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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타행자의 편지/미타행자의 편지

특별한 날


옛 어른 스님께서 날마다 좋은 날이라고 했습니다. 비오면 비오는 데로 바람 불면 바람 부는 데로 좋은 날은 사실이나 좀 특별한 날도 있습니다. 흔히 생일을 특별날 날로 생각하나 처사시절부터 생일날은 모르고 넘어간 적이 다반사입니다. 그러나 오늘 4월20일은 저에게 잊히지 않는 특별한 날입니다 그 옛날 꿈에 그리던 33개월의 군 생활을 끝내고 개구리복 입고 부대를 떠나 제대한날이 1979년 4월20일입니다 인연이 그렇게 되어서 온갖 고생을 다하고 몸성히 제대를 하는데 마음은 서울이 손바닥만 하게 보이는 것입니다.


제대의 부푼 꿈이 깨지기 시작한 것은 오래 걸리지 않고 바로 시작 되였는데 제대만하면 다 이룰 것 같은 꿈이 산산이 조각나고 지하철 2호선 강변역 건설현장에서 공구리치는 일당 6천 원짜리 잡부생활이 아직까지 살아온 세월에서 가장 내 자신을 비참하고 서글프게 했습니다. 한 겨울 강변의 찬바람 속에서 아무런 희망도 없는 현실에 참 마음으로 울기도 많이 했습니다.


해마다 4월20일이면 눈 덮인 최전방에서 하루 14시간 방카 근무하며 제대 후 오갈 곳이 없어서 건설현장을 전전하던 일이 지금은 30년이 지난 세월이지만 어제일 같이 눈 선히 그리고 생생히 마음으로 느껴집니다.

물질적 풍요는 정신적 빈곤을 가져오고 육체적 고통은 영적인 성숙을 가져온다고 합니다. 운명이 레몬을 주면 나는 레몬주스를 만들어 먹겠다는 절대 긍정의 생각으로 모진 바람을 맞고 일어셨기에 현재의 본연스님이 존재할 수 있는 것이고 그런 내 자신이 한없이 고마울 뿐입니다.


사바세계에서 원수(怨讐)가 은인(恩人)이 되고 부정이 긍정이 되고 고통이 도리어 낙(樂)이 되였을 적에 사바세계를 바로 본 것이고, 돌아보면 극락세계에서 노닐면서 사바세계에서 고통 받는다고 원망하는 것입니다. 


                                                    나무아미타불


* 월요일 제주에 내려갔다가 동백꽃 한 컷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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