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을 살아가는 최상의 바른 지혜

● 오늘을 살아가는 최상의 바른 지혜

우리 인류는 오랜 역사를 통하여 이루 헤아릴 수 없는 고난과 시련을 겪어 왔으나, 오늘날과 같이 위험하고 어지러운 시대는 일찍이 없었습니다.

과학기술과 산업 발전에 따른 놀랄 만한 물질적 번영을 자랑하고는 있으나, 그 반면에 전통적 가치관의 상실에서 오는 윤리도덕의 퇴폐와 인간의 소외풍조와 빈부격차로 인한 계층 간의 갈등, 자연파괴와 환경오염, 국가 간의 분쟁 등이 세계 도처에서 요원(燎原)의 불과 같이 번져나가고 있습니다.

우리 인간성과 우주만유의 본질은 단순한 물질이나 허무한 공(空)이 아니며, 일찍이 수많은 성현들이 소상히 밝히신바 일체 공덕을 원만히 갖춘 진여불성(眞如佛性), 곧 불성(佛性; 神性, 太極으로도 표현함)으로서, 이를 인격적으로 신앙하면 부처님이요 하느님이니, 그렇기에 일체 만유는 생명의 광명인 불성으로 이루어진 장엄한 대만다라(大曼茶羅)의 세계인 것입니다.

그러나 중생들은 무지무명(無智無明)에 가리어 일여평등(一如平等)한 불성을 외면하고, 다만 전변무상(轉變無常)한 현상만을 실상(實相)으로 착각하고 이에 집착하니, 너와 나의 한계가 생기고 나의 소유라는 집요한 탐착(貪着)이 싹트는 것입니다. 그래서 욕구불만에서 오는 분노가 치밀게 되는 것이니, 그리하여 온 누리는 탐(貪)ㆍ진(瞋)ㆍ치(癡) 삼독(三毒)의 탁류가 넘실거리는 화택고해(火宅苦海)가 되고 마는 것입니다. 그렇기에, 본래 청정한 불성을 오염시키고 있는 어리석은 사견(邪見)을 여의고, 탐욕과 분노를 절제하는 도덕적 실천이 없이는 인간사의 뿌리 깊은 고질적 병폐를 치유할 길은 없는 것입니다.

『유마경(維摩經)』「불국품(佛國品)」에 이르기를 '만약 보살이 진정한 이상국토를 이룩하고자 하면 마땅히 자기 마음을 정화할지니, 마음이 정화됨에 따라 국토도 정화되느니라' 하였듯이, 우리 인간은 남을 지도하고 사회를 정화하며 인류를 구제한다고 자부하고 훤전(喧傳)하기에 앞서, 자기 스스로를 보다 궁극적이며 보편적인 가치관으로 장엄하고 인연에 따른 각기 처지에서 최선의 도덕적 생활을 영위한다면, 요란한 사회는 저절로 잔잔한 평화의 복지(福地)가 되지 않을 수 없을 것입니다.

진정 우리가 허심탄회하게, 참된 삶의 목적은 대체로 무엇이며, 짓궂은 인생고의 원인은 무엇이고, 그 인생고를 소멸하는 방법은 또한 무엇인가를 성실하게 추구할 때, 유구한 인류역사를 통하여 인생을 가장 바르게 살며 철두철미하게 이웃만을 위하여 생명의 존엄을 변증(辨證)한 수많은 철인들과 성현들의 가르침을 만나지 않을 수 없습니다. 그중에서도 가장 철저하게 인생과 우주의 실상을 확연히 밝힌 최상의 진리인 석존(釋尊)의 가르침이 1천 6백여 년 동안이나 우리 민족사회에 불멸의 등불이 되어 왔음은, 우리나라 문화유산의 80퍼센트가 넘는 귀중한 불교문화재가 증명하고도 남음이 있습니다.

그런데 우리네 지도자들이나 지성들은 화려한 과학문명의 의상으로 치장한 서구사상에 도취한 나머지, 조상 대대로 물려받은 민족의 뿌리요 숭고한 한배의 얼이 담긴 불교문화를 송두리째 내던지고, 어쭙잖은 서구문화의 기와조각을 주워 모아 오늘날의 혼란한 사회상을 자초(自招)하게 되었습니다.

우주만유는 본질적으로 하나의 동일한 생명체인 진여실상(眞如實相)이니, 너와 나의 대립이 사라져 동체대비(同體大悲)의 사랑이 절로 우러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일체 물질현상은 한결같이 허망 무상한 몽환포영(夢幻泡影)과 같은 연기(緣起)의 가상에 지나지 않으니, 분수없이 집착하여 탐람(貪婪)하고 분노할 까닭이 없습니다.

인류사회를 위협하는 험악한 혼란과 분쟁은 그 모두가 신뢰하고 의지할 보편적인 가치관의 상실에서 오는 것이니, 인생과 우주만유의 가장 궁극적이고 보편적인 생명인 불성을 등불로 삼고, 불성의 원리인 진리를 등불로 삼을 때에만 비로소 우리들의 보금자리인 조국과 지구촌을 뒤덮은 암울하고 험악한 전운(戰雲)은 말끔히 걷히고 평화로운 정토(淨土)의 청명(淸明)한 여명이 찬란하게 밝아올 것입니다. 이러한 중도실상(中道實相)의 반야(般若) 지혜는 바로 오늘을 살아가는 최상의 바른 지혜요, 내일의 행복을 기약하는 밝은 지혜이며, 영원히 변치 않는 진여연기(眞如緣起)의 반야바라밀입니다. ◈

                             [- 불기 2530년 7월《금륜》제3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