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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독!초기경전/2. 잡아함경

잡아함경 15. 사경(使經)

잡아함경 15. 사경(使經)

 

이와 같이 나는 들었다.

어느 때 부처님께서 사위국 기수급고독원에 계셨다.

그 때 어떤 비구가 부처님께 찾아와 부처님 발에 머리를 조아리고 한쪽에 물러서서 아뢰었다.

"훌륭하신 세존이시여, 이제 저를 위해 간략히 법의 요점을 말씀해 주소서. 저는 그 법을 들은 뒤에 마땅히 홀로 고요한 곳에서 수행하며 방일하지 않을 것이고, 수행하며 방일하지 않은 뒤에 '선남자(善男子)들이 출가하여 수염과 머리를 깎고 가사를 걸치고서 믿음으로 집에서 집 아닌 데로 출가한 목적대로, 위없는 범행을 완전히 이루고 현세에서 증득하여 (나의 생은 이미 다하고 범행은 이미 섰으며, 할 일은 이미 마쳐 후세의 몸을 받지 않는다)고 스스로 안다'라고 사유하겠습니다."

그 때 세존께서 그 비구에게 말씀하셨다.

"훌륭하고, 훌륭하구나. 비구야, 네가 즐거운 마음으로 '마땅히 저를 위해 간략히 법의 요점을 말씀해 주소서. 저는 그 법을 들은 뒤에, 홀로 고요한 곳에서 수행하며 방일하지 않을 것이고……(내지)……(후세의 몸을 받지 않는다고 스스로 안다)고 사유하겠습니다'라고, 이렇게 말하였는가?"

비구가 부처님께 아뢰었다.

"그렇습니다. 세존이시여."

부처님께서는 말씀하셨다.

"자세히 듣고 자세히 들어 잘 사유하고 기억하라. 내 너를 위해 설명하리라. 비구야, 만일 번뇌[使]를 따라 부려진다면 그는 곧 번뇌를 따라 죽을 것이요, 만일 죽음을 따른다면 그는 취함[取]에 결박될 것이다. 비구야, 만일 번뇌를 따라 부려지지 않는다면 그는 그 번뇌를 따라 죽지 않을 것이요, 번뇌를 따라 죽지 않는다면 그는 취함에서 해탈할 것이다."

비구가 부처님께 아뢰었다.

"세존이시여, 이미 알았습니다. 선서시여, 이미 알았습니다."

"너는 내가 간략히 설명한 법에서 그 뜻을 어떻게 자세히 이해하였느냐?"

"세존이시여, 색이 번뇌를 따라 부려진다면 색은 그 번뇌를 따라 죽을 것이요, 번뇌를 따라 부려져 그 번뇌를 따라 죽는다면 그는 번뇌에 결박될 것입니다. 이와 같이 수·상·행·식이 번뇌를 따라 부려진다면 그 번뇌를 따라 죽을 것이요, 번뇌를 따라 부려져 그 번뇌를 따라 죽는다면 그는 번뇌에 결박될 것입니다.

세존이시여, 만일 색이 번뇌를 따라 부려지지 않는다면 그 번뇌를 따라 죽지 않을 것이요, 번뇌를 따라 부려지지 않아 그 번뇌를 따라 죽지 않는다면 그는 취함[取]에서 해탈할 것입니다. 이와 같이 수·상·행·식이 번뇌를 따라 부려지지 않는다면 그 번뇌를 따라 죽지 않을 것이요, 번뇌를 따라 부려지지 않아 그 번뇌를 따라 죽지 않는다면 그는 취함에서 해탈할 것입니다.

이와 같이 세존이시여, 세존께서 간략히 설명하신 법에서 저는 이렇게 그 뜻을 자세히 이해하였습니다."

부처님께서 비구에게 말씀하셨다.

"훌륭하고, 훌륭하구나. 비구야, 내가 간략히 말한 법에서 너는 그 뜻을 자세히 이해하였구나. 왜냐 하면 색이 번뇌를 따라 부려진다면 번뇌를 따라 죽을 것이요, 번뇌를 따라 부려져 그 번뇌를 따라 죽는다면 그는 취함에 결박될 것이기 때문이다. 이와 같이 수·상·행·식이 번뇌를 따라 부려진다면 그 번뇌를 따라 죽을 것이요, 번뇌를 따라 부려져 번뇌를 따라 죽는다면 그는 취함에 결박될 것이기 때문이다.

비구야, 색이 번뇌를 따라 부려지지 않는다면 그 번뇌를 따라 죽지 않을 것이요, 번뇌를 따라 부려지지 않아 그 번뇌를 따라 죽지 않는다면 그는 취함에서 해탈할 것이기 때문이다. 이와 같이 수·상·행·식이 번뇌를 따라 부려지지 않는다면 그 번뇌를 따라 죽지 않을 것이요, 번뇌를 따라 부려지지 않아 그 번뇌를 따라 죽지 않는다면 그는 취함에서 해탈할 것이기 때문이다."

이 때 그 비구는 부처님의 말씀을 듣고 마음으로 매우 기뻐하며 부처님께 예배하고 물러갔다. 그는 홀로 고요한 곳에서 꾸준히 힘써 닦고 익히면서 방일하지 않았고, 꾸준히 힘써 닦고 익히면서 방일하지 않은 뒤에 이렇게 사유하였다.

'선남자들이 출가하여 수염과 머리를 깎고 가사를 걸치고서 믿음으로 집에서 집 아닌 데로 출가한 목적대로……(내지)……(후세의 몸을 받지 않는다)고 스스로 안다.'

이 때 그 비구는 곧 나한(羅漢 ; 阿羅漢)이 되어 마음이 해탈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