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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타행자의 편지/동선스님의 편지

[스크랩] 부동지신묘록-(마음) 동하지 않는 지혜에 관한 신묘한 기록-다꾸앙 선사

                                                               부동지신묘록(不動智神妙錄)

 

다꾸앙 선사(澤庵禪師)는 일본의 무도(武道)에도 깊은 영향을 끼쳤다. 이에미쓰(家光) 장군의 검술 사범인 야규우 무네노리(柳生宗矩)에게 검과 선의 일치를 설한 부동지신묘록(不動智神妙錄)은 유명한 어록이다. ()하지 않는 지혜에 관한 신묘한 기록"이란 뜻을 가진 이 글에서 다꾸앙 선사는 "언제, 어느 곳, 어떠한 상황에서도 마음이 머무르지 않는 "무주심(無住心)"이야말로 수행의 가장 중요한 요체임을 설파하고 있다. 그의 깨달음의 경지를 엿볼 수 있는 "부동지(不動智)"에 대한 그의 법문은 다음과 같다.

 

1. 마음이 바깥 경계에 의해 동하지 않는 지혜(不動智): 부동지는 불교의 중도, 즉 양변이 끊어진 마음의 상태에서 나오는 지혜를 말한다. 양변이란 바깥의 경계와 그에 따라 내 마음에서 일어나는 움직임으로 항상 상대를 이뤄서 일어나는 허상을 말한다. 이 허상에 마음을 뺏기지 않는 지혜가 부동지이다(중략)

 

천수천안(千手千眼) 관음보살은 마음을 하나의 대상에 뺏기지 않기에, 천의 적을 상대하더라도 능히 막아낼 수 있다. 이것을 무심(無心)의 경지라고 한다. 만일 하나의 대상에 마음이 가면 틈이 생겨, 그 다음 차례의 칼에 맞게 된다. 고수(高手)는 초심(初心)에서 최고에 이르면 다시 초심으로 돌아간다. 그래야 무심이 되기 때문이다. 만일 최고에 머문다면 마음이 최고에 매여 자유롭지 못하게 된다.(중략)

 

2. 부동지(不動智)가 없어 상대의 움직임에 매여 놀아나는 것(無明住地煩惱, 무명지주번뇌)을 경계하라: 상대의 몸과 칼의 움직임에 내 마음이 속아 따라나섬으로써 틈을 보여 베이게 된다. 상대에게 속지 않으면, 오히려 상대의 행동을 이쪽에서 빼앗아 거꾸로 상대를 벨 수 있다.

 

3. 돌을 바위에 탁 치면 불꽃이 튀기듯이 반응하라: 그때 치는 동작과 불꽃 사이에는 한 치의 틈도 없다. 마음이 사물에 반응하는 것도 이와 같아야 한다. 머뭇거리면 의식이 끼어들고, 의식이 끼어들면 좋고 싫음(好惡)의 양변이 생긴다.(중략)

 

양변이 생기면 마음은 묶인다. 따라서 즉각 반응하려면, 마음은 언제나 자유로워야 하고, 자유로우려면 무엇에든 묶여있지 말아야 한다. 무심의 평정을 유지해야 언제 어디서나 가장 빠른 행동을 취할 수 있다. 무사는 무심을 유지하기 위해 수행을 해야 한다. (중략)

 

4. 마음을 두지 말라: 적의 몸이나 칼에 마음을 두면, 그 움직임에 마음을 빼앗긴다. 내 몸이나 칼에 두어도 역시 내 마음을 그것에 빼앗긴다. 적을 베야겠다는 데나 당하지 않아야겠다는 데 둔다 해도 역시 그것에 마음을 뺏기게 된다. 고로, 마음은 둘 데가 없다.(중략)

 

마음을 단전(丹田)에 두고 꼭 지켜야 뺏기지 않는다.”고 주장하는 사람이 있다. 그럴 듯하지만, 그것은 낮은 단계의 수행이다. 수행하고 연습하는 단계인 경자(敬字)의 마음경지(心境). 하나로 정신을 집중하는 것이다. 맹자의 흐트러진 마음을 되찾는다(求放心)’ 는 경지이다. 초보자는 마음이 산란하므로, 하나로 모으는 공부를 해야 한다.

 

5. 머무는 바 없이 마음을 내라: 마음을 한 곳에 멈추면, 곧 뺏긴다. 유교의 수양법인 경()을 주일무적(主一無適, 하나에 집중하여 움직이지 않는다)으로 해석하는 것은 나름대로 이유가 있다. 주군에 대한 태도는 이래야 한다. 불교의 일심불란(一心不亂)과 같은 뜻이다. 하지만 불법에서는 주일무적 보다 응무소주이생기심(應無所住而生起心)을 더 높이 친다.(중략)

 

맹자의 구방심(求放心, 마음을 모으는 것) 보다 소강절의 요방심(要放心, 마음을 모았다 다시 놓는 것)이 한 차원 더 높은 경지다. 자신 없는 사람은 구방심(具放心, 방심을 갖춤)하고, 자신 있는 사람은 요방심한다. 연꽃은 진흙 속에서 핀다. 마음을 놓아도 진흙에 물들지 않는다. 초심자는 구방심 하되, 향상자(向上者)는 요방심 하라. 중봉화상(中峰和尙)구방심하라고 말했다.

무엇을 이루면 부숴버려야 그것에 매이지 않는 원리다. 최고수는 남이 보기에 무심(無心)하여 허수아비 같이 보인다. 밖에서 그 마음을 읽을 수 없다. ()의 수행이 되면 사()의 수행으로 완성되어야 한다. 도리(道理)가 가슴 속에만 있으면 손과 몸이 오히려 제약을 받는다. ()와 사()는 수레의 두 바퀴처럼 함께 굴러가야 한다."

 

                                      어디에도 마음이 머무르지 않는 사람은 항상 자유자재롭다

                                   無主心者常自在 - 청화선사(淸華禪師)

 

출처 : 청연사
글쓴이 : 文正堂 香象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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