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우리가 할 일은 우리 인간성의 본래면목, 우주의 근본자리, 영원히 죽지 않는 자리, 불생불멸한 그 자리, 영원한 해탈 자리, 그 자리로 가는 것이 우리가 할 일 가운데서 최상의, 제일의第一義적인 법입니다. 그러기에 참선이 중요하다고 하는 것입니다. 그러기에 젊은 청춘을 다 그만두고 평생동안 걸망지고 오락가락하면서 공부를 하지 않습니까? 그만큼 중요하기 때문에 그러는 것입니다.
* 집안에서도 마찬가지입니다. 인연 따라서 부부가 되고 한 가족이 되고 그러지만, 종당에 가서는 누구나 다 참다운 수행자가 되어야 합니다. 이 세상에서 생을 받고 금생에 산 보람이 무엇이냐 하면, 오직 본래 자기 고향으로 돌아가는 길이기 때문입니다.
* 몇 생을 헤맨다 하더라도 영원한 해탈자리에 돌아가고야 마는 것이 우리 중생인 것이고, 그렇기 때문에 그 자기 고향 자리, 생명의 근원 자리로 기왕이면 빨리 가는 것이 모든 존재의 의무입니다. 잘 모르는 사람들은 그 길을 어렵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자기 고향으로 가는 길, 자기 생명으로 가는 길은 사실은 제일 쉬운 길입니다. 우주의 도리 대로 가는 길입니다. 봄이 오면 여름이 멀지 않고, 여름이 지나면 가을이 그렇게 오듯이, 공부하는 것도 역시 우리가 본래 부처인지라 부처가 되고야 만다는 말입니다. 안되고 버틴다고 배기는 것아 아닙니다.
* 기세경起世經을 보면, 겁진소시 일체중생개당선정劫盡燒時一體重生皆當禪定이라는 말이 있습니다. 겁진소시는 이 세계를 구성한 우주에 엔트로피같은 이른바 불협화 에너지, 즉 사용 못할 나쁜 에너지가 차근차근 쌓이면 우주가 정말 파괴될 때가 온단 말입니다. 그때가 이른바 겁진소시입니다. 모두가 산화되어서 나중에 우주가 불덩어리가 되어 다 타 버립니다. 겁이 다해 우주가 다 타 버리는 그때가 되면 중생은 어떻게 될 것인가? 그런 때 가서는 우주가 텅텅 비는 공겁空劫이 옵니다.
* 부처님 가르침은 현대 물리학에서 말하는 천문설하고도 다 들어맞고, 현대 물리학이 모르는 저 너머까지도 다 설해 주고 있습니다. 그 영겁회귀永劫回歸 사상에서 아까 말씀드린 바와 같이 우주가 형체가 이루어지고, 또 중생이 거기에 살고, 또 파괴되어 다시 공이 되고 말입니다.
* 성겁成劫 주겁住劫 괴겁壞劫 공겁空劫, 이 사겁四劫이 영원히 되풀이 되는 것을 영겁회귀라 합니다. 근대의 대천재인 독일의 니체라는 철학자가 있지 않습니까? 그는 초인超人공부를 많이 한 사람인데, 그 사람은 우연히 그렇게 잘 아는 천재가 아니라, 굉장히 공부를 많이 했습니다. 그는 알프스 산 중턱에 가서 아주 수년에 걸쳐서 참선을 했습니다. 그래서 알프스 중턱에서 참선하는 가운데 영겁회귀를 알아냈단 말입니다. 그보다 앞서 이천오백년 이상 되는 때에 부처님께서는 이미 다 밝힌 것인데, 현대의 천재적인 사람이 애쓰고 명상해서 비로소 영겁회귀를 알아냈습니다.
* 우주란 것이 이루어져 중생이 살고, 파괴되어 공이 되고, 다시 공 가운데서 또 이루어지는 영겁회귀사상을, 명상을 거듭해서 알아냈으니, 다시 말하면 참선한 것이나 마찬가지입니다. 우리 인간 존재가 본래로 바로 불성이기 때문에, 재주 있고 업장이 가벼운 분들은 좋은 계기를 잘 만나서 그와 같이 아주 깊은 명상을 하게 됩니다.
* 명상하다 보면, 근원적인 진리가 바로 불법인지라, 불법에 도달하고 말겠지요. 따라서 니체는 그런 지혜로 해서 이른바 천안통을 얻을 수 있는 지혜가 발동을 했으니까, 지금까지도 위대한 철인으로서 우리가 존경을 하고 있지 않겠습니까?
* 영겁회귀 사상에서 겁진소시 일체중생개당선정이라, 모든 중생이 다 선정에 들어갑니다. 우리 중생은 선정에 못 들고서 동요하고 분별시비하고 괴로움을 느끼지만, 우주가 파괴될 때는 모든 중생이 다 깊은 선정에 듭니다. 그래서 공겁이 된다 하더라도, 우리 생명 자체는 죽음이 없습니다. 그 모양 없는 것이 무엇인가? 그것이 바로 우리 마음이란 말입니다. 우리 마음이 무엇인가? 우리 마음이 부처입니다. 우리 마음이 불성입니다. 불교를 공부할 때 중요한 요점이 무엇인가 하면, 사실은 우주에는 다른 것이 없고, 오직 있는 것은, 참으로 있는 것은 진여불성 뿐입니다.
* 진여불성은 바로 그 자리가 마음 자리인 것이고, 그 자리가 바로 부처 자리입니다. 그러기 때문에 화엄경에 있는 바와 같이, 심불급중생시삼무차별心佛及衆生是三無差別이라, 우리 마음이나 부처나 중생이나 다 모두가 차별이 있는 것이 아니란 말입니다.
* 우리 중생이 국한시키고 분할시켜서 그때그때 나누어 보는 것이지, 실상대로 우리가 본다고 생각할 때는, 모두가 다 하나의 진리입니다. 중생도 부처고, 마음도 부처고, 다 부처뿐입니다. 모두가 다 오직 하나의 마음으로 일원론입니다.
오직 마음만 존재합니다. 오직 진리만 존재합니다. 오직 일원입니다. 불이일원로不二一元論이라, 둘이 아니고 셋이 아니고, 모두가 다 하나의 진리뿐입니다. 하나의 진리뿐이란 것은 마음뿐이란 것과 똑같습니다. 그 마음에는 무량의 공덕이 있어 놔서, 우리 마음이 무량의 공덕을 갖추고 있기 때문에, 우리가 부처라고 하는 것입니다.
* 우리 중생이 어두워서 느끼지 못하는 것이지, 시방 세계는 부처님의 공덕, 부처님의 무량광명이 충만해 있습니다. 그러기에 경에서 광명변조시방법계光明遍照十方法界라 하셨습니다. 이 말이 무슨 말이냐 하면, 이 시방 세계, 우주에는 부처님의 광명이 충만해 있다는 말입니다. 충만해 있는 것을, 번뇌에 가려서 어두워서 우리가 미처 못 봅니다. 보지를 못하다가 마음이 맑아지면, 광명을 실지로 체험합니다. 이것을 불교에서는 이른바 광촉光觸이란 말로 표현합니다. 영원적인 우주에 언제나 광명이 간격 없이 존재합니다. 이런 생명의 광명에 접촉한단 말입니다.
* 생명의 광명에 접촉하면 어떨 것인가? 그 때는 환희용약歡喜勇躍하는 것입니다. 부처님을 통해서 우리 생명의 영원한 광명을 스스로 느끼고 스스로 접촉하는 것입니다.
* 참선도 열심히 하시고 염불도 열심히 하시면, 자기도 모르는 가운데 더러는 꿈속에서라도 가끔 영원적인 광명이 훤히 빛날 것입니다.
* 우리는 지금 광명세계에 삽니다. 비단 부처님뿐만 아니라, 우리 몸뚱이가 이대로 사실은 광명 덩어리입니다. 물질로 보는 것은, 우리가 속물이니까 번뇌에 가려서 물질로만 보이는 것이지, 물질은 오온개공이지요. 본래 허망한 것입니다. 참으로 있는 것은 광명 덩어리지요. 앞으로도 참선하실 때 다른 망상은 하지 마십시오. “아, 우주는 그야말로 부처님의 일체 공덕을 갖춘 상락아정常樂我淨의 영원 불멸한 생명 자체구나”라는 마음을 놓치지 마시기 바랍니다. 우리가 꿀릴 것은 아무것도 없습니다.
* 석가모니의 삼명육통을 다한 그런 신통묘지, 예수의 모든 기적 자리를 우리 마음이 원래 갖추고 있습니다. 그것이 우리 마음입니다. 모양도 없고 이름도 없고, 그러면서도 우주와 하나가 된 자리, 그 자리는 바로 공덕장功德藏입니다. 한도 끝도 없는 공덕이 원만히 갖추어져 있습니다. 그것이 우리 마음이고 불심입니다. 이런 자리를 놓치지 않기 위해서 염불을 합니다.
* 이 세상에서 가장 행복스러운 것은 어떤 것이고, 가장 가치로운 것은 무엇인가? 그것은 우리가 부처가 되는 길입니다. 본래 부처니까 부처가 안될 수가 없습니다. 부처가 안되면 어쩔 것인가? 부처가 안되면 아마 고생고생 많이 하고, 또 서로 아귀다툼하다가 속물로서 우리의 소중한 인생을 끝내겠지요.
* 인연 따라서 화두공안話頭公案을 참구하든 또는 염불을 하든, 부처님은 바로 우리 생명의 주인공인 동시에 우주의 주인공입니다. 바로 우리 생명입니다.
* 우주란 것은 하나의 생명입니다. 달의 생명과 또는 해의 생명과 내 생명은 분할된 것이 아닙니다. 모두 다 연결되어 있습니다. 오직 하나입니다. 하나의 생명 자리를, 우리가 바탕을 바로 보지 못하고 나누어서 보는 것입니다. 제일 쉽고 제일 행복스럽고, 우리 공동체를 구성하는 데도 제일 기본이 되는 것이 부처님 공부입니다. 광명변조, 그 부처님의 자비광명이 우주에 두루해 있습니다. 그 자리를 놓치지 말고 부지런히 공부하시기 바랍니다.
[2001년 2월, 동안거 해제법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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