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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독!초기경전/4. 고요한소리

옛 이야기(1)

 여섯              출처 고요한 소리 http://www.calmvoice.org


옛 이야기


-팔리 주석서에서 모음-

STORIES OF OLD

Gathered from the Pali Commentaries


최  윤  정·옮김


 (The Wheel Publication No.59)

 Buddhist Publication Society

  Kandy Sri Lanka


------------------차례-------------------


밀라카 티싸가 아라한이 된 이야기 ……………  7

칫타라파바타의 티싸 노스님 이야기 …………  13

담마딘나 스님의 교화 …………………………… 18

마하시바 장로 ……………………………………  23

티싸부티 장로 이야기 …………………………… 27

사비아의 전생 이야기 …………………………… 30

붉은 연꽃 …………………………………………  35

볼품없는 나무 ……………………………………  39

살 속에 박힌 가시와 마음에 박힌 가시………  42

어떻게 성자들을 알아 볼 것인가? ……………  44

욕정은 시들 때도 서서히 시든다………………  45

반 페니 왕 이야기………………………………… 49


내용 및 전거………………………………………  55


밀라카 티싸가 아라한이 된 이야기


  약 2000년 전 로하나국 수도 마하가마 근처에 사냥꾼 집안 출신의 한 젊은이가 살고 있었다.

 그의 집은 가멘다왈라 대사원 가까이에 있었다. 장성하자 그는 아내를 얻어 가정을 이루기로 작정했다. 숲속에 덫을 놓아 짐승을 잡고 고기를 내다 팔고 이익을 남기는 등 악착스레 일을 했다. 몇 년간 그는 정말 열심이었고, 덕분에 돈은 조금 벌었지만 장차 고(苦)를 겪게 될 업은 꽤나 많이 짓고 말았다.


 어느 날 그는 숲에 들어갔다가 시장기가 돌자 여느 때처럼 덫에 걸린 사슴 한 마리를 죽여 고기를 구어 먹었다. 그러자 심한 갈증이 나서 물을 찾았으나 물이 없었다. 물을 찾았으나 물이 없었다. 물을 찾다 보니 가멘다왈라 대사원까지 먼 길을 걸어 가게 되었다.


 절에 도착하자 곧 바로 마실 물을 비치해 두는 곳으로 갔다. 언제나처럼 열 개의 차관(주전자)이 있었지만, 모두 물 한 방울 없이 텅텅비어 있었다. 잔뜩 목이 타던 판인지라 그는 조금 기분이 상해 언성을 높이고 말았다. "잘들 하는군! 이렇게 많은 스님들이 살면서도 객에게는 물 한 방울도 안 주겠다는 거야?"


 판다파티카 티싸 장로가 이 고함소리를 들었다. 그래서 나가 보니 차관 속에는 하나같이 물이 가득 차있지 않은가.

 `이 사람이 산 채로 아귀가 되어가고 있군' 하고 속으로 생각하면서도 이렇게 말했다.

 "처사님, 갈증이 나시나본데 여기 물이 있으니 마시구료" 하며 그 중에 한 차관을 들어 젊은이의 손바닥에다 물을 따라 주었다. 주1


 젊은이가 물을 마시는 광경은 마치 벌겋게 달군 남비에 물을 붓는 것처럼 보였다. 그래서 모든 차관이 바닥이 날 때까지 계속 마셔댔지만 갈증은 조금도 가셔지지 않았다.


 젊은이를 전부터 알고 있던 장로가 말했다.

 "보시오 젊은 처사, 당신은 벌써 반쯤 아귀가 되어 있오. 이게 전부 당신이 저지르고 있는 악업(惡業)탓이요. 이제 어떻게 할 작정이요?"


 젊은이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러나 장로에게 인사를 하고 길을 걸어가는 동안 스님의 그 말이 가시가 되어 마음속에 깊이 파고 들었다. 홀연히 그는 자신이 해야 할 바를 깨닫게 되었다. 그래서 그는 돌아다니며 자기가 놓았던 덫을 하나하나 다 부수어 버렸다.


 그런 다음 집에 돌아가 아내에게 자기는 식구들을 떠나지 않을 수 없게 되었다고 말했다. 그리고는 가족들이 앞으로 살아갈 수 있도록 그가 할 수 있는 모든 조처를 다 해주었다. 또 그 동안 잡아서 우리에 가둬놓았던 사슴과 새들을 다 풀어주고 사냥에 쓰던 창을 꺾어 버린 다음 집을 떠났다.


 젊은이는 곧장 대사원을 찾아가 자신을 사미로 받아달라고 간청했다. 앞서의 그 장로스님이 말했다.

 "벗이여, 출가 생활은 무척 힘들다오. 그대가 과연 해낼 수 있겠소?"


 그는 장로스님께

 "이번 일은 장로스님께서도 보셨듯이, 달리 어쩔 수도 없는 일이 아니었습니까?" 라고 확고하게 대답했다.

 그래서 장로는 그를 받아들이고 밀라카 티싸란 법명을 지어주었다. 장로스님은 이 신참 사미의 근기에 맞춰 신체의 각 부분을 수관(隨觀)하는 보편적 명상법을 일러주었다.

 그는 부처님의 말씀을 익히고 명상도 하고 또 절 생활에서 자기가 해야 할 일을 열심히 하면서 잘 지냈다.


 그러던 어느 날 스승과 함께 경을 읽던 중 젊은이는 데바두타경(天使經:중부의 130번째 경)의 아래와 같은 글귀를 접하게 되었다.

 「그리고는 지옥의 옥졸들이 그를 대 지옥으로 도로 던져 넣었다.」

 젊은이가 물었다.

 "스님, 정말 저승 옥졸들은 그 무시무시한 고통을 간신히 피해 나온 사람을 붙잡아서 도로 대 지옥으로 던져 넣습니까?"

 "그렇다. 그 모두가 오직 악업 탓이지."

 "지옥을 눈으로 확인 할 수 있습니까. 스님?"

 "없다. 그렇지만 그 비슷한 것을 그대에게 보여주겠다."


 장로는 사미들을 불러서 편편한 바위 위에 젖은 나무더미를 쌓도록 했다. 그런 다음 신통력으로 지옥에서 개똥벌레 크기만한 불덩이를 끌어내서 젖은 나무더미쪽으로 유도하는 것이었다. 그 날름거리는 지옥불이 닿는 순간 불꽃이 일어나면서 그 젖은 나무더미는 일순간에 재로 변했다. 젊은이가 스님을 우러러 보면서 여쭈었다.

 "스님, 불교에 들어가는 데는 몇 가지 문이 있습니까?"

 "두 가지가 있다. 실참(實參)의 문과 경전 연구의 문이 그것이다."

 "스님, 경전연구는 머리가 좋은 사람들이나 하는 것이지요. 저는 이미 고(苦)를 보고 있고, 따라서 신심이 마르는 일은 없을 것입니다. 그러니 저로 하여금 실참의 문을 닦게 해 주십시오. 스님, 부디 저에게 맞는 명상 주제 [念處]를 정해 주십시오."


 장로는 그에게 해야 할 바 일을 모두 설명해 준 다음 사물의 진정한 본성을 꿰뚫어 볼 수 있는 통찰력과 선정을 닦는 방법을 설해 주면서 특정 명상 주제를 일러 주었다.


 그 이후 그는 주로 칫타라파바타 사원, 가멘다왈라 사원, 카자라가마의 사원 등에 머물면서 계행을 잘 지키는 가운데 엄격하게 정진을 해 나갔다.

 공부를 놓치지 않으려고 애쓰면서 혹시 졸음이 오면 젖은 짚 엮음을 머리에 두르고 발은 찬물에 담근 채 앉아 있었다.


  한번은 칫타라파바타에서 초야(저녁 6시-10시)와 중야(밤 10시-새벽 2시)를 계속 정진한 다음, 새벽녘에 엄습해 오는 잡을 쫓기 위해 젖은 짚 엮음을 이마에 얹고 있을 때였다. 그때 동암산 비탈에서 사미승이 이루나와타야 경 주2 의 게송을 읊는 소리가 들려왔다.


  일어나라. 일어나라. 분발해서 부처님의 말씀을 깨닫도록 힘쓰라. 코끼리가 짓밟아 부수듯 마왕의 군대에 마지막 일격을 가하라, 방심하지 않고 이교법과 계18율을 부지런히 행하는 사람은 생사의 윤회를 벗어나 고(苦)를 끝내게 되리라.


  그에게는 게송 한 마디 한 마디가 모두 자신에게 말하는 것처럼 들렸다. 게송을 듣고 나자 홍수처럼 행복감이 차 올랐다. 그러자 마음속에 투명하리만큼 밝은 관(觀)에 생겨나 모든 존재의 참된 연기성을 스스로 볼 수 있게 되었다.

  그는 불환과(不還果:anaagaamin) 주3 에 도달한 것이다. 다시 최대한의 노력을 기울여 마침내 아라한위 주4 를 곧바로 성취하고는 그 자리에서 다음과 같은 감흥에 찬 게송을 읊었다.


     젖은 짚 머리에 얹어가며

     밤새 경행한 끝에,

     나는 알았네

     한 걸음 남은 그 경계를,

     그러나 이제는

     모든 굴레 사라졌다네.



칫타라파바타의 티싸 노스님 이야기


 수 백년 전 옛날에 타싸 대림원 주5 에 타싸라는 사미승이 은사스님을 모시고 살고 있었다.

  그는 언제가부턴가 왠지 모르게 중 노릇이 불만스러워져서 속가생활로 되돌아가고 싶은 생각에 사로잡혀 번민하고 있었다.

  한 동안은 이 망상을 지워보려고 일부러 일거리를 만들어서, 승복을 빨고, 물들이고, 발우에 기름을 올리고, 헌옷을 고치는 등 온갖 방법을 다 써 보았지만 소용이 없었다. 고래서 마침내 스승 앞으로 나아가 자초지종을 말씀드리게 되었다.


  한데, 연만하고 덕 높으신 스승은 이미 제자의 마음을 환히 읽고 있었다. 뿐만 아니라 그가 장차 크게 정신적 성장을 거둘 가능성이 있으며, 지금의 불만도 분위기만 개선시켜 주면 사라지게 될 것이라는 것도 알고 있었다. 하지만 이래라 저래라 훈계를 해서는 소용이 없고 오히려 해로울 수도 있으므로 그가 스스로 깨치고 소질을 발견해 내도록 도와주는 것이 낫다는 것까지도 알고 있었다.

  그래서 노장스님은 단지 이렇게만 말했다.

  "티싸야, 우리도 점점 나이를 먹어 가는 구나. 그런데 여기 티싸 대원림은 비구들이 공동으로 거처하는 곳이어서 우리가 늙어서 편안히 죽을 수 있는 곳이 못 되는구나. 그러니 네가 칫타라파바타에 가서 우리가 마음대로 쓸 수 있는 거처를 율의 규정에 맞춰 한 곳 마련해 보지 않겠느냐?"


사미승은 두 말할 것도 없이 좋아라 하고 곧 떠나려고 서둘렀다. 스승이 일렀다.

 "그런데 티싸야, 거기 가서 집짓는 일을 하는 동안 잊지 말아야 할 것은 평소에 배운대로 명상 수행을 규칙적으로 하여 거르지 않도록 하는 것이니라."

 사미승은 스승님 말씀대로 따르겠다고 약속했다. 그리고는 스승을 떠나서 70리 길이나 떨어진 칫타라파바타를 향해 숲속 길을 걸어갔다. 그곳에 도착하자 그는 먼저 숲속에 있는 절에 가서 기도부터 드렸다. 그리고는 스승의 거처를 짓기에 알맞은 장소를 찾기 시작했다. 마침내 지붕감으로 알맞게 튀어나온 바위 하나를 찾아냈다.


 그는 근처에 거주하고 있는 스님들의 동의를 받은 후, 다른 동물들의 둥우리나 심지어 개미집이 파괴되는 일이 없는지 샅샅이 살펴보았다. 그리고는 주의를 말끔히 정돈하고 바위 아래 땅을 고르기 시작했다. 바위를 지붕으로 삼고 그 밑으로 벽을 쌓은 다음, 문과 창을 달았다. 그리고 나서 방에다 마루를 깔고, 문 앞에는 디딤돌을 놓았다. 또 바깥에는 경행대 주6 를 길게 닦아서 왔다 갔다 걸으며 경행을 할 수 있도록 했다.


 가구로는 침대 하나와 의자를 만들었다. 이 모든 일을 하는데 힘도 많이 들고 시간도 많이 걸렸지만 그래도 일하는 동안에 줄곧 상응부 경전을 익히고 또 하루도 빠짐없이 일정한 시간을 명상주제[念處]를 참구하는데 바쳤다. 그런데 신기하게도 그가 토굴을 완성한 같은 날에 상응부 경의 공부도 마치게 되었고 또 상당한 정도의 정(定)을 이루는 데도 성공했다.


 세 가지 일이 모두 동시에 결실을 맺게 되자 흡족한 마음이 되어 그 다음 날 티싸 대원림으로 돌아갔다.

 스승을 뵙자 티싸는 의기양양해서 말씀드렸다.

 "스님, 토굴 작업이 끝났습니다. 이제 가서 사실 수 있도록 만반의 준비가 갖추어졌습니다."

 노장스님은 눈을 감은 채 잠시 침묵했다. 그리고는 쳐다보지도 않은 채 조용히 말씀하셨다.

 "티싸, 일이 너에게는 매우 힘들었지? 그런데도 열심히 잘 해냈다. 허나 너는 지금 이 길로 되돌아가서 오늘밤을 그 토굴에서 혼자 나도록 해라."


 사미승은 깜짝 놀랐다. 그러나 두 말 않고 스승이 시키는 대로 선걸음으로 칫타라파바타를 향해 먼길을 되돌아갔다. 도착했을 때는 피곤했다. 그러나 발을 씻고 토굴 속으로 들어가 가부좌를 들고 앉았다. 해는 이미 지고 밤의 정적이 주위를 에워쌌다. 그 해맑은 고요 속에서 그는 자신이 해 낸 일을 차근차근히 되돌아보았다. 그러자 이런 생각이 일어났다.

 `나는 참으로 이 일을 다른 생각 없이 오로지 스승님을 향한 사랑만으로 해냈구나.'

 이런 생각이 그의 마음속에 오래 지속되더니 갑자기 희열이 솟구쳐 마침 대양의 파도가 와서 부서지듯 그의 온 몸을 휩쌌다.


 이 상서로운 순간, 모든 조건이 그를 받쳐주었으며, 그 힘에 의해서 희열을 넘어서 관(觀)을 이룰 수 있었다. 그는 자신이 지금 겪고 있는 경험이 어떠한 조건들에 기인하여 이처럼 전개되는 지를 환히 볼 수 있었고, 이 통찰력을 뻗치어 삼계 주7 를 두루 빠짐없이 관할 수 있었다.


 그는 일체의 존재에서 무상과 고와 무아의 법칙에 따르지 않는 것은 하나도 없다는 것을 보았다. 즉, 모든 생하는 것은 반드시 멸한다는 것을 본 것이다. 그는 여기서 그치지 않고 밤을 세워 관을 힘차게 밀어 부친 끝에 마침내 모든 갈애를 소멸하였다. 일체의 번뇌가 사라지면서 그는 아라한 자리에 도달한 것이다.


 세월이 많이 흘렀다. 스승은 이미 오래 전에 돌아가셨고 사미 티싸는 장로 티싸가 되어 바로 그 토굴에서 생을 마치고 무여의 열반(無餘衣涅槃) 주8 을 이루었다.

 사람들은 그를 칫타라파바타의 티싸 노스님이라고 불렀다. 그들은 탑묘를 세우고 그의 사리를 안치한 다음 이를 티싸의 탑묘라 불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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