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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청화 큰스님 서적/1. 정토삼부경

제八절 이 세상에 나투신 증명

            제 八 절 이 세상에 나투신 증명


  부처님께서 아난에게 말씀하셨다.

  『아난아, 일어서서 법의(法衣)를 단정히 하고 합장하여 공경히 아미타불을 예배하여라. 시방세계의 모든 부처님들도 항상 저 아미타불의 한량없는 지혜와 공덕을 우러러 찬탄하시느니라.』

  이 때 아난은 일어서서 법의를 바로 하고 단정히 서쪽을 향하여 공경히 합장하고 엎드려 아미타불을 예배하였다. 그리고 부처님께 사뢰기를,

  『세존이시여, 원하옵나니, 저 아미타불의 극락세계와 거기 계신 모든 보살들과 성문 대중들을 뵈옵게 하여 주옵소서.』

  이 말이 끝나자마자 바로 그 때 아미타불께서 큰 광명을 나투시어 두루 일체 모든 불국토를 비추시니, 금강철위산을 비롯하여 수미산과 크고 작은 모든 산에 이르기까지 세상의 일체 만물은 다 한결같이 황금색으로 빛났다. 그것은 마치, 세상의 종말에 오는 수재겁(水災劫) 때 홍수가 세계에 충만하여 그 가운데 만물을 모조리 잠기고 다만 넓고 망망한 물바다만을 바라보는 것과 같았다. 저 아미타불의 광명도 이와 같아서, 성문과 보살들의 일체 광명은 모두 다 가리워 스러지고 다만 부처님의 광명만이 청정하게 빛나고 있음을 뵈올 수 있었다.

  그 때에 아난은 아미타불을 우러러 뵈오니 그 부처님의 높고 크신 위덕은 마치 수미산이 세계의 어느 산보다도 높이 솟아 있는 것과 같이 우뚝하게 뵈었으며, 그 상호는 빛나고, 광명은 두루 시방세계에 비추지 않는 데가 없었다. 그리고 이 설법의 자리에 모인 비구 비구니와 선남 선녀의 사부대중도 모두 다 함께 아미타불을 뵈옵고 극락세계를 바라볼 수 있었으며, 한편 저 극락세계에서 이곳을 바라보는 것도 또한 그와 같았다.

  이 때 부처님께서는 아난과 미륵보살에게 말씀하셨다.

  『그대들이 극락세계를 바라볼 때, 그 땅 위에서 저 정거천(淨居天)에 이르기까지, 그 가운데 있는 미묘하고 청정한 자연의 만물들을 다 볼 수가 있었느냐』

  아난이 대답하여 사뢰기를,

  『네, 이미 다 보았사옵니다.』

  부처님께서 말씀하시되,

 『그러면 그대들은 아미타불의 청정하고 미묘한 음성이 일체 세계에 울려 퍼져 모든 중생들을 교화하심을 들을 수 있었느냐』

  아난이 대답하여 사뢰기를,

  『네, 이미 들었사옵니다.』

  부처님께서 말씀하시되,

  『저 극락세계의 사람들이 백천유순이나 되는 칠보 궁전을 타고 살면서 아무런 걸림이 없이 시방세계를 두루 다니면서 모든 부처님들께 공양을 올리는 것을 그대들은 볼 수가 있었느냐』

  아난이 대답하여 사뢰기를,

  『네, 이미 보았사옵니다.』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극락세계에 왕생하는 사람 중에는 태(胎)에 의지해서 태어나는 태생(胎生)이 있는데, 그것도 보았느나』

  아난이 사뢰기를,

 『네, 그것도 이미 보았사옵니다. 그 태생한 이들이 사는 궁전은 백유순도 되고 혹은 오백유순도 되오며, 각기 그 가운데서 온갖 쾌락을 누리는 것이 마치 저 도리천상(忉利天上)에서 자연히 쾌락을 받는 것과 같사옵니다.』

  이 때 미륵보살이 부처님께 여쭈기를

  『세존이시여, 무슨 인연으로 극락세계의 사람들은 태(胎)에 의지해서 태어나는 태생(胎生)과, 태에 의탁하지 않고 홀연해 태어나는 화생(化生)의 구별이 있사옵니까』

  부처님께서 미륵보살에게 일러 말씀하셨다.

  『어떤 중생들은 부처님의 한량없는 지혜 공덕에 대하여 의혹을 품고 다만 자기 힘(自力)으로 공덕을 닦아서 극락세계에 태어나고자 원을 세우는 사람들이 있는데, 그들은 아직 부처님의 지혜 공덕이 부사의하여 이루 말로 다할 수 없고, 또한 그 지혜가 크고 넓어서 무엇으로도 비길 데가 없는 최상 무비의 지혜임을 깨닫지 못한 탓이니라.

  그러나 그들은 부처님의 부사의한 지혜를 의심하여 믿지는 않으나, 그래도 죄와 복에 대한 인간의 도리는 믿고 스스로 선을 닦아서 극락세계에 태어나고자 원을 세우고는 있느니라. 이와 같이 부처님의 지혜 공덕을 의심하고 수행하는 중생들이 저 극락세계의 변두리에 있는 칠보 궁전에 태어나는 것이니라. 그리고 그들은 오백세 동안이나 전혀 부처님을 뵈옵지 못하고 불법을 듣지도 못하며 보살과 성문 등의 거룩한 이들을 만나볼 수도 없는 것이니, 극락세계에서 그들을 가리켜 태생(胎生)이라 하느니라.

  그러나 누구든지 부처님의 지혜 공덕이 헤아릴 수 없음을 분명히 믿고 가지가지의 공덕을 쌓아서, 의심없는 신심으로 극락세계에 태어나고자 서원을 세운다면, 이러한 중생들도 바로 극락세계의 칠보 연꽃 속에 자연히 화생(化生)하여 가부좌를 하고 앉게 되느니라. 그리고 순간 사이에 몸의 상호와 광명과 지혜 공덕이 극락세계의 여러 보살들과 똑같이 원만하게 갖추게 되느니라.

  미륵이여, 다른 불국토의 여러 보살들도 발심하여 아미타불과 극락세계의 여러 보살들과 성문들을 뵈옵고, 공경하고자 한다면, 그이들도 또한 수명이 다하면 자연히 극락세계의 칠보 연꽃 속에 화생(化生)하게 되느니라.

  미륵이여, 잘 알아라. 저 극락세계에 화생하는 이들은 지혜가 수승하기 때문이며, 그에 반하여 태생하는 이들은 모두 지혜가 없이 때문이니라. 그래서, 그들은 오백세 동안이나 전혀 부처님을 만나뵈옵지 못하고, 불법을 듣지도 못하며, 보살과 성문들을 보지도 못하고, 또한 부처님을 공양할 수도 없으며, 보살의 법도를 모르기 때문에 많은 공덕을 쌓을 수도 없느니라. 마땅히 알아야 할지니, 이러한 사람들은 과거 숙세에서 지혜를 닦지 않고 부처님의 부사의한 지혜를 의심한 때문이니라.』

  부처님께서 다시 미륵보살에게 일러 말씀하셨다.

  『가령 비유하건대, 전륜성왕의 궁전에 따로 칠보로 된 방을 마련하여 화려한 자리를 깔고 장막을 치고 가지가지의 아름다운 비단 깃발을 걸고 하여 장엄하여 놓고, 만약 왕자가 죄를 범하면, 부왕은 그를 벌하여 바로 이 칠보 방안에 황금 사슬로 매어서 감금하느니라. 그러나 음식이나 의복․이부자리나 꽃과 향이나 음악 등은 전륜성왕과 똑같이 하여 조금도 부족함이 없도록 배려하느니라. 이러할 때 그 왕자의 마음은 어떠하겠는가, 그 왕자는 그래도 그 화려한 칠보 방안에 있고 싶어할 것인가』

  미륵보살이 대답하여 사뢰기를,

  『그렇지 않을 것이옵니다. 그 왕자는 무슨 방편을 써서라도 힘이 센 역사(力士)를 구하여 빠져나오려고 할 것이옵니다.』

  부처님께서 미륵보살에게 말씀하셨다.

  『저 극락세계에 태생(胎生)하는 중생들도 그와 같아서 부처님의 한량없는 지혜 공덕을 의심하고 믿지 않았기 때문에 저 극락세계의 변두리에 있는 칠보 궁전에 태어나서, 아무런 벌을 받지도 않고, 나쁜 일이란 생각조차 나지 않으나, 다만 오백 년 동안이나 부처님과 불법과 성중(聖衆)등 삼보를 만나보지 못하고, 따라서 삼보를 공양하여 가지가지의 공덕을 쌓을 수도 없느니라. 이러한 것이 큰 괴로움이 되어, 비록 다른 어떤 즐거움이 있다고 할지라도, 그곳에 있고 싶어 하지 않는 것이니라.

  그러나, 그들이 부처님의 지혜 공덕을 의심한 그 근본 허물을 깨닫고 깊이 참회하여 칠보 궁전을 벗어나기를 원한다면, 바로 뜻대로 되어 아미타불의 처소에 나아가서 공경하고 공양하게 되며, 또한 헤아릴 수 없는 모든 부처님의 처소에도 두루 돌아다니며 더욱 많은 공덕을 쌓을 수가 있느니라.

  미륵이여, 잘 명심하여라. 누구든지 부처님의 지혜 공덕에 의혹을 품는 것은 가장 큰 이익을 잃는 것이니라. 그러므로 마땅히 모든 부처님의 위없는 지혜 공덕을 분명히 믿어야 하느니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