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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타행자의 편지

혼자 놀기

 

 

토굴 급 암자도 부처님 오신 날이 다가오며 분주했고 이제는 다시 일상으로 돌아왔습니다. 일상으로 돌아왔다고 해도 한가한 것은 아닙니다. 인터넷에 자료도 올리고 법당에 세 번 들어가고 틈틈이 앉거나 염불하고 오후, 작업복으로 갈아입고 나무아미타불염불 틀어놓고 마당에서 버티기인데 날이 더위지면서 물주기 울력이 하나 더 추가되었습니다.

 

혼자서 이런 하루일과 보내는 것이 몸은 힘들지만 마음은 즐겁습니다. 도량에 어린 나무를 심은 녹나무와 먹구슬나무, 자귀나무는 제법 커서 그늘을 드리우고 수국 꽃은 빛을 발하기 시작합니다. 묘목 한 주 심은 것이 세월이 흘러 큰 공덕이 되듯이 나무아미타불하는 공덕도 세월이 흘러가면 자신을 정화시키고 사바세계를 정화 시킨다는 소신입니다.

 

스님네들도 각자의 인연과 역할이 있지요. 도량을 지키며 법당과 마당을 오가면서 일어나는 업장을 다독거리며 도량도 가꾸고 마음도 가꾸는 것이 나의 수행입니다. 땡볕에서 땀 흘리며 울력하는 것도 마음을 가꾸는데 보약이 되는 것입니다.

 

신심과 건강 그리고 원력이 출가사문의 큰 자량(資糧)인데 아직까지는 버틸만하고, 염불을 하던 좌선을 하던 울력을 하던 망상과 집착의 뿌리를 뽑아야 인욕이 아니면 살 수 없는 사바세계에서 행복할 수 있고 떠날 적에 발걸음이 가벼운 것입니다.

 

아 문득 전생에 무슨 청복(淸福)을 지었기에 바다 건너 제주도 항파두리 토성자락에서 홀로 이런 일과를 보내나 하는 감사한 마음도 일어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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