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주선원에 있는 꽃과 나무들은 다 주인장의 간택을 받고 도량에 방부 들인 것인데 나름, 주인장의 망상에서 나온 것입니다. 제주 자성원에 처음 내려왔을 적에 자성원에 금잔옥대 수선화꽃이 화려하게 핀 것을 보고 무주선원 개원하자마자 자성원에 건너가 얻어다 심었고 순천 선암사 갔을 적에 도량에 남천 붉은 열매를 보고 감동받아 남천를 심었고 은서목도 전남 곡성 관음사라는 절에서 잠시 기도하면서 은서목 흰 꽃이 온 도량을 향기로 장엄하는 것을 보고 감탄 받아 도량에 심었습니다.
그러나 주인장의 기대와 달리 생각하던 꽃은 피는데 예전에 본 그대로는 아닙니다. 수선화 경우 같은 제주도에서 동쪽과 서쪽 차이인데 자성원 같이 꽃이 풍성하지 않고 마지못해 피는 수준이고 남천이나 은서목도 열매나 꽃이 영 아닙니다.
바다 건너 제주도에는 사람도 적응하기 힘들지만, 꽃나무들도 적응이 불가한 것들이 있습니다. 앵두나무, 살구나무 등은 바람에 견디지 못하고 퇴출당하는 것입니다. 살구나무는 어떻게 함께 살려고 노력했지만 바람 한 번 불고 나면 눕는 버릇에 헐 수 없이 퇴출하였습니다. 한 마디로 꽃나무도 고향이 있다는 것입니다. 아무 데나 적응하고 잘 사는 꽃나무도 있지만, 꽃나무들도 고향 땅에서 자라야 얼굴색이 좋게 잘 자라는데 주인장의 욕심으로 객지에서 고생 좀 하는 것이지요.
꽃나무들은 고향 땅에서 살아야 하지만 사람은 고향을 떠나야 발전을 합니다.
고향을 떠나 산 넘어 물 건너다니며 넓은 세상과 다양한 사람들을 겪어보아야 몸은 고단해도 나를 바로 볼 수 있고 배려하는 마음도 생기고 안목도 넓히는 것입니다. 마지 못해 피는 은서목 꽃을 바라보면서 “고생이 많구나.” 하는 생각과 주인장의 역마살은 언제나 멈추려나 하는 생각이 일어납니다.
나무아미타불 관세음보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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