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필독!초기경전/4. 고요한소리

옛 이야기(2)


 담마딘나 스님의 교화


1. 마하나가 장로를 일깨우다


 타랑가라에 주석하고 있던 담마딘나 장로는 큰 비구대중을 가르치던 스승으로서 네 가지 분석지 주9 를 구족한 분으로 번뇌를 소멸시킨 <누진통(漏盡通)을 이룬 아라한이란 뜻>위대한 스승 중의 한 분이셨다.


 하루는 낮 정진처에서 좌선을 하고 있던 중 문득 궁금증이 생겼다.

 `웃차왈리카에 계시는 우리 스승 마하-나가 장로는 출가자의 본분사를 다해 마치셨을까, 아니면 아직도 못 마쳤을까?'


 그리고는 천안으로 보니 스승은 아직도 범인에 머물러 있으며, 자신이 가서 도와주지 않으면 범부로서 생을 마치고 말 형편이었다. 그는 신통력을 써서 공중으로 치솟아 올라 낮 정진처에 앉아 좌선하고 있는 스승의 근처에 조용히 내려섰다. 그는 스승께 예를 갖추어 절한 다음, 한쪽에 자리잡고 앉았다.


 "담마딘나여, 어찌 이렇게 불쑥 나타났소?"

 "스승께 여쭈어 볼 것이 있어서 왔습니다."

 "물으시오. 벗이여, 알고 있는 것은 모두 답해 주겠소."


 그는 이것저것 많은 질문을 했다. 마하나가 장로는 묻는 족족 거침없이 대답을 했다.

 "스님, 스님의 지혜가 참으로 예리하시군요. 언제 이런 경지에 도달했습니까?"

 "60년 전이라오."

 "신통력을 쓰실 수 있습니까? 스님?"

 "그야 어렵지 않소."


 "그럼, 코끼리를 만들어 보십시오. 스님."

 마하-나가 장로는 전신이 새하얀 코끼리를 만들었다.

 "그럼, 그 코끼리가 두 귀를 쭈빗하게 세우고 꼬리를 뻗치고 코를 입에 넣어 무서운 나팔소리를 내면서 곧바로 스님에게 쫓아오도록 하십시오."

 장로는 그렇게 했다. 돌진해 오는 코끼리의 무서운 형상을 보자 그는 벌떡 일어나 도망치려 했다. 그러자 이미 번뇌를 소멸시킨 제자가 손을 뻗어 가사자락을 붙잡고 말했다.


 "스님, 번뇌가 다한 사람에게도 겁이 남아 있습니까?"

 그러자 스승이 자신이 아작도 범부라는 것을 깨달았다.

 그는 담마딘나의 발 앞에 무릎을 꿇고 말했다.

 "벗 담마딘나여, 나를 도와주오."

 "스님, 도와드리지요. 그러기 위해서 온 걸요. 염려마십시오."

 그리고는 그에게 명상 주제를 설해 주었다. 스승은 그 명상 주제를 받고서는 경행대에 올라서자 세 발짝만에 아라한과에 도달했다.


 2. 마하티싸 장로를 일깨우다.


마하티싸라는 장로가 있었는데 그는 일찍이 사미때부터 여덟 가지 선정 주10 을 이룰 수 있었다.

 이 선정의 힘 때문에 내면 깊숙히 숨어 있는 번뇌의 때가 밖으로 표출되지 않았고, 또 지식도 훌륭했기 때문에 누구의 눈에도 그는 성스런 팔정도에서 조금도 벗어나는 일이 없는 아라한으로 보였다.

 그 자신도 지난 60년 간 자기가 아직도 범부이며 아라한이 아니라는 사실을 모르고 있었다.


 그러던 어느 날, 타랑가라에 주석하고 있는 담마딘나 장로에게 마하가마에 있는 티싸대정사(大精寺)의 비구대중들로부터 방문해 달라는 전갈이 왔다. 그곳에 가니 대중들은 계를 설해 달라고 청했다. 그는 말했다.

 "달리 마땅한 분이 안계시다면 나의 참선 지도 스승인 마하티싸 장로

를 증명법사로 모시는 것이 어떻겠소, 그러면 내가 계사를 맡지요."

 여러 비구들에 둘러싸여 그는 장로의 거처로 갔다. 장로에게 절을 올리고 한 옆에 앉았다.

 장로가 말했다.

 "어서 오시오. 담마딘나, 그대가 여기 다녀 간 지 꽤 오래 되었소."

 "네 스님. 티싸-대정사에서 비구 대중이 저에게 계를 설해 달라는 부탁을 해 왔습니다. 스님이 증명법사를 맡아 주신다면 저도 가볼까 합니다.


 한참동안 우정어린 얘기를 나눈 뒤 담마딘나가 물었다.

 "언제 이런 경계에 도달했습니까, 스님?"

 "무려 60년이나 되오, 담마딘나."

 "그럼 그 경계를 지금 보여줄 수 있습니까?"

 "그야 문제없소, 벗이여."

 "그럼 연못을 만들어 낼 수 있습니까, 스님?"

 "벗이여, 그건 어렵지 않소."


 그 즉시로 그들의 맞은 편에 연못을 하나 만들어 내었다.

 "거기에다 연꽃의 줄기를 하나 만들어 보십시오, 스님."

 장로가 그렇게 했다.

 "이제는 커다란 연꽃을 피게 하십시오."

 연꽃이 만들어졌다.

 "그 꽃 속에 16살 난 처녀의 형상을 보여 주십시오."

 장로는 말하는 대로 해 내었다.

 그러자 담마딘나가 말했다.

 "스님, 그 소녀를 두고 아름답다고 거듭해서 생각해 보십시오."


 장로가 담마딘나의 말대로 생각하고 있자니 욕정이 일어났다. 이렇게 해서 자신이 아직도 범부임을 알아차리자 자기의 제자 옆에 무릎을 꿇으면서 말했다.


 "선남자여, 부디 나를 도와주오!"

 그는 장로에게 부정(不淨)을 수관(隨觀)하게 해서 마음을 고요하게 한 다음, 명상 주제를 설해주고 그리고는 장로에게 기회를 주기 위해 방 밖으로 나왔다. 장로는 부정관(不淨觀)을 해서 자신의 신통력으로 일으킨 형성력 [行] 주11 과 욕정이라는 마음의 뜬 기운[心行]을 다 해체시킨 후 자신의 낮 정진처를 나왔을 때는 이미 아라한과의 네 가지 분석지를 성취하고 있었다.

 그런 후 담마딘나는 그를 증명법사로 모시어 티싸마하비라로 가서 계율을 설했다.


마하시바 장로


 마하가마에 있는 티싸 대정사(大精舍)에 마하시바라는 장로가 있었는데, 많은 제자들에게 삼장(三藏) 주12 을 가르치고 그 뜻도 새겨주는 훌륭한 스승이었다.

 그의 지도를 받아서 대단히 많은 비구들이 성위(聖位) 주13 에 도달했다.


 이들 중 한 비구는 진리를 완전히 통찰한 데서 일어나는 큰 기쁨을 맛보았다. 그러자 이런 생각이 일어났다.

 `우리 스승님도 이런 즐거움을 누리고 계실까?'

 이 문제에 마음을 모아 관해 보니 마하시바 장로는 아직 범부에 머물러 있었다. 그는 생각했다.

 `옳지. 이렇게 하면 노장에게 절박한 마음을 일으킬 수 있겠군!'

 그는 자신의 거처에서 나와 장로를 찾아갔다.


 예를 차려 인사를 올리고는 자리에 앉았다. 장로가 물었다.

 "웬일이요? 탁발승이여."

 "스님, 짬을 내주시면 법을 조금 배울까 해서 왔습니다."

 "벗이여, 배우고 있는 사람이 많아서 따로이 시간을 낼 수가 없소."

 하루 낮과 밤을 꼬박 기다려도 틈이 나지 않자 그는 장로에게 말했다.

 "이처럼 시간이 안나서야 돌아가실 때는 어떻게 시간을 내시겠습니까?"

 그러자 장로는 생각했다.

 `이 사람은 배우러 온 것이 아니구나. 나에게 절박감을 일깨워 주려고 왔구나.'

 그 비구가 말했다.

 "스님, 장로비구시라면 적어도 저의 정도는 되어야 되지 않겠습니까?"


 그리고는 스승에게 예를 드린 후 싸파이어처럼 짙푸른 하늘로 치솟아 오르더니 사라져갔다.

 그가 떠나간 후로 장로는 절박감에 가득 차게 되었다. 낮 설법과 저녁 설법을 마친 후 발우와 가사를 챙겨놓고 새벽 설법을 하였다. 그런 다음 발우와 가사를 가지고, 길을 떠나는 다른 비구와 같이 절을 나왔다. 그는 탁발승의 열 세 가지 숲속 고행 주14 을 하기로 작정했다.


 그는 마을에서 떨어진 곳에 삐죽 튀어나온 바위아래를 거처로 정했다. 토굴을 마련하면서 그는 침대와 의자를 포기했다. 마음속으로 굳은 서원으로 세웠다.

 `성위(聖位)에 오르기 전에는 내 맹세코 침상에 침구를 펴지 않으리라.'

 그리고는 경행을 하기 시작했다.


 `오늘은 내가 성과(聖果)를 얻어야지! 오늘은 내가 성과를 얻어야지!' 하면서 공부에 전념하고 있는 동안 어느 새 자자일(自恣日) 주15 이 다가왔다.

 자자일이 가까워 지자,

 `범부의 상태에서 벗어나게 되어야지, 청정해서 자자일을 축복해야지.'하면서 어떻게나 애를 썼던지 아주 파김치가 될 지경이었다. 그런데도 도(道)도 과(果) 주16 도 다 이루지 못한 채 자자일을 넘기고 말자 그는 생각했다.

 `나처럼 관법을 남에게 가르치던 사람도 얻을 수 없다니 아아, 아라한과를 얻는다는 것은 참으로 어렵구나.'

 주로 서 있거나 경행하기를 위주로 정진하기 무려 30년이 되도록 계속했다.


 그러던 어느 날, 대 자자행사가 진행되고 있을 동안 그는 둥근 보름달을 쳐다보면서 생각했다.

 `어느 쪽이 더 청정한가? 저 둥근달인가, 아니면 나의 계행(戒行  )인가?'

 그는 생각했다.

 `달표면에는 토끼의 상이 있다. 그러나 비구계를 받은 이후 오늘 이 순간까지 나에게는 어떤 오점도 때도 없었다.'

 그러자 희열과 기쁨이 충만해졌다. 그의 지혜가 이미 성숙해 있었기 때문에 그는 희열을 누르고 아라한의 자리에 도달하면서 동시에 네 가지 분석지(分析智)마저 성취했다.



티싸부티 장로이야기


 티싸부티라는 자로가 만달라라마 절에 머물기 위해 왔다. 탁발하러 마을에 들어갔다가 한 여성을 보자 불현듯 욕정이 일어났다. 그러자 서 있던 자리에서 움직이지 않고 가만히 선 채로 탁발한 쌀죽을 시자의 발우에다 부어 주었다.

 그는 관(觀)을 해서 그 부정한 생각을 억누른 다음 절로 왔다. 그런데 꿈에 다시 그 생각이 일어났다. 그는 곰곰이 생각했다.

 `만약 이 생각이 더 자라나게 되면 나를 사악도 주17 로 끌어가고 말 것이다.


 그는 자기 스승에게로 갔다. 절을 올린 다음 한 옆으로 비켜서서 말씀드렸다.

 "저는 병에 걸렸습니다. 그 병을 고치게 되면 돌아 올 것입니다. 낮 예불시간과 저녁 예불시간에는 참례를 하지 못할 것입니다. 그러나 내일 아침 예불에는 참례를 할 것입니다."


그는 마하 상가라키타 장로에게 갔다. 마침 장로께선 자기 초옥을 고치는 중이었다. 장로는 그를 쳐다보지도 않은 채 말했다.

 "벗이여, 발우와 가사를 내려 놓으시게나."

 "스님, 저는 병에 걸렸습니다. 만일 저의 병을 고쳐 주실 수 있으시다면 내려놓겠습니다."

 "벗이여, 그대의 병을 고쳐 줄 수 있는 사람을 제대로 찾아왔네. 내려 놓게나."

 그는 생각했다.

 `우리의 스승이신 이 큰 스님 말씀이 쾌쾌하구나. 모든 사정을 알고 있지 않다면 이처럼 말씀하시진 않으리라.'


 그래서 발우와 가사를 내려놓았다. 그리고는 장로에게 예를 올린 후 한 옆에 앉았다. 장로스님은 그가 호색적 기질의 사람인 것을 알고 있었다. 그래서 명상 주제로 신체의 부정(不淨)함 즉, 사람의 몸이 서른 두 가지 깨끗하지 못한 요소들로 구성되어 있음을 수관(隨觀)하도록 상세히 일러주었다.

 그러자 티싸부티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발우와 가사를 걸망에 걸머진 다음 장로에게 재배(再拜)를 드렸다.

 "왜 그런 인사를 하지? 티싸부티여"

 "스님, 제가 할 일을 잘 해내면 다행이지만, 그렇지 못하면 이것이 스님을 뵙는 마지막이 될 것입니다."


 "가거라. 벗 티싸부티여, 그대처럼 목숨을 걸고 수행하는 사람은 선(禪)도, 관(觀)도, 도(道)도 과(果)도 얻기가 어렵지 않을 것이다."

 장로에게 정중히 대답을 하고 인사를 한 다음 그는 오면서 보아 두었던 한 관목 그늘 밑으로 갔다. 거기에 자신의 분소의(奮掃依) 주18 를 편

후 그 위에 가부좌를 하고 앉았다. 그리고는 신체의 부정(不淨)함을 눈앞에 똑똑히 수관하기 시작했다. 관을 확립하여 불환도의 정진에 매진한 결과 그는 오관의 감각적 욕구에 대한 탐심을 끊어 낼 수 있었다. 그리고는 일어나서 스승을 찾아가 경의를 표했다. 다음날 아침 예불시간에 그는 절에 도착했다.



'필독!초기경전 > 4. 고요한소리' 카테고리의 다른 글

옛 이야기(4)  (0) 2010.02.24
옛 이야기(3)  (0) 2010.02.23
옛 이야기(1)  (0) 2010.02.21
관법수행의 첫걸음  (0) 2010.02.13
불교이해의 정과 사(2)  (0) 2010.02.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