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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타행자의 편지/미타행자의 편지

자네나 잘 하소

 

 

예전에 큰 절에 어른스님이 계시였는데 스님들이 찾아와 주지스님 험담을 하면 한 시간이고 두 시간이고 다 들어준다고 합니다.

그리고 마지막 말이 “난 잘 모르네. 주지한데 가서 말하소.” 하신다고 합니다.

또 스님들이 와서 선방스님네 험담을 하면 한 시간이고 두 시간이고 다 들어주고 마지막 말이 “자네나 잘 하소” 한마디 이었다고 합니다.

 

어른스님 시자에게 한 스님이 물었습니다.

어른스님이 도인입니까?

시자스님 답변이 “저도 잘 모릅니다.” 그런데

누가 찾아와 용체하시라고 봉투 놓고 가면

그 봉투가 책상위에 한 달이고 두 달이고 그대로 있습니다.

 

수행하려면 마음을 담벼락 같이 하라는 가르침도 있고 땅이 모든 것을 다 받아들이면서 불평이 없듯이 땅 같은 마음을 가지고 정진하라는 부처님 말씀도 있습니다. 부처님이나 조사의 가르침이 아니더라도 돌이켜보면 다들 업대로 사는데 시비한다고 받아들이는 것은 아니고 받아들이지도 않는 것을 시비로 시간 낭비 할 필요는 없는 것입니다. 말로써 가르치려 하면 시비가 일어나며 행동으로 가르치면 시비가 없다. 란 옛 글도 있습니다.

바다건너와 홀로 정진하고 지네니 보이는 것 듣는 것이 적고 찾아오는 이 드물게 있으니 한적하니 좋습니다. 얼마 전 이기심에 가득한 스님과 차 한 잔할 일이 있었는데 마음도 불편하고 답답하고 무슨 말을 하려니

 

어른 스님께서 하셨다는 “자네나 잘 하소” 하는 말씀이 문득 귓전을 스칩니다.