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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독!초기경전/2. 잡아함경

38. 비하경(卑下經) 39. 종자경(種子經)

잡아함경 38. 비하경(卑下經)

 

이와 같이 나는 들었다.

어느 때 부처님께서 사위국 기수급고독원에 계셨다.

그 때 세존께서 모든 비구들에게 말씀하셨다.

"세상 사람들은 천한 직업에 종사하며 여러 가지로 재물을 구해 살아가면서 또 큰 부자가 된다. 이것은 세상 사람들이 다 알고 있는 것이고, 세상 사람들이 알고 있는 것과 같이 나도 또한 그렇게 말한다. 무슨 까닭인가? 나를 세상 사람들과 다르지 않게 하기 위해서이니라.

 

모든 비구들아, 비유하면 어떤 그릇이 어떤 곳에 있을 때 어떤 사람은 건자(?茨)라 하고, 어떤 사람은 발우[鉢]라 하며, 어떤 사람은 비비라(匕匕羅)라 하고, 어떤 사람은 차류(遮留)라 하며, 어떤 사람은 비실다(毘悉多)라 하고, 어떤 사람은 바사나(婆?那)라 하며, 어떤 사람은 살뢰(薩牢)라 할 때, 그들이 알고 있는 그대로 나도 또한 그렇게 말하는 것과 같다. 무슨 까닭인가? 나를 세상 사람들과 다르지 않게 하기 위해서이니라.

 

이와 같이 비구들아, 세간에 있는 세간법을 나는 스스로 알고 스스로 깨달아 사람들을 위해 분별하고 연설하고 나타내 보인다. 알고 보아 말하지만 세간의 저 눈먼 장님들은 그것을 알지도 못하고 보지도 못한다. 저 세간의 눈먼 장님들이 알지도 못하고 보지도 못하는 것을 낸들 어떻게 하겠는가?"

비구들아, 어떤 세간의 세간법을 나는 스스로 알고 스스로 깨달아……(내지)3)……알지도 못하고 보지도 못하는가? 이른바 '색은 무상하고 괴로우며 변하고 바뀌는 법이다'는 것, 이것이 세간의 세간법이다. '수·상·행·식은 무상하고 괴로우며 변하고 바뀌는 법이다'는 것, 이것이 세간의 세간법이니라.

 

비구들아, 이 세간의 세간법을 나는 스스로 알고 스스로 보아……(내지)4)……저 눈먼 장님들이 알지도 못하고 보지도 못하는 것을 낸들 어떻게 하겠는가?"

부처님께서 이 경을 말씀하시자, 모든 비구들은 부처님의 말씀을 듣고 기뻐하며 받들어 행하였다.

 

 

잡아함경 39. 종자경(種子經)

 

이와 같이 나는 들었다.

어느 때 부처님께서 사위국 기수급고독원에 계셨다.

그 때 세존께서 모든 비구들에게 말씀하셨다.

"다섯 종류의 종자가 있다. 어떤 것이 다섯 가지인가? 이른바 뿌리가 종자인 것[根種子]·줄기가 종자인 것[莖種子]·마디가 종자인 것[節種子]·절로 떨어지면 그것이 곧 종자인 것[自落種子]·열매가 종자인 것[實種子]이니라. 이 다섯 종류의 종자가 비록 끊어지지도 않고, 부서지지도 않고, 썩지도 않고, 바람을 맞지 않고, 새로 익은 단단한 열매라 하더라도 땅만 있고 물이 없다면, 그 종자는 성장하고 뻗어나가지 못할 것이다.

 

또 그 종자가 비록 새로 익은 단단한 열매로서 끊어지지도 않고, 부서지지도 않고, 썩지도 않고, 바람을 맞지 않았더라도 물만 있고 땅이 없다면, 그 종자도 또한 성장하고 뻗어나가지 못할 것이다.

만일 그 종자가 새로 익은 단단한 열매로서 끊어지지도 않고, 부서지지도 않고, 썩지도 않고, 바람을 맞지도 않았으며 땅과 물이 있다면, 그 종자는 성장하고 뻗어나갈 것이다.

비구들아, 그 다섯 가지 종자는 식(識)을 포함한 5취음(取陰)을 비유한 것이고, 지계(地界)는 식이 머무르는 네 곳[四識住]을 비유한 것이며, 수계(水界)는 탐욕[貪]과 기쁨[喜]을 비유한 것이다.

네 가지 취음(取陰)을 반연하여 식(識)이 머무르나니, 어떤 것이 네 가지인가? 색(色)에 식(識)은 머물러, 색을 반연하고 기쁨과 탐욕으로 윤택해져 성장하고 뻗어나간다. 수(受)·상(想)·행(行)에 식(識)은 머물러, 수·상·행을 반연하고 기쁨과 탐욕으로 윤택해져 성장하고 뻗어나간다.

 

비구들아, 식은 그것들 안에서 오기도 하고, 가기도 하며, 머무르기도 하고, 사라지기도 하며, 혹은 성장하고 뻗어나가기도 한다.

비구들아, 만일 색·수·상·행을 떠나서 식이 오기도 하고, 가기도 하며, 머무르기도 하고, 자라는 일이 있다고 말한다면, 그런 일은 말로만 있을 뿐이니, 그것에 대해 여러 차례 묻고 나면 알지 못하여 의심만 더욱 커지게 할 것이다. 왜냐 하면 그것은 경계(境界)가 아니기 때문이니라.

색(色)의 경계에 대해서 탐욕을 떠나면 탐욕을 떠난 뒤에는 색에 대한 집착[封滯]과 마음에서 생긴 얽맴[縛]이 끊어지고, 색에 대한 집착과 마음에서 생긴 얽맴이 끊어진 뒤에는 반연(攀緣)이 끊어진다. 반연이 끊어지고 나면 그 식(識)은 머무를 곳이 없게 되어 다시는 성장하거나 뻗어나가지 못한다.

 

수(受)·상(想)도 마찬가지이며, 행(行)의 경계에 대해 탐욕을 떠나면 탐욕을 떠난 뒤에는 행에 대한 집착과 마음에서 생긴 접촉[觸]이 끊어지고, 행에 대한 집착과 마음에서 생긴 얽맴이 끊어진 뒤에는 반연이 끊어진다. 반연이 끊어지고 나면 그 식은 머무를 곳이 없게 되어 다시는 성장하거나 뻗어나가지 못한다.

성장하지 못하기 때문에 행동하지 않고, 행동하지 않은 뒤에는 머무르며, 머무른 뒤에는 만족할 줄 알고, 만족할 줄 안 뒤에는 해탈하며, 해탈한 뒤에는 모든 세간에 대해서 전혀 취할 것도 없고 집착할 것도 없게 되며, 취할 것도 없고 집착할 것도 없게 된 뒤에는 스스로 열반을 깨달아 '나의 생은 이미 다하고 범행은 이미 섰으며, 할 일은 이미 마쳐 후세의 몸을 받지 않는다'고 스스로 아느니라.

 

그리하여 내가 말한 그 식(識)은 동·서·남·북·4유·상·하 어디로도 가지 않고 달려갈 곳이 없게 되며, 오직 법만 보아 고요하고 시원하며 깨끗하고 진실한 열반으로 들어가고자 할 것이다."

부처님께서 이 경을 말씀하시자, 모든 비구들은 부처님의 말씀을 듣고 기뻐하며 받들어 행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