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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타행자의 편지/자유게시판

[스크랩] [특집] 미술사학자 화선지畵禪智 조정육님 - 제주에서 보낸 여름(카스 멘트 첨부)


[미술사학자 화선지 조정육님] 제주에서 보낸 여름(2015.8.5~7) 5일부터 7일까지 제주도에 다녀 왔습니다. 특강이 목적이었지만 절(무주선원)에 가서 스님을 뵙는 것도 큰 목적이었습니다. 김포공항에서 비행기가 이륙하자 저 아래 지상이 한 눈에 들어왔습니다. 동양화에서 말하는 부감법俯瞰法(혹은 조감도법鳥瞰圖法)이 이런 시각입니다. 이륙하는가 싶었는데 산과 강이 보이고 바다도 보입니다. 망망한 바다에 작은 섬이 보이고 물거품 같은 배들이 왔다갔다 합니다. 마시던 커피가 식기도 전에 벌써 제주도입니다. 멀리 구름에 쌓인 한라산이 보입니다. 부감법俯瞰法에서 다시 평원법平遠法으로 돌아갈 시간. 돌로 된 울타리가 옹기종기 모여 있는 섬마을입니다. 스님은 어떤 분일까. 내내 가는 동안 궁금했습니다. 스님이 계시는 무주선원無住禪苑입니다. 살갗이 타들어갈 정도로 뜨거운 날씨에 기꺼이 포즈를 취해주신 본연本然 스님! 감사합니다. 스님을 뵙게 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지만, 오래 전부터 이 책을 읽으면서 꼭 한 번 뵙고 싶었습니다. 담백한 글로 현재의 내 삶을 점검해볼 수 있는 책이라 무척 인상적이었습니다. 그런데 와서 보니 스님이 가꾸신 도량도 역시 글 만큼이나 정갈하고 푸근하군요. 가운데가 법당이고 탑 있는 쪽이 스님 방입니다. 가자마자 스님 방으로 부르시더니 맛있는 커피를 내려주십니다. 우후! 흥분했습니다. 스님은 하루에 세 번, 새벽 예불과 사시 예불과 저녁 예불을 올리십니다. 늦게 자고 늦게 일어나는 저는 지금까지 한 번도 새벽 예불에 참석해본 적이 없습니다. 그런데 이번에는 어쩐 일인지 두 번 다 참석했습니다. 갑자기 신심이 충만해서가 아니구요. 새벽 4시에 스님께서 도량석을 하시는데 어찌된 일인지 목탁소리가 아주 크게 들리더군요. 그 소리에 깨어나 불을 켜니 목탁소리가 딱, 그쳤습니다. 알고 보니 스님께서 제가 자는 방 앞에 오셔서 목탁을 치신 겁니다. 중생의 근기를 바로 파악하신 머리 좋으신 스님. 법당에 가 보니 제가 앉을 방석과 예불문집까지 준비해놓으시고 기다리고 계시더군요. 한 시간 가량의 예불이 끝나고 밖을 향해 앉아 참선을 했습니다. 들리는 것이라고는 풀벌레 소리 밖에 없는 고요 속에서 조용히 앉아 있자니 어둠이 서서히 걷히면서 아침이 밝아오더군요. 그 감동을 뭐라 표현할 수가 없습니다. 얼마나 좋았던지 다음날은 조금 더 앉아 있자고 부탁을 드렸습니다. 맨날 혹사시키지만 말고 가끔씩은 내 자신에게 이런 선물을 줘야겠다고 다짐했습니다. 무주선원 정원에서 자라는 꽃과 과일입니다. '화엄華嚴의 바다' 는 이럴 때 쓰는 표현이겠지요. 이 화엄세계華嚴世界가 그냥 펼쳐지는 게 아니더군요. 스님이 풀을 뽑고 물을 주고 거름을 주는 손길 아래서 피어나더군요. 저녁 예불 전에 고무호스를 든 스님이 더위에 지친 꽃들에게 물을 뿌려주십니다. 멀리서 들어도 알아들을 수 있을 정도로 나직히 '나무아미타불' 염불을 들려주시면서요. 꽃보다 아름다운 광경이었습니다. 생명 있는 모든 존재가 행복하기를.......... 나무아미타불! 살아있는 모두는 하나도 예외없이 행복하기를.......... 나무아미타불! 일체 중생의 모든 고통을 다 거두어 주겠습니다. 길고도 느린 염불소리는 오랫동안 꽃들 사이로 뿌려지고. 종교를 삶으로 실천하며 사는 수행자의 뒷모습은 해거름 속에 긴 그림자를 드리웁니다. 언젠가 마음이 어수선해지면 고향의 정경처럼 떠올라 다독거려 줄 아름다운 그림입니다. 6일날 오후에 탐라교육원에 특강을 하러 갔습니다. 저 멀리 흐릿하게 보이는 선이 한라산입니다. 점심 후의 졸음을 참아가며 강의 들어주신 선생님들께 감사드립니다. 좋은 시간은 왜 이리 빨리 가는지요. 벌써 떠날 시간입니다. 제주 공항 뒤로 한라산을 남겨두고 비행기에 올랐습니다. 한라산 때문에, 열심히 강의 들어주신 선생님들 때문에, 그리고 무주선원 때문에 다시 오고 싶은 제주입니다. "해 넘어 가기 전, 한참은 하염없기도 그지 없다." 김소월의 시詩에 그런 구절이 있습니다. 하염없는 시간이 가고 추억이 가고 그리움이 남습니다. 어둠이 뒤덮이기 전 마지막으로 몸을 태우는 석양. 아름다운 시간이었습니다. 조정육 합장 제주도에 왔습니다. 특강하러 왔는데 애월읍에 있는 무주선원에서 신세를 졌습니다. '미타행자의 편지' 를 쓰신 본연스님이 계신 절입니다. 이번에 처음 뵈었습니다. 스님과 함께 새벽 예불을 하고, 예불이 끝난 후 좌선을 하면서 창 밖으로 어슴프레하게 밝아오는 여명을 지켜보는 감동은 오래갈 것 같습니다. 무주선원에는 스님의 정성으로 자라는 꽃과 나무가 지천으로 널려 있습니다. 화엄세계華嚴世界입니다. 사흘 동안 시간을 내주신 스님께 감사드립니다. 다시 한 번 오고 싶은 수행처. 무주선원입니다. 2015. 8. 6. 카카오스토리 강의를 끝내고 무주선원에서 편안한 마음으로 여유를 즐겼습니다. 해질녁에 나무아미타불 염불을 하며 꽃나무에 물을 주시던 스님 모습이 한 폭의 그림보다 아름다웠습니다. 스님께서 내려주신 커피와 법문. 지금도 여전히 생생합니다. "우리가 수행하는 목적은 헌신하기 위함이다" 라고 하신 법문이 오래 남을듯 합니다. '생명을 가진 모든 존재들은 평안하기를' 바라는 자비관 수행을 배우고 왔습니다. 실천하겠습니다. 제주공항에서 어두워지는 하늘을 보며 비행기를 타고, 몇 번의 지하철을 갈아탄 후, 집에 도착해보니 밤 10시입니다. 더운 날씨에 마음은 편안하고 시원한 여름 되시기를. 무주선원 본연스님이 쓴 책을 소개합니다. 일독하시면 인생이 평안해질 것입니다. 2015. 8. 8. 카카오스토리 블로그《조정육의 행복한 그림읽기》바로가기 SPECIAL BGM : Love Is Just A Dream - Claude Choe 마음의 고향 무주선원無住禪苑 아미타불과 함께하는 마음의 고향《無住禪苑》부처님도량 나무아미타불

출처 : 아미타불과 함께하는 마음의 고향 무주선원
글쓴이 : 선재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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