 남편은 입에 쌀이 가득 찼으므로 대답하지 못했다.

아내는 그가 말하지 않는 것을 이상히 여겨 손으로 어루만져 보고, 분명히 입안에 종기가 났다고 생각하고는 그 아버지에게 말하였다.

“저의 남편이 오자마자 갑자기 입안에 종기가 나서 도무지 말을 하지 못합니다.”

그 아버지는 곧 의사를 불러 고치게 하였다. 의사가 그의 입을 살펴보고 나서 말했다.

“이 병은 매우 중한 병입니다. 칼로 입을 째야 됩니다.”

의사는 곧 칼로 입을 쨌다. 그 순간 쌀이 쏟아져 나와 그만 사실이 드러나고 말았다.


세상 사람들도 그와 같다.

온갖 악행을 짓고 깨끗한 계율을 범하고도 허물을 숨겨 두어 드러내기를 좋아하지 않다가 끝내 지옥이나 축생이나 아귀에 떨어진다.

그것은 마치 어리석은 사람이 조그만 창피 때문에 쌀을 토하려 하지 않아 칼로 입을 째어 그 허물이 드러나고 만 것과 같다.


73. 거짓말의 결과


옛날 어떤 사람이 검은 말을 타고 전쟁터로 나아갔다. 그러나 적이 두려워 감히 싸우지 못하였다.

그래서 얼굴에 피를 바르고 거짓으로 죽은 것처럼 꾸며 죽은 사람들 속에 누워 있었다.

그가 탔던 말은 다른 사람이 가져갔다.

군사들이 모두 떠나자, 그도 흰 말꼬리를 베어 가지고 집으로 돌아왔다. 그가 집으로 돌아왔을 때 옆 사람이 그에게 물었다.

“네가 탔던 말은 지금 어디에 있기에 걸어오는가.”

그는 대답하였다.

“내 말은 전쟁터에서 죽었다. 그래서 그 꼬리를 가지고 왔다.”

옆 사람이 말하였다.

“네 말은 본래 검은 말인데 왜 흰 꼬리인가?”

그는 잠자코 대답이 없었다. 그래서 사람들은 그를 비웃었다.


세상 사람들도 그와 같다.

스스로 인자한 마음을 잘 닦아 행하므로 술이나 고기를 먹지 않는다고 말한다. 그러나 중생을 살해하고 온갖 고통을 주면서 망령되이 착하다고 한다. 그것은 마치 어리석은 사람이 말이 죽었다고 거짓말하는 것과 같다.


74. 거짓으로 목욕한 브라만


옛날 어떤 국왕이 새롭게 법을 제정하였다.

“어떤 브라만도 이 나라 안에서는 몸을 깨끗이 씻어야 한다. 만일 깨끗이 씻지 않은 사람이 있으면 갖가지 괴로운 일을 하게 하리라.”

그 때 어떤 바라문이 빈 물통을 들고 ‘깨끗이 씻었다’고 거짓으로 말하였다. 옆 사람이 그 물통에 물을 부어 주었다. 그러자 그는 그것을 쏟아 버리면서 말하였다.

“나는 깨끗이 씻지 않아도 좋습니다. 왕이나 깨끗이 씻으소서.”

그는 깨끗이 씻었다고 하지만 사실은 씻지 않았던 것이다.


집을 떠난 범부도 그와 같다.

머리를 깎고 물들인 옷을 입고 속으로는 계율을 범하면서도 겉으로는 계율을 잘 지키는 체 꾸미는 것은, 자기의 이익을 바라고 또 왕의 노역을 피하려는 것이다.

그는 겉으로는 슈라마나와 같지만 속으로는 속이는 것이니 마치 빈 병을 들고 겉모양만 꾸미는 것과 같다.


75. 낙타와 독을 모두 잃은 사람


옛날 어떤 사람이 독 속에 곡식을 가득 담아 두었다. 하루는 낙타가 독에 머리를 넣고 곡식을 먹다가 그만 머리를 빼지 못하고 다 죽게 되었다. 그래서 그는 걱정을 하고 있었다.

어떤 노인이 와서 그에게 말하였다.

“너는 걱정하지 말라. 너에게 방법을 가르쳐 주리라. 만일 내 말대로 한다면 반드시 빨리 구해 낼 것이다. 너는 저 낙타의 머리를 베어라. 그러면 저절로 나오게 될 것이다.”

그는 곧 그 말대로 칼로 낙타의 머리를 베었다. 그러자 그만 낙타도 죽고 또 독도 깨져 버렸다. 그리하여 세상 사람들의 웃음거리가 되었다.


어리석은 범부도 그와 같다.

마음으로 깨달음을 바라고 뜻으로 삼승(三乘)을 구하려면 마땅히 계율을 지키고 온갖 악을 막아야 하겠거늘 다섯 가지 욕심 때문에 깨끗한 계율을 깨뜨린다.

이미 계율을 범하였으므로 삼승을 버린 것이다. 그래서 어떠한 악도 짓지 않음이 없으니 삼승과 깨끗한 계율을 모두 버리게 된다.

그것은 마치 어리석은 사람이 낙타와 독을 한꺼번에 잃은 것과 같다.


76. 공주를 사모한 농부


옛날 어떤 농부가 도시를 거닐다가 그 나라 공주의 얼굴을 보았다. 그래서 밤낮으로 사모하여 쌓이는 그리운 정을 막을 수가 없었다. 서로 정을 통할 것을 생각하였으나 어떻게 할 길이 없어 결국은 얼굴빛이 노래지면서 중한 병이 들었다.

여러 친척들은 그것을 보고 물었다.

“왜 그렇게 됐느냐?”

그는 대답하였다.

“나는 지난번에 공주의 아름다운 얼굴을 보고 서로 정을 통할 것을 생각하였으나, 뜻대로 되지 않아 그만 병이 되었습니다. 만일 내가 이 뜻을 이루지 못하면 틀림없이 죽을 것입니다.”

친척들은 말하였다.

“우리가 너를 위해 좋은 방법을 써서 그를 얻도록 할 것이니 걱정하지 말라.”

그 뒤에 그들은 다시 와서 그에게 말하였다.

“우리가 너를 위해 일을 되게끔 하였다. 다만 공주가 정을 통하고 싶어하지 않는다.”

그는 이 말을 듣고 웃으면서 말하였다.

“틀림없이 될 것이다”고.


세상의 어리석은 사람들도 그와 같다.

춘, 하, 추, 동 시절을 분별하지 않고, 겨울에 종자를 뿌려 그 열매를 얻고자 한다면, 온갖 공만 헛되고 아무 소득이 없을 것이니, 싹이나 줄기나 가지나 잎을 모두 잃게 될 것이다.

세상의 어리석은 사람들은 조그만 복을 짓고, 모든 것을 갖추었다고 생각하며, 또 깨달음을 이미 증득하였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그것은 농부라 공주를 바라는 것과 같다.


77. 나귀의 젖을 짜 마신 사람들


옛날 변방에 있는 사람들은 나귀를 알지 못하고 다만 다른 사람들이 ‘나귀의 젖은 매우 맛있다’라고 하는 말만 들었을 뿐이었다.

그 때 그들은 수나귀 한 마리를 얻어 그 젖을 짜려고 서로 다투어 붙잡았다. 그 중에 어떤 이는 머리를 붙잡고 어떤 이는 귀를 붙잡고 어떤 이는 꼬리를 붙잡고 어떤 이는 다리를 붙잡았다.

또 어떤 이는 그릇을 들고 먼저 젖을 짜 마시려고 하였다.

그 중에 어떤 이가 나귀의 생식기를 붙잡고

“이것이 젖이다”고 외쳤다.

그들은 그것을 짜면서 젖을 얻기를 바랐다. 그러나 그들은 지치기만 하고 아무것도 얻지 못하였고 한갓 수고만 하였다. 그리하여 세상 사람들의 비웃음을 받았다.


외도의 범부들도 그와 같다.

도(道)라는 말을 듣고는 구할 곳에서 구하지 않고, 망령되이 잡생각을 내고 갖가지 삿된 소견을 일으켜 발가벗기도 하고 스스로 굶기도 하며 혹은 높은 바위에서 떨어지거나 불에 몸을 던지기도 한다. 그리하여 삿된 소견으로 나쁜 길에 떨어지는 것이 마치 어리석은 사람이 망령되이 나귀 젖을 구하는 것과 같다.


78. 아버지와 아들의 약속


옛날 어떤 사람이 밤에 그 아들에게 말하였다.

“내일 아침에 너와 함께 저 마을에 가서 거기 있는 것을 가져오자.”

아이는 그 말을 듣고 이튿날 아침 아버지에게 묻지도 않고 혼자서 그 마을로 갔다. 그 곳까지 가자 몸은 극히 피곤하였고 아무 소득이 없었다. 또 밥을 먹지 못해 주리고 목말라 거의 죽을 것 같았다. 그래서 바로 집으로 돌아와 아버지를 찾았다.

아버지는 아들이 오는 것을 보고 매우 나무랐다.

“이 미련하고 무지한 것아, 왜 나를 기다리지 않고 공연히 갔다 왔다 하여 한갓 수고만 하고, 모든 세상 사람들의 비웃음을 받느냐?”


범부들도 그와 같다.

비록 집을 떠나게 되어 머리와 수염을 깎고 법복을 입더라도 밝은 스승을 찾아 배우지 않고, 온갖 선정과 도품의 공덕을 잃고 수행의 묘한 결과를 모두 잃어버린다.

그것은 마치 어리석은 사람이 헛되이 갔다 왔다 하면서 스스로 지치기만 하는 것처럼, 형상은 비록 슈라마나 같더라도 실은 아무 소득이 없다.


79. 서른 여섯 개의 상자를 짊어진 신하


옛날 한 왕이 무우원(無憂園)에 들어가 즐겁게 놀기 위하여 어떤 신하에게 말하였다.

“그대는 궤짝 하나를 들고 저 동산으로 가서, 내가 앉아 쉴 수 있게 하라.”

신하는 남 보기에 창피스러워 들려고 하지 않고 왕에게 아뢰었다.

“저는 들 수가 없습니다. 지고 가겠습니다.”

그래서 왕은 곧 서른 여섯 개의 궤짝을 그의 등에 지우고 그를 재촉하여 동산으로 갔다.


범부들도 그와 같다.

여자의 털 하나가 땅에 떨어진 것을 보고 스스로 말하기를, “나는 계율을 지킨다”고 하며 그것을 집으려 하지 않는다. 그러다가 그 뒤에 번뇌에 홀리어, 서른 여섯 가지 물건, 즉 털, 손, 발톱, 이, 똥, 오줌 따위의 더러운 것도 더럽다 하지 않는다.

그리하여 서른 여섯 가지 더러운 물건을 한꺼번에 전부 붙잡고도 부끄러워하는 생각이 없이 죽을 때까지 놓지 않는다. 그것은 마치 어리석은 사람이 궤짝을 지는 것과도 같다.


80. 엉뚱한 약을 먹은 사람


옛날 어떤 사람이 변비가 심하였다. 의사가 보고 이렇게 말하였다.

“관장을 하여야 나을 것이다.”

그 사람은 관장할 준비를 하고 관장하려 했다.

의사가 오기 전에 그 사람은 약을 먹고서 배가 불러 죽을 것 같이 어쩔 줄 몰라 했다.

의사가 그 까닭을 이상히 여겨 그에게 물었다.

“왜 그러는가.”

그는 대답하였다.

“아까 그 관장약을 먹었습니다. 그런데 배가 불러 죽을 것 같습니다.”

의사는 그 말을 듣고 매우 나무라면서,

“너는 너무 어리석어 아무 방편도 모르는구나.”

그리고는 곧 다른 약을 먹여 토하게 한 뒤에야 나았다. 그리하여 이 어리석은 사람은 세상 사람의 웃음거리가 되었다.


범부들도 그와 같다.

선관(禪觀)의 갖가지 방법을 닦으려 할 때 부정관(不淨觀)을 익혀야 할 것을 도리어 수식관(數息觀)을 익히고 수식관을 익혀야 할 것을 도리어 육계(六界)를 관한다. 그리하여 위, 아래를 뒤바꿔 근본이 없이 한갓 신명만 허비하여 그 때문에 지치게 된다.

좋은 스승에게 묻지 않고 선법(禪法)을 뒤바꾸어 보는 것은 어리석은 사람이 더러운 것을 먹는 것과 같다.


81. 선인(仙人)을 보고 활을 쏜 아버지


옛날 한 아버지와 아들이 같이 길을 가게 되었다. 아들이 숲에 들어갔다가 곰을 만났다. 아들은 곰 발톱에 몸이 찢기어 황급히 숲을 나와 아버지가 있는 곳으로 돌아왔다.

아버지는 아들의 몸이 몹시 상한 것을 보고 이상히 여겨 물었다.

“너는 어째서 그런 상처를 입었느냐?”

아들은 대답하였다.

“몸의 털이 긴 어떤 동물이 와서 나를 해쳤습니다.”

아버지는 곧 활을 가지고 숲으로 가서 털이 긴 어떤 선인(仙人)을 보고 활을 쏘려 하였다.

옆 사람이 물었다.

“왜 그를 쏘려 하십니까? 저 사람은 아무 해가 없습니다. 허물이 있으면 다스려야 합니다.”


세상의 어리석은 사람들도 그와 같다.

비록 그가 법복을 입고 무도한 자에게 모욕을 당하였다 하더라도, 함부로 선량하고 덕이 있는 사람을 해치면 그것은 곰이 그 아들을 해쳤다 하여 아버지가 억울한 선인을 해치려 하는 것과 같다.


82. 두 개의 다리를 여덟 개로 늘린 농부


옛날 어떤 농부가 고향에 갔다가 보리 싹이 무성하게 자라는 것을 보고 그 주인에게 물었다.

“어떻게 보리를 이렇게 무성하게 키웠는가?”

주인은 대답하였다.

“땅을 편편하게 고르고 거기에 분뇨와 물을 주었기 때문에 이렇게 되었다.”

그는 곧 그대로 물과 똥을 밭에 주고, 거기에 종자를 부리려 하였다. 그러다가 문득 제 발로 땅을 밟아 땅이 딱딱해져서 보리가 나지 않을까 걱정되었다.

“나는 평상에 앉아 사람을 시켜 메게 하고, 그 위에서 종자를 뿌리는 것이 좋겠다.”

그리하여 곧 네 사람을 시켜 한 사람이 평상 다리 하나씩 들게 하고 밭에 가서 종자를 뿌렸다. 그러자 땅은 더욱 단단해졌다.

그는 보리가 나지 않을까 염려되어 두 개의 발을 여덟 개로 늘렸다.

사람들은 모두 그를 비웃었다.


범부도 그와 같다.

이미 계율의 밭을 다루어 장차 좋은 싹이 나게 하려면, 마땅히 스승에게 나아가 묻고 그 훈계를 받아야 하는데, 도리어 그것을 어기고 온갖 악을 많이 지어 계율의 싹이 나지 않게 하니, 그것은 마치 어리석은 사람이 두 개의 발을 두려워하여 도리어 여덟 개로 늘린 것과 같다.


83. 어린애를 미워한 원숭이


옛날 어떤 원숭이가 어른에게 매를 맞았으나 어찌할 수가 없어 도리어 그 집 어린애를 원망하였다.


어리석은 범부들도 그와 같다.

먼저 남의 미움을 받으면 그 뒤 계속하여 보복하니, 이미 과거에 사라졌던 것이 뒤에 생기는 일까지 계속된다. 그것은 이른 바 앞의 사람이 망령되이 성을 내면 그 독이 더욱 깊어 가는 것과 같으니, 마치 저 어리석은 원숭이가 어른에게 매를 맞고 도리어 어린애를 미워하는 것과 같다.


84. 월식할 때 개를 때리는 이유


옛날 아수라왕이 해와 달이 밝고 깨끗한 것을 보고 손으로 그것을 가리어 버렸다.

무지한 사람들은 그것을 월식으로 알고 아무 죄 없는 개를 제멋대로 때렸다.


범부도 그와 같다.

탐욕과 성냄과 어리석음으로써 이유 없이 제 몸을 괴롭힌다. 그리하여 가시밭 위에 눕기도 하고 다섯 가지 뜨거운 것으로 몸을 지지기도 한다.

그것은 마치 월식할 때 죄없는 개를 때리는 것과 같다.


85. 눈병이 무서워 눈을 없애 버린 사람


옛날 어떤 여자가 심한 눈병을 앓고 있었다. 그와 친한 어떤 여자가 그에게 물었다.

“너는 왜 눈병을 앓는가?”

그는 대답하였다.

“나는 눈이 있으므로 눈병을 앓는다.”

그 여자는 다시 말하였다.

“눈이 있으면 반드시 눈병을 앓는 법이다. 그렇다면 비록 아직은 눈병을 앓지 않지만 나는 내 눈을 도려내고자 한다. 나중에 눈병을 앓을까 걱정이 되기 때문이다.”

옆 사람이 말하였다.

“눈이 있으면 눈병을 앓을 수도 있고 앓지 않을 수도 있다. 그러나 눈이 없으면 목숨이 다할 때까지 언제나 앓을 것이다.”


어리석은 범부도 그와 같다.

‘부귀란 쇠하고 걱정되는 것이니 보시하지 않으면 뒤에 그 갚음을 받을까 두려워한다’는 말을 듣고, 재물이 넘쳐흘러 거듭 고통을 받는다.

그 때에 어떤 사람이 그에게 말한다.

“만일 네가 보시하지 않으면 빈궁하여 크게 괴로울 것이다.”

그것은 마치 여자가 눈병을 걱정하여 그 눈을 도려내려는 것과 같다.


86. 귀고리 때문에 아들의 목을 잘라 버린 아버지


옛날 어떤 아버지와 아들이 일이 있어 함께 길을 갔다. 길에서 갑자기 도적이 나타나 그들이 가진 것을 빼앗으려고 하였다.

그런데 아들의 귀에는 순금 귀고리가 있었다. 아버지는 도적이 갑자기 나타나는 것을 보고 귀고리를 잃을까 두려워하여 곧 손으로 귀고리를 당겼으나 떨어지지도 않고 귀가 찢어지지도 않았다. 그래서 아버지는 아들의 머리를 베어 버렸다.

조금 뒤에 도적은 떠났다. 그는 아들의 머리를 다시 그의 목에 붙이려 했으나 본래대로 되지 않았다. 그래서 그 어리석은 사람은 세상의 웃음거리가 되었다.


범부들도 그와 같다.

이름과 이익을 위하여 실없는 주장을 세운다.

‘두 세상이 있다, 두 세상이 없다, 중음(中陰)이 있다, 중음이 없다’고 하여 갖가지로 망상을 내고 법의 진실을 얻지 못한다.

그 때 다른 사람이 법다운 논리로써 그의 주장을 부수어 버리면 그는 곧 “우리 주장 가운데는 그런 말이 없다”고 한다.

그런 어리석은 사람은 조그만 이름과 이익을 위하여 일부러 거짓말을 하여 수행의 도과(道果)를 잃고, 몸은 허물어지고 목숨을 마친 뒤에는 세 갈래 나쁜 길[삼악도]에 떨어진다.

그것은 마치 어리석은 사람이 조그만 이익을 위하여 아들의 머리를 베는 것과 같다.


87. 도둑이 훔친 재물


옛날 어떤 도적 떼가 함께 도적질을 하여 많은 재물을 훔쳤다. 그들은 그것을 서로 똑같이 나누려고 하였다. 빛깔이 좋지 못한 보물 하나가 있었는데 그들은 그것을 제일 나쁜 것으로 생각하여 제일 못난 사람에게 주었다.

못난 사람은 그것을 받고 몹시 화를 내었다.

“큰 손해다.”

이렇게 화를 낸 그는 그것을 가지고 성안에 들어가 팔았다. 성안의 부귀한 장자들이 그에게 값을 비싸게 쳐주었다. 그 사람이 얻은 것이 여러 사람들이 얻은 것의 배나 되었다. 그제야 그는 한없이 기뻐하며 날뛰었다.


그것은 마치 세상 사람들이 보시의 공덕을 알지 못하고 작은 보시를 행하였다가 천상에 나게 되어 한량없는 즐거움을 받고는 비로소 널리 보시하지 못한 것을 후회하는 것과 같다.

저 사람이 뒤에 많은 값을 받고서야 비로소 기뻐하는 것처럼 보시도 그와 같아서, 조금 행하고 많이 얻고서야 비로소 기뻐하며 더 많이 하지 않은 것을 한탄한다.


88. 한 개의 콩 때문에 많은 콩을 잃은 원숭이


옛날 원숭이 한 마리가 콩 한 줌을 들고 있다가 잘못하여 한 개를 땅에 떨어뜨렸다. 그는 곧 손에 쥐었던 콩을 버리고 땅에 떨어진 한 개를 찾으려 하였다. 그러나 그 한 개도 찾지 못하고 먼저 버린 콩은 닭과 오리가 모두 먹어 버렸다.


집을 떠난 범부도 그와 같다.

처음에는 한 가지 계율을 범하고도 후회하지 않는다. 후회하지 않기 때문에 방일은 더욱 더 뻗어 가서 모든 것을 버리게 된다.

그것은 마치 원숭이가 콩 한 개 때문에 콩 모두를 버리는 것과 같다.


89. 금족제비와 도사


옛날 어떤 사람이 길을 가다가 금족제비 한 마리를 얻고는 몹시 기뻐하여 그것을 품안에 품고 갔다. 마침 강에 이르러 물을 건너려고 옷을 벗어 땅에 두었더니 그것은 이내 변해 독사가 되었다.

그는 가만히 생각하였다. ‘차라리 독사에게 물려 죽더라도 꼭 품에 안고 가리라’고.

그의 지극한 마음에 감동되어 독사는 도로 금으로 변하였다.

옆에 있던 어떤 어리석은 사람이 독사가 순금으로 변하는 것을 보고, 항상 그런 줄 알고 자신도 독사를 잡아 품속에 품었다가 그만 독사한테 물려 목숨을 잃고 말았다.


세상의 어리석은 사람도 그와 같다.

남이 좋은 이익을 얻는 것을 보고 속에는 진실한 마음이 없으면서도 다만 이익을 위하여 불법에 와서 붙는다. 그리하여 목숨을 마친 뒤에 나쁜 곳에 떨어지는 것이니 독사를 품었다가 물려 죽는 것과 같다.


90. 돈주머니를 얻은 사람


옛날 어떤 가난한 사람이 길을 가다가 우연히 돈 뭉치를 주웠다. 그는 매우 기뻐하며 그것을 세어 보았다. 그러나 미처 다 세기 전에 갑자기 그 주인이 나타나서 그것을 모두 도로 빼앗아 갔다. 그리하여 그는 빨리 가 버리지 않은 것을 후회하면서 안타까운 나머지 심정이 매우 괴로웠다.


부처님의 법을 만난 사람도 그와 같다. 비록 세 보배[三寶]의 복밭을 만났더라도 부지런히 선한 법을 닦아 행하지 않다가, 갑자기 목숨을 마치고는 세 갈래 나쁜 길[삼악도]에 떨어진다.

그것은 마치 어리석은 사람이 주인에게 도로 돈을 빼앗기는 것과 같다.


오늘은 이 일을 경영하고

내일은 저 일을 만들면서

즐겨 집착하여 괴로움을 못 보다가

죽음의 도적이 오는 것을 깨닫지 못한다.


총총히 갖가지 일하는 것

범부로서 누구나 그러하거니

마치 돈을 세는 사람처럼

범부의 하는 일도 그러하니라.


91. 가난한 사람의 헛된 욕심


옛날 어떤 가난한 사람이 재물을 조금 가지고 있었는데 큰 부자를 보고 그와 같은 재물을 갖고자 하였다. 그러나 뜻대로 되지 않자 그 조그만 재물마저 물 속에 버리려고 하였다.

옆 사람이 그에게 물었다.

“그 재물은 비록 적지만 늘릴 수도 잇다. 그대의 앞날은 아직 멀었는데 왜 그것을 물 속에 버리려고 하는가?”


세상의 어리석은 사람들도 그와 같다.

마음에 바라는 것은 항상 부족을 느낀다. 그러나 덕이 높은 이만큼 이익을 얻지 못한다.

나이 많고 덕이 있는 사람이 많은 사람들로부터 공양을 받는 것을 보고, 생각으로 그이와 같이 되었으면 한다. 그러나 그와 같이 되지 못하기 때문에 마음속으로 괴로워하다가 그만 닦기를 집어치운다.

그것은 마치 어리석은 사람이 부자와 같이 되려고 하다가, 자기가 가진 재물마저 버리는 것과 같다.


92. 환희환을 먹은 어린 아이


옛날 어떤 유모(乳母)가 아이를 데리고 길을 가다가 너무 지쳐 그만 잠이 들고 말았다.

그 때 어떤 사람이 가졌던 환희환(歡喜丸)을 어린아이에게 주었다. 어린아이는 그것을 먹고 그 맛에 빠져 그만 제 몸이나 물건을 돌아볼 줄 몰랐다.

그 사람은 곧 아이의 족집게와 패물과 구슬과 옷을 모두 벗겨 가지고 달아났다.


비구도 그와 같다.

온갖 일이 번거로운 곳에 즐겨 살면서 조그만 이익을 탐하다가, 번뇌의 도적에게 공덕과 계율의 보배 구슬을 빼앗긴다.

그것은 마치 어린아이가 작은 맛을 탐하기 때문에 가졌던 모든 물건을 빼앗기는 것과 같다.


93. 곰에게 붙잡힌 노파의 꾀


옛날 어떤 노파가 나무 밑에 누워 있었다. 그때 곰이 와서 그 노파를 치려 하자, 노파는 큰 나무 주위를 빙빙 돌며 달아났다. 곰은 곧 뒤를 쫓아와 한 손으로 나무를 붙들고 한 손으로는 노파를 잡으려 하였다. 노파는 급하여 나무에다 곰의 두 손을 한꺼번에 눌러 버렸다. 곰은 꼼짝하지 못했다.

마침 다른 사람이 그곳에 왔다.

노파는 그에게 말하였다.

“너도 나와 함께 이 놈을 잡아서 고기를 나누자.”

그는 노파의 말을 믿고 곰을 붙잡았다. 그러자 노파는 곰을 버리고 달아나고 그 사람은 결국 곰에게 곤욕을 당하였다. 그리하여 그 어리석은 사람은 세상의 웃음거리가 되었다.


범부도 그와 같다.

온갖 다른 학설을 만드는 것도 좋지 않은데 그 문장까지 번거로우며 또 여러 가지 병이 많아 마침내 완성치 못하고 그것을 버리고 목숨을 마친다.

뒷사람들이 그것을 붙들고 해석하려 하나 그 뜻을 알지 못하여 도리어 고생만 한다. 그것은 어리석은 사람이 남을 대신해 곰은 붙잡았다가, 도리어 스스로 해를 입은 것과 같다.


94. 마니구멍의 비유


옛날 어떤 사람이 남의 아내와 정을 통하고 있었다. 아직 일을 마치기 전에 그 남편이 밖에서 오다가 그것을 알고, 문밖에 서서 그가 나오기를 기다려 죽이려고 하였다.

부인은 그 사람에게 말하였다.

“우리 남편이 이미 알고 있어 따로 나갈 때가 없습니다. 오직 저 ‘마니(수채구멍)’로만 나갈 수 있습니다.”

그러나 그 사람은 그 ‘마니’를 ‘마니주(摩尼珠)’로 잘못 알고 마니주를 찾았으나 찾을 수가 없었다.

그리하여 그는 이렇게 생각했다.

‘마니주를 찾지 못하면 나는 결코 나가지 않을 것이다.’

그러다가 그만 그 남편에게 붙잡혀 죽고 말았다.


범부들도 그와 같다.

어떤 사람이 말하였다. “나고 죽는 동안은 언제나 덧없음과 괴로움과 공(空)과 ‘나’ 없음이 있다. 거기서 있다, 없다의 두 가지 치우친 견해를 떠나서 중도(中道)에 살면서 그것을 지나야만 해탈을 얻을 수 있다.”

범부들은 그 말을 잘못 해석하여, ‘세계는 한정이 있는가 한정이 없는가, 중생은 <나>가 있는가 <나>가 없는가?’라고 생각한다.

그러다가 마침내 중도의 이치를 보지 못하고 갑자기 덧없이 죽어, 세 갈래 나쁜 길에 떨어진다.

그것은 마치 어리석은 사람이 ‘마니’를 찾다가 남에게 붙잡혀 죽는 것과 같다.


95. 어리석은 수비둘기


옛날 암, 수 두 마리의 집비둘기가 한 둥우리에 살면서 익은 과실을 가져다 둥우리에 채워 두었다.

그 뒤 과실이 말라 차츰 줄어들어 반 둥우리밖에 남지 않았다.

수컷은 성을 내며 암컷에게 말하였다.

“과실을 모으느라고 얼마나 애를 썼는데 왜 혼자서 먹고 반만 남았느냐?”

암컷이 대답하였다.

“나는 먹지 않았습니다. 과실이 저절로 줄어들었습니다.”

그러나 수컷은 믿지 않고 성을 내어 암컷을 보고 말했다.

“네가 혼자 먹지 않았으면 왜 줄어들었겠느냐.”

수컷은 곧 주둥이로 암컷을 쪼아 죽였다.

며칠이 지나지 않아 큰비가 내려, 과실은 차츰 불어나 전과 같이 되었다.

수컷은 그것을 보고 비로소 후회하였다.

“실은 그가 먹은 것이 아니었는데 내가 망령되이 그를 죽였다”고.

수컷은 곧 슬피 울면서 암컷을 불렀다.

“너는 어디로 갔느냐.”


범부들도 그와 같다.

뒤바뀐 생각을 마음에 품고 망령되이 쾌락을 누리면서, 덧없음을 보지 않고 중한 계율을 범하다가 뒤에 가서 후회하지만 어쩔 수가 없다. 그리하여 슬피 탄식하였으니 그것은 어리석은 비둘기와 같다.


96. 제 눈을 멀게 한 장인


옛날 어떤 장인(匠人)이 왕을 위해 일을 하다가 괴로움을 견디지 못하여, 거짓으로 눈이 멀었다 하여 겨우 괴로움에서 벗어났다.

다른 장인이 그 말을 듣고, 스스로 제 눈을 다치게 하여 괴로운 노역을 피하려 하였다.

옆 사람이 그에게 물었다.

“너는 왜 스스로 눈을 상하게 하여 공연히 고통을 받는가.”


범부들도 그와 같다.

조그만 명예와 이익을 위하여 일부러 거짓말로 깨끗한 계율을 깨뜨리다가, 목숨을 마친 뒤에는 세 갈래 나쁜 길에 떨어진다.

그것은 마치 저 어리석은 사람이 조그만 이익을 위하여 스스로 제 눈을 상하게 한 것과 같다.


97. 비단 옷과 순금을 모두 빼앗긴 사람


어느 날 두 사람이 짝이 되어 넓은 들판을 함께 가다가 한 사람은 도중에서 한 벌의 비단옷을 도적에게 빼앗기고, 또 한 사람은 도망쳐 풀 속으로 들어갔다.

옷을 빼앗긴 사람은 일찍이 그 옷 끝에 금전 한 푼을 싸 두었었다.

그래서 그는 도적에게 말하였다.

“이 옷은 금전 한 푼 값에 해당한다. 지금 금전 한 푼을 줄 것이니 이 옷과 바꾸자.”

도적은 말하였다.

“그 돈이 지금 어디 있는가.”

그는 그 옷 끝을 풀어 금을 내어 보이면서 말하였다.

“이것이 바로 그 순금이다. 만일 내 말이 믿어지지 않거든 지금 이 풀 속에 훌륭한 금사(金師)가 있으니 가서 물어 보라.”

도적은 금과 옷을 모두 가져갔다. 그리하여 어리석은 사람은 옷과 금을 모두 잃었다. 그리고 제 이익만 잃은 것이 아니라, 또 남도 잃게 하였다.


범부도 그와 같다.

도를 닦아 행하고 온갖 공덕을 지었다가, 번뇌라는 도적에게 겁탈 당하여 그 선법도 잃고 온갖 공덕도 잃고 만다. 그리고 또 제 이익만 잃는 것이 아니라 남의 이익도 잃게 한다.

그리하여 몸이 허물어지고 목숨이 끝난 뒤에는 세 갈래 나쁜 길에 떨어지나니, 마치 저 어리석은 사람이 이것저것을 모두 잃는 것과 같다.


98. 어린아이가 큰 거북을 얻은 비유


옛날 어떤 아이가 육지에서 놀다가 큰 거북이 한 마리를 얻었다. 그것을 죽이고 싶었으나 그 방법을 알지 못하여 어떤 사람에게 물었다.

“어떻게 죽입니까?”

그 사람은 말하였다.

“그것을 물 속에 던져두어라. 그러면 곧 죽을 것이다.”

아이는 그 말을 듣고 그것을 물 속에 던졌다. 그러나 거북이는 물을 얻어 곧 달아났다.


범부들도 그와 같다.

여섯 가지 감관을 지켜 갖가지 공덕을 닦으려 하지만 그 방법을 알지 못하여 어떤 사람에게 묻는다.

“어떻게 해야만 해탈을 얻을 수 있느냐.”

삿된 소견을 가진 외도와 악마와 또 나쁜 벗은 그에게 말한다.

“너는 그저 여섯 가지 경계를 뜻대로 받아들이고 다섯 가지 욕심을 마음대로 즐겨라. 내 말대로 하면 반드시 해탈을 얻을 것이다.”

그리하여 그 사람은 깊이 생각하지도 않고 곧 그 말을 따르다가, 몸이 허물어지고 목숨이 끝난 뒤에는 세 갈래 나쁜 길에 떨어지나니, 마치 저 어린애가 거북이를 물 속에 던지는 것과 같다.


내가 이제 이 논(論)을 짓나니

우화 같은 말이 한 데 뒤섞여

진실하고 바른 말을 손상시킨 것 같지만

읽는 이는 잘 관찰하라.


마치 쓰고 독한 약물(藥物)을

달콤한 꿀에 섞으면

그 약은 온갖 병을 낫게 하는 것처럼

이 논도 또한 그와 같다.


바른 법 가운데 우스개 이야기는

비유하면 마치 저 미친 약과 같다.


부처님의 바른 법은 극히 고요해

이 세상을 밝게 비추어 주나니

마치 소화제를 먹은 것 같아서

우유처럼 몸 속을 부드럽게 한다.


나는 지금 이런 이치로

마음을 파헤쳐 극히 고요하게 한다.


그것은 마치 저 아가다 약을

나뭇잎에다 싼 것 같아서

약으로 상처를 치료한 뒤에는

그 나뭇잎은 버려야 한다.


우스개 말은 겉에 싼 잎과 같고

진실한 이치는 그 속에 있나니

지혜로운 사람은 바른 이치를 취하고

우스개 말은 버려야 한다.


존자(尊者) 상가세나(僧伽斯那)는 어리석은 꽃목걸이를 지어 마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