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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타행자의 편지/동선스님의 편지

[스크랩] 화장을 했는데 혀는 타지 않고 붉은 연꽃 잎같이 부드러웠다- 광효 지안화상

 광효 지안(光孝志安)선사가 하루는 「화엄경」을 읽다가 "몸도 몸이라 할 것이 없고 수행도 수행이라 할 것 없으며 법도 법이라 할 것이 없다. 과거는 이미 지나갔고 미래는 아직 오지 않았으며 현재는 공적(空寂)할 뿐이다"라는 대목에 이르러 활짝 깨쳤다. 선정에 들어 십여일이 지난 뒤에 비로소 정에서 깨어나니 심신이 상쾌하면서 문득 현묘하고 비밀스런 것이 생겨났다. 선사는 보현보살의 화신이라 일컫는 통현(通玄)장자의 화엄경에 대해 해박한 논이 규모가 넓고 뜻이 깊다고 생각하여 이것을 합쳐 120권으로 만들었는데(華嚴經合論), 그것이 세상에 널리 퍼졌다.

 충의왕(忠懿王: 오월왕)이 선사의 도풍을 흠모하여 월주 청태사(淸泰寺)에 주지케 하였는데 선사는 일 보는 것을 좋아하지 않고 오직 방장실에 앉아 깊은 선정에 든 듯 하였다. 하루는 선정에 들어 두 스님이 난간에 기대 서서 이야기하는 것을 보았다. 그런데 천신(天神)이 둘러싸고 이야기를 경청하다가 조금 뒤에 갑자기 악귀가 나타나 침뱉고 욕을 하며 자취를 쓸어버리는 것이다. 나중에 난간에 기대섰던 스님들에게 까닭을 물어보니 처음에는 불법을 이야기 하다가 뒤에는 세간 이야기를 했다고 하였다. 이에 선사는 말하기를 "한가한 이야기도 이러한데 하물며 불법을 주관하는 사람이 북을 울리고 법당에 올라가서 쓸데없는 이야기를 하랴" 하고는 이때부터 종신토록 한번도 세상 일을 말한 적이 없다.

 선사가 죽어서 화장을 했는데 혀는 타지 않고 붉은 연꽃 잎같이 부드러웠다

                                                                                                                                          [傳燈通行전등통행]

출처 : 청연사
글쓴이 : 文正堂 香象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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