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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타행자의 편지/미타행자의 편지

지혜(智慧)

 

 

바다 건너 제주도 시()도 아닌 시골 마을에서 귤 농사지으시는 보살님께서 아들을 서울로 유학 보냈는데 예전에 제주도에서 자녀를 서울로 공부 보내는 것을 유학이라 할 정도로 어려운 시절입니다. 유학 간 아들이 서울서 대학 졸업하고 취직해서 살면서 어느 날 서울에서 만난 아가씨와 결혼하겠다고 하자 교통이 불편한 그 시절, 보살님께서 예비 맏며느리를 면담하려 서울에 올라오시는데 그 심정이야 부처님과 당신만이 알겠지요.

 

예비 맏며느리를 만나서 첫 질문이 우리 아들을 사랑 하냐.”고 묻고, 두 번째 질문이 우리 집은 절에 나가는 집안인데 결혼하면 절에 다니겠냐고 물었다고 합니다. 뜻 밖에 첫 번째 질문에 감동받은 예비 며느리는 두 번째 질문에 현재는 성당에 다니는데 결혼하면 어머니와 함께 절에 다니겠다고 하였다고 합니다.

 

농사지으며 어렵게 유학 보낸 맏아들이지만 며느리의 가장 큰 조건이 당신 아들을 사랑하는 아가씨라면 다른 조건은 없다는 것입니다. 주변에 부처님 말씀을 위 아래로 꿰찬 보살님들도 며느리 얻을 적에는 까닥스럽게 물질적, 현상적 조건을 제시하는 것을 여러 번 보았는데, 저도 그 이야기를 듣고 변방 시골에 계신 분이 어떻게 마음을 통달한 선사(禪師)와 같은 질문을 하였을까 참 맑은 영혼과 지혜가 충만하신 분이다 생각합니다. 우리가 사바세계에서 가장 중요한 것이 마음이지 물질이나 보이는 현상은 아닙니다.

 

지금이야 인터넷도 있고 교통도 편리해서 섬이나 변방이라는 생각이 안 들지만 예전에는 제주도가 얼마나 깜깜했겠습니까? 그 옛날 배움도 없고 농사지으며 일 년에 서너 번 시골 절에 나가 바람결에 부처님 말씀이나 듣는 것이 전부인 보살님께서 천성이 지혜가 뛰어나신 분입니다. 하나를 보면 열을 안다고 현재도 며느리에게 참 편안하게 대해주신다고 하고 당신 지혜의 빛은 손자, 손녀까지 미칩니다.

 

지혜의 완성이 수행의 완성입니다. 육바라밀의 보시바라밀로 시작한 수행자의 덕목이 맨 마지막에 나오는 반야바라밀이 지혜의 완성입니다. 지혜의 속성(屬性)은 밝음이며 따뜻함이며 넉넉함이며 평등심이며 자비심입니다. 지혜가 매몰된 중생의 무명(無明) 즉 어둠, 차가움, 옹졸함, 분별, 인색함에서 수행을 통하여 무명이 조금씩 거두어진다면 우리 본래 자성청정심, 지혜의 빚으로 주변사람들이 따뜻함을 느끼고 밝음을 느끼고 편안함을 느낍니다.

 

수행의 살림살이는 분별에 있는 것이 아니라 지혜 있는 삶에 있는 것입니다.

 

나무아미타불 관세음보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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