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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독!경전,법문자료/2. 경전자료

백유경(百喩經)(1)

귀의 삼보하옵고..


백유경(百喩經)은 백구비유경(百句譬喩經), 또는 백구비유집경(百句譬喩集經)이라고 한다. 5세기경 인도의 승 상가세나(Sanghasena)가 지었고,  그의 제자 구나부릿디(Gunavrddhi)가 서기 492년에 한역(漢譯)한 경전이다.

백유경은 백 가지의 교훈적인 비유를 모은 경전으로 사실은 98개의 이야기로 엮어져 있다. 백 가지의 이야기 속에는 매우 교훈적인 내용이 포함되어 있어 불교인뿐만 아니라 일반인들에게도 마음의 양식과 생활의 지혜를 심어 주는 명구 같은 가르침이 많다.


1. 소금만 먹은 사람


옛날 어떤 어리석은 사람이 있었다. 그는 어느 날 남의 집에 가서 그 집주인이 주는 음식을 먹고, 싱거워 맛이 없다고 불평하였다.

주인이 그 말을 듣고 음식에 소금을 넣어 주었다. 그는 소금을 넣은 음식을 맛있게 먹고는 생각하였다. ‘음식이 맛있는 것은 소금 때문일 것이다. 조금만 넣어도 맛이 나는데 하물며 많이 넣을 때와 견주겠는가’고.

그리하여 그는 무지하게도 소금만 먹었다. 그 결과 입맛이 틀어져 도리어 병이 나고 말았다.


그것은 마치 외도들이 음식을 절제해서 도를 얻을 수 있다는 말을 듣고, 7일 또는 보름 동안 음식을 끊은 결과, 배만 고파지고 깨달음을 얻는데는 아무런 이익이 없는 것과 같다.

저 어리석은 사람이 소금이 맛있다고 생각하여 그것만 먹어 결국은 병이 난 것처럼 이것도 그와 같다.


2. 말라 버린 소젖


옛날 어떤 사람이 하루는 손님을 청하여 소의 젖을 모아 대접하려 생각하였다.

그는 이렇게 생각했다.

‘내가 날마다 미리 소젖을 짜 두면 소젖은 점점 많아져 둘 곳이 없을 것이다. 또한 맛도 변해 못 쓰게 될 것이다. 그보다는 소젖을 소 뱃속에 그대로 모아 두었다가 필요한 때에 한꺼번에 짜는 것이 낫겠다.’

그리고는 곧 어미 소와 새끼소를 따로 떼어 두었다.

한 달이 지난 후 손님을 초대하였다. 잔치를 베풀고 소를 끌고 와서 젖을 짜려고 하였다. 그런데 그 소의 젖은 어찌된 일인지 말라 없어져 버렸다.

그러자 손님들은 성을 내거나 혹은 그의 어리석음을 비웃었다.


어리석은 사람의 생각도 이와 같아서, ‘내게 재물이 많이 쌓인 뒤에 한꺼번에 보시하리라’ 생각한다. 그러나 재물을 모으기도 전에 수재나 화재, 혹은 도적을 당하거나 혹은 갑자기 목숨을 마치는 때도 있다. 때문에 적절한 시기에 보시하지 못한다. 그도 저와 같은 것이다.


3. 배[梨]에 맞아 상처 난 머리


옛날 머리에 털이 없는 사람이 있었다.

그때 다른 사람이 배[梨]를 가지고 와서 그의 머리를 때렸다. 두 세 번을 치니 상처가 났다. 그런데도 그는 가만히 참으면서 피할 줄을 몰랐다.

옆에 있던 사람이 그것을 보고 말하였다.

“왜 피하지 않고 가만히 맞기만 하여 머리를 상하게 하는가.”

그는 대답하였다.

“저 사람은 힘을 믿어 교만하고 어리석어 지혜가 없다. 그는 내 머리에 털이 없는 것을 보고 돌이라 생각하여, 배를 가지고 내 머리를 때려 상처를 낸 것이다.”

그러자 옆에 있던 사람이 말하였다.

“네가 어리석은데 왜 그를 어리석다고 하느냐. 네가 어리석지 않다면 왜 남에게 얻어맞으며 또 머리에 상처를 입으면서도 왜 피할 줄 모르는가.”


비구도 그와 같다. 믿음과 계율과 들음과 지혜를 닦지 않고 오직 위엄만 갖추고 이익만을 기다리고 있다.

그것은 마치 어리석은 사람이 남에게 머리를 맞고도 피할 줄을 모르는 것과 같고 또한 머리에 상처를 입고도 도리어 남을 어리석다고 하는 것과 같다.


4. 거짓으로 죽은 여자


옛날 한 어리석은 사람이 있었다.

그는 아름다운 부인을 두어 마음으로 매우 사랑하고 소중히 여겼다.

그러나 그 부인은 진실하지 못하여 사는 동안에 다른 남자와 정을 통하고 음탕한 마음을 걷잡지 못하여 제 남편을 버리고 다른 남자에게로 가려고 하였다.

그리하여 어떤 노파에게 은밀하게 말했다.

“내가 떠난 뒤에 어떤 여자의 시체라도 좋으니 그 시체를 가져다가 우리 집 방에 두고 내 남편에게 말하시오. ‘나는 이미 죽었다’고.”

노파는 그 여자의 남편이 없는 때를 엿보아 한 여자의 시체를 그 집으로 가지고 갔다. 그리고 그 남편이 집으로 돌아왔을 때 노파는 그에게 말했다.

“네 아내는 이미 죽었다.”

남편은 시체를 보자 그것이 자기 아내라고 믿고 슬피 울면서 괴로워했다. 그는 장작을 쌓고 기름을 부어 시체를 태우고는 그 뼛가루를 자루에 담아 밤낮으로 안고 있었다.

그 뒤 아내는 뭇남자들이 싫어져 집으로 돌아와 남편에게 말했다.

“내가 당신의 아내입니다.”

남편은 대답했다.

“내 아내는 벌써 죽었다. 너는 누구인데 내 아내라고 거짓말을 하는가.”

그 아내는 두 번 세 번 거듭 말했으나 남편은 결국 믿지 않았다.


이것은 외도들이 다른 사람의 삿된 말을 듣고 마음이 미혹하여 그것을 진실이라 생각한 나머지 고치지 않고 바른 법을 들어도 그것을 믿고 받들지 않는 것과 같다.


5. 목마른 사람의 어리석음


옛날 미련한 사람이 있었다. 그는 어리석어 지혜가 없었다.

어느 날 그는 매우 목이 말라 물을 찾았다. 더운 때 강물 위의 아지랑이를 보고는 그것을 물이라 생각하고 곧 신두강으로 달려갔다. 그러나 막상 강에 이르러서 그는 바라만 볼 뿐 도무지 물을 마시려고 하지 않았다.

그러자 옆 사람이 말했다.

“너는 몹시 목이 말라 물을 찾더니 지금 강에 왔는데 왜 물을 마시지 않는가.”

그가 대답했다.

“그대가 다 마시고 나면 내가 마시겠다. 이 물이 너무 많아 한꺼번에 다 마실 수 없기 때문이다.”

사람들은 그 말을 듣고 모두 크게 비웃었다.


그것은 비유하면 이렇다.

편벽된 외도들이 자기는 부처님 계율을 가질 수 없다고 생각하여 그것을 받으려 하지 않는다. 그리하여 도를 얻지 못하고 생사에 떠돌게 되는 것과 같다.

저 어리석은 사람이 물을 보고도 마시지 않아 사람들의 비웃음을 사는 것도 그와 같은 것이다.


6. 두 아들을 죽인 아버지


옛날 어떤 어리석은 사람이 일곱 명의 아들을 길렀는데 첫째 아들이 먼저 죽었다. 그는 아들이 죽은 것을 보고 그대로 집에 버려 둔 채 떠나려 하였다.

옆의 사람이 그에게 말하였다.

“살고 죽는 길이 다른데 빨리 먼 곳에 보내어 장사지내는 것이 마땅하거늘 왜 집에 버려 둔 채 떠나려 하는가.”

어리석은 사람은 이 말을 듣고 가만히 생각하였다.

‘만약 집에 두지 않고 꼭 장사지내야 한다면 마땅히 아들 하나를 또 죽여 두 머리를 메고 가는 것이 보다 운치 있는 일일 것이다.’고.

그리하여 그는 곧 다른 아들 하나를 더 죽여 먼 숲에 두 아들을 장사지냈다.

사람들은 그것을 보고 매우 비방하며 일찍이 없었던 일이라고 괴상히 여겼다.


그것은 비유하면 마치 이렇다.

어떤 비구가 남몰래 계율을 범하고도 회개하기를 꺼려 잠자코 덮어두고는 스스로는 청정하다고 하였다. 그때 어떤 사람이 그것을 알고 그에게 말하였다.

“집을 떠난 사람은 계율을 마치 진주를 보호하듯하여 이지러짐이 없어야 하거늘 너는 왜 지금 계율을 범하고도 참회하지 않는가.”

그러자 그가 대답하였다.

“진실로 참회할 바에는 다시 한 번 더 범한 뒤에 참회하리라.”

그리하여 그는 계율을 깨뜨리면서 선하지 않은 짓을 많이 하고서야 비로소 남에게 알렸다.

그것은 마치 저 어리석은 사람이 한 아들이 죽으니 또 한 아들을 죽이는 것과 같은 것이다.


7. 재물 때문에 형이라 부른 남자


옛날 얼굴도 잘생기고 지혜로우며, 재물도 많은 사람이 있었다.

온 세상 사람들이 모두 그를 찬양하였다.

그 때 어떤 어리석은 사람이 그를 ‘내 형님’이라고 불렀다. 그 까닭은 그에게 있는 많은 재물을 필요할 때에 얻어 쓰기 위함이었다. 그러나 자신이 재물을 얻어 쓸 필요가 없게 되자 그는 ‘내 형이 아니다’라고 하였다.

옆의 사람이 그에게 말하였다.

“너는 어리석은 사람이다. 재물이 필요할 땐 그를 형으로 삼더니 필요 없게 되자 다시 형이 아니라고 말하다니.”

그는 대답했다.

“나는 그의 재물을 얻기 위해 그를 형이라고 했지만 실제는 내 형이 아니기 때문에 얻어 쓸 재물이 필요 없게 되었을 때는 형이 아니라고 한다.”

사람들은 이 말을 듣고 모두 그를 비웃었다.


그것은 마치 외도들이 부처님의 좋은 말씀을 듣고는 가만히 훔쳐다 자기 것으로 삼아 쓰다가 옆의 사람이 그대로 수행하라고 하면, 오히려 이렇게 말하는 것과 같다.

“나는 이양(利養)을 위하여 저 부처의 말을 끌어와 중생을 교화하지만 실제의 사실이 아닌데 어떻게 그대로 수행하겠는가.”


그것은 마치 어리석은 사람이 재물을 얻기 위하여 남을 내 형이라 하다가 재물을 얻을 필요가 없게 되자 다시 형이 아니라고 하는 것과 같은 것이다.


8. 스스로 붙잡힌 도적


옛날 어떤 도적이 있었다.

그는 나라의 창고에서 물건을 훔쳐 멀리 도망갔다.

그러자 왕은 사방으로 병사를 파견하여 그를 잡아 왔다.

왕은 그가 입은 옷의 출처를 캐물었다.

그는 말하였다.

“이 옷은 우리 조부 때의 물건입니다.”

왕은 그 옷을 다시 입어 보라고 하였다. 그러나 그 옷은 본래부터 그가 입던 옷이 아니었기 때문에 입을 줄을 몰랐다. 손에 있을 것을 다리에 끼고 허리에 있을 것을 머리에 썼다.

왕은 그것을 보고 대신들을 모아 그 일을 밝히기 위해 그에게 말하였다.

“만일 그것이 너의 조부 때부터 내려온 옷이라면 입을 줄 알아야 할 것이다. 왜 위아래를 뒤바꾸는가. 입을 줄 모르는 것을 보면 확실히 그 옷은 도둑질한 것이다.”


이것을 비유한다면 이렇다. 왕은 부처님과 같고 보배 창고는 법과 같다. 또한 어리석은 도적은 저 외도들처럼 부처님 법을 훔쳐 들고 그것이 자기들의 것이라 생각한다. 그러나 그것을 알지 못하기 때문에 부처님의 법을 펼 때에 아래위를 모르는 것처럼 법의 모양을 모른다.

그것은 마치 저 도적이 왕의 옷을 얻고도 그 입는 방법을 알지 못해 뒤바꾸어 입는 것과 같다.


9. 아들의 자랑


옛날 어떤 사람이 여러 사람 앞에서 자기 아버지의 덕을 찬탄하며 이렇게 말하였다.

“우리 아버지는 인자하여 남을 해치지 않고 말이 진실하고 또 보시를 행하신다.”

그때 이 말을 듣고 있던 한 어리석은 사람이 곧 이렇게 말하였다.

“우리 아버지의 덕행은 네 아버지보다 낫다.”

사람들은 물었다.

“어떤 덕행이 있는가 말해 보라.”

그는 대답하였다.

“우리 아버지는 어릴 때부터 음욕을 끊어 조금도 더러움이 없다.”

사람들은 말하였다.

“만일 음욕을 끊었다면 어떻게 너를 낳았겠는가.”

그리하여 그는 사람들로부터 비웃음을 샀다.


그것은 세상의 무지한 사람들이 남의 덕을 칭찬하려다가 그 사실을 제대로 알지 못하여 도리어 욕을 먹게 되는 것처럼 저 어리석은 사람도 그 아버지를 찬탄하려다 맒을 잘못한 것과 같다.


10. 삼층 누각


미련한 부자가 있었다. 그는 어리석어 아무것도 아는 것이 없었다.

그가 다른 부잣집에 가서 3층 누각을 보았다. 높고 넓으며 웅장하고 화려하며 시원하고 밝았다. 그는 무척 부러워하며 이렇게 생각하였다.

‘내 재물은 저 사람보다 뒤지지 않는다. 그런데 왜 나는 지금까지 이런 누각을 짓지 않았던가.’

그리고는 곧 목수를 불러 물어 보았다.

“저 집처럼 아름다운 집을 지을 수 있겠는가.”

“그것은 내가 지은 집입니다.” 목수는 대답하였다.

“지금 나를 위해 저런 누각을 지어라.”

목수는 곧 땅을 고르고 벽돌을 쌓아 누각을 지었다.

그는 벽돌을 쌓아 집 짓는 것을 보고 의혹이 생겨 목수에게 물었다.

“어떤 집을 지으려는가.”

“3층집을 지으려 합니다.” 목수는 대답하였다.

그러자 그는 말하였다.

“나는 아래 두 층은 가지고 싶지 않다. 먼저 제일 위층을 지어라.”

목수는 대답하였다.

“아래층을 짓지 않고 어떻게 둘째 층을 지을 수 있으며, 둘째 층을 짓지 않고 어떻게 셋째 층을 지을 수가 있겠습니까.”

그러나 그는 고집스럽게 대꾸하였다.

“지금 내게는 아래 두 층은 필요 없다. 맨 위층을 먼저 지어라.”

그때 사람들은 이 말을 듣고 모두 비웃으면서 말했다.

“어떻게 맨 아래층을 짓지 않고 위층을 짓겠는가.”


비유하면 이렇다,

부처님을 따르는 제자가 삼보(三寶)를 공경하지 않고, 놀고 게으름을 피우면서 깨달음을 구한다.

그리고 이렇게 생각하는 것이다.

‘나는 지금 아래 세 가지 결과는 필요 없고, 오직 아라한의 결과만을 구하고 싶다’고.

그가 세상 사람들의 비웃음을 받는 것은 저 어리석은 부자와 다름이 없을 것이다.


11. 자식을 죽인 바라문


옛날 어떤 바라문이 스스로 많은 것을 안다고 하였다. 하늘의 별을 보고 미래를 알며 갖가지 지혜를 밝게 통달했다고 하였다. 그래서 자기의 재주를 믿고 그 덕을 나타내려고, 다른 나라에 가서 자식을 안고 울고 있다.

어떤 사람이 그에게 물었다.

“그대는 왜 우는가.”

그는 말하였다.

“이제 이 아이는 이레만에 죽을 것이다. 일찍 죽는 것이 가여워 우는 것이다.”

그들은 말하였다.

“사람의 병은 알기 어려워 실수하기 쉽다. 혹 이레만에 죽지 않을지도 모르는데, 왜 미리 우는가.”

그는 말하였다.

“해와 달이 어두워지고 별들이 떨어지는 일이 있더라도 내 예언은 틀림없을 것이다.”

그는 자기의 예언을 입증하기 위해 이레 째가 되자 스스로 자식을 죽여, 자기가 한 말을 입증하였다.

세상 사람들은 이레 뒤에 그 아이가 죽었다는 말을 듣고 모두 고개를 끄덕이며, “참으로 지혜 있는 사람이다. 그의 말이 맞았다”고 탄복하면서 마음으로 믿고 우러러 모두 와서 공경하였다.


그것은 마치 이와 같다.

부처님의 네 무리 제자들이 자기의 이익을 위하여 도를 얻었다고 자칭하면서 어리석은 사람의 법으로 선남자를 죽이고 거짓으로 자비의 덕을 나타낸다.

그것 때문에 장래에 한량없는 고통을 받게 되니 마치 저 바라문이 자기 말을 입증하기 위해, 자기 자식을 죽여 세상을 현혹시키는 것과 같다.


12. 석밀을 달이는 사람


옛날 어떤 어리석은 사람이 검은 석밀(石蜜)장을 불 위에 얹어 놓고 달이고 있었다.

때마침 어떤 사람이 그 집에 가게 되었다.

그러자 그 어리석은 사람은 ‘나는 이 석밀장을 그에게 주리라’고 생각했다.

그리하여 불 속에 물을 조금 떨어뜨리고 부채로 불 위를 부치면서 석밀장이 식어지기를 기다렸다.

옆에 있던 사람이 말하였다.

“밑불이 꺼지지 않았는데, 부채로 부친다고 식겠는가.”


그것은 마치 외도가 왕성한 번뇌의 불을 끌 수 없는 것과 같다. 어찌 외도가 번뇌의 불을 끌 수 있겠는가.

곧 얼마간의 고행을 행하며 때론 가시덤불 위에 눕거나 혹은 다섯 가지 불로 몸을 지지면서 맑고 시원하며 고요한 도를 구하더라도 그것은 한갓 지혜로운 이의 비웃음을 받을 뿐 현재의 괴로움을 미래로 돌려보내는 것과 같다.


13. 자기 허물을 모르는 사람


옛날 어떤 사람이 여러 사람들과 함께 방안에 앉아서 밖에   있는 어떤 사람의 흉을 보고 있었다.

“그 사람은 오직 두 가지 허물이 있다. 첫째는 성을 잘 내는 것이요, 둘째는 일을 경솔히 하는 것이다.”

그때 문 밖에서 이 말을 듣고 있던 그 사람은 성을 내면서 방에 들어가 그를 움켜잡고는

“이 어리석고 나쁜 사람아” 하면서 주먹으로 때렸다.

옆의 사람이 물었다.

“왜 때리는가.”

그는 대답하였다.

“내가 언제 성을 잘 내며 경솔했기에 이 사람이 나를 흉보는가. 그래서 때리는 것이다.”

옆의 사람이 말하였다.

“네가 성내기를 좋아하고 경솔하게 행동하는 것을 지금 바로 나타내 보여주었다. 그런데 왜 사실이 아니라고 하는가.”


남이 자기의 허물을 말할 때에 원망하거나 성을 내면 여러 사람들은 그의 어리석고 미혹함을 더욱 더 이상하게 여기는 것이다.

비유하면 술을 마시는 사람이 술에 취해 거칠고 방일하다가 남의 꾸지람을 들으면 도리어 원망하고 미워하면서 증거를 끌어와 스스로 깨끗하다고 변명한다.

저 어리석은 사람이 자기의 허물을 듣기 싫어하여 남이 말하는 것을 듣고 오히려 그를 때리려고 하는 것과 같다.


14. 상인들의 어리석음


옛날 어떤 상인들이 큰 바다를 항해하게 되었다. 바다를 항해하자면 반드시 길잡이가 있어야 한다.

그래서 그들은 길잡이 한 사람을 구하였다. 길잡이를 따라 바다로 나가는 도중에 넓은 들판에 이르렀다.

거기는 천신(天神)을 모시고 제사지내는 사람이 있었다. 그런데 사람을 죽여 천신에게 제사한 뒤에 라야 비로소 지나갈 수 있었다.

상인들은 서로 의논하였다.

“우리는 모두 친한 친구다. 어떻게 죽이겠는가. 오지 저 길잡이가 제물에 적당하다.”

그리하여 그들은 곧 길잡이를 죽여 제사를 지냈다. 그런데 제사를 마친 그들은 어디로 가야 할지 몰라 헤매다가 마침내 지쳐서 모두 죽고 말았다.


모든 세상 사람도 그와 같다. 법의 바다에 들어가 그 보물을 얻으려면 좋은 법의 행을 길잡이로 삼아야 하는데, 도리어 선행을 부수고 생사의 넓은 길에서 나올 기약 없이, 세 가지 길[三惡道]을 돌아다니면서 한없는 고통을 받는다.

그것은 마치 저 장사꾼들이 큰 바다에 들어가려 하면서도 길잡이를 죽이고 나루터를 잃고 헤매다가 마침내 지쳐 죽는 것과 같다.


15. 어떤 왕의 어리석음


옛날 어떤 국왕이 딸 하나를 낳았다.

왕은 의사를 불러 말했다.

“나를 위해 공주에게 약을 먹여 빨리 자라게 하라.”

의사는 말하였다.

“나는 공주님께 약을 먹여 곧 크게 할 수는 있습니다. 그러나 지금 당장은 그 약을 구할 방법이 없습니다. 그 약을 얻을 때까지 왕께서는 공주님을 보지 마십시오. 약을 쓴 뒤에 왕께 보여 드리겠습니다.”

의사는 곧 먼 곳에 가서 약을 구해 오겠다고 하였다. 그리고는 12년이 지난 뒤에 약을 얻어 가지고 돌아와 공주에게 주어 먹게 한 뒤에 왕에게 데리고 가서 보게 하였다.

왕은 그것을 보고 기뻐하면서 말하였다.

“참으로 훌륭한 의사다. 공주에게 약을 주어 갑자기 자라게 하다니.”

왕은 좌우에 명령하여 그에게 보물을 주었다.

그 이야기를 들은 사람들은 모두 왕의 무지를 비웃었다.

“공주가 12년 동안 자란 것은 알지 못하고 그 장성한 것만을 보고 약의 힘이라고 말한다.”


세상 사람들도 그와 같아서 선지식을 찾아가 말하기를,

“나는 도를 구하려고 합니다. 원컨대 나를 가르쳐 당장 선지식이 되게 하소서” 한다.

스승은 방편으로 그로 하여금 좌선하면서 열 두 가지 인연[十二因緣]을 관(觀)하게 하고, 차츰 온갖 덕을 쌓아 아라한(阿羅漢)이 되게 한다.

그러면 그는 크게 기뻐한다.

“훌륭하시다. 큰 스승님은 나로 하여금 가장 빨리 묘한 법을 증득하게 하셨다”고.


16. 사탕수수를 망친 사람


옛날 두 사람이 사탕수수를 심으면서 서로 맹세하였다.

“좋은 종자를 심은 사람에게는 상을 주고 좋지 못한 종자를 심은 사람에게는 무거운 벌을 주자.”

그 때 그 중 한 사람은 이렇게 생각하였다.

‘사탕수수는 아주 달다. 만일 즙을 짜서 그 나무에 다시 주면 그 맛은 다른 것보다 뛰어날 것이다.’

그리하여 곧 사탕수수를 눌러 그 즙을 짜서 나무에 쏟고는 맛이 좋아지기를 기대하였다.

그러나 도리어 그 종자만 못 쓰게 되고 많은 사탕수수를 잃어버리고 말았다.


세상 사람들도 그와 같아서 재물과 권력을 위해 힘을 다하고, 세력을 빙자하여 백성들을 협박하고 재물을 빼앗는다. 그리하여 그것으로 복의 근본을 지어 놓고는 좋은 결과를 기대한다.

그것은 마치 사탕수수를 짜서 이것저것 모두 잃어버리는 것과 같다.


17. 반푼의 빚과 네 냥의 손해


옛날 어떤 상인이 남에게 돈 발 푼을 빌려쓰고 오랫동안 갚지 못하였다.

그는 빚을 갚으러 떠났다.

그 앞길에는 큰 강이 있었다. 뱃삯으로 두 냥을 주어야 건너갈 수 있었다.

그는 빚을 갚으려고 갔으나 때마침 사람을 만나지 못하고 강을 건너 돌아오면서 또 두 냥을 써 버렸다. 그리하여 그는 반 푼 빚을 갚으려다 도리어 네 냥의 돈을 손해보고 말았다. 진 빚은 극히 적었으나 손해는 아주 많아 결국 여러 사람들의 비웃음만 당하였다.


세상 사람도 그와 같다. 작은 명예와 이익을 구하다가 도리어 큰 손실을 보게 되나니, 제 몸을 위하여 예의를 돌아보지 않으면, 현재에는 허명을 얻고 미래에는 괴로움의 갚음을 받는다.


18. 다락을 오르락거린 비유


옛날 어떤 가난한 사람이 왕을 위해 오랫동안 일하였기 때문에 이제는 늙고 야위었다.

왕은 그를 가엾이 여겨 죽은 낙타 한 마리를 주었다.

그는 낙타의 가죽을 벗기려 하였으나 칼이 무디었기 때문에 숫돌에 칼을 갈아야 했다.

그는 다락 위에 올라가 숫돌에 칼을 갈아 다시 밑으로 내려와 가죽을 벗겼다.

자주 오르내리면서 칼을 갈다 몹시 피로해졌다. 그래서 오르내리지 않고 낙타를 다락에 달아 두고 숫돌에 칼만 갈았다. 이를 본 사람들은 그를 비웃었다.


비유하면 그것은 어리석은 사람이 계율을 깨뜨리면서도 재물을 많이 취하여 그것으로 복을 닦아 하늘에 나기를 바라는 것과 같다.

낙타를 달아 두고 다락에 올라가 칼을 가는 것처럼 애는 많이 쓰나 소득은 매우 적은 것과 같다.


19. 물에 금을 긋는 사람


옛날 어떤 사람이 배를 타고 바다를 건너다가 은그릇 하나를 물에 떨어뜨려 잃어버렸다.

그는 가만히 생각하였다.

‘지금 물에 금을 그어 표를 해 둔 뒤 나중에 다시 찾자’고.

그리하여 그는 두 달이나 걸려 사자국(師子國)에 이르렀다. 그 사람은 앞에 흐르는 물을 보고 곧 들어가 전에 잃은 은그릇을 찾으려 하였다.

사람들이 물었다.

“어쩌려고 그러는가.”

그는 대답하였다.

“나는 전에 은그릇을 잃었는데 지금 그것을 찾으려 한다.”

“어디서 잃었는가.”

“처음으로 바다에 들어와 잃었다.”

“잃은 지 얼마나 되었는가.”

“잃은 지 두 달되었다.”

“잃은 지 두 달이나 되었는데 어떻게 찾겠는가.”

“내가 은그릇을 잃었을 때에 물에 금을 그어 표를 해 두었는데 전데 표해 둔 물이 이 물과 다름이 없다. 그래서 찾는 것이다.”

“물은 비록 다르지 않지마는 너는 전에 저기서 잃었는데, 지금 여기서 찾은들 어떻게 찾겠는가.”


그것은 외도들이 바른 행을 닦지 안고, 선과 비슷한 것을 닦다가 중간에 잘못 생각하여 괴로워하면서 해탈을 구하는 것과 같다. 마치 저 어리석은 사람이 저기서 은그릇을 잃고 여기서 찾는 것과 같다.


20. 백 냥의 살과 천 냥의 살


옛날 어떤 사람이 왕의 허물을 말하였다.

“왕은 매우 포악하여 다스리는 것이 이치에 맞지 않다”고.

왕은 그 말을 듣고 매우 화를 냈다. 그러나 누가 그런 말을 하였는가를 끝까지 조사하지 않고, 곁에서 아첨하는 사람의 말만 믿고 어진 신하를 잡아 매달고 등에서 백 냥 가량의 살을 베어 내었다.

어떤 사람이 그가 그런 말을 하지 않았다고 증명하자, 왕은 마음으로 뉘우치고 천 냥 가량의 살을 구해 와 그의 등에 기워 주었다. 밤이 되자 그는 신음을 하며 매우 괴로워하였다.

왕은 그 소리를 듣고 물었다.

“왜 그리 괴로워하는가. 너의 백 냥 가량의 살을 베고 그 열 배를 주었는데 그래도 만족하지 않은가, 왜 괴로워하는가.”

그는 대답하였다.

“대왕이 만일 아들의 머리를 베었다면 비록 천 개의 머리를 얻더라도, 아들은 죽음을 면하지 못할 것입니다. 저 또한 비록 열 배의 살을 얻었지만 이 고통을 면할 수가 없습니다.”


어리석은 사람도 그와 같아서 내생을 두려워하지 않고 현세의 즐거움만 탐하여 중생을 몹시 괴롭히고 백성들의 재물을 많이 짜내어 죄를 없애고 복의 갚음을 바라는 것이다.

그것은 마치 왕이 사람의 등살을 베어 낸 뒤에 다른 살로 기워 놓고 그가 괴로워하지 않기를 바라지만 그렇게 될 수 없는 것과 같다.


21. 외아들을 죽인 여자


옛날 어떤 부인이 있었다. 그는 처음으로 아들을 낳고 다시 아들을 낳고자 다른 부인에게 물었다.

“누가 나로 하여금 다시 아들을 두게 하겠는가.”

어떤 노파가 말하였다.

“내가 능히 아들을 얻게 해 줄 터이니 하늘에 제사하라.”

부인은 물었다.

“그 제사에는 어떤 물건을 써야 합니까.”

노파는 말하였다.

“너의 아들을 죽여 그 피로 하늘에 제사하면 반드시 많은 아들을 얻을 것이다.”

부인은 그 노파의 말에 따라 아들을 죽이려 하였다.

옆에 있던 지혜로운 사람이 그것을 보고 꾸짖었다.

“어찌 그처럼 어리석고 무지한가. 아직 낳지 않은 아이니 얻지 못할 수도 있는데, 그를 위해 현재의 아들을 죽이려 하는구나.”


어리석은 사람들도 그와 같아서 아직 나지 않은 즐거움을 위하여 스스로 불구덩이에 몸을 던지고 갖가지로 몸을 해치면서 천상에 나게 될 것이라고 말한다.


22. 물에 젖은 나무로 숯을 만든 사람


옛날 어떤 장자의 아들이 있었다.

그는 바다에 들어가 여러 해 동안 물에 잠겨 있던 나무를 건져내어 수레에 싣고 집으로 돌아왔다. 그리고는 다시 그것을 시장에 내다 팔려고 하였다.

그러나 값이 비쌌기 때문에 얼른 사는 사람이 없었다.

여러 날이 지났으나 팔지 못하여 마음은 괴롭고 몸도 피로하였다.

옆 사람이 숯을 파는데 당장 그 값을 받는 것을 보고 가만히 생각하였다.

‘차라리 이것을 태워 숯을 만들어 빨리 그 값을 받는 것이 낫겠다.’

그리하여 그것을 태워 숯을 만들어 시장에 나가 팔았다. 그러나 반 수레의 숯 값밖에 받지 못하였다.


세상의 어리석은 사람도 그와 같다.

한량없는 방편으로 부지런히 정진하여 부처의 결과를 구하다가 그것을 얻기 어렵다고 하여 곧 물러나서, 차라리 마음을 내어 성문(聲聞)의 결과를 구하여, ‘빨리 생사를 끊고 아라한이 되는 것보다 못하다’고 하는 것과 같은 것이다.


23. 비단과 낡은 베옷


옛날 한 도적이 부잣집에 들어가 비단을 훔쳐 그것으로 낡은 베옷과 갖가지 재물을 샀다.

그래서 지혜로운 사람의 웃음거리가 되었다.


세상의 어리석은 사람들도 그와 같다.

믿는 마음이 있어 부처님의 법안에 들어가 선한 법과 온갖 공덕을 닦다가 이익을 탐하여 청정한 계율과 온갖 공덕을 부수어 세상의 웃음거리가 되는 것이다.


24. 참깨를 볶아서 심은 사람


옛날 어떤 어리석은 사람이 깨를 날로 먹었는데 맛이 없었다. 그래서 깨를 볶아 먹었더니 매우 맛이 있었다.

그는 생각하였다.

‘차라리 볶아서 땅에 심어 키운 뒤에 맛난 것을 얻는 것이 좋겠다’고.

그리하여 볶아서 심었다. 그러나 복은 참깨에서 싹이 날 리가 없었다.


세상 사람도 그러하다.

보살로서 오랜 겁 동안 어려운 행을 닦다가, 그것이 즐겁지 않다 하여 ‘차라리 아라한이 되어 빨리 생사를 끊으면 그것이 차라리 쉽겠다’고 생각한다.

그리하여 부처의 결과를 구하려 하던 것이 끝내는 아무런 결과를 얻지 못한다.

그것은 저 볶은 종자가 다시 날 이치가 없는 것처럼 세상의 어리석은 사람도 또한 그와 같다.


25. 불과 물을 한꺼번에 잃어버린 사람


옛날 어떤 사람이 불과 찬물이 필요하여 곧 세숫대야에 물을 담아 불 위에 두었다.

한참 뒤에 가보니 불은 전부 꺼졌고 찬물은 더워졌다. 그리하여 불과 찬물은 두 가지를 모두 잃어버렸다.


세상 사람들도 그와 같다.

부처님 법안에 들어가 도를 구하다가 다시 그 처자와 권속들을 생각하고, 세상일과 다섯 가지 탐욕 때문에, 그 공덕과 계율을 잃어버린다.


26. 실룩거리는 왕의 눈


옛날 어떤 사람이 왕의 환심을 사려고 다른 사람에게 물었다.

“어떻게 하면 왕의 환심을 살 수 있겠는가?”

그 사람이 말하였다.

“네가 왕의 환심을 사려거든 왕의 형상을 본 받아라.”

그는 왕궁에 가서 왕의 눈이 실룩거리는 것을 보고 그것을 본받아 똑같이 눈을 실룩거렸다.

왕이 물었다.

“너는 무슨 눈병에 걸렸는가. 혹은 바람을 맞았는가. 왜 눈을 실룩거리는가?”

그는 대답하였다.

“저는 눈을 앓지도 않고 또 바람도 맞지 않았습니다만 왕의 환심을 사려고 그것을 본받은 것입니다.”

왕은 이 말을 듣고 곧 크게 화를 내어 사람을 시켜 갖가지로 벌을 준 뒤에 나라에서 쫓아내 버렸다.


세상 사람들도 그러하여 법을 듣거나 혹은 글귀에 조금이라도 이상한 문구가 있으면 곧 그것을 비방하거나 헐뜯는다.

그 때문에 부처님 법안에서도 선(善)한 것을 잃어버리고 세 갈래 나쁜 길[삼악도]에 떨어지는 것이니 저 왕의 실룩거리는 눈을 본받은 사람과 같은 것이다.


27. 말똥을 상처에 바른 사람


옛날 어떤 사람이 왕에게 매를 맞았다. 그는 매를 맞고는 그 상처를 빨리 고치려고 말똥을 발랐다.

어떤 어리석은 사람이 그것을 보고 매우 기뻐하면서 말하였다.

“나는 확실히 치료하는 방법을 배웠다.”

그리고는 곧 집으로 돌아가 아들에게 말하였다.

“너는 내 등을 쳐라. 좋은 치료법을 얻었는데 지금 시험해 보리라.”

아들은 아버지의 등을 쳤다.

그러자 그는 거기에 말똥을 바르고 의기양양하였다.


세상 사람들도 그와 같다.

사람이 ‘부정관(不淨觀)을 닦으면 곧 오온(五蘊)의 몸의 부스럼을 고칠 수 있다’고 하는 말을 듣고 말하기를,

“나는 여식(女色)과 다섯 가지 탐욕을 관하리라”고 한다.

그러나 그 더러운 것은 보지 못하고 도리어 여색에 홀리어 생사에 흘러 다니다 지옥에 떨어진다.

세상의 어리석은 사람도 실로 이와 같다.


28. 부인의 코를 자른 남편


옛날 어떤 사람이 있었다. 그 부인은 매우 아름다웠으나 코가 흉하였다.

그는 밖에 나가 남의 부인의 얼굴이 아름답고 그 코도 매우 예쁜 것을 보고 생각하였다.

‘지금 저 코를 베어다 내 아내의 얼굴에 붙이면 좋지 않겠는가’고.

그리하여 그는 곧 남의 부인의 코를 베어 가지고 집으로 돌아와 급히 부인을 불렀다.

“당신 빨리 나오시오. 당신한테 좋은 코를 주리다.”

부인이 나오자 그는 곧 부인의 코를 베어 내고 남의 코를 그 자리에 붙였다. 그러나 코는 붙지 않았다. 그는 부인의 코만 잃어버리고 큰 고통을 주게 되었다.


세상의 어리석은 사람들도 그와 같다.

늙은 바라문이 세상 사람의 공경과 큰 이익을 받는 것을 보고서 “나도 저들과 다르지 않다”고. 스스로 거짓으로 일컫는다.

그러나 그 거짓말은 죄가 되어 이익도 잃고 다시 그 행을 해치는 것이다. 그것은 마치 남의 코를 베어 스스로 해치는 것과 같다.

세상의 어리석은 사람도 이와 같다.


29. 베옷을 불사른 어리석은 사람


옛날 어떤 가난한 사람이 남의 품을 팔아 굵은 베옷 한 벌을 사 입었다.

이웃 사람이 그에게 말하였다.

“그대는 단정한 귀족의 아들인데, 왜 이런 낡고 굵은 베옷을 입었소? 당장 그대에게 훌륭하고 아름다운 옷을 얻을 수 잇는 방법을 가르쳐 드릴 터이니 내 말을 따르시오. 나는 결코 그대를 속이지 않을 것이오.”

그는 기뻐하면서 그의 말을 따르기로 하였다. 그 사람은 그 앞에서 불을 피워 놓고 말하였다.

“지금 그 추한 베옷을 벗어 이 불 속에 던지시오. 그것이 탄 곳에서 훌륭하고 아름다운 옷을 얻도록 하겠소.”

그는 입었던 옷을 불 속에 던졌다. 그러나 그것이 탄 자리에서 아무리 좋은 옷을 찾으려고 해도 얻을 수가 없었다.


세상 사람도 그와 같다.

과거 온갖 선한 법을 닦아 사람의 몸을 얻었는데, 그것을 보호하여 덕을 쌓고 업을 닦아야 함에도 불구하고 외도의 삿되고 나쁜 말과 헛된 욕심에 홀려 버린다.

곧 ‘너는 지금 내 말을 믿고 온갖 고행을 닦아라. 높은 바위에서 몸을 던지거나 불 속에 들어가라. 이 몸을 버린 뒤에는 범천에 나서 언제나 쾌락을 받을 것이다’라고.

그 말을 따라 목숨을 버리고 죽는다면 뒤에 지옥에 떨어져 갖은 고통을 당하게 되는 것이다.

이미 사람의 몸을 잃고 아무 얻음도 없는 것은 마치 저 가난한 사람과 같다.


30. 양치는 사람의 어리석음


옛날 어떤 사람이 있었다.

그는 양을 잘 키워 양이 무려 천만 마리나 되었다. 그러나 매우 탐욕스럽고 인색하여 다른 데에는 쓰지 않았다.

그 때 간사한 사람이 계교를 갖고 그 사람을 찾아가서 말하였다.

“나는 지금 너와 아주 친해 한 몸이나 다름이 없다. 나는 어떤 집에 예쁜 여자가 있는 것을 안다. 너를 위해 주선하리니 아내로 맞이하는 것이 좋을 것이다.”

양치는 사람은 이 말을 듣고 매우 기뻐하여 곧 많은 양과 온갖 재물을 주었다.

그 사람은 다시 말하였다.

“네 아내가 오늘 아들을 낳았다.”

양치는 사람은 아직 그 아내도 보지 못하였는데 벌써 아들을 낳았다는 말을 듣고 매우 기뻐하며 또 그에게 재물을 주었다.

그 뒤에 그 사람은 또 그에게 말하였다.

“네 아들이 태어났다가 그만 죽었다.”

양치는 사람은 그만 그 말을 듣고 슬피 흐느껴 울었다.


세상 사람들도 그와 같다.

이미 많은 명예와 이익을 얻고도 그것을 숨기고 아끼며 남을 위해 교화하려고 하지 않는다. 그러다가 번뇌스러운 몸에 홀려 허망하게 세상의 향락을 기대한다. 또 그것을 자기의 처자처럼 생각하다가 거기에 속아 선한 법을 모두 잃어버리고 만다.

그리하여 뒤에 자기 신명과 재물을 모두 잃고 슬피 울면서 근심하고 괴로워하는 것이니 마치 저 양치는 사람과 같다.


31. 옹기장이 대신 나귀를 사 온 제자


옛날 어떤 스승이 큰 잔치를 베풀기 위해 제자에게 말하였다.

“지금 질그릇을 구해 잔치에 쓰려고 한다. 지금 시장에 나가 옹기장이 한 사람을 품으로 사 오너라.”

제자는 옹기장이 집으로 갔다.

그때 옹기장이는 질그릇을 나귀에 싣고 시장에 팔러 가다가 잠깐 사이에 나귀가 모두 질그릇을 부숴 버려, 그는 집에 돌아와 슬피 울면서 괴로워하였다.

제자가 그것을 보고 그에게 물었다.

“왜 그리 슬퍼하고 괴로워하십니까?”

그는 대답하였다.

“나는 온갖 방법으로 여러 해 동안 고생한 끝에, 비로소 그릇을 만들어 시장에 나가 팔려 하였습니다. 그런데 이 나쁜 나귀가 잠깐 사이에 모두 부숴 버렸습니다. 그래서 괴로워하는 것입니다.”

그때 제자는 그 말을 듣고 기뻐하면서 말하였다.

“이 나귀야말로 참으로 훌륭합니다. 오랫동안 만든 것을 잠깐 사이에 모두 부숴 버리다니, 제가 이 나귀를 사겠습니다.”

옹기장이는 기뻐하면서 나귀를 팔았다.

제자는 그 나귀를 타고 집으로 돌아왔다. 스승은 물었다.

“너는 옹기장이는 데려오지 않고 나귀만 데리고 와 무엇에 쓰려는가?”

제자는 대답하였다.

“이 나귀는 그 옹기장이보다 훌륭합니다. 옹기장이가 오랫동안 만든 질그릇을 이 나귀는 잠깐 사이에 모두 부숴 버렸습니다.”

그 때 스승은 말하였다.

“너는 참으로 미련하여 아무 지혜도 없구나. 지금 이 나귀는 부수는 데는 뛰어나지만 백 년을 두어도 그릇 하나를 만들지는 못할 것이다.”


세상 사람들도 그와 같다.

천백 년 남의 공양을 받고도 조금도 그것을 갚을 줄 모르면서 항상 손해만 끼치고 끝내 이익 됨이 없다.

은혜를 배반하는 사람도 그와 같다.


32. 금을 훔친 장사꾼


옛날 두 사람의 장사꾼이 함께 장사하러 갔다. 한 사람은 순금을 팔고 다른 사람은 툴라라는 솜을 팔았다.

금을 사려는 사람이 시험하기 위해 금을 불에 태웠다. 다른 장사꾼은 곧 불에 달궈진 금을 훔쳐 툴라솜으로 싸서 숨겼다. 금이 뜨거웠기 때문에 솜은 모두 타 버리고 그 바람에 금을 훔친 사실이 탄로 나서 그는 두 가지를 모두 잃어버리고 말았다.


그것은 마치 외도들이 부처님 법을 훔쳐다가 자기들 법안에 두고 망령되이 자기들 소유라고 하며 부처님 법이 아니라고 하는 것과 같다. 외전(外典)이 모두 타 버려 세상에 유행하지 않는 것은, 금을 훔쳤다가 사실이 모두 탄로난 것과 같다.


33. 나무를 베어 버린 사람


옛날 어떤 국왕에게 좋은 나무 한 그루가 있었다. 그것은 키가 크고 가지가 무성하여, 장차 열매를 맺으면 향기롭고 맛있을 것 같았다.

그때 어떤 사람이 왕에게 갔다. 왕은 그에게 말하였다.

“이 나무는 장차 맛있는 열매를 맺을 것이다. 너는 그것을 먹지 않겠는가.”

그는 이렇게 대답하였다.

“이 나무는 높고 넓어 아무리 열매를 먹고 싶어도 얻을 도리가 없겠군요.”

그래서 그는 그 열매를 얻으려고 나무를 베었다. 그러나 아무것도 얻은 것이 없이 한갓 수고만 하였다. 그는 다시 나무를 세우고자 하였으나 이미 죽어 버렸으므로 살아날 수가 없었다.


세상 사람들도 그와 같다.

법의 왕인 부처님에게는 계율의 나무가 있어 훌륭한 열매를 맺는다. 마음으로 원하고 즐겨 하여 그 열매를 먹으려면, 마땅히 계율을 지키고 온갖 공덕을 닦아야 하는 것이다. 그것은 마치 저 나무를 베어 버린 다음 다시 살리려고 하는 것과 같다.

계율을 부수는 사람도 이와 같다.


34. 이 백 리 길을 백 이십 리로 줄여 준 임금


옛날 어떤 동네가 있었다. 그 동네는 왕성에서 200리 가량 떨어져 있었다. 그 동네에는 맛난 물이 있었다. 왕은 동네 사람들에게 명령하여 날마다 그 물을 왕성으로 보내도록 하였다.

동네 사람들은 몹시 괴로워하며 차라리 그 곳을 피해 멀리 떠나려 하였다.

그때 마을의 촌장은 사람들에게 말하였다.

“너희들은 떠나지 말라. 내가 너희들을 위해 왕에게 아뢰어, 200리를 120리로 고쳐 너희들이 다니기 쉽게 하여 고단하지 않게 하리라.”

그는 곧 왕에게 아뢰었다. 왕은 촌장의 청대로 200리를 120리로 고쳤다. 사람들은 그 소식을 듣고 매우 기뻐했다.

어떤 사람이 그들에게 말하였다.

“그렇지만 그것은 여전히 본래의 200리에서 아무것도 달라진 것이 없다.”

그러나 그들은 왕의 말을 믿었기 때문에 끝내 그곳을 떠나지 않았다.


세상 사람들도 그와 같다. 바른 법을 닦아 행하고 다섯 가지 나쁜 길을 건너 깨달음을 향하다가 마음에 싫증을 내어 곧 그것을 버리고 이내 생사의 멍에를 지고 다시 나아가지 못한다.

법의 왕인 부처님께서는 큰 방편으로 일승(一乘, 佛乘)의 법을 셋[보살승, 연각승, 성문승]으로 분별하여 말씀하신다. 그러면 소승(小乘)의 사람들은 그 말씀을 듣고 매우 기뻐하면서 ‘이것은 행하기 쉽다’고 생각하여 선을 닦고 덕을 키워 생사를 건너고자 한다.

그 뒤에 어떤 사람이 ‘삼승(三乘)이란 없고 하나의 길만 있다’고 하는 말을 들어도, 그들은 부처님의 말씀을 믿기 때문에 마침내 그것을 버리려 하지 않으니 그것은 저 마을 사람들과 같은 것이다.


35. 거울 속의 자기(自己)


옛날 어떤 사람이 몹시 곤궁하여 많은 빚을 졌으나 갚을 길이 없었다.

그리하여 그곳을 피하여 아무도 없는 넓은 곳으로 도망쳤다. 그때 그는 보물이 가득찬 상자를 보았다. 그 보물 상자 위에는 거울이 있었는데 그 거울이 보물을 덮고 있었다. 가난한 사람은 매우 기뻐하며 그것을 열려고 하였다. 그런데 그 거울 속에 사람의 모습이 보였다. 그는 매우 놀라고 두려워하여 합장하고 말하였다.

“나는 상자에 아무것도 없다고 생각하였는데 그대가 여기에 있는 줄은 몰랐다. 성내지 말라.”


어리석은 범부들도 또한 그와 같다.

나고 죽는 마왕(魔王)으로부터 한량없는 번뇌의 시달림을 받고는, 생사를 피해 부처님 법안에 들어와 선한 법을 행하고 온갖 공덕을 지으려 한다.

그러나 보물 상자를 보고 거울 속의 제 얼굴에 미혹된 어리석은 사람처럼 망령되어 ‘나’가 있다고 생각한 나머지 곧 집착하여 그것을 진실로 여긴다.

그것은 마치 저 어리석은 사람이 보물 상자를 버리는 것처럼, ‘나’라는 소견에 집착하는 사람도 또한 그와 같다.


36. 도인의 눈을 뽑아 온 대신


옛날 어떤 사람이 산에 들어가 도를 배우고 다섯 가지 신통을 얻었다. 그래서 천안(天眼)으로 땅 속에 묻혀 있는 온갖 것과 갖가지 보배를 환히 볼 수 있었다.

국왕은 이 소문을 듣고 매우 기뻐하여 대신에게 말하였다.

“어떻게 하면 저 사람이 다른 곳으로 가지 않고 항상 우리 나라에 머물면서 내 창고에 많은 보물이 쌓이게 할 수 있을까.”

어리석은 대신이 그 사람이 있는 곳에 가서 그의 두 눈을 뽑아 왔다. 그는 왕에게 아뢰었다.

“신(臣)이 그의 눈을 뽑아 왔습니다. 그는 절대 어디로 가지 못하고 항상 이 나라에 있을 것입니다.”

왕은 그 대신에게 말하였다.

“그 사람을 여기 있게 하려는 까닭은 땅 속에 묻혀 있는 모든 것을 보려고 한 것인데, 네가 지금 그의 눈을 뽑았으니 어떻게 그가 모든 것을 볼 수 있겠는가.”


세상 사람들도 그와 같다.

남이 두타(頭陀)의 고행을 하기 위해 산림이나 광야나 무덤 사이나 나무 밑에서 네 가지 바른 끊음과 부정관(不淨觀)을 닦는 것을 보고 억지로 그 집에 데리고 가서 갖가지로 공양하며 그의 선법을 헐어 버리면 깨달음의 결과를 이루지 못하게 된다.

그것은 마치 저 어리석은 대신이 남의 눈을 뽑은 것과 같다.


37. 소 떼를 죽여 버린 사람


어떤 사람이 250마리의 소를 갖고 있었다. 그는 항상 풀 잇는 곳으로 소를 몰고 가 때를 맞춰 먹였다.

어느 날 호랑이가 와서 소 한 마리를 잡아먹었다. 그래서 그는 이렇게 생각하였다. ‘이미 한 마리를 잃었으니 이제 완전한 것이 못 된다. 이 소를 어디다 쓰겠는가.’

이렇게 생각한 그는 곧 깊은 구덩이로 소를 몰고 가서 모두 구덩이에 넣어 죽여 버렸다.


어리석은 범부들도 이와 같다.

부처님의 계율을 받들어 가지다가 혹 한 가지 계율을 범하면 부끄러워하거나 참회하지 않고 이렇게 말한다.

“나는 이제 한 가지 계율을 범했으니 완전히 갖추지 못하게 되었다. 계율을 가져 무엇하겠는가.”

그것은 마치 저 어리석은 사람이 소 떼를 모두 죽여 한 마리도 남기지 않는 것과 같다.


38. 나무통에게 화낸 어리석은 사람


옛날 어떤 사람이 길을 가다 목이 말라 나무통에 맑은 물이 흐르는 것을 보고 실컷 그 물을 마셨다.

물을 실컷 마시고는 손을 들고 나무통에 말하였다.

“이제 나는 실컷 마셨으니 물아, 다시 나오지 말아라.”

이렇게 말하였으나 물은 여전히 흘러나왔다. 그는 화를 내며 다시 말하였다.

“이제 싫도록 마셨으니 다시 나오지 말라고 했는데 왜 여전히 나오는가.”

어떤 사람이 그에게 말했다.

“너는 참으로 어리석어 지혜가 없구나. 왜 네가 떠나지 않고 물을 나오지 말라고 하느냐.”

그리고는 곧 그를 다른 곳으로 끌어다 놓고 떠나 버렸다.


세상 사람들도 그와 같다. 생사의 애욕 때문에 다섯 가지 쾌락의 짠물을 마시다가 이미 다섯 가지 쾌락에 염증이 생기면 저 물을 실컷 마신 사람처럼 이렇게 말한다.

“너희들 빛깔과 소리와 냄새와 맛있는 것은 나는 다시 필요 없다.”

그러나 그 다섯 가지 쾌락은 계속해 와서 끊이지 않는다. 그는 그것을 보고 화를 내어 말한다.

“너는 빨리 사라져 다시 생기지 말라고 하였는데 왜 와서 내가 보게 하느냐.”

그때 어떤 지혜로운 사람이 그것을 보고 그에게 말했다.

“네가 그것을 떠나려고 하거든 마땅히 너의 여섯 가지 정(情)을 거두고, 그 마음을 닦아 망상을 내지 않으면 곧 해탈을 얻을 것이다. 그런데 왜 구태여 그것을 보지 않음으로써만이 그것이 생기지 않도록 하려 하는가.”

그것은 마치 물을 마신 어리석은 사람과 다름이 없다.


39. 남의 집 담벽


옛날 어떤 사람이 남의 집에 가서 그 집 담벽을 바르는 것을 보았다. 그 벽은 편편하고 깨끗하여 아주 좋았다.

그는 물었다.

“진흙에 무엇을 섞어 바르기에 그처럼 좋은가.”

주인은 대답하였다.

“벼와 보리를 물에 푹 담가 두었다가 그것을 진흙에 섞어 벽을 바르면 이렇게 된다.”

어리석은 사람이 생각하기를

“벼와 보리를 섞어 쓰는 것보다 벼만 쓰면 벽이 희고 깨끗할 것이요 진흙도 고루 묻을 것이다‘ 하였다.

그는 곧 벼를 진흙에 섞어 벽에 바르고는 편편하고 고르기를 바랐다. 그러나 도리어 벽은 높고 낮아 모두 벌어졌다.

결국 벼만 버리고 아무 이익도 얻지 못하여 차라리 보시하여 공덕을 쌓는 것만 못하였다.


범부도 그와 같다.

성인이 ‘온갖 선을 닦아 행하면 이 몸을 버린 뒤에는 천상에 나거나 해탈을 얻는다’고 설법하는 것을 듣고, 스스로 제 몸을 죽여 천상에 나거나 해탈을 얻을 것을 기대하지만, 헛되이 제 몸만 죽이고 아무 소득이 없는 것이니, 마치 저 어리석은 사람과 같다.


40. 대머리로 고민한 의사


옛날 어떤 사람이 머리카락이 하나도 없었다.

그래서 겨울이 되면 매우 춥고 여름이 되면 매우 덥고, 또한 모기와 벌레가 물기 때문에 밤낮으로 시달려 심한 고통을 받았다.

그때 여러 가지 방술(方術)을 잘 아는 의사가 있었다.

대머리는 그에게 가서 말하였다.

“원컨대 선생님은 내 병을 고쳐 주십시오.”

그런데 그 의사도 대머리였다. 의사는 곧 모자를 벗고 머리를 그에게 보이면서 말하였다.

“나도 그 병으로 고통받는 중이오. 만일 내가 그것을 다스려 낫게 할 수 있다면 먼저 내 병을 다스려 이 걱정을 없앨 것이오.”


세상 사람들도 그와 같다.

생로병사의 침노를 받으면서 오래 살 곳을 구하다가, 슈라마나나 바라문들의 좋은 의사가 온갖 병을 잘 고친다는 말을 듣고 그들에게 가서 말한다.

“원컨대 나를 위해 이 덧없는 생사의 걱정을 덜고, 항상 안락한 곳에서 영원히 살아 죽지 않게 해 주십시오,”

그때 바라문들은 대답했다.

“나도 그 덧없는 생로병사를 걱정해서 갖가지로 영원히 사는 곳을 찾았으나 끝내 얻지 못하였소. 만일 지금 내가 그대를 고칠 수 있다면 내가 먼저 내 병을 고친 다음에 그대 병을 고칠 것이오.”

이것은 마치 저 대머리를 걱정하는 사람이 스스로 괴로워하면서도 고치지 못하는 것과 같다.


41. 두 귀신의 다툼


옛날 비사사라는 두 귀신이 있었다.

그들은 상자 하나와 지팡이 한 개와 신발 한 켤레를 갖고 있었다.

그래서 그것을 서로 가지려고 다투었지만 해가 지도록 해결하지 못했다.

그때 어떤 사람이 와서 그것을 보고 두 귀신에게 물었다.

“이 상자와 지팡이와 신은 어떤 신기한 힘을 가지고 있기에 너희들은 그처럼 서로 성을 내어 다투는가?”

두 귀신은 대답하였다.

“이 상자는 의복, 음식, 평상, 침구 따위의 생활 도구 등을 모두 만들어 내고, 이 지팡이를 잡으면 어떤 원수도 모두 와서 항복하고 감히 다투지 못합니다. 그리고 이 신만 신으면 어디든지 마음대로 날아다닐 수 있습니다.

이 사람은 그 말을 듣고 귀신들에게 말하였다.

“너희들은 조금 떨어져 있으라. 너희들에게 고루 나누어주리라.”

그들은 이 말을 듣고 이내 멀리 피하였다. 그는 곧 상자를 안고 지팡이를 들고 신을 신고는 날아가 버렸다.

두 귀신은 깜짝 놀랐으나 어쩔 수가 없었다. 그는 귀신들에게 말하였다.

“너희들이 다투고 있는 물건을 지금 내가 가져간다. 이제 너희들은 다투지 않게 되었다.”


여기서 비사사라는 귀신은 온갖 마(魔)와 외도들에게 비유한 것이고 보시는 그 상자와 같아서 인간이나 천상의 모든 생활 도구가 다 그 안에서 나오며, 선정은 그 지팡이와 같아서 마군과 번뇌의 적을 항복 받고, 계율은 신과 같아서 반드시 인간이나 천상에 오르게 되는 것이다.

그리고 마(魔)와 외도들이 상자를 놓고 다투는 것은 그들이 모든 번뇌 속에 있으면서 억지로 좋은 과보를 구하지만 아무 소득이 없는 데 비유한 것이다.

만일 선행과 보시와 계율과 선정을 닦아 행하면, 곧 괴로움을 떠나 깨달음의 결과를 얻게 될 것이다.


42. 낙타 가죽과 비싼 천


어떤 장사꾼이 장사하러 다니는 도중에 낙타가 갑자기 죽어 버렸다. 낙타 등에는 여러 가지 보물과 곱고 부드러운 천과 갖가지 물건이 많이 실려 있었다.

낙타가 죽자 상인은 곧 가죽을 벗긴 뒤 두 제자에게 말하였다.

“낙타 가죽을 잘 간수하여 젖거나 썩게 하지 말라.”

그 뒤에 비가 왔다. 두 제자는 우직하고 어리석어 좋은 천들로 낙타 가죽을 덮었다. 천은 모두 썩어 허물어졌다. 그러나 가죽은 별 가치가 없었고 천은 값비싼 것이었는데 그들은 어리석어 비싼 천으로 가죽을 덮었던 것이다.


세상의 어리석은 사람들도 그와 같다.

살생하지 않는 사람은 좋은 천에 비유한 것이요, 낙타 가죽은 재물에 비유한 것이며, 비가 와서 젖고 썩은 것은 방일함으로써 선행을 깨뜨리는 것에 비유한 것이다.

살생하지 않는 계율은 곧 부처님이 되는 최상의 묘한 씨앗이다. 그러나 그것을 닦지는 않고 다만 재물로써 온갖 탑을 만들고 공양하면서, 그 근본을 버리고 끝을 취한다. 그리하여 다섯 갈래 길을 떠돌아다니면서 스스로 나오지 못한다.

그러므로 수행하는 사람은 마땅히 알뜰한 마음으로 살생하지 않는 계율을 가져야 하는 것이다.


43. 돌을 갈아 소를 만든 사람


어떤 사람이 부지런히 공을 들여 큰돌을 갈아 조그만 장난감 소를 만들었다. 공은 매우 많았으나 얻은 것은 매우 적었다.


세상 사람들도 그와 같다. 큰돌을 간다는 것은 부지런히 애써 공부하는 것을 비유한 것이고, 조그만 소를 만들었다는 것은 명예를 위하여 서로 다투는 데 비유한 것이다.

공부하는 사람은 자세히 연구하고 박학하여 많이 알고 그대로 실행하여 훌륭한 결과를 구해야 하는 것이다. 그렇지 않고 눈앞의 명예만 구하면, 교만하고 허황되어 허물과 근심만 더욱 자라게 된다.


44. 떡 반개에 배부른 사람


어떤 사람이 배가 고파 일곱 개의 떡을 먹으려 하였다.

여섯 개 반을 먹자 벌써 배가 불렀다. 그는 화를 내고 후회하며 제 손으로 자기를 때리면서 말하였다.

“내가 지금 배부른 것은 이 반 개 때문이다. 그러므로 앞에 먹은 여섯 개는 공연히 버린 것이다. 만일 이 반개로써 배가 부를 줄 알았더라면 그것을 먼저 먹었어야 할 것이었는데.”


세상 사람들도 그와 같다.

원래부터 즐거움이란 항상 있는 것이 아닌데, 어리석고 뒤바뀐 생각으로 제멋대로 즐겁다는 생각을 하는 것이다.

그것은 어리석은 사람이 떡 반개에 배부르다는 생각을 내는 것과 같다.

세상 사람들은 무지하여 오직 부귀로 즐거움을 삼지만 부귀란 구할 때 매우 괴롭고, 이미 얻은 뒤에는 지켜 간수하기도 괴로우며, 잃은 뒤에 또다시 괴로운 것이다.

그것은 마치 옷과 밥을 겸하기 때문에 즐겁다고 하지만, 그것 때문에 고통받고 제멋대로 즐겁다는 생각을 내는 것과 같다.

그러므로 모든 부처님은 말씀하셨다.

“이 세계는 안락은 없고 모두 괴로움뿐인데 중생들은 뒤바뀐 생각으로 미혹하여 제멋대로 즐겁다는 생각을 하느니라.”


45. 대문과 나귀와 밧줄만 지킨 하인


주인이 먼 길을 떠나기 전에 하인에게 분부하였다.

“너는 문을 잘 지키고 나귀와 밧줄을 잘 살펴라.”

주인이 떠난 뒤 이웃집에서 풍류놀이를 하는 자가 있었다.

하인은 그것을 보고 싶어 가만히 앉아 있을 수가 없었다. 그래서 밧줄로 문을 매어 나귀등에 얹고 놀이터로 가서 그 풍류를 즐겼다.

하인이 나간 뒤에 도적이 와서 집안의 재물을 모두 훔쳐 가 버렸다.

주인이 돌아와 하인에게 물었다.

“재물은 모두 어쨌느냐?”

하인은 대답하였다.

“어르신께서는 아까 저에게 문과 나귀와 밧줄을 부탁하셨습니다. 그 밖에는 제가 알 바가 아닙니다.”

주인은 다시 말하였다.

“너를 남겨 두고 문을 지키라 한 것은 바로 재물 때문인데, 재물을 모두 잃었으니 문은 어디에 쓸 것인가.”


어리석은 사람이 애욕의 종이 되는 것도 이와 같다.

부처님은 항상 ‘여서 가지 감관의 문을 잘 단속하고 여섯 가지 경계에 집착하지 말며, 애욕의 밧줄을 잘 보라’고 훈계하셨다.

그런데 비구들은 부처님의 교훈을 받들지 않고 이양(利養)을 탐하여 구하고, 거짓으로 청렴한 체하며 고요한 곳에 앉아 있다. 그러나 마음은 흐르고 달리며 다섯 가지 쾌락에 탐착한다.

즉 빛깔과 소리와 냄새와 맛에 홀리고 어지럽혀 무명(無明)은 마음을 덮고 애욕의 밧줄을 얽고 묶는다. 그리하여 바른 생각과 깨달음의 뜻인 도품(道品)의 재물을 모두 잃고 마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