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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청화 큰스님 서적/1. 정토삼부경

청화 큰스님 정토삼부경 번역 머리말

 

 

머리말

 

우리 인간은 누구나가 다 고뇌와 빈곤이 없는 안락하고 풍요한 행복을 간구하고, 생로병사가 없는 영생永生의 이상향을 그리는 사무친 향수를 지울 수가 없습니다. 그래서 인간의 모든 문화 현상은 비록 깊고 옅은 차이는 있을지라도, 다 한결같이 인생고人生苦의 구제와 진정한 자유를 그 구경 목적으로 하고 있으며, 다만 그 목적을 실현하는 방법에 차이가 있을 뿐입니다.

 

그런데 정작 인간의 고액苦厄을 구제함에는 먼저 인간의 본질, 곧 참다운 자아自我가 무엇임을 분명히 알아야 할 것이요,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려는 모든 종교철학 가운데서, 인간의 근본 바탕을 가장 철두철미하게 밝히고, 영원한 안락의 경계에 인도하는 가르침이 불교임은 어느 누구도 부인하지 못할 것입니다.

 

그리고 불교의 많은 가르침 중에서도 일체 중생을 구제하려는 부처님의 거룩한 서원誓願과 부사의한 공덕으로 장엄된 이상향理想鄕, 곧 극락세계極樂世界를 너무도 생생하고 인상적으로 밝히신 경전은 정토삼부경淨土三部經인데, 이는 ?무량수경無量壽經?‧?관무량수경觀無量壽經?‧?아미타경阿彌陀經?입니다.

 

그런데 부처님께서 말씀하신 극락세계란 욕계欲界색계色界무색계無色界 등 중생이 생사윤회生死輪廻하는 삼계三界의 차원을 넘어 선 영원히 안락한 복지福地로서, 시간공간과 인과율을 초월한 경계이며, 우리 중생이 필경 돌아가야 할 마음의 고향입니다. 그리고 그것은 허명무실虛名無實한 방편가설方便假說이 아니라 엄연한 영생불멸의 실존實存이며, 우리들의 올바른 수행으로 업장이 소멸할 때, 우리는 스스로 보고 느끼고[감견感見] 누리는[수용受用] 상주불변常住不變한 법락法樂의 경계입니다.

 

정녕, 우리 중생은 본래의 자성自性이 아미타불이요, 우리가 본래 살고 있는 고향은 극락세계인데, 짓궂은 번뇌 업장에 가리워 미처 깨닫지 못하고 그지없이 생사고해生死苦海에 방황하다가 다행히 부처님의 교법敎法을 만나서, 비로소 참다운 자아自我와 진정한 고향인 극락세계로 돌아가게 되는 것입니다.

 

실로, 영원불변한 우주 자체의 대생명大生命이 바로 부처님이요, 그 부처님의 대명사代名詞가 아미타불이며 부처님의 자비화신慈悲化身이 관세음보살이요 부처님의 지혜화신이 대세지보살입니다. 그것은 마치 무궁한 태허太虛에 음과 양의 이원二元이 원융하게 작용하여 만유萬有가 생성하는 것과 비슷한 도리입니다.

 

이렇듯 우주 스스로가 그대로 신비부사의한 부처님이요, 우주에는 언제나 모든 중생을 구제하는 부처님의 서원이 충만해 있기 때문에, 우리들이 아미타불이나 관세음보살을 생각하고 외우며 부르는 것은, 그것이 바로 부처님과 상통하고 부처님의 가호加護를 입게 되는 깊은 인연이 되지 않을 수 없습니다.

 

그래서 진정한 자아自我로 돌아가는 성불의 계기가 되고, 또한 극락세계에 태어나는 결정적인 선근善根이 되는 것이며, 여기에 부처님으로부터 베풀어지는 타력他力과 자기 수행의 자력自力이 아울러 감응感應하는 깊은 의의가 있습니다.

 

그리고 우리들이 참다운 실상세계實相世界인 극락세계의 장엄 찬란한 경계를 흠모하고 동경하며, 우주 자신의 이름이요, 우리의 본래면목本來面目의 이름이기도 한 아미타불이나 관세음보살을 일심으로 생각하며 그 이름을 외우고 부르는 것은 우리 범부 중생이 찰나 찰나에 끊임없이 스스로 부처님을 자각하면서 부처가 되어가는 절실하고 안온한 성불의 첩경捷徑이 아닐 수 없습니다.

 

그러기에 마음에 아미타불과 극락세계의 실상實相을 여의지 않는 염불은 이른바 실상염불實相念佛이요 보왕삼매寶王三昧로서, 바로 진여자성眞如自性을 여의지 않는 염불선念佛禪이 되는 것입니다. 그래서 자력自力과 타력他力, 과 염, 과 혜를 함께 쌍수雙修하는 심심미묘한 염불 공덕이 있게 되는 것입니다.

 

이러한 염불선念佛禪은 불성佛性에 들어맞는[계합契合] 천연자연天然自然한 수행법이기 때문에 모든 수법修法을 종합 포섭하였으며, 종파宗派를 초월한 가장 보편적인 행법行法일 뿐 아니라, 바야흐로 분열 투쟁의 역사적 위기에 직면한 불안한 현세대에 가장 알맞은 시기상응時機相應한 안락법문安樂法門이 아닐 수 없습니다.

 

그런데 아미타불과 극락세계를 말씀하신 경전은 ?화엄경?‧?법화경?‧?열반경?‧?능엄경? 등 실로 2백 수십 부에 달하는데, 특히 ?화엄경?입법계품入法界品에는 보현보살이 선재동자를 깨우치는 법문 가운데, “원하옵건대 목숨이 마치려 할 때 온갖 장애가 소멸되어 극락세계에 태어나 아미타불을 뵈올지이다.”라고 찬탄하였고, ?보적경寶積經?에는 석존께서 아버지이신 정반왕에게 염불하여 극락에 왕생하기를 간절히 권하셨습니다.

 

그리고 마명보살(馬鳴菩薩 불멸후 600년 경)?기신론起信論?, 용수보살(龍樹菩薩 B.C. 2~3세기)?십주비바사론十住毘婆娑論??지도론智度論?, 또한 세친보살(世親菩薩 4-5세기)?정토론淨土論? 등에서도 염불은 부처님의 무량 공덕과 근본 서원[본원本願]을 확신하는 수행이기 때문에 불보살과 감응感應하고 불보살의 가피를 입어, 마치 순풍에 돛단 배와도 같이 수행하기 쉽고 성불하기 쉬운 이른바, 이왕이수易往易修의 행법行法임을 찬양하였습니다.

 

또한 중국에서도 혜원(慧遠 332~414)천태(天台 583~597)선도(善導 613~681)영명연수(永明延壽 904~975)중봉(中峯 1263~1323)연지(蓮池 1536~1615) 대사 등 염불을 창도하여 자행화타自行化他한 선지식들이 이루 헤아릴 수 없으며, 우리나라에서도 신라의 원효대사(元曉大師 617~686)와 같이 염불을 주종으로 한 이는 말할 것도 없고, 자장(慈藏 600년 경)의상(義湘 625~702) 대사 등과, 고려의 대각(大覺 1055~1101)보조(普照 1158~1210)태고(太古 1301~1382)나옹(懶翁 1320~1376) 대사 등과, 조선조에서는 함허(涵虛 1376~1433)서산(西山 1520~1604)사명(四溟 1544~1610) 대사 등이 선과 염불을 융합한 선정일치禪淨一致의 견지에서 염불을 역설하였는데, 특히 서산대사는 그의 ?선가귀감禪家龜鑑?에서 마명馬鳴과 용수龍樹가 다 높은 조사祖師이면서 염불왕생을 권장하였는데, 내가 무엇이기에 염불을 안 할까 보냐.라고 간절히 염불을 권면하였습니다.

 

그런데 아미타불은 다만 극락세계의 교주敎主이실 뿐 아니라 법신法身보신報身화신化身의 삼신三身을 겸전한 삼세三世 일체불一切佛의 본체로서, 그 영원한 생명과 자비를 위주로 할 때는 무량수불無量壽佛이요, 무한한 지혜 공덕을 위주로 할 때는 무량광불無量光佛이며, 대자대비大慈大悲를 위주할 경우에는 관세음보살입니다. 그래서 여러 경전에는 수없이 많은 부처님의 명호名號[이름]가 나오나, 필경 아미타불인 동일한 부처님의 화도化導의 인연에 따른 공덕의 이름에 지나지 않습니다.

 

이제 소용돌이치는 현대문명의 폭류 속에서 비록 우리들의 착잡한 인연이 성불의 대도大道를 직행할 수는 없다고 할지라도, 우리 중생이 필경 돌아가야 할 고향인 극락세계와 본래 자성自性인 아미타불을 염원하는 보편적인 인생관과 그에 따른 성실한 수행修行은 한사코 계속되어야만 합니다.

 

그래서 우리 고해苦海 중생은 일체 현상이 모두 몽환포영夢幻泡影과 같은 허망무상虛妄無常한 가상假相에 지나지 않음을 신인信認하고, 매양 최상 행복한 극락세계의 영상을 지니며, 최상의 개념槪念인 아미타불을 염불하는 생활은 우리 자신을 정화하여 그만큼 성불의 경계에 다가서게 하며, 아예 영생의 대도大道에서 물러서지 않는 불퇴전의 결정신심決定信心을 간직하게 될 것입니다.

 

또한 그러한 염불생활은 현대인의 불안 의식과 사회적 혼란을 극복하는 데도 다시없는 청량제가 될 것임을 확신하는 바입니다. 그래서 그것은 잃어버린 진아眞我의 회복과 분열된 조국의 광복光復과 인류의 영원한 평화와 복지福祉를 위한 가장 근원적인 최상의 길이기도 합니다. 여기에 산승山僧이 미급함을 무릅쓰고 정토삼부경을 번역하는 간절한 비원悲願이 있습니다.

 

끝으로 이번 불사佛事의 조연助緣 법우法友들께 충심으로 감사의 합장을 드리며, 모든 유연불자有緣佛子들과 더불어 다시금 극락왕생을 다짐하는 바입니다.

 

                                   나무아미타불! 나무관세음보살!

 

                                                                   1980년 경신 48일 석존탄신일

                                                                                      월출산 상견성대에서

                                                                                                          비구 청화淸華 합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