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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타행자의 편지/자유게시판

[스크랩] 어느 스님과의 인연.

                                                                                                     

 

 

 

지난 해 가을, 어느 날 오후였다.

열려진 창고 입구에서 목탁소리가 나기에 고개를 돌려보니 시주하러 나오신 탁발[托鉢]스님이셨다.

나는 오천원 지폐 한 장을 건네어 드리며 "성불하십시오" 하고 인사를 드린 후

"혹시 시간이 괜찮으시다면 차라도 한 잔 하고 머물렀다가시죠?" 하고 얘기를 건네었다.

스님은 흔쾌히 수락하시고 안으로 들어오셨다.

 

잠시 가벼운 대화가 오가던 중 준비 된 차[茶]가 나오자 나는 으례히 하던 행동이라 성호를 긋고

"주님, 은혜로이 내려 주신 이 차와 저희들에게 강복하소서" 하고 식사 전 기도를 하게 되었었는데

놀라운 일은 스님도 자연스럽게 성호를 그으며 "할렐루야, 아멘" 하시는게 아닌가/

다른 나라? 사람이 우리나라 말로 응대를 하니 우리의 관계와 친밀도는 급격히 가까워지게 되었다.

 

너희는 세상의 소금이다 라는 마태복음 5장 13절 말씀을 소금창고 모토로 내어 걸고 나눔과

봉사의 삶을 실천하기로 약속했던 우리는 그 당시에 한 가지 손님을 대하는 원칙을 세웠었다.

창고에 들어오는 사람은 누구든지 무조건 남자는 예수님, 여자는 성모님 대 하듯 하리라.

그 다짐을 늘 실천해 왔었다.

휴지를 사 달라고 찾아오는 장애인, 걸인, 술 병을 손에 든 채 비틀거리며 찾아드는 알콜중독자.

등등 대로변에 위치한 창고자리인지라 여러부류의 사람들이 찾아든다.

그 때마다 도와달라고 손 내미는 이에게는 조건없이 오 천원씩을 드리고는 하였다. 

 

그러니 우리는 스님이라고 달리 대접한 것은 아닌 셈이다.

왜? 하필 오 천원이냐는 그 분의 질문에 우리의 대답은 한결 같고 간결하다.

"남이 너희에게 해 주기를 바라는 그대로 너희도 남에게 해 주어라."

 마태복음[7.12]에 나오는 황금율.

우린 세상의 소금으로써 예수님께서 말씀하신 이 황금율의 정신을 실천하는 것입니다.

 

생각해 보십시오.

제가 스님께 동전이나 천원 한 장을 드리면 그것은 거지에게 적선한 것과 다를바 없습니다.

저도 어디가서 설렁탕이나 자장면을 시켜먹으면 그 정도는 들어갑니다.

때문에 오 천원은 한끼 공양을 시주한 셈이기에 도리어 드리는 저희가 기쁘고 행복합니다.

스님 덕분에 오늘 우리는 부처님께 공덕을 쌓았으니 극락은 제 몫입니다.

 

어느 덧 해[年] 는 바뀌고 시간은 흘러 우리의 관계에도 봄은 오고 싹은 돋았다.

석탄일인 사월초파일에는 우리가 축하케익을 준비해 스님을 방문하였고,

부활절에는 스님께서 축하객으로 청담동성당을 찾아오셔 우리와 함께 미사도 참례하셨다.

지난 사월 말 경 스님께서 구겨지지 않은 신권으로 이 십만원을 들고 찾아 오셨다.

때로는 탁발승려로서 문전박대를 당하시기도 했을텐데---. 그렇게 모으신 돈 일 터인데!

다음 달 5월 13일에 있을 소금창고 2주년기념 행사에 경비로 보태 써 달라하시는 것 아닌가.

그리고 말씀하시길 "두 분 창고지기와 나는 영원한 도반[道伴]입니다"

 

양수리 소금창고 야외콘서트 2주년 기념잔치에도 제자들과 함께오셔서 축사도 해 주셨고,

축가도 예고없이 불러 주셨는데, 그것은 감동이었습니다. 우리를 위해 성가를 불러주셨지요.

"차~암 아름다워~라.~~ 주~으님에~ 세계는~~~~." / 깜짝 선물을 저희는 받았습니다.

 

그 뿐이 아니었습니다.

주차장 자리에서 하는 나눔공동체 활동인지라 단속기간인  매년 7~8월은 문을 닫아달라는

건물주와의 협약 때문에 우리는 두 달 동안은 행상을 할 계획입니다하고 말씀드렸다.

이러한 안타까운 사실을 전해 듣고 6월 말경 또 스님께서 찾아오셨다.

"그럼 칠 월달 부터 팔월 말까지는 딴 데가서 고생하지 말고, 마천동에 와서 하도록 해요!"

그 스님의 법당은  마천동에 있는 아파트상가 1층에 있었다.

워낙 창고에 걸려있던 의류가 많은 양 이었기에 우린 그곳을

스님 허락 하에 거의 모든지역을 점령하게 되었다.

입구 노상과 복도, 심지어는 법당안에 이르기까지 행거를 들여 놓고 옷을 늘어 놓게 되었다.

 

당신은 늘 외부로 탁발을 나가시니 법당이 비어 있을 때가 많다며 출입문 열쇠를 두 개씩

복사하여 우리에게 각각 건네주셨다. 때 거르지 말라며 냉장고에 먹거리도 채워주고 ---.

 

창세기 18장에서 아브라함은 한창 더운 대낮에 천막 어귀에 앉아 있다가 지나가던 나그네를

후히 대접해 주었었다. 실은 그들이 주님의 천사인 줄도 모른채로 ---. 

지난 해 길 가다 찾아 든 스님께 한 끼 공양 한 것이 아브라함이 나그네를 대접한 것과  같고,

겉 모습으로 사람을 판단하지 아니하고 무조건 남자는 예수님 이라고 생각하며 대 하라는

소금창고의 수석 창고지기? 막달레나의  지침을 실천에 옮긴 결과라 생각한다.

 

모든 것을  인연의 축복이라 여기며 나는 부처님 법당[임시 소금창고]에 앉아 감사기도로서

묵주기도를 바친다. 염주가 아닌 묵주알을 엄지로 넘겨가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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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곳에서 소금창고 임시매장을 운영하다보니 자연스럽게 스님을 찾아오시는 불자들을

만날 수 있는 계기가 마련되었고, 오고가는 얘기 중에 오는 7월 23일이 우리에게

사랑과 자비를 베푸시는 스님의 출가 30주년 기념일 이라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이에 우리 창고지기들은 스님 몰래 아름다운 작당모의를 하게 되었다.

그 날을 스님께 오래 기억되는 기쁨으로 되 갚고자 축제의 잔치가 되도록 만들어 보자.

호스피스 활동을 하며 깜짝 이벤트를 통해 말기 암 환자와 가족에게 위로와 기쁨을 선물 했던

소원 성취 프로그램의 경험을 살려 일을 벌렸다.

 

먼저 30주년 기념 현수막을 디자인해 맞추어 두고, 파리바께뜨에 가서 기념 문귀를 케익에 

삽입한 2단 축하 케익을 주문 해 두었다. 부처님을 놀라게 할 폭죽도 포함해서 ---.

우리의 계획이 누설되어 여기 저기 협찬의사를 밝혀오는 천사들이 합류했다.

소금창고 행사에서 스님을 만나 알고 계신 예수회 신부님께서는 축하케익비는 당신이 내겠다며 

현금을 직접 전해 주셨고, 함께 서강대에서 바리스타봉사하는 자매님은 축하 화분을 준비해 오셨으며

청담성당 나이 고운 자매님은 스님께서 가장 좋아하시는 연시(감)를 선물로 준바하여 가져오셨다.

 

행사 당일인 7월 22일(금)  마천동의 조그만 법당에서 스님의 득도(得道) 30주년 기념식을 가졌다.

이 날은 기념하고 축하해 드리고자 멀리 소백산 토굴에서, 가야산 자락에서 수행중이신 제자 스님들도

상경하여 참석하셨다.

케익에 촛불 밝히고 축가부르고, 폭죽 오색꼬리 날리며 천정에 부딪쳐 날리고, 샴페인 터지고,

축하케익 컷팅을 마친 후 기념사진 박고? 자리 정돈 끝낸 뒤 스님들은  부처님께 예불 올렸다.

 

공교롭게도 이 날[22일]은 창고지기 막달레나의 축일(祝日) 이었고.

다음 날인 23일은 스님의 날인 셈이었다. 서울서의 모든행사를 마치고, 우린 스님과 함께 계룡산으로

2박3일 여행을 다녀왔다. 

축일을 맞은 창고지기가 30주년을 맞이한 스님 가슴에 빨간 카네이션을 달아드렸다.

공주(公州) 숙소에 도착할 때까지도 가슴에 꽃을 떼지않고 달고 다니시며 애기마냥 좋아하시던 스님.

 

짧은 만남이지만 우리는 그 분이 충분히 축하받아 누릴 만한 자격이 있다고 확신한다.

전국을 누비며 탁발승려으로 쌓아오신 30년 수행자(修行者)의 삶! 

상대를 알아야 품을 수 있다하시며, 오래 전부터 성서를 통독해 오신 독특한 스님.

 

스님은 자주 말씀하셨다 '성서의 복음에 나오는 예수님 말씀은 모두가 진리이며 사랑이다'.라고,

교회의 목사님 설교나, 성당의 신부님 강론 요지(要指)도 바로 예수님이 명한 이웃사랑아니냐? 특히 

나 같은 이방인이며 나그네인 얻어먹는 이에게 자비를 베풀라고 가르치시니 그곳이 얼마나 좋으냐?

 

언젠가 우스갯소리처럼 스님은 말씀하셨다.

"나 죽어서 예수만나면 따질 것이여. 당신 때문에 밥 굶었던 적 많았다고!"

자선을 행할 때에는 인자한 자신을 앞세우면서 왜, 거절과 변명의 수단으로만 예수님을 내 세우는가?  

탁발승을 쫒아내는 가장 손쉬운 마법의 주문은 '우린 예수 믿어욧' 하는 한마디였단다.

거절한 그리스도인에게 되 묻고싶다. '예수님을 믿지 않았다면 자선을 베풀었을 것이란 뜻 인가요?'

 

법정스님 말씀중에 '연잎은 자기가 감당 할 수 있을 만큼의 빗방울만 담아두고,

무게가 넘치면 아낌없이 고개 숙여 쏟아버리기에 늘 맑음의 균형을 이룬다.'는 얘기를 하셨습니다.

스님과의 인연이 아름다운 동행으로 진전될 수 있었음은 관계 중심의 배려에서 우리는 모자람도 넘침도

없는 중도의 사랑실천이 종교를 초월하여 균형의 꽃을 피워내었다고 생각합니다.

 

                                                                                                                                    

 

                       

탁발승려로서 창고를 찾아주신 스님                  오 갈데 없이 방치된 고양이도 데려다

                                                                돌보시는 인자하신 스님의 모습

 

 

눈 오는 날 호떡을 사들고 돌아서는 정겨운 스님

 

 

 

      소금창고 행사에 제자들과 함께 참석하신 스님             창고지기를 위한 격려사

 

 

기쁨나눔재단 상임이사 염 영섭신부님과 함께

 

 

 

             

7~8월 동안 소금창고 임시매장으로 사용하라고 당신의 공간을 모두 내어주셨다. [내부]

 

 

                         

                       [통로]                                                       [법당 입구]

 

 

[외부 노상(路上)까지 사용토록 허용해 주셨다]

 

 

 

   

 

 

 

 

 

 마천동 법당에서 스님의 30주년을 기념하는 예불이 올려졌고 축하파티도 열렸다.

 

 

 

------------------- 충남 공주로 이동, 계룡산을 향하여 -------------------

 

 

 

신원사 로타리 숙소입구에 걸려 진 축하 현수막에는 대선사로! [충청도 인심은 역시---.]

 

계룡산이 한 눈에 들어오는 숙소(자연 농촌원)에서 

 

 

                             

계룡산[鷄龍山] 3대 사찰중 하나인 갑사[甲寺]를 둘러보고 있는 일행 

 

 

 

신원사[新元寺]의 부속 암자로써 660년(의자왕20)에 창건 된 고왕암[古王庵]에서

 

 

 신원사[新元寺]

 

 중악단[中嶽壇]

 

 

악단의 산신도

 

 중악단 입구에서 비를 피해 앉은 나그네[창고지기]

 

 

 

  

          

숙소에서 일행들과 함께한 즐거운 저녁 한 때  

 

  

       

                       스님과 창고지기                           숙소를 제공해 주신 맘씨 좋은 주인장

 

                                                                                                                  

 

 

 

 

 

인간은 주는 가운데 풍요로워지나

탐욕은 쌓는 가운데 빈곤해진다.

-페르시아 속담- 

  

 

출처 : 소금창고1004
글쓴이 : 눈덮인산의장미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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