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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미타불이 여러분의 참 이름입니다. 859

아미타불이 여러분의 참 이름입니다. 859

 

(이 글은 199448일 석가탄신일에 미국 버클리대학 불교연구소에서 열린 청화 큰스님의 법어입니다.)

 

오늘 부처님 오신 날은, 천상천하(天上天下)의 모든 어두운 무명(無明)을 밝히는 진리의 날이요, 우리 중생들이 인생고(人生苦)를 벗어나서 진정한 해탈과 자유를 누리는 영원한 생명의 축제입니다. 이 거룩한 날에 산승이 IBS 대학의 존경하는 교수님들과 친애하는 학생들과 자리를 함께한 인연에 대하여 진심으로 감사의 합장을 드립니다. 병 따라 약을 베풀고 근기 따라 중생을 계도함은 불교의 선교방편(善巧方便)인데, 산승이 미국땅에 와서 국제어인 영어로 말하지 못하고 통역하는 이의 수고를 빌리게 되니, 안타까운 마음 그지없습니다.

 

오늘날 우리 인간사회가 겪고 있는 불행한 모든 병폐는, 우리 인간 존재가 허망하고 무상한 형상에 집착한 무명 번뇌와 그에 따른 그릇된 행위로 말미암은 업보(業報)에 지나지 않습니다. 따라서 이를 극복하는 방법은, 인간의 번뇌 망상을 밝히는 바른 지혜와 그에 입각한 도덕적 행위를 떠나서는 달리 찾을 길이 없음이, 인과필연(因果必然)의 자명(自明)한 도리입니다. 여기에 생명의 실상을 밝히고 만중생의 해탈과 복락을 성취하는 불타의 가르침이, 현대사회의 질곡을 벗어나는 최상 유일의 묘방(妙方)이 되는 역사적 당위성이 있습니다.

 

여러분들께서도 잘 아시는 바와 같이, 인생과 우주만유의 근본 성품은 무한 공덕을 원만히 갖춘 동일 평등한 진여불성(眞如佛性)입니다. 그리고 일체 만유는 진여불성의 인연으로 이루어진 연기적 존재에 지나지 않습니다. 그러기에 모든 존재는 시간적으로는 제행(諸行)이 무상(無常)하고 공간적으로는 제법(諸法)이 무아(無我)이기 때문에, 일체만유는 바로 공()일 수밖에 없습니다. 그리고 그러한 공의 당체가 그대로 중도실상의 진여불성입니다.

 

다행히도 현대 물리학도 불교의 천지동근(天地同根)과 만물일체의 원리와 아울러 제행무상과 제법무아의 도리를 극명하게 밝혀나가고 있습니다. 우리들이 우주의 자연법칙인 연기법으로 통찰할 때, 본래로 나()가 없는 무아(無我), 내 소유가 있을 수 없는 무소유인 것이며, 그에 입각한 명, 을 떠난 무주상(無住相) 행위가 바로 가장 완벽한 도덕적 행위인 보살행이 되는 것입니다.

 

오늘날 고도 산업사회는 지식과 정보를 비롯한 모든 분야에서 처절한 무한 경쟁을 치르지 않을 수 없는 숙명적인 수라장에서 신음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인류의 파멸을 벗어나는 유일한 길은, 일체생명의 동일률과 동체대자비를 밝힌 불타를 비롯한 모든 성현들의 가르침을 따르는 공명정대한 길밖에 없습니다.

 

이러한 절박한 역사적 전환기에 있어서, 우리 불교인들은 비록 자기인연이 어느 특정 종파에 소속되어 있다고 할지라도, 우리는 초연한 반야바라밀의 조명아래 종파적 이익이나 독선적인 근본주의를 번연(飜然)히 벗어나야만 합니다. 그리고 자력위주의 선정과 타력적인 정토염불과 계율(戒律) 등을 원융하게 회통하는데 노력 정진하여, 본래로 원통무애한 불타의 가르침을 천명하는 데 최선을 다해야 할 것입니다.

 

그리고 우리 인간과 모든 존재가 본래로 진여불성(眞如佛性) 과 둘이 아님을 확신하고, 생명의 실상(實相)인 자성불(自性佛) 곧 아미타불을 순간 찰나도 여의지 않고 찰나 찰나에 부처를 성취하는 수행이, 바로 참다운 선정이요 염불임을 재확인하시기 바랍니다. 그래서 화두공안선(話頭公案禪)이나 묵조선(黙照禪)도 이와 같이 중도실상(中道實相)인 진여불성(眞如佛性)을 여의지 않고 참구해야 비로소 진정한 선정이 될 수가 있습니다. 또한 다른 모든 세계 종교의 수행법의 대원칙도 이런 자성 염불의 범주를 벗어날 수가 없음은, 허심탄회하게 기독교의 바이블이나 이슬람교의 코란(Koran)을 살펴 볼 때, 수긍하고 남음이 있을 것입니다.

 

아시는 바와 같이, 해탈성불(解脫成佛)의 길은 지혜 해탈과 선정(禪定) 해탈을 갖추어야 하는데, 오늘날 불교계나 세계 종교 일반에 있어서 가장 결핍된 분야가 선정해탈입니다. 오늘 동참하신 여러분들께서도 불교의 원통무애한 반야지혜와 아울러 선정 해탈에 대하여 각별히 유념留念하시기를 바라마지 않습니다. 우리 모두 부처님의 무량광명의 은혜 가운데 성불 제중(濟衆)의 서원을 한껏 다짐하도록 하십시다. 오늘 우리들의 수승한 인연에 대하여 다시금 감사의 합장을 드립니다.

 

나무석가모니불

나무아미타불

나무마하반야바라밀

청화 합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